이것이 인간인가 -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의 기록
프리모 레비 지음, 이현경 옮김 / 돌베개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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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은 편 벽에는 검정색, 흰색, 빨강색으로 그린 거대한 이 한 마리가 '이 한 마리는 너의 죽음'이라는 구호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2행시도 있다.

용변을 본 후나 식사하기 전에
손 씻는 것을 잊지 말 것


이것이 인간인가라는 제목은 참 잘 썼다고 생각한다.


나도 책 내용 안 보면 파닥파닥 낚일 듯한 제목이었기 때문이다. 부제 '아유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의 기록'에 주목하길 바란다. 아우슈비츠로 끌려간 유태인 프리모 레비는 이과의 우등생이어서 실험실 일꾼으로 발탁당해 살아남게 된다. 그 과정을 적은 이야기다. 실상 다른 유태인 수용소에 대한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 제목만 거창할 뿐. 하지만 독일어가 쓰여져 있는 게 마음에 든다. 아무래도 번역자가 어감을 살리기 위해 그대로 냅둔 것이라 생각한다. 이 글을 보는 독자들도 알겠지만 페북에서 문의한 사람이 있으니 설명을 붙여보겠다. 이 글을 쓴 사람은 이탈리아 출신 유태인이지만 독일로 끌려갔고 독일은 그 당시 선진국(?)이기 때문에 아우슈비츠에서 독일어를 썼던 것으로 보인다. 이 분의 다른 책들엔 다시 이탈리아어가 나온다.

 

여자를 못 본 게 몇 달이나 되었지? 부나에서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여자 노동자를 만나는 일은 드물지 않았다. 그녀들은 바지와 가죽점퍼를 입었고 남자들처럼 크고 거칠었다. 그녀들은 여름에는 땀에 흠뻑 젖었고 머리가 헝클어져 있었으며 겨울에는 솜을 넣은 두꺼운 옷을 입었다. 삽과 곡괭이를 들고 일을 해서 옆에 있어도 여자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여기서는 다르다. 실험실의 여자들 앞에서 우리 세 사람은 깊은 수치심과 당혹스러움을 느낀다.


 

그나저나 내가 읽은 건 그나마 여자를 존중해주는 책이었군요.
여기서는 완전히 여자를 눈 달린 물건 취급하네.

 

 

1944년 아우슈비츠에 오래 수용되어 있던 유대인 포로(다른 포로들은 언급하지 말도록 하자. 그들의 상황은 또 달랐으니까) 'kleine Nummer'(낮은 번호)는 15만 명이 조금 안 되었는데, 그중 수백 명만 생존했다. 그들 중 일반 코만도에서 정상적인 배급을 받으며 무기력하게 살았던 일반 해프틀링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모두 의사, 재봉사, 구두 수선공, 음악가, 요리사, 매력적인 젊은 동성애자, 수용소 권력자의 친구거나 동향 사람이었다.


아예 생판 이해할 수 없는 문구도 많았다.


아마 그 당시 자기 주변 사람들만 알아볼 수 있게 쓴 게 아닐까 짐작한다. 특히 오디세우스의 노래는 배경을 잘 알고 있는 나도 뭔 소린지 감이 안 잡히니 말이다. 차라리 여기에 적혀있는 것처럼 젊은 동성애자가 살아남는 '숨그네'라는 소설책도 있으니 그걸 읽어보기 바란다. 이 책보단 훨씬 아우슈비츠에 대한 이해가 잘 된다. 우리가 공감이 안 되는 상황을 이해하는 데는 텍스트 중에선 소설만한 매개체가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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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연 정암학당 플라톤 전집 10
플라톤 지음, 강철웅 옮김 / 이제이북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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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드로스, 이렇게 나는 무엇보다도 우선 에로스 자신이 가장 아름답고 가장 훌륭하기에, 그 다음의 것으로 그가 남들에게 있는 이 비슷한 다른 것들의 원인이 된다고 생각하네. 그런데 막 뭔가 운율을 넣어 말해 보겠다는 생각이 내게 들었네.

인간들 사이에는 평화를, 바다에는 바람 없는
잔잔함을, 바람들의 안식을, 또 근심 속에 잠을

만드는 자가 바로 이 신이라고 말일세. 이 신은 우리에게서 낯설음을 비우고 친근함은 채우네


읽어보니까 의외로 상당히 재밌는 술파티였다. 단순히 현대에서 말하는 사랑만이 아니라 영혼에서 발원하는 순수한 영적 정관을 다루는 이야기랄까. 아무튼 술자리에서 사랑이야기라니 멋지다.

 

그런데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홀로 50대인 소크라테스 뭔데 ㅋㅋ 태양의 정점인 하렘이신 듯.
게다가 처음부터 아폴로도로스가 대뜸 친구 때리기를 시전한다. 자신은 철학 이야기를 말하거나 듣는 게 무척 즐거우며 부유하고 돈 잘 버는 너네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짜증과 동정심이 섞인 감정을 느낀다나 ㅋㅋㅋ

 


사실 할리퀸 소설은 남자 여자 전부 반말을 썼다고 한다.

 

영어문법을 보면 당연한 일이긴 한데, 번역에서 하도 여성들이 '당신 ~했어요?'라고 하고 남자는 '~했소.' 라고 말해대니 으레 상상도 그렇게 전개된다. 그러고보면 최근 방영된 러브라이브 뮤즈에서도 전부 반말 쓰자고 하는 게 등장하고 하는 게 젊고 새로운 듯이 보이지만, 플라톤의 향연에서도 50대고 20대고 전부 반말을 썼다는 점. 친구의 친구는 친구라는 상식이 한동안 막혀있었다는 게 실감이 난다.

얼굴도 고운데 사랑하는 사람 파트로클로스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쳤다는 아킬레우스 이야기는 역시 원전을 읽지 않으면 자세히 볼 수가 없는 요소이다. (동성애 이야기이니까.) 윤서인과 관련된 일이 생각난다. 보통 잘생긴 사람들은 옛날부터 뭘 해도 성공하고 잘 살게 되는지라, 자신이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누군가에게 잘해주는 게 정말 힘들다. 얼굴이 못생겼으면 인품이라도 아주 매우 고와야 중간이라도 가는 것이다. 얼굴이 잘생겼는데 인품까지 고운 사람들, 의외로 많다.

 


향연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리스에서는 평민 남성의 권리를 상당히 인정해주었고 동성애도 공공연히 행했었다. 그렇지만 여성에 대한 차별은 엄청났고 마찬가지로 여성의 동성애도 자신들의 동성애와 달리 더럽다고 공공연히 손가락질을 해댔다. 그러고보면 지금 남성의 동성애가 여성의 동성애와 같이 하등한 무언가로 추락했고 심지어 같이 권리를 주장하고 있으니, 그래도 세상이 많이 발전된 것일지도 모른다.

 

다른 사랑 이야기들도 그럴듯했지만 위인이니만큼 역시 소크라테스의 발언이 가장 압도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일단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닌 듯이 은유를 꾸며대는 데선 예수의 면모가 있다. 그러나 세속적인 유혹(행위자가 여성이 아닌 남성이었지만)에 넘어가지 않는 건 서경덕을 닮았다. 그의 말대로 인간적인 아이들이 아니라 작품으로서의 아이들을 낳는 게 사실 내가 꿈꾸는 이상향이다. 아무래도 출산보다 낫다 하는 걸 보면 임신이 이성간보다는 동성간의 교류를 뜻하는 듯하지만. 물론 난 이성으로도 충분히 출산 이상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거라 생각 했는데, 보통 그런 생각하는 사람들은 걍 자기비하가 쩔어서 지랑 닮은 자식 낳기 싫어하는 것 같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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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새벽 4시 반 - 최고의 대학이 청춘에게 들려주는 성공 습관
웨이슈잉 지음, 이정은 옮김 / 라이스메이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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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의 학생식당, 강의실, 심지어 보건실에서도 그런 학구열은 결코 식는 법이 없다. 학생들은 식사를 하는 자투리 시간까지도 전부 공부를 하는 데 쏟는다. (...) 만일 모든 학생들에게 매일 저녁 두 시간의 여가 시간이 주어진다고 생각해보자. 누군가는 이 시간에 맘이 맞는 친구들과 술 한잔을 기울이고 싶어할 것이고, 또 누군가는 사랑하는 연인과 데이트를 즐기고 싶어할 것이다. 가족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하버드에서 공부하는 누군가는 분명 이 두 시간을 다르게 보낼 것이다. 그는 두 시간 동안 매일 한 주제에 대한 책들을 찾아서 일 년 동안 서른 권을 읽겠다는 목표를 세울 것이다.



헬렌 켈러도 하버드 학생이었다는 사실은 몰랐다. 새삼 놀랐다. 그런데 모든 위인전의 공통점은 헬렌켈러의 이후의 삶을 이야기 안 한다는 점이다. 공산당활동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딱 자기들에게 필요한 부분만 이야기하기. 이건 뭐 자기들 입맛대로 하는건지. 언젠가 딱 한번 무슨 책에서 봤던 거 같다. 그녀의 활동 때문에 그녀를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는 얘길 굉장히 자세히 얘기했는데. 하긴 미국도 반공이 활발하니까 ㅎ 반공의 주역이 미국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우리나라도 만만치 않지만.



내가 이런 종류의 책을 싫어하는 이유는, 책에서 말하는 구절이 아무리 올바르다 해도 실천을 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나는 화장실 가서도 책을 보고 산책하면서도 책을 보고 밥 먹으면서도 책을 본다. 그런데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은 그런 나를 보고 비웃는다. 내가 책의 내용을 실생활에 옮기지 못해서 잘 살지 못하는 면도 크지만, 이런 사람들의 비웃음이 독서하는 사람을 위축시키는 건 사실이다. 만일 하버드에 가면 나는 또라이 신세를 벗어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사실 서울 도심 한복판만 가도 책을 들고 걸어가는 나의 행동이 비웃음을 받지 않는다. 외국인들 중에선  '오히려 한국인이 모두 이런 식으로 책을 읽는가? 존경스럽다'라고 나에게 직접적으로 말을 걸며 손을 잡고 감탄하는 사람도 많이 봤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는 티를 너무 많이 낸다. 일례로 나는 내가 사는 곳에서 걸으면서 책을 읽다가 "이런 식으로 책 광고 하세요?"라고 나에게 묻는 학생을 본 적이 있다. 그 책은 내가 일하는 곳에서 파는 책은 아니었다. 이 동네에 살면서 그걸 구분하지 못하는 것도 슬프지만 어릴 때부터 모든 걸 돈과 장사로밖에 보지 못하는 걸 보면 안타깝다. 내 생각으로는 책을 읽어도 최저임금밖에 받지 못하는 사회에 대한 열등감이 아닌가 싶다. (책을 혐오하는 사람으로 생각하긴 싫다.) 내 전 비에푸는 내가 술집에서 책을 읽는 행위를 비웃은 적이 있다. 그러나 요즘은 술 마시면서 책을 읽는 독립서점도 있다. 이 글 읽는 사람들도 다시는 책 읽는 사람을 비웃지 말길 바란다. 나도 그런 사람들 때문에 내 독서량이 주춤했던 사춘기를 후회하고 있다. 그 때 사람들의 눈치 안 보고 좀 더 책을 읽었으면 난 어떻게 살았을까. 그냥 책 읽고 있으면 호기심 가득해서 물어보는 거 노이해...에에 역시 문창과. 지랄하지 마세요. 문창과도 아니거든요. 아, 지금은 책 읽는다고 욕하는 인간 등 뒤에다가 당당히 가운데 손가락 세우고 엿먹어라하고 속삭이는 깡이 생겨서 한달에 20권 이상 읽는다.

반면 다른 사람들에게 궁금한 점이 있는데, 대체 자신만의 시간 혹은 쉬는 시간을 무엇에 쓰는지 궁금하다. 영화보기? 드라마보기? 그러나 만일 하루나 이틀을 쉰다면 그 쉬는 시간을 모두 영화나 드라마보는 데 쓸 수는 없지 않은가. 인터넷 서핑? 이는 말이 될 수도 있겠다. 멍하니 아무것도 머릿속에 담지 않은 채 하잘것없는 인터넷기사를 보면서 부유하다보면 시간이 후딱 지나가긴 하다. 그렇지만 눈도 안 좋아지고 취침을 못 하기 때문에 피로가 높아진다. 그렇다면, 핸드폰이나 노트북에서 눈을 떼고 책을 보는 게 훨씬 알차게 쉬는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겠는가? 사실 나 말고도 걸으면서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 책을 읽는 동지들을 늘렸으면 하는 바램이다. (...)

서점에서 일할 때 굳이 책을 좋아하지 않아도 된다는 어느 서점직원의 글을 읽은 적이 있었다. 나는 그 사람의 말에 찬성하지 않는다. 서점일에 대한 열정을 가지려는데 대체 책을 좋아하지 않은 상태로 더 무슨 조건을 필요로 한단 말인가? 정리벽이 있으면 혹시 모르겠다. 책을 순서대로 정리하고 크기를 맞추는 데에서만 끝나는 게 아니다. 고객이 좋아하는 책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해야 고객과 제대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책과 공부를 좋아해도 먹고 살 일을 찾으려는 목표를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나는 수십가지 일을 해본 다음에 서점직원이 내 천직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런 나조차도 이 일을 얼마나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계속해서 새로운 목표를 향해 도전하는 일은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든 사람이 그 재미를 알았으면 싶을 정도다.

하 밍나.
그래도 서점에서 일하면 일하는 시간에 그 서점 책 읽을 수 있을 줄 아시죠? ㅋㅋㅋㅋ
저 레알 금지당했었음. 왜냐.
1. 상품인 책에 본인의 지문이 찍힌다.
2. 열중하다보면 고객이 상담하는 걸 못 알아듣게 된다.
3. 남들 다 일하는 데 놀지 마.
그래서 나도 일할 땐 책 안 읽고 꼭 내 서점에서 책을 사감.
그래도 책 내용은 다 알음. 신간 오면 그래도 대충 훑거든요 ㅋ 사실 하버드 새벽 4시 반도 따지고보면 재탕임. 이미 내 서점에 있음 ㅋㅋㅋ

자꾸 철학자가 어떤 말을 했다 이러는데 정말 철학자의 말 같은 것도 있고, 탈무드에서 나오는 랍비를 자꾸 철학자라고 부르는 것 같은 말도 있다. 어떤 철학자가 그랬는지 더 정확히 말해줬음 좋았을 듯하다.

하버드에 대한 책을 읽을 때 독자들이 명심해야 될 일은 하버드가 미국에 있다는 점이다. 아마 모두들 지금쯤은 알고 있겠지만 미국은 전쟁이 일어난 국가에 끼어들어서 모두를 파멸로 몬 뒤에 자신이 이득을 취한다. 나중에 먹는 인간 리뷰할 때도 다룰 테지만, 미국은 세계의 식량도 틀어쥐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가 미친 척하고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생필품의 가격을 천정부지로 올리고 미국의 식량을 사라 하면 쌀은 아마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멸종될 수도 있다. 하버드는 그런 동네에 있고, 그들은 지식을 틀어쥔 채 자신을 제외한 사람들을 쥐어짜고 있다. 즉 이런 책에선 지금 당장 하버드에 가지 않는 이상 모두의 미래는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알다시피 모두가 하버드를 갈 수 있진 않다. 그러면 하버드는 탈락된 자들을 비웃으며 그들이 노력하지 않은 탓을 할 것이다. 그게 하버드다. 예를 들어 늑대소년 피터가 인간 세계에 왔을 때가 이 책에 나온다. 저자는 피터가 인간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죽어버린 이유가 후천적인 학습을 받지 못해서 그런다고 했다. 그러나 대학 수업에서 내가 듣기론, 사람들이 늑대에게서 키워진 피터의 개인사정을 듣고 처음부터 선입견을 지녀 늑대처럼 취급했기 때문에 피터가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다는 의견 때문에 이 이야기는 대표적인 에피소드일 뿐 심리학의 표면에서 다룰만하진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피터가 살고 싶은 환경에서 살도록 어느 정도 합리적인 공간을 마련해 주었다면 상황이 그렇게까지 되진 않았으리란 교수의 개인적인 의견도 함께였다.

우리나라에서 취직하기 어려운 이유를 분석할 때 사람들은 여러 의견을 가지고 있다. 내가 볼 땐 젊은이들이 굳은 일 하기 싫어서도 맞다. 그러나 젊은이들은 다 교육을 받기 때문에 최저임금에 대해선 이제 누구나 다 알고 있고 직장에서 욕을 먹거나 맞으면 자신이 일을 잘했던 못했던 무조건 저항해야 함을 알고 있다. 그래서 요새는 누구나 대학 교육을 받으려고 한다. 하지만 이제 다시 문제가 되는 게 있으니 바로 '개나소나' 대학을 다니려고 한다는 점이다. 마치 미약한 정신병이 있어도 신체 멀쩡하면 군대에 넣어버리기 때문에 트러블이 있듯이, 회사에서 부딪쳐가며 사회에서 더 잘 배울 수 있는 사람들도 대학에 가기 때문에 트러블이 생긴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군대식 사회를 그대로 대학의 선후배관계에 주입하기 때문에 공부하러 대학 간 사람들마저 공부가 싫어지려 한다. 이에 대한 내 답은 이 책과는 좀 다른데, 차라리 그럴거면 공부는 취미로 하고 다른 살 길을 찾으란 것이다. 요즘같은 세상에 자신이 먹고 살 걱정을 하지 않고 줄창 공부만 하다 굶어 죽으면 남에게 비웃음 사기 딱 좋다. 만국공통언어 영어도 자신의 취직에 방해가 된다면 일단 과감하게 버리는 게 좋다. 우리나라에서 취직해서 무난하게 살기엔 사실 대학보단 국가자격증을 따는 게 딱 좋다. 대학 간 사람과 가지 않은 사람의 월급차는 있지만, 난 그것도 조만간 좁혀질 거라고 본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월급을 똑같이 받을 날도 눈앞에 있으니 말이다. 그럼 대학을 가는 게 무슨 소용이 있냐고? 소용없다. 정말 공부하고 싶은 사람을 대학에 보내고 대학 수준을 올리지 않으면, 우리나라에 대학은 일찌감치 없어질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그냥 없어졌음 좋겠다.

대학을 나왔지만 다른 대학을 다시 가고 싶다. 구하려면 사회복지쪽을 알아보는 중이다.
근데 일단 남자를 만난다 가정할 때 학벌이 너무 높으면 이상하게 여길거라 생각해서 참고 직장을 구했었다. 은근 보수적인 구석이 많다. 근데 솔로다 ㅋ 솔직히 이제 생길지 안 생길지도 모르는 애인 기다리기도 힘들고 원래부터 사람에게 맞춰주는 성질 아니다. 근데 우리 직장은 놀랍게도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휴가를 내 맘대로 못 잡는다. 다니려면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데 직장이 날 안 자른다. 사실 돈만 많으면 책 읽고 공부만 하고 싶다. 그래서 지금 당장 도전할 수 있는, 논문 쓰기 연습을 할까 생각 중이다. 다행히 도와주겠다 하신 페친 분이 있었다. 이렇게 작은 것 하나하나 시작하면, 나이가 장애될 리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 책을 계기로 새로 배울 게 생겼고 무엇보다 빨리 속도감 있게 읽을 수 있어 신난다 ㅎㅎ 이 책 추천한 분이 트렌드 코리아 2018도 추천했는데 이것도 심심풀이 삼아 페이지 터너로 읽어볼까?

하버드 도서관에선 책을 가지고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고 한다. 옛날에 무라카미 류의 희귀책 보려고 국회도서관 갔던 거 생각난다. 거기도 책을 가지고 나가는 게 안 된다. 애초에 책을 읽으되 소유욕이 없는 나로선 잘 이해가 안 되는 행위이긴 한데, 이런 데선 책을 전략적으로 읽어야 한다. 처음부터 가격이 무지 비싸거나 독립출판 서적, 혹은 모종의 사정으로 인해 중고책방에서 엄청난 가격을 붙이는 책이 간혹 있음. 그런 걸 빌려서 읽으면 된다 ㅇㅇ 물론 하루에 책을 다 읽지 못하는 사람은 어디까지 봤는지 페이지를 꼭 기록해야 한다.

책을 보다보면 '노력하라' 다음으로 '지금 당장 실행하라'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 오타쿠 여러분들은 이 말을 듣고 좋아하는 캐릭터상품과 피규어를 지금 당장 사시길 바랍니다. 갑자기 예기치 못한 사정으로 그 상품이 내일 품절될 수도 있고, 당신이 그 피규어를 무덤까지 가져가지 못하고 유서도 못 쓴 채 내일 죽을 수도 있습니다. 돈은 무덤에 가져가서 묻어도 아무 메리트가 없죠. 이건 반 정도는 진담임다.

 

온종일 책을 끼고 다니면서도 제대로 읽지 않고 딴생각만 한다면 시간도 자연스럽게 당신의 자세를 감지한다. 이렇게 산만한 자세로 시간을 대한다면 시간은 당신을 위해 1분 1초도 더 남기지 않고 몸을 돌려 떠나버릴 것이다. 반대로 열심히 책을 읽은 사람은 귀중한 감명을 받는다.
(...) 평범한 시민에서 대부호가 되어 인생의 황혼기를 향해 걷던 그는 여전히 깊이 사고하고 배우기를 멈추지 않았고,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왕국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1년 미국에서 매우 유명한 블록버스터 영화인 '아이언맨'을 비롯하여 큰 흥행을 보였던 '트랜스포머'를 제작한 파라마운트사, 세계적인 뮤직콘텐츠 방송사인 MTV, CBS 등을 소유하여 세계 최대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만들었다.
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레드스톤은 자신이 언제나 법률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좋아했기 때문에 하버드 대학에서도 법률을 공부했다고 말했다.


 


오호 아이언맨!
명성을 얻을 때의 연령대가 예순셋이었다는데 대단하시네요.
그래서 아이언맨이 부자캐릭이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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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반대하며 - 타자를 향한 시선
프리모 레비 지음, 심하은.채세진 옮김 / 북인더갭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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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보다 웃음에 대해 쓰는 것이 더 낫다.
웃음이야말로 인간에게 고유한 것이니까.

역시 이 문인도 나이가 든 남자구나하고 느끼는 대목들이 많았다. 난 여자들만큼이나, 아니 여자보다도 더 남의 뒷담 잘 까는 남자들을 너무 많이 보아왔다. 그런데 선천적으로 남자들은 뒷담을 까기를 꺼려한다는 이 사람의 말은 어떤 미사여구로도 가려질 수 없을 것 같다. 아, 이 사람은 보수로구나. 그런 지워질 수 없는 느낌이 확 내리덮치는 느낌이랄까. 하기사 어떤 여자에게 화약을 터뜨려서 샅까지 모조리 불에 그을려버린 남자 이야기에서 징조가 보이긴 했다. 그 남자보다 더 잘 생긴 남자를 택해서 그런다고 여자 탓을 하더라. 기가 막혀서 ㅋ

여성에 대해 좋게 나온 구절도 많다. 벼룩이 뛰는 패턴에 관해 연구한 과학자라거나 여성 연금술사였던 미리암에 관한 게 그 예이다. 미리암은 성경을 본 사람은 누구나 알겠지만, 미리암을 잘 아는 사람은 없을 듯하다. 모세의 잘못을 지적했다가 하느님의 분노를 사서 문둥병에 걸렸다고 쓰여 있지만. 그러나 내가 보기엔 똑똑해서 제거당했던 게 아닐까 싶다. 예를 들면 '정말 우리가 도달하는 곳이 꿀의 땅일까?'라는 말을 했다거나. 여러모로 모세로서는 반박할 수 없는 말이었겠지.. 가봤자 어차피 중동이니;

아무튼간에 저자가 너무 자신의 의견이 옳다고 주장하는 면이 있다. 그런데 어쩐지 그 지식이란 것도 조금씩 틀린 게 있으셔서 거슬리고(책 낸 후에 수정하셨지만 꺼려지는 건 막을 수가 없다.), 개인적인 의견은 정말 누가누가 이쁘고 추한가에 대한 잣대 재기? 이런 걸 보고 있는 것 같아 참기가 힘들다. 그리고 이탈리아에서는 페미니즘이 늦게 들어왔다나? 그런 핑계를 대면서 은근 여성에 대한 비판이 심하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마치 쿨하게 에세이 쓴다고 평판 자자했던 미국인 인간이 마지막 부분에 우리나라 승무원 여성을 깠던, 인종차별에 성차별까지 쌍끌이해서 나를 충공깽으로 몰아갔던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 (그 책 페미니즘적인 책이라고 소문이 자자했었다.) 왜 항상 이런 사람들은 지뢰를 앞부분이 아니라 뒷부분에 깔아놓는가. 앞부분에 있었음 보지 않았을 텐데. 아무래도 작가는 자신이 마초라는 걸 눈치채진 못했을 것 같고 책을 처음 만든 편집자의 소행이 분명하다.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분들 중 두 명이나 추천한 저자라 열심히 읽었는데 실망이 크다. 이것이 인간인가?라고 하는 그 책은 볼지 솔직히 의문 ㅋㅋㅋ

 

우리가 논리적이라면, 우리의 운명은 절대 알 수 없다는, 모든 추측은 임의적이며 현실적인 근거가 전혀 없다는 증거를 순순히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자신의 운명이 걸려 있을 때 인간은 논리적인 경우가 매우 드물다. 매번 극단적인 태도를 택한다. 그래서 성격에 따라, 우리 중 어떤 사람은 모든 것이 끝났다고, 여기서 살 수 없다고, 종말이 가깝고 확실하다고 즉시 확신한다. 반면 어떤 사람은 현재 처한 삶이 힘든 만큼 구원받을 가망성이 있고 구원이 멀지 않았으며, 믿음과 힘이 있다면 집과 사랑하는 이를 다시 보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비관주의자와 낙관주의자, 이 두 부류는 그렇게 명확히 구별되지 않는다. 불가지론자가 많기 때문이 아니라, 대부분이 기억이나 대화 상대와 시기에 따라 일관성 없이 두 극단 사이를 떠돌기 때문이다.

저자가 이 구절만 읽으면 다 읽은 셈이라 했으니 안 볼 것 같다. 차라리 노벨문학상 탔던 엘리 위젤의 나이트란 소설이나 보려고요... 홀로코스트에 대한 책은 솔직히 임레 케르테스의 운명 추천한다. 다른 책들보단 그거 읽는 게 백번 낫다고 본다;;; 리뷰 쓴 거 다시 봤는데 심지어 이 책이랑 메시지도 똑같네 ㅋㅋㅋ 왜 나는 이 책에 대해서 알지도 못하면서 그렇게까지 기대했을까 ㅠㅠㅠ

그렇다고 모든 글이 싫은 건 아니다. 글이 꽤나 짧지만 고루하고 중후하다. 보수이지만 길이 잘 든 골동품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한 문장 한 문장이 묵직하다. 나 심지어 첫글부터 이해를 못 했딘. 왜 가족의 법칙에 따라서 가장 아끼는 안락의자가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옮겨지면 불편한 건데. 아니 아무데나 있음 어때. 글쓰는 자리까지 안락의자를 옮겨야 되서 그러니? 어떤 분에 의하면 안락의자는 고정된 가구 느낌이라 한다. 가구 위치만 바꿔도, 집 인테리어 다시한 느낌 같은 게 아닐까 추측해본다고. 안락의자는 특히 각도가 생명이라는데, 집 채광에 따라서 굉장히 달라진다 한다.

사람이 항상 행복하고 즐거울 수만은 없다.
그렇다면 슬픈 일은 피하면 되고 즐거운 일은 찾으면 된다.
물론 사회적인 행동에서는 좀 다르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차별을 당했다면 기분이 나쁘다. 그렇다면 심호흡을 하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그래도 잘못이 없다면 내가 차별당한 시스템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두 번 다시 사람들이 나를 함부로 당하지 않게 해야 한다.
그렇지만 나를 차별했던 사람을 피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
남탓을 하면서도 계속 그 사람과 같이 있기까지 한다는 건 벙어리에 장님이요 자신을 파탄으로 몰아넣는 일과 다름없다.

사실상 지금 상황에서 가장 친했던 친구와 헤어졌다.
서울에서 여기까지 오는 건 거리가 멀테니 올 수 있을리도 없다.
연락할 수단 다 차단했고.
그러고나서 생각해보면 난 정말 사람보는 눈도 없고 빈틈도 많다.
그에 대한 장점은, 약자를 우습게 보는 사람을 가려낼 수 있다는 것.
이래서 눈을 낮출래야 낮출 수가 없다.
이 부분에서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한다. 사람은 깐깐해야 한다.
저자도 좀 깐깐한 편인데 그 예 중 하나가 안락의자도 있지만, 여러모로 또 보인다. 신기하게도 저자는 이 짧고 많은 글들 중 했던 말을 반복하는 실수를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어지간히 같은 말 반복하는 걸 싫어하시는 듯한데 이건 나랑 같은 듯.

 

루치아에 대한 음모를 그만두라고 요청하자 돈 로드리고는 그녀를 설득해 자신의 보호 아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당신의 보호라고!' (크리스토포로 수사가) 소리쳤다. 그리고 두 걸음 뒤로 물러나, 당당하게 체중을 오른발에 싣고, 오른손은 허리에 얹고 왼손은 들어올려 검지로 돈 로드리고를 가리키며, 타는 듯이 강렬한 눈빛으로 그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당신의 보호라고!'" 이제 수사는 사라지고, 수사의 기괴한 유물만이 남아있다.


죠타로 형님이 왜 여깄음?!

'렌초의 주먹'이라는 에세이에 나오는 대목이다. (죠죠 5부 배경은 이탈리아다.) 만초니의 소설 약혼자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루치아를 둘러싼 렌초와 돈 로드리고의 대결이 그려지고 있는 듯하다. (죠죠 1부를 연상시킨다.) 처음 작품이 나온 시대가 아무리 옛날이라도 죠죠에서 나오는 과장된 포즈는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이 과장된 동작을 저자는 소련의 사회주의 리얼리즘과 가톨릭 리얼리즘을 결합시킨 것 같다 말한다. 즉 프로파간다의 목적을 두고 문학적 기교를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죠죠가 디오라는 절대악과 대결하는 형태를 띄고 있는 권선징악의 문학인 이유가 여기 드러난다. 두 가지 격정이 인간의 마음 속에서 떠들어 댈 때 이런 서술적 해법이 나온다 하는데, 이는 격정을 싫어하는 데서 나온다 한다. (이는 3부 첫부분에서 죠타로가 스탠드가 나오지 않게 하려고 분노를 억누르는 데서 충분히 표출된다.) 죠죠의 작가는 확대경을 들고 인물들 하나하나를(심지어 곤충의 싸움까지) 섬세하게 담아냄으로서 끝이 없는 작업을 실험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분명 레비가 쓴 이 글이나 만초니의 소설을 읽었음이 틀림없다.

 

알다시피 유대인에게는 하느님의 '진짜' 이름을 발음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책에 인쇄되어 있는 경우라도 읽을 때는 동의어로 대체해야 한다. 히브리어 외의 언어에서 일반적으로 '신'Dio에 해당하는 단어로 발음하는 것은 허용된다.



자 여기서 죠죠의 기묘한 모험에서 나오는 디오의 대사를 다시 보죠.

 

그런데 원래 고대 이집트어에서 nitro와 natro는 같은 말이었다.
고대 이집트어의 복잡한 문자에서 모음은 불필요하다고 여겨졌다. 그리고 자음 ntr은 일반적으로 소금처럼 보이는 하얀 가루를 가리켰는데, 이탈리아어에서는 여전히 '살니트로'라고 부르고 다른 언어에서는 더욱 의미심장하게 '살레 디 피에트라' 즉 돌의 소금이라고 부르는, 오래된 벽에 생긴 하얀 가루나, 또는 이집트인들이 특정 채석장에서 캐서 미라를 만들 때 사용한 하얀 가루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축약어는 잘못 축약하면 이렇게 위험합니다. BL이라던지, NTR이라던지. 요새는 제대로 질소는 N으로 나트륨은 Na로 축약하지만 이집트에선 왜 하필 그렇게 모음을 줄였을까요.

 

 

그 기원에는 최소 2천년 동안 태국과 수마트라에서 수입되었고 향기를 내는 동시에 치료를 위해서도 사용되었으며, 향이 나는 수지인 벤조이노가 있다. 치료를 위해 사용된 이유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단지 기분 좋은 향을 가진 물질이 '좋은 작용을 한다'는 위험한 추론 때문인지도 모른다. (...) 그들은 벤조이노를 '자바 향료'를 의미하는 '루반 자비'라고 불렀다. 그것이 진짜 향료가 아니고 자바에서 온 것은 더더욱 아닌데도 말이다.


속속들이 놀라고 있다. 자비가 이런 뜻이었나?
하기사 도련님이 건담 인물 중에서 샤아 다음으로 잘생기기는 했지.

 

 

메탄에 이어 '에테르'에 뿌리를 둔 에탄이 나왔고, '첫번째'라는 뜻의 그리스어 '프로토스'가 약간 왜곡되어 프로판이 나왔다. 또 '라코타 치즈'를 뜻하는 그리스어 단어에 어원을 둔 '부티르'를 뿌리로 부탄이 나왔다.


제가 프로토스를 매우 좋아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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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원주민의 딸 라메르(La Mer) 총서 2
하우나니 카이 트라스크 지음, 이일규 옮김, 주강현 해제 / 서해문집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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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 안건에 관한 지역 내 협력의 사례로 제20회 남태평양포럼(타와라에서 개최)에서 채택된 성명이 있다. 이 성명에서 남태평양은 '유자망 어업 금지' 수역으로 선포됐다. 그러나 포럼에 참가한 일본은 물론이고 한국과 타이완도 유자망 어업 금지에 대해 거부 자세를 취했다. (...) 일본, 타이완, 한국, 미국, 그 밖의 나라에 의한 해양자원 수탈(독성 물질 투기도 포함),대규모 관광산업에 의한 원주민 문화의 상품화, 일본과 기타 아시아 여러 나라의 경제 진출과 부동산 사재기, 태평양으로의 핵 반입 등으로 디아스포라라고 이름 붙일 수밖에 없는 원주민의 강제 이주가 일어났다.


 


평범하게 편의점에 갔는데 아주머니가 적극적으로 빌려주신다 한 책. 처음부터 민족자결권 나오는데 너무 오랜만에 들어본다; 처음에 자결 생각해서 흠칫했었는데 그게 인상에 오래 남았는지, 가끔 뜬금없이 생각나는 단어임.


간단히 말해 스티븐스 공사가 하와이를 합중국의 보호령으로 선포하고 미국 국기를 달았던 상황에서 미국 자체가 클리블런드 대통령이 새로 취임되자마자 합병을 취소하자 까닭에 하와이 마지막 여왕이 후자에게 나라를 맡긴 것 같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안전위원회를 완전히 해산시키진 않은 듯하고 그보다 더했던 해병대를 이 문서에 끌어들인다. 복잡한 격식을 차리고 있고 저자도 별달리 비판하지 않으나 내가 보기엔 굉장히 비겁한 변명이라 본다. 과연 해병대가 정말로 잘못된 정보를 받아서 하와이에 상륙했을까? 그러나 이 정권마저도 4년밖에 가지 못했다고 한다.

 

페미니스트를 강조하긴 하지만 어째 매매춘을 상당히 반대한다. 몇 페이지를 사용하여 특별히 비난할 만큼. 요점은 자기네 성문화가 개방적인데 왜 굳이 매매춘을 들여오는 것이며 애초 니네가 나가면 잘 먹고 잘 살 수 있으니 우리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 그럴싸한데?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 분이 싫어하는 유럽같은 '백인'이 있는 선진국에서 매매춘을 하겠다고 하니, 백인들에 대한 증오심이 가득해 보이는 이 분이 매매춘을 싫어해도 무리는 아닐거란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도 생각 잘 하고 이 정도로 확고하게 판단하길 바란다. 하와이를 여성적인 나긋나긋함과 연결시키려 백인들이 힘쓴다고 한다. 근데 내 주변에 남성 중 나긋나긋한 사람을 본 적은 있어도 여성 중 나긋나긋한 사람을 본 적은 없음. 하기사 어떤 미국인 에세이에서는 자기가 만난 한국 여성이 굉장히 앙칼지고 기가 세다고는 하더만. 여자분이 공항 승무원이었나. 그러나 저자는 이분들마저 관광 관련 직원을 하고 있으니 매매춘과 다름없는 성차별적 일을 하고 있다고 강조할 듯하다. 우리 여성들이 힘이 강해져서 지금은 다들 말을 삼가고 있지만, 10년 전 정도만 해도 나는 이런 말을 들었다. '역시 강원도 여자는 깨끗한 곳에 살아서 물이 다르네~' 같은 말들 말이다. 졸업여행을 가다가 대낮에 사람 많은 공항에서 그런 말을 들은 우리 반은 수치심에 얼굴이 붉어졌지만 그 앞에서 한 마디 말도 못했다. 생각해보면 그 자리에서 고함을 지르면서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그 사람이 한 말을 알리면서 수치를 주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환한 곳 큰 길을 다녀도 성추행 당하고, 막으면 죽임을 당할까봐 아무 말도 못하는 여성들이 지금도 얼마나 많을까. 그리고 서비스직 여성들이 가장 이런 사태에 취약하다. 까딱하면 직장에서 잘릴 위기에 처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어떤 사람이 '여성들은 모두 매춘과 관련있는 운명에 처해있다.' 라고 글을 써서 크게 유행하다가 말이 심했다는 비난으로 덮인 적이 있다. 이 여성의 글에 의하면, 한국에 있는 그 분의 말은 맞다. 대부분은 그게 맞다고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두렵고 불쾌했을 것이다. 관광직과 서비스직이 어리고 예쁜 여성만 찾는 이유가 뭔가. 어떤 뷔페가 직원들보고 무릎꿇고 주문을 받아라 교육시키는 이유가 뭔가. 어쨌던 얼굴팔이 아닌가. 무튼 생각해볼수록 악순환의 연속이다. 서비스직을 여성으로 찾다보니 여성의 취직률은 점점 늘어가지만 받는 월급은 적은 직업이 대부분이고, 남성들은 어차피 월급이 적은 직업이 늘어가는데 여성 취직률이 늘어가니 자신이 취직 못해서 폭발하고...쭉 생각해봤는데, 이 분은 복잡한 것들을 간단하게 생각하려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성격인 것 같다. 이 책으로 처음 만나보지만, 아마도 상당히 성질이 급하고 다혈질인 분이 아닐까 싶다. 구리빛 강한 누님 취향♡

저자의 단호하고 단순명료한 점은 인류학자에 관한 글에서도 발견된다. 보통은 전쟁사진기자들에게서 주로 발생되는 논란인데, 민간인을 핍박하는 병사를 보며 사진만 찍을 것인가 아니면 사진을 찍고 민간인을 도와줄 것인가 아직도 논쟁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녀의 답변은 아마 원주민을 도와주지도 말고 관찰하고 있지도 말고 모든 백인과 함께 하와이에서 꺼지라는 게 아닐지 ㅋㅋㅋ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빠져든다. 확실히 미국식 유머가 섞이긴 했는데 어딘가 독특한 맛이 있음. 하와이의 단어를 자주 사용해서 그런가?

사실 페미니스트는 물론이고 철학자로 보이고 싶은지 철학자의 이름이 많이 거론되는 편이다. 에드워드 사이드, 놈 촘스키 등과 더불어 사회비평가 중 시대의 양심 20 중에 꼽혔다는 저자 설명도 있다. 우리나라에서처럼 해외에서도 요새 철학이 인기가 높나 짐작해본다.

어떤 백인 남성이 하와이어 하올레(백인을 이르는 말)를 가지고 저자를 비난했다고 한다. 이건 마치 한국 남자를 싸잡아 한남이라 불렀으니 사과하라는 말과 같다. 이렇게 비교하긴 싫지만 페이스북에서 한남 소리 했다고 내가 친구 몇명에게 털린 일이 떠오른다. 왜 그럴까... 여성에 대한 협박은 신문 기사에 고스란히 나면서도 한국의 질서를 어지럽히지 않고, 한남이라는 단어 하나는 한국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걸까? 여성은 한국사람이 아닌가?

하우나니 카이 트라스크는 명백히 하와이에서 미국인들 다 나가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데, 아이러니한 점이 있다. 남편 이름이 데이비드 스태너드란 점이다. 미국이야 인종이 짬뽕된 국가이니 인디언의 피가 섞였나 생각하더라도 아무튼 하와이 원주민은 아닌 것 같은데 여러모로 의심스럽다. 그렇담 그녀는 남편도 하와이에서 쫓아낼 각오로 운동권에 임하고 있단 말인가? 흠... 그리고 남편 분이 썼다는 아메리카 홀로코스트란 책이 궁금한데 그건 번역이 안 됐다고 한다. 번역이 시급한 책들은 너무 많고;;;

이 책에서 또 문제가 있다면, 저자 자신은 책을 던지고 대지로 돌아왔다고 쓰면서도 하와이 대학에선 계속 근무했다는 데에 있다. 물론 그녀는 그녀를 건드린 사람에게만 공격을 가했다. 그 태도에 대해선 지적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그러나 하와이대학교에선 어쨌거나 자신을 지지할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물론 미국인 위스콘신 매디슨 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어쨌던 결국 그녀는 여태 읽었던 책으로 머리싸움을 해왔던 것이고, 하와이에서만 쭉 공부한게 아니라 그토록 싫어하는 미국의 학위를 따왔으며 이는 자신의 직업과 명성을 뒷받침하는 근본적인 계기가 된다.
그녀는 틀림없이 이에 대해 하와이가 미국에 줄곧 착취를 당해왔으니 '하와이 원주민의 딸'인 "자기 자신"이 미국을 좀 착취하는 게 어떻냐고 주장할 것이다. 그녀는 권력을 얻는 데 상당히 적극적인 듯하다. 이 책이 자서전과 자기계발의 성격을 지녔다고 난 말하고 있다.

문제점을 또 하나 지적하자면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한다는 점이다. 특히 백인 남성의 성문화 착취에 관한 발언을 챕터 당 최소 한 번 이상 끊임없이 언급한다. 물론 여러 언론이나 연설에서 발표한 문구들을 모아서 챕터는 많은 편이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책으로 엮을 때는 사람들이 읽기 편하게 편집하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실 이는 어떤 특정한 책 유형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에 비하면 전에 이야기했던 조효제 교수의 인권 오디세이는 아주 편집을 잘한 경우인데, 같은 말이 반복되어 나올 지언정 최근의 정치 상황에 관련된 첨언을 잘 넣는 편이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딱히 그에 대한 노력을 하지 않아서 번역 담당 편집장이 직접 하와이의 사회 상황에 대해 첨언을 넣는다.

 

팔라우(벨라우)공화국의 비핵헌법(핵 군함과 핵무기의 영해 통과 금지)에 대해서 미국은 완력으로 변경을 강요하고 있다. (...) 대통령이 암살되거나 자살하고 비핵헌법을 옹호하는 활동가 몇 명이 살해됐다. 그러한 혼란 속에서도 팔라우의 여성은 용감하게 미국 의회를 향해 비핵헌법 승인 협정에 합의하도록 노력했다. (...) 팔라우 외에도 북마리아나 제도와 마셜 제도 그리고 미크로네시아연방과의 장기에 걸친 교섭 끝에 체결된 조약을 보면, 미국이 (마셜 제도의 '스타워즈 계획' 실험장을 포함한) 이 지역의 항구적인 군사 행동권을 쥐고 있는 한 완전한 의미의 탈식민화는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검색해보니 스타워즈처럼 우주에서 무기를 써서 핵을 요격하려는 계획이라 한다. 참 특이한 거 만든다.. 의미없는 짓인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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