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7 - 연산군일기, 개정판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7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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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 9년 9월, 인정전에서 양로연이 열렸다. 모처럼 즐거운 자리. 재상들은 다투어 임금에게 술을 올리고 임금은 답술로 화답했다. 예조 판서 이세좌는 평소 술을 못했지만 여느 재상들처럼 술을 올리고 못하는 답술을 비웠다. 하지만 술을 떨어뜨려 곤룡포를 적시는 줄은 몰랐다.

 

제목도 이세좌의 수난 ㅋ 아니 그냥 모르는 척 해주지. 양로연이면 어르신 신하들 위로해주는 자리 아니었어?

 

연산군이야 뭐 하도 이야기들이 많아서 그렇게 기발한 대목은 없었던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연산군에 대해 다룬 팟캐스트는 좀 재미있었다. 예를 들어 장녹수는 얼굴이 그 시대에서도 그다지 예쁘진 않은데, 워낙 장녹수가 붙임성 좋을 뿐더러 무엇보다 연산군이 누님 모에파 같다고 하는 대목도 있다. 뭘 좀 아는구만 연산군 ㅋ 아무튼 팟빵 앱이 깔려 있는 분들이라면 이 옛날 방송을 찾아서 한 번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보는 것도 내용이 보충되고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임사홍에게 다시 날개를 다시 달아준 이는 넷째 아들인 임승재였다. 임승재는 노래와 춤을 잘하는 등 연산과 기질적으로도 통했지만 권력자의 의중을 읽는 데 비상한 능력이 있었다. 그는 곧 연산의 총애를 받는다.

 

 

역시 난세일 때는 처세가 체고구나 ㅋ 난 박치춤치에 눈치도 없어서 저런 사람 꽤 부러워하는 편. 그나저나 내가 영화는 안봤는데 자료 검색할 때 자주 보이다보니, 임사홍 부자 하면 천호진 배우랑 주지훈 배우 얼굴이 너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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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팝스 2021.2
굿모닝팝스 편집부 지음 / 한국방송출판(월간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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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사람들이 '친환경은 돈 많은 사람들이 실천하는 것은 아닌지' 또는 '기업입장에서 소비를 줄이면 고용 창출도 없어지는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을 합니다. 하지만 '지속가능성'이라는 시각으로 본다면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평소에 일회용품을 구매하면 당장은 저렴하게 살 수 있지만, 일회용품이 버려졌을 때 쓰레기를 수거하고 운반하는 비용, 재활용하거나 매립 또는 소각할 때 드는 운영 비용 등의 사회적 비용(간접비용)이 많이 듭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간접비용을 각자가 내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합니다.

 

 

지하철에서 내 멱살 잡았었던 적도 있었을 정도로 무례했던 인간이 언젠가는 친환경 가지고 니는 돈이 있으니 친환경 야채를 살 생각을 하는 거다 이 ㅈㄹ했는데 모든 야채가 다 비싸진 이 시점에선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고기 쳐먹느라 말을 할 수가 없냐? ㅋㅋ

 

여담이나 하자면, 백신을 맞은 사람이 빌 게이츠냐 아님 가짜냐를 살펴보기 전에 각자의 마음 속 ㄱㅈㅊ이나 돌아보며 인간의 탐욕에 대해 반성하길 바란다. 미국의 재벌은 코로나에 걸리든 안 걸리든 아주 잘 지낸다. 걸려도 국가가 나서서 온갖 치료를 하겠지. 하지만 당신들은 걸려도 그렇게까지 국가가 나서서 치료를 해줄까? 아니 그럴 가치가 있을까?

비타민으로 병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하던 사이비라던가 별별 인간들이 다 나서서 백신 욕하더라. 비타민으로 코로나19는 못 치료하나보지? 백신 안 맞고 헛소리 하실 거면 혼자 은하계 밖에 가서 숨지시길 바람 코로나 퍼뜨리지 말고. 창조경제 찬양자라던가 무덤에서 시체들이 일어나 날뛰는 꼴을 보고 있으니 코로나보다 더 공포스럽다.

 

영화 마리 퀴리는 1898년 새로운 원소 발견, 1903년 여성 최초 노벨상 수상, 1911년 세계 최초 노벨상 2회 수상을 한 천재 과학자 '마리 퀴리'(로자먼드 파이크)의 빛나는 도전과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감동 실화다. 마리는 투표권조차 보장되지 않았던 시기, 남성 중심의 과학계는 물론 노벨상 역사에도 한 획을 그은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럴 때 참 착잡하다. 분명 페미니즘으로선 의미있는 성과일지도 모르지만, 하필이면 발명한 게 방사능 연구에 불을 붙인 라듐이라는 게 ㅠㅠ 물론 방사능이 다른 데에도 공헌을 하고 있다지만 여하튼 우리 옆 나라가 방사능으로 초토화되는 중이고 점점 우리나라로 흘러오고 있다는 게 기정사실 아닌가. 하기사 퀴리가 무슨 죄겠어. 그 분은 암을 치료한다는 기대에 부풀어 라듐을 만들었겠지. 그걸 무기에 사용할 마음을 먹은 건 남성들이고.

올랜도 디즈니월드에서 잠깐 일했던 것으로 대화를 시작한 나와 친구에게, 그 직원은 자신이 일하고 있는 디즈니랜드가 최초의 디즈니 테마파크라면서 자부심을 내보이며 말을 걸어왔다.

 

 

읽으면서 느낀 건데, 여행 다니길 좋아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친구 사귀는 능력이 있는 듯싶다. 하긴 그래야 여행을 재미있어하겠지.

But I don't need no friends as long as I gaze on Waterloo senset.

 

 

영국의 록 밴드 킹크스의 히트곡 Waterloo Sunset입니다. (...) 킹크스의 리더, 레이 데이비스는 2012년 런던 올림픽 폐막식에서 이 곡을 부르면서 영국의 문화적 자존감을 전 세계에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고보니 올림픽 정말 언제 봤는지 까마득해지기 시작하네 ㅋㅋ 살아남을 수 있으려나? 평창 망가지고 있는 거 직접 목격하니 그냥 없어져야 할 악습이라 생각된다.

구글, 유튜브, 넷플릭스, SNS에서 미국인이 매일 쓰는 90가지 패턴을 엄선해 단 5분간의 유튜브 강의와 함께 하루 한 패턴, 딱 한 장씩 부담 없이 공부할 수 있다.

 

 

이런 책 많은데 물론 오늘 완벽하게 습득하고 다음 날은 어제 배운 걸 까먹지 않을 때 가능하다. 그리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언어는 평생 학습이다. 국어와는 좀 다르지만, 그들이 쓰는 문법이나 단어도 결국 세월이 지나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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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5 - 1931-1935 만주침공과 새로운 무장투쟁 (박시백의 일제강점기 역사만화) 35년 시리즈 5
박시백 지음 / 비아북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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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유는 농민으로 변장해 양주로 가서 아지트를 마련하고 이관술과 함께 출판 활동을 이어가기로 했다. 적기를 제작, 베포하는 방식으로 조직사업을 벌여가기로 한 것. 그러나 베포자들이 체포되기 시작했다. (...) 조선총독부 기관지인 경성일보는 호외를 발행해 '집요 흉악의 조선공산당 마침내 괴멸하다'라는 표제 아래 그의 검거를 보도했다.

 

위키에서는 김일성에 대한 자료가 제각각이다. 일본어로 대강 읽어보면 중국공산당에 입당했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이 책에서도 그렇게 쓰여 있다. 다음엔 중국에 나온 김일성에 대한 기록을 찾아볼 계획이다. 아무리 일본이 북한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해도 그렇지 바로 붙어있는데다 옛날엔 우리나라였던 곳의 수장에 대해서도 똑바로 기록을 못한다니 한탄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북한이 친일파를 다 숙청한 건 아니다. 예를 들어 어떤 친일파 여배우는 북한에서 천수를 누리다 가셨고, 또 다른 친일파는 박헌영 남로당 종파 사건에 연루되어 처형당하셨다고 한다. (여기서 인상적인 게 유용희라는 분인데, 그 난리통 속에서 박헌영이 남로당으로 통합할 때 너무 독재적! 이라며 미리 빠져나가 월북해서 70세까지 장수하셨다 한다. 이런 게 바로 어딜 가도 살아남는다는 사람 아닌가? 존경스럽다.) 실제로 북한 당과 군 고위인사에는 일본군에서 종사했던 인물등 친일행적이 있는 인물들이 다수 있었다. 단지 반대파 숙청할때 주로 사용했던 명분이 친일파였었고, 이게 NL들에 의해서 "북한은 남한과 달리 친일파들을 모조리 숙청했다!" 라는 식으로 홍보된 것이다.

 

아무튼 일본은 이 시기쯤 되면 한국은 그냥 다 먹었다 생각했는지 만주를 정말 소중히 여기는 모습을 보인다. 임진왜란 때 중국으로 진출하지 못한 한이라도 있었는지..

그나저나 세계최종전쟁론을 주장한 사람이 이시와라 간지라니 크. 한자로 뭐라 하는지는 몰라도 이름부터 벌써 남다르네. 최종병기그녀란 만화 이름도 막 이런데서 유래했다던가?

 

김우진 1897~1926

대학 시절 일본에서 극예술협회를 만들었으며 졸업 후에도 고향에서 시, 희곡 창작, 평론에 몰두해 48편의 시와 5편의 희곡, 20여 편의 평론을 썼다. 이후 소프라노 윤심덕과 함께 도피하다가 현해탄에서 자살했다. 

 

아니 이거 도약이 너무 심하지 않습니까;; 뭘 어떻게 하다가 갑자기 이렇게 생을 끝내는 건데. 궁금해서 찾아보니 역시 김우진은 유부남이었고(...) 연애를 하지 말라는 건 아니지만 그럴거면 애초에 결혼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김일환 1901~1934

독립운동가. 본명은 김용석, 강원도 양양군 출신이다. (...) 대성촌에서 교사 생활을 하는 한편 1930년 5월 허룽현과 옌지현(연길현) 일대에서 일어난 반제반봉건운동에 참가하던 중 중국공산당에 입당하고 허룽현위원회 서기가 됐다. 1933년 11월 친일 주구 자치단체인 민생단원 혐의를 받아 서기직을 박탈당한 이후에도 계속 활동했으나 1934년 같은 혐의로 중국공산당에 체포돼 11월에 열린 대중 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다. 대중들의 변호로 석방되나 석방 직후 중국인 동료들에 의해 비밀리에 살해됐다. 

 

양양군 중에 유독 이름난 사람들이 많더라. 그런데 뭔가 이력이 길게 쓰여진 사람은 친일파고(...) 그래서 이 분이 굉장히 이질적이다. 그러나 또 생애는 굉장히 짧아서 안타깝고. 그런데 나도 30대 되면 죽어야지 생각했었는데 어떻게 또 살아있네. 그래서 이렇게 짧게 살고 간 사람들 보면 부럽긴 하다. 비록 누명쓸 뻔하긴 했지만. 의혹이 있다지만 서기직에서 짤려도 계속 공산당 활동을 했다고 하니 진심으로 일하고 싶던 거 아니었을까 싶네.

손목인 1913~1999

대중음악 작곡가. 경상남도 진주 출신으로 1932년, 도쿄제국음악학교에 피아노 전공으로 입학했고, 1933년 귀국해 오케레코드사에서 대중가요 작곡을 시작했다. 이후 다시 도쿄고등음악학원에 편입하고, 귀국해서는 오케레코드사와 콜럼비아레코드사에서 타향, 목포의 눈물, 돈도 싫소 사랑도 싫소 등 다수의 가요를 작곡했다. 1937년 이후 일제의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가요를 작곡하는 한편, 1944년 2월 매일신보가 조직한 매신산업전사위문격려대의 대원으로도 활동했다.   

 

내가 저 노래들에 대해 잘 몰라서 뭐라고 말은 못하겠네. 아무튼 저 초창기 가곡들 이후의 트롯트를 작곡한 사람들 중 몇몇은 친일파라는 사실만 알고 있다. EBS에도 보도했지만 결국 뉴트로의 흐름을 막지 못했지. 아무튼 트롯트 그만 틀었음 좋겠다. 좀 지겨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나오는 가곡들에 대해선데.. 일단 한 번 듣는게 낫다. 아직 10대들도 할머니에게서 이 노래 들으려나? 모르겠다. 일단 이정표의 경성살롱이란 앨범이 저 당시의 핵심적인 곡들은 다 연주하고 불렀으니 참조.

https://youtu.be/AvE8aq4eg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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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해서 비슷한 사람 - 양양 에세이
양양 지음 / 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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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은 심심했다. 그렇지? 그래서 나는 좀 미안하고 아쉬운 마음이 들었는데, 그래도 새로운 장르를 보았다며, 재미있었다고 말해줘서 다행이었어. 극장에서 나와 무엇을 먹을까 밥집을 찾아 나서며 우리는 그래도 신선한 기분이 되었던 것 같아. 낯선 동네의 낯선 공기가 주는 힘은 그런 거지. 그리고 들어간 식당에서 철판볶음에 소주와 맥주를 시켜놓고 이야길 나누었지. (...) 너는 많이 힘들다고 했어. 우울함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했지. (...) 나는 너에게 왜 우울하냐는 바보 같은 질문은 하지 않았어. 우리는 모두 우울할 수백 가지의 이유를 안고 살고 있으니까. 그러고 보면 날씨가 궂어서 우울하거나 사랑이 없어서 우울한 우울은 참 명쾌하고 순진해서 귀엽게 여겨지기까지 한다. 네 우울의 이유가 무엇인지 아마 너는 알고 있었을 거야. 단지 그것은 너무 많은 것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하나하나에게 이름을 주고 나누어놓기도 전에 손쓸 수 없게 된, '우울'이라는 실 뭉텅이가 된 거지.

 

 

 

앞으로도 리뷰를 쓰면서 더 구체적인 에피소드를 소개하겠지만 이 사람은 참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 같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이 사람은 남의 일을 해결해주려 슈퍼맨 자세를 취하지 않는다. 사회생활 해보면 알겠지만 나락에 떨어지고 있는 사람에게 이런 자세를 취해주기가 참 힘들다. 특히 나같은 선천적 오지랖퍼는 어떻게든 참견해보려 하다가 결국 내가 나자빠진다. 이걸 눈치챌 때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최근엔 막귀가 되어 아무 노래나 듣고, 기능 갖춘 이어폰 중 가장 싸구려라는 5000원짜리 다이소 껄 끼고 다닌다. 한때는 머리칼이 망가지는 걸 감수하고 헤드셋이나 몇 만원짜리 이어폰을 구입한 적이 있다. 그러나 결국 그것들은 오래 쓰지 못했다. 내가 막 쓴다는 이유도 있지만(...) 세상의 소리를 듣지 못해 몇몇 실수들이 일어나는 때가 많아지기 때문이었다.

도리어 난 스피커같은 것들을 구입할 땐 그렇게 신경을 쓰면서 산과 바다 옆에서 살지 않는 사람들이 이상하다. 예전에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했을 때 음악을 좋아하는 진행자들과 만났는데, 시골에서 살면 뭐가 좋냐고 물어봤다. 그래서 '걸으면서 파도소리와 새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얘기하니 어떻게든 자신이 사는 수도권에서도 들을 수 있다고 트집을 잡으려 하더라. 음악을 듣는 데선 그렇게 깐깐한 사람들이 자연의 소리를 듣는 데에선 소홀하다니 우스웠다. 자연의 소리가 음악의 근본일 텐데. 그런 점에선 이 글쓴이와 내가 통하는 점이 있는 듯하다. 시작하는 글이 굉장히 좋았다.

 

표지에서도 그렇고 저자는 큰 창문을 굉장히 좋아하는 것 같더라. 자꾸 바깥을 들여다보는 장면이 등장한다. 나는 창문에 누가 엿볼까봐 꼭 커튼 달아놓는데 ㅋㅋ 이런 점에 대해서는 글쓴이와 내가 많이 다른 듯하다.

 

 

 

소파 바닥

 

내 발이 여기에 닿아 있는 동안, 같은 영화를 세 번도 보았고, 낄낄거리며 무한도전을 보면서 새우깡을 씹었고, 책장을 넘겼고, 접었고, 줄을 그었고, 달이 두 개다, 하고 일기장에 적었다. 그렇게 적은 밤에는 취했었다. 그러다가 기타를 튕기기도 했다. 어떤 것은 노래가 되었고, 어떤 것은 흔적없이 바람 속으로 사라졌다.

엄마를 생각했다.

엄마를 생각했으나 엄마에게 가지 못하고,

내 발은 여기에 오래 머무르며 그저 웃고 울었다.

 

 

 

양양이라는 싱어송라이터가 쓴 책이라 음악가사처럼 쓰여진 글이 종종 보인다. 시도 간혹 있는데,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아 나처럼 입으로 읊은 다음에 옮겨적는다고 하더라. 동지가 생긴 듯하여 반가웠다.

소파는 역시 소파에 기대어 방바닥에 앉기 위한 용도가 아닐까 싶다. 그나저나 시간이 지나고 나니 이제 무한도전도 추억이네. 껄끄러운 과거가 되었지만;

 

이 기차가 이렇게 오래 달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물론 빠른 신식 기차가 아닌 까닭이기도 했지만 그것보다 기차는 정말 많은 곳에 멈추어 섰기 때문이다. (...) 기차는 영월, 예미, 민둥산을 들렀고, 고한, 태백을 넘어 도계, 동해, 묵호까지 어떤 마을도 잊지 않고 방문했다.

 

 

 

내 생각엔 요새 KTX 둘러싼 갈등처럼 어느 한 군데에 기차 놓는다고 하니깐 관광객 모아 돈 벌려고 너도 나도 역 놓는다고 싸워서 다 놓다보니 그렇게 된 거 같은데 ㅋㅋ KTX가 빠르면 뭐하냐 역 졸라 많아질텐데. 난 이리 생각이 드는데 책은 아기자기하게 표현하는 걸 보면 주변 사람들 말대로 글쓴이가 긍정적인 성격인 건 맞는 것 같네.

 

나누어보니 이것은 사람과 사람의 일이고 내용보다는 태도의 문제이며 '나'를 바라보는 일이었다. (...) 여보세요, 하기도 전에 팡파르 소리와 함께 흘러나오는 자동응답 기계음을 받는 것보다는 훨씬 덜 허무하고 덜 쓸쓸하지 않은가.

길고 긴 세 번의 통화를 끝낼 때 상담원께서는 그 친절한 목소리로 "네, 고객님. 긴 시간 통화 나눠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는 OO카드 OOO이었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하시고는 또 한마디를 덧붙이셨는데 나는 그 말이 텔레마케터의 통화 매뉴얼에는 없는 것이라는 걸 안다.

"고객님, 따뜻한 겨울 보내세요."

 

 

 

내 생각에는 둘 다 보살같은 성격을 만나신 듯하다. 화자야 뭐 당연하겠지만 텔레마케터는 매뉴얼과 다른 말을 할 경우 상사에게 혼나거나 심할 땐 일자리에서 쫓겨난다고 들었는데.. 저런 용기 내기도 쉽지 않았을 듯하다.

 

곁에 커피라도 있으면 둘이 하는 모습이 아주 가관이다. 초콜릿 한 조각 먹고 아 달아, 하며 커피 한 모금 마시고, 커피 향이 입에 퍼지면 아 써, 하며 다시 초콜릿 한 조각 먹고, 아 달아, 커피 한 모금, 아 써, 초콜릿 한 조각, 아 달아, 아 써, 아 맛있어, 아 달콤해. 탁구공이 똑딱똑딱 오가듯이 주거니 받거나 잘도 노는 것이다.

 

 

 

예전에 일하는 곳 앞에 초콜릿 음료에 초콜릿 덩이들을 뿌려주고 그 다음 돈을 좀 더 추가하면 그 위에 에스프레소를 부어주는 카페가 있었다. 돈만 생기면 거기 가서 마셨는데, 가성비가 너무 맞아서 장사가 안 되었던지 언젠가부터는 돈을 추가해도 에스프레소를 부어주질 않았다. 그런 카페가 있다면 세계 어디에 있던 다시 찾아가보고 싶네. 20대 후반의 추억이 많았던 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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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편지 창비시선 433
노향림 지음 / 창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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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식당 중에서

 

선창가 허름한 남도 식당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이 나직나직 깔린다.

세 마리 학이 살았다는 삼학도가

빗줄기 센 창으로 걷어 달린 닻처럼 떠 있고

없어진 학의 몸체를 만드느라 굴착기가

거기서 장난감처럼 움직인다.

(...) 몸뻬 입은 여주인의 굵직한 쉰 목소리가 느닷없다.

'푹 삭힌 홍어 맛은 목포가 제일이어라우,

흑산도 홍어는 우리도 구경조차 할 수 없당께.'

그래도 묵은지 돼지고기와 함께 나온 홍어 날개살은

오지항아리에 짚 깔아 덮고 오래오래 삭혔단다.

매화꽃 빛 속살까지 다 썩혀 싸한 그 냄새

어린 날 코를 감싸 쥐고 도망치던 토종은 없단다.

왠지 오늘 먹은 이국산 홍어 삼합이

삼학으로 잘못 발음된다.

토종 홍어 맛 나는 남도는 내 고향

그리하여 푹 삭힌 시 한편 쓰고 싶다.

입안이 온통 환해지는.

 

 

성경과 불교 등 갖가지 종교를 모티브로 시를 쓰고 있는데, 시는 비교적 쉬운 편이다. 시인의 과거 중요했던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면서 이 시를 읽는 다른 독자에게 공감이 가도록 쓰여져 있다. 무엇보다 시각적인 감각이 상당히 뛰어나서, 읽다보면 참기 힘들 정도로 상상에 빠져들게 된다. 특히 해안 정경에 대한 묘사가 빼어나다.

 

이 시집은 사실 흐름이 있어서 한 시만 떼어서 보긴 좀 힘들다. 예를 들어 낙원상가에 대한 시와 아버지에 관한 시가 각각 두 편씩 있다. 아버지를 두고 있는 화자는 왠지 각각 다를지도 모르겠다.

여성시인이라 그런지 남자 덕분에 험난해진 인생 여정이 여기서도 실려있다. 다만 화자들이 아버지를 미워하면서도 그리워하는 듯. 객관적인 상황을 죽 나열하는데 되려 나에겐 화자(들)의 양가감정이 보인다.

 

여기서도 어딘가 여행을 가는 이야기는 꾸준히 나오더라. 특히 외국여행가서 쓴 시들 볼때마다 생각나는 게 아니 이분들 이 코로나 시국에 여행가고 싶어 어떡하나 ㅋㅋ 역시 여행 좋아하는 민족들이다 보니 어머니 친구들도 자주 코로나 끝나면 여행갈 거라 얘기하며 벼르고 계신다던데 이 분도 그 중 한 명에 속하지 않으실까 싶다. 그러나 존리같은 분들 말에 의하면 여행갈 돈으로 항공 주식 사는 내가 승리자 막 이래?

 

누란행 지하철을 타고

 

전동차 출입문이 닫히고 눈매 깊숙한 이국 여자가 내 앞좌석에 앉는다 작은 체구에 크고 둥근 청옥 귀걸이를 달았다 귀걸이는 열차가 덜컹거릴 때마다 달랑거린다

 

서역의 위구르자치구에서 왔을까 한때 찬란했던 누란왕국이 무너진 그 자리엔 수세기의 시간들이 쌓여 있다 거기 유물관 관 안에는 미라들 다 삭은 비단옷에 덮인 채 누워 있다 부장품 청옥 귀걸이만 변색 없이 늘 푸르게 놓여 있는데 그녀가 언제 일어나 여기 온 걸까

 

지하철은 어느새 강 건너 더 먼 초소형 행성으로 달린다 은하철도 999처럼 추억을 헤치고 캐러밴들이 다녔던 공중 사막 길 마악 접어드는데 누군가 깜박 졸고 있던 나를 흔들어 깨운다 벌써 불빛들 뺑뺑 뚫린 어둠 속 종점이 창밖으로 펼쳐지는 여기는 그 옛날 무너진 왕국 누란?

 

 

화자는 고향에서 상경하여 유달리 힘든 학창시절을 보냈다. 그래서 그런지 돈을 벌러 고국을 떠난 이주노동자들에게 더욱 공감이 가는 모양이다. 하기사 우리나라에서 서울 외엔 다 지방 취급이고 무슨 미국과 하와이급으로 계급을 지어버리니 충분히 그들과 교감하는 것도 가능할 듯하다.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중에서

 

처음엔 너무 크게 틀어놓고 막무가내로 들려주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오늘밤 또 내 잠을 빼앗기게 되네요

아니 오늘도 잠들기 위해 나는 듣지요

길 건너 아파트 주민들 항의도 아랑곳 않고

늦은 밤마다 트는

저 합창곡

(...)

한때 나는 내 고향을 부정한 적 있지요

남쪽 바닷가 고향을 숨기고

땅끝마을 갯벌과 소금기를 털고 서울 말씨만 흉내 냈지요

그런데 이제 히브리 노예들처럼

고향으로 달려만 가고 싶어요

(...)

모니터 화면처럼 깨끗하고 환한 남쪽 하늘 떠올리며

베란다 창문을 열면

별조차 뜨지 않은 흐린 밤하늘이 미끌텅! 들어와요

그러곤 하얀 백지 앞에 무릎 꿇은 나에게

무엇을 그토록 간구했느냐 묻습니다

음악이 스르르 꺼지는 시간입니다

 

 

여태 내가 사는 이곳과 서울을 왔다갔다 했는데 결국 사람 없는 쪽으로 내려갔고 흑역사 가득 담긴 서울은 별로 가고 싶지 않다 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전남친과 같이 영화 본 데라던가(거기서 전남친이 갑자기 어머니와 페미니즘에 대해 고래고래 욕하는 바람에 추호도 좋은 기억은 없다;) 가보고 싶은데 시인은 얼마나 고향이 가고 싶을지 나로선 짐작도 하기 어렵다 ㅠ 일단 위의 시들도 그렇고 반복적으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주제로 나오니 시인의 이야기라 생각된다. 그러나 노마드 시대가 된 지금은 이게 오히려 모두의 공통주제가 된 듯도 하고.

어떤 우리들 중에서

 

연극 염쟁이 유씨 보고 나온 일행

대학로 거리를 잠시 배회했다.

지하 이층 어두컴컴한 소극장에서의 죽음 체험한

심각한 표정은 간곳없고 모두 해맑아져 있었다.

살아 있다는 사실이 고맙다고

산다는 게 연극이니 어떻게 사는지가 문제라고,

아니야, 어떻게 죽느냐가 문제다.

(...) 죽음이란 무엇인가, 저자가 누구더라?

셸리 케이건 예일대 철학 교수인데

서울 어느 대학에 왔을 때 보았다며

누군가 아는 체를 한다.

우리 몸이 존재의 전부입니다, 이 화두를 던져놓고

우선 앉아야겠다며 책상 위에 올라앉아

해진 청바지에 헌 운동화 신은 채 다리를 꼬고

아주 어눌한 말씨로 강연하는 그를 보고 놀랐단다.

일부러 초라한 모습을 보인 거야,

평범하고 느리게 사는 법 배워가라고.

(...) 우선 생맥주나 한잔!

몸이 존재하는 한 밥이 먼저야.

 

 

시의 유일한 단점을 말하자면 이 시를 포함해 일부 작품이 너무 일기식으로 편하게 쓴 것 같다는 아쉬움이 든다. 심지어 이 시는 주제도 이 시대에서만 통한다. 하지만 생맥주나 한잔 하자는 구절은 마음에 든다(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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