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는 에코 아저씨. 이런 글도 쓰시나. 재미있고 깜찍하긴 하지만 딱히 '에코' 라고 말하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대신 에우제니오 카르미의 그림이 허전함을 달래준다. 그의 그림에서 딱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엄마. 이런 엄마, 이상하잖아.

 



 아이들은 이 책을 어떻게 받아들이나 모르겠는데, 나로서는 이해 불가.

 언니에게 인형을 빼앗겨 정말 정말 화가 난 소피는 불같이 소리를 지르다가 집을 나가서 몇 시간 놀다 들어온다. 화는 다 풀렸고, 저녁 먹을 준비를 하던 가족들이 반갑게 소피를 맞아준다.

우리나라 엄마 아빠의 상황에 비춰 몇 가지 궁금한 점.

첫째, 아이가 화내다가 집을 나가서 몇 시간 째 안 보이는데, 엄마 아빠는 걱정도 안되나? 맘편히 집에서 밥 하고 웃고 있을 수 있나?

둘째, 아이가 언니에게 양보하기 싫어서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면 엄마가 좋게 타이르는게 아니라 야단치지 않나?

셋째, 아이들은 소피처럼 좀 지나면 그냥 화가 풀리나?

아이를 길러보지 않고서야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음. 하여간 소피의 표정은 무진장 귀엽다.

 

 70년대 생인 나로서도 알 수 없는 옛날 산골짝 마을의 이야기. "세상과 나를 찾아가는 당당한 10대" 라고, 10대를 위한 시리즈를 만든 모양인데, 요즘 10대들이 이런 내용의 책을 좋아할까, 이 책 팔릴까, 염려스럽다. 뭐 내가 걱정할 일이 아니긴 하다만.

 송지연이라는 화가의 그림들이 아주 좋다. 종이 조각을 잘라 붙여서 만들어낸 산, 꽃, 불, 바람 등의 이미지는 정겨우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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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5-09-04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주인 엄마 아녀요, 지구인 엄마여요. ㅎㅎ
글구, 전 그냥 서점서 봤어요.
서점서 보구 괜찮으면 사려고 했는데, 안 사기로 결정.
아, 이런 말 하면 안되는 건가. -_-

sudan 2005-09-04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크큭. 저 엄마 무지하게 마음에 들어요.(웃다가 뒤집어짐)
서재 이미지도.(볼수록 재미있음)

urblue 2005-09-04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취향 특이한 수단님. -_-

sudan 2005-09-04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씨익. 제 취향의 글을 적으시는 분이 그런 말씀을. -_-
이런 엄마, 이상하잖아 → 압권이었어요.

urblue 2005-09-05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취향이었나요? ㅎㅎㅎ

로드무비 2005-09-05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단님과 블루님의 대화를 엿보노라면 아주 즐겁습니다.
수단님, 저도 님 취향에 약간 포함되죠오?^^

질문에 대한 답.
첫째 둘째 질문은 '그럴 수 없다!'
세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그렇다!'
아이들은 단순해서 금방 풀어져요.
눈꼬리에 눈물이 마르기도 전에 웃으면서 엄마에게 안긴다니까요.
마이 도러 경우는 그래요.^^

2005-09-05 1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9-05 1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udan 2005-09-05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흠. 오늘 다른서재에서 urblue님 글씨를 보고야 말았어요.
재미있는 글씨체의 소유자이셨더군요. 씨익.

urblue 2005-09-05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악,이에요, 으악!
재미있는 글씨라뇨.
워낙 악필이라 손에 펜 잡는 것조차도 싫어한다구요. -_-;

sudan 2005-09-05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나. 글씨 때문에 그 페이퍼에 추천 눌렀는데.(웃음 꾹)

urblue 2005-09-05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웃지마요! 흥!
 

살가도 전시회를 다녀온 게 언제더라. 특이하게도 사진을 찍어도 된다 하길래 몇 장 찍었는데 죄다 흔들려서 제대로 볼 만한게 없다. 어쨌거나 기념.

"만일 사람들이 내 사진을 보고 단순히 측은한 감정만을 느낀다면,
나는 사람들에게 이것을 보여주는 방법에 있어서 완전히 실패한 것이다."

 


난민촌


영아의 장례식








난민촌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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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dan 2005-09-04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가도 아저씨, 실패하지 않으셨어요.

히나 2005-09-04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보러가고 싶었는데 이 귀차니즘.. ㅜ.ㅜ

sandcat 2005-09-05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녀오셨어요?
기억할 만한, 당신의 에너지 ^^

마냐 2005-09-12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살가도 전시회 넘 가고 싶었어요. 출국 전에 난리부르스 안 떨었음...아, 이렇게 구경만 해두....미치겠군여.
 



우리나라에서 번역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1권의 "안내서에 대한 안내"를 보면, 이 책의 종류가 얼마나 많은지를 알 수 있다. 라디오 방송용 대본, 책, 오디오 북, 시나리오, 다시 책 등을 낼 때마다 더글라스 애덤스는 기존의 이야기를 축약하거나 비틀거나 완전히 다시 쓰거나 하는 식으로 전혀 새로운 내용을 만들었다고 스스로 고백한다. 따라서 작가가 시나리오를 직접 쓴 영화가 기왕에 나와 있는 책과는 또 다른, 새로운 버전의 <안내서>가 되리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니 소설을 읽은 사람이라도 소설과 비교하지 말고 영화를 영화로만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게다가 이건 '우주적 농담'이다. (말이 그렇지, 실제로는 어디 그런가. 그냥 하는 소리다. ㅎㅎ)

영화가 개봉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마빈의 생긴 모습이 무진장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온 우주를 다 이해하는 두뇌와 진짜 사람 성격(Genuine People Personalities)을 가졌지만 두뇌를 쓸 데도,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도 없는 시니컬하고 불쌍한 마빈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뚱뚱한 것이다. 둥글둥글, 이건 뭐 귀여운 캐릭터 인형 같잖아. 그런데, 극장에서 마빈이 등장한 순간 모든 걸 용서할 수 있었다. 이유는 마빈의 목소리 때문. 러브 액츄얼리에서 바람피던 사장 아저씨, 해리 포터의 스네이프 교수 역을 맡았던 배우 앨런 릭먼의 목소리가 귀엽게 생긴 마빈의 캐릭터와 결합하니 한결 시니컬한 느낌을 준다. 와우, 멋져 마빈! 



이 아저씨 말고도 반가운 얼굴들을 또 볼 수 있다. '하얀 손수건'을 메시아로 섬기면서 절대 코를 풀지 않는 종교의 교주로 등장하는 존 말코비치와 행성 건축가 슬라티바트패스트 역의 빌 나이히. 존 말코비치는 짧은 등장 시간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강력한 카리스마를 선보이고, 빌 나이히는 러브 액츄얼리에서처럼 느물느물하지는 않으나 그냥 얼굴 보는 것만으로도 좋다.



새로운 버전이라 할 만한 영화에서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 '로맨스'다. 영화에서 남녀의 로맨스가 빠지면 안되는 걸까. 이런 황당하고 어이없는 SF에서조차! 이러고 나면 '이 영화는 농담이야' 라고 앞에서 했던 얘기의 힘이 스르르 빠져나가 버린다. 역시 생쥐들의 의견이 옳다. 삶과 우주의 궁극적 의미를 묻는 질문이 "그녀는 과연 내 짝일까 Is she the one?"라니. 웃기네! 

어쨌거나 이 영화가 다른 곳도 아닌 필름 포럼에서 단관 개봉한 건 말도 안되는 처사다. 요즘에 동막골과 박수 외에 별다른 영화도 없는데 개봉관을 전혀 못 잡다니! 이렇게 깜찍하고 귀여운 SF도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려야 한다.

끝내려고 보니 주인공들 얼굴이 없어서, 사진 하나 더. 우주에서 세 번째로 엉터리같은 문학을 자랑하는 보곤족의 캐릭터도 잘 살아 있다. 저 얼굴에도 표정이 드러난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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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09-04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영화 넘 보고픈데......ㅠ.ㅠ

sudan 2005-09-04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케. 이 영화 봅니다.

merced 2005-09-05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봐여.영화보면 마빈 그런대로 어울린다 그랬잖아여. 그런데 그 목소리가 그 배우고 그 배우가 어디 나왔고 하는 건 어떻게 척 아는 걸까? 난 한번도 러브엑추얼리의 그 아저씨가 스네이프라는 걸 못 알아차렸고 (사진을 보고는 어머나, 그렇구나 하고 있음. 마빈 목소리가 너무 귀설지 않더라니. 스네이프였어!!!! 그나저나 스네이프 나쁜 넘, 생각할 수록 나쁜 넘. 이일을 어쩌지.) 빌 나이히는 생각도 안남.

urblue 2005-09-05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erced, 이름 바꿨네. 러브 엑추얼리의 그 아저씨가 스네이프라는 거, 나도 몰랐다. ㅋㅋ 마빈 목소리 듣고 그 아저씨라는 건 금방 알았고, 찾아봤더니 스네이프라더군. 어째서 몰랐을까, 이상할 정도라구. 빌 나이히는 옷 벗고 노래부르던 할아버지잖아! 라디오 방송에서 얘들아 마약 사지 마라, 가수 되면 그냥 준다, 하던. ㅎㅎ

로드무비 2005-09-05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세 사나이 때문에라도 꼭 보고 싶군요.
그리고 전 마빈이 뚱뚱하고 눈이 저렇게 생긴 것이 마음에 드네요, 뭐.^^

숨은아이 2005-09-05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빌 나이히라고 읽는군요. 저 할아버지는 정말 얼굴만 봐도 좋았어요. ^^

urblue 2005-09-05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아이님, 어디서는 '나이히', 또 어디서는 '나이'라고 읽더라구요. (Bill Nighy)
저 할아버지 저도 좋아합니다. ^^

로드무비님, 주인공들은 별로 눈에 안 들어오더라구요. 잘 모르는 사람들인 탓도 있고,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기도 하구요.
뚱뚱한 마빈이 마음에 드는 것은, 혹시 님과 비슷한 몸매여서? =3=3

merced 2005-09-05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느끼한 아저씨였군여. 이 영화에선 참, 시작과 끝의 돌고래송이 좋았어여... 돌고래가 사라진 새로 만들어진 지구의 봉합 부분(에셔의 그림같은)이 가장 보고 싶었는데, 속편이 나올까? 돌고래들이 지구로 돌아온 끝장면으로 봐서는 속편 안 만들 것 같기도 하고.... 자포드의 머리도 좀 뜻밖이었어요... 그죠? 자포드의 머리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지만.

urblue 2005-09-05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포드는, 아무래도 머리가 그냥 두개 달려 있으면 보는 사람들이 거북할까봐 신경쓴 거지 싶은데. 처음에 보고서, 어, 자포드가 멀쩡하네, 했다니까.
속편 만들기는 무리 아닐까. 미국에서도 흥행 실패한 거 같은데. 그래도 상관없다,는 제작자면 또 모르지만.

빅마마 2005-09-14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잘봤습니다 감사합니다^^

urblue 2005-09-14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반갑습니다. ^^
 

 <Why is Sex Fun?>이라는 재밌는 제목을 두고 <섹스의 진화>라니.

여타 포유류는 물론 영장류 내에서도 특이한 성생활을 즐기는 동물, 사람의 성적 특성이 어떻게 진화되어 현재에 이르렀지를 말한다.

여자보다는 남자에 대해 얘기하는 부분이 더 재미있다. 예를 들면, 남자도 여자와 동일하게 유선 조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수유가 가능하단다. 남성 수유의 잠재적 이익(남성의 이익)은 어마어마하고, 오늘날의 인간만큼 남성 수유를 현실화하는데 적합한 종이 없으니 이제야말로 남성 수유를 실현할 때라고 한다. 일단 아기를 낳기는 여성이 낳아도 남성이 수유를 함께 할 수 있다면 진짜 멋질 것 같다!

"남자들이 대체 어디에 쓸모가 있을까 하는 질문이 인류학자들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내에서도 자주 회자되는" 이유를 캐거나 남성의 음경이 실질적 기능 보다는 남성성의 신호 기능을 더 많이 하는게 아닐까 하는 진화론적 물음도 제법 타당해보인다.

<총, 균, 쇠>보다 훨씬 가벼우니(내용도 분량도)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명성을 확인하기 위해서 읽어봐도 좋겠다.

 

 키득키득. 궁금한 건, 이건 가끔 페이퍼를 보면서도 생각했던 건데, 과연 저자가 의도적으로 유머를 구사한 건지, 그냥 쓴 건데 그런 효과를 내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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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5-09-03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의 수유라니 정말 굉장하겠어요. 누군가 제발 진짜 방법을 알아내서 실현이 되었으면.... 그럼 이 세상에 전쟁도 좀 적어지지 않을까? ^^

비로그인 2005-09-03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성수유의 잠재적 이익이라... 뭔지 궁금하네요. 그런데 '그럼 그렇지, 뭔가 실질적 이득이나 있어야 수유라는 것을 하기나 하겠지'란 생각도 드네요. 그나저나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말은 ... 프로락틴이 젖분비 외에 남성의 정낭발육과 관련이 있는 호르몬인데... 그럼 수유할 때마다 발기가 강화...? 된다는 것인지... 그게 잠재적 이익이라고 하던가요? 아, 왜 이렇게 빈정거리게 되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하여튼 모유수유는 고된 작업입니다. 여성에게도 물론이고 남성에게는 더더욱...

비로그인 2005-09-03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인데, 댓글이 그래서 미안혀요.... 저는 사이렌이 둘이나 달려서 늘 질주하는 엠뷸런스처럼 대기상태니, 이렇게 잠깐 들어와 빈정거린 글을 남기면 기분이 혹시 오래 나빠질까봐, 또 댓글을...잘 지내세요, 블루님.

마냐 2005-09-03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오, 진짜 재밌는 제목을 뭣땀시!! 암튼, 진짜 재밌을거 같슴다. 오호호. 남성의 수유는 진짜 마음에 드는 아이디어군여. 바람돌이님 말마따나, 세계평화에도 유용할 것 같슴다.

urblue 2005-09-03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 일단 쉽게 읽힙니다. 뭐 진화론을 쭈욱 설명하는 부분이야 다 따라잡지 못한다고 해도 그냥 사례 중심으로 읽어도 괜찮구요. 가끔 키득키득하게 만들기도 하구요. 저 시리즈 중 다른 것도 사려고 해요.

처음과끝님, 수유에 관해서야 저로서는 할 말이 없네요. 아직 제가 경험해 본 일이 아니라 얼마나 고된 작업인지 알지도 못하고, 뭐 남자나 다를 바가 없지요.
에, 프로락틴이라든가 이런 건 잘 모르겠구요 -_-;, 저자가 말하는 잠재적 이익이란 건 보통은 여성만이 가지게 된다는 아이와의 친밀한 관계라든가 하는 그런 겁니다.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남성보다는 여성이 양육에 더 몰두할 수 밖에 없도록 프로그램되었는데, 그런 진화 과정을 거스를 수 있는 건 인간밖에 없다, 수유는 할 만한 일이다, 뭐 이런거죠.
시간 되시면 직접 읽어보시고 한 말씀 해 주시기를! ^^

바람돌이님, <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에서 마태우스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남자가 임신을 할 수 있었다면 지금처럼 애 낳는게 힘들지는 않았을지도 모르지요. 수유도 마찬가지구요. ^^

urblue 2005-09-03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 다녀가셨네요. ^^
아마 저 제목을 제대로 번역해서 말 만들기가 어렵지 않았을까, 그래서 쉬운 제목으로 바꾼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습니다. ㅎㅎ

sudan 2005-09-03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의 모유 수유는 좀.

클리오 2005-09-03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는 여자가 낳고 남자가 모유('부유'가 되는건가요? ^^) 수유를 할 수 있게 된다면, 남녀간의 육아책임 비중이 조금은 바뀔 것 같습니다. 혹시 그렇다면 이제는 정말로, 모유보다 더 좋은 분유가 나올까요? ^^

urblue 2005-09-03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 그럴수도 있겠군요. 혹시라도 그러면 여자들이 캠페인이라도 벌여야죠, 아무리 그래봐야 '부유(?)'가 몸에 좋습니다, 부유를 먹입시다, 라고. ㅋㅋ

수단님, 왜요? 전 좋을 것 같은데. ^^
 

술을 마시지 않게 된 건 5년쯤 전이다.

학교 다닐 때는 술을 제법 마셨다. 과에서는 물론이고 동아리에서도 늘상 술을 끼고 살았고, 학교 앞에서 자취를 했던 탓에 저녁이든 밤이든 새벽이든 가리지 않고 부름을 받았으니. 누가 시비를 걸면 참지 못하고 같이 마셔주어야했고, 비라도 올라치면 당연히 수업을 제끼고라도 또 마셔야했다. 이 세상에서 학생들만큼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들도 없을거다, 그렇게 생각했다.

직장엘 들어가서 그런 생각이 오산이었음을 알았다. 1월 2일을 시작으로 연일 벌어지는 회식에 일일이 쫓아다니는 것도 장난이 아니었다. 팀 모임, 부서 모임, 입사 동기 모임, 선후배 모임, 동문회 모임 등등... 맥주로 시작해 소주, 폭탄주, 다시 맥주 혹은 소주로 이어지는 술판이 거의 일주일에 4~5일. 아, 학생들이 마시는 술은 술도 아니었던 것이다! 도대체 그 돈이 다 어디서 나오는지 (내가 술값 낸 적이 없으니), 그렇게 술을 퍼마시고 새벽에 귀가해서 다음날 9시에 출근하고 일은 어떻게 하는지 (나는 신입이었으니) 궁금하여라.

2~3년쯤 열나게 술을 마셔댔다. 그러다 어느 순간, 술이 맛이 없어졌다. 그 전에는 술맛을 알고 먹었냐고? 설마. 가끔은 맛있기도 했지만 매일 마시고 괴로워하기 바쁜데 무슨 수로 술맛을 느끼겠는가. 어쨌거나. 술이 맛이 없다고 느끼기 시작한 후로 안 마셨다. 회식 자리에서는 물론이고 친구들을 만나도 과나 동아리 모임이 있어도 맥주만 조금씩 홀짝거릴 뿐이었다. 내가 어떻게 술을 마셨는지 뻔히 보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너 왜 그래? 평소 하던대로 하지?' 등 코웃음이 날아왔지만 꿋꿋하게 버텨냈다. 아닌 건 아닌거거든. 기어코 나한테 술을 주겠다고 덤비던 옆 팀 과장은 내 옆자리에서 한 5분 쯤 서 있다 결국은 그냥 돌아서기도 했다. 술을 안 마시겠다면 그러냐고 넘어가면 좋을텐데 왜들 기어코 먹이려는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내가 술을 마시는 횟수는 일년에 서너번쯤. 간혹 회가 동해서 맥주 서너병씩 마셔줄 때도 있지만 거의 한병에서 끝난다. 소주와 양주는 절대 사양. 확실히, 주량은 마시면 늘고 안 마시면 준다. 이제는 맥주 한병으로도 알딸딸한 취기를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ㅎㅎ

술 끊어서 좋은 점은, 술 대신 맛있는 거 찾아서 먹게 된다는 거. 돈도 덜 들고, 집에 일찍 들어가고, 몸도 안 망가진다.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건 20대 초반. MT가서, 초롱초롱 별이 가득한 밤하늘 아래에서 과 친구한테 배웠나보다. 하루에 대여섯 개비 정도로 많이 피우는 편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꽤 긴 시간을 담배와 함께 지낸 셈이다. 술은 끊었으니 담배는 안 끊는다, 가 내 주장이었다. 건강을 생각하면 반대로 해야 한다지만, 담배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끊을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해서 굳이 끊을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게다가 담배가 주는 위안을 포기하고 싶지도 않았고.

서른이 넘으면서 몸이 내 맘같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면서 담배를 끊을까, 살짝 생각해봤다. 그래봤자 진지한 고민 수준도 아니었는데, 문득 담배 끊기가, 내가 자신했던 것처럼 쉬운 일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염려가 드는 것이다. 나 중독이야? 설마.

결정적으로 결심을 하게 된 건 아침에 일어나기가 너무 힘들었기 때문. 8시 10분에는 집에서 나가야 지각을 하지 않는데 매일 7시 40분이 넘도록 일어나지 못해 용을 쓰다가 결국은 항상 10~20분씩 늦었던 것이다. 지각이 크게 문제가 되었던 건 아니고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내가 답답했다.

에잇, 이까짓 담배 끊는다. 지난 유월 초에 그렇게 선언했다. 당장 끊어지더냐고? 무, 물론 그건 아니고. -_- 끊겠다고 말하고는 한갑 더 샀다. 그리고는 끝.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스스로도 신기하게 여기고 있는데, 이게 마지막이야, 이러고서 한갑을 다 피웠더니 담배 생각이 연기처럼 스르르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 후 두어번 친구들을 만날 때 어떤가하고 담배를 피워 봤다. 다시 피우고 싶어서가 절대 아니고! 테스트, 테스트. 결과는, 콜록거리다 꺼버렸다. 술과 마찬가지로 마치 처음부터 담배를 피우지 않았던 것 같은 느낌. 음. 놀라운 이내 적응력.

담배를 끊고 나서 달라진 점은,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는 것. 6시 반이면 일어나서 간단하게 체조하고 아침 챙겨먹고 출근해도 회사 가면 30분 쯤 시간이 남는다. 커피 한 잔 타 놓고 지하철에서 읽던 책을 좀 더 읽는 그 시간이 무척 좋다. 그리고, 쉬는 날 이 시간에 일어나 앉아 있다는 걸 예전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기본 12시까지는 내처 자기만 했으니까. 지금은 토요일이건 일요일이건 8시 전에 잠이 깬다. 하루가 무척 길다.

작년엔 차로 출퇴근하기를 그만두고 지하철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벌써 일년이 훌쩍 넘었다. 처음엔 걷기가 싫어서 아침마다 차를 가져갈까 말까 고민해야 했지만 딱 한 달 뿐이더라.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게 훨씬 낫다.

또 뭘 끊었더라. 아, TV. 이것도 안 본지 일년 쯤. 가끔 좋은 프로그램은 보고 싶을 때가 있는데, 이젠 TV를 보는 것 자체가 짜증이라 집중이 잘 안 된다. 그래서 조금 보다가 그냥 꺼버린다. 음.

뭔가를 끊는 거, 생각보다 쉽고 없다고 아쉽지도 않다. 오히려 생활이 간소해지는 느낌이 든다. 이러다가 '끊기 중독'이 되는 건 아닌지. 다음은 이, 인터넷?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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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 책 2005-09-03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넷만은 아니되옵니다~~^^

인터라겐 2005-09-03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대단하세요.. 울 남편도 담배 끊어 버린다고 맨날 큰소리만 떵떵하는데 ...
일단은 정말 잘하셨다고 박수 보내드립니다요...

지도 어쩔땐 인터넷 끊어 버리고 싶을때 있어요...ㅎㅎㅎ

바람돌이 2005-09-03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생각보다 독한분? ㅋㅋ
남들이 이런 것 다 끊을려고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아세요? 대단 대단!!
글구 인터넷도 다 끊고 기냥 알라딘만 하세요. ^^

urblue 2005-09-03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Daydreamer님, 인터넷은 끊기가 훨씬 어려울 것 같습니다. ㅎㅎ

인터라겐님, 헷, 저도 잘 한 거 같어요. (삐질삐질)

urblue 2005-09-03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예전에 저희 아빠가 담배 끊는 남자 만나지 말라고 하셨었거든요. 독한 사람이라구. ㅋㅋ 근데 제 애인도 담배 끊었다네요.
알라딘은 진짜루 끊기 어렵지요. ^^

로드무비 2005-09-03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저도 끊지 말고 계속 옆에 붙여주세요.^^
(절대 안 될 것 같았던 게 어느 날 너무 쉽게 정리가 되는 거,
인생의 오묘한 부분 중 하나지요.)

urblue 2005-09-03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그렇게 쉬울 줄 누가 알았겠어요. 역시, 님의 말씀 한 줄로 정리가 되는군요! 멋져요, 로드무비님!
글구, 님이야말로 저 끊지 마셔요. ㅎㅎ

chika 2005-09-03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은 알라딘 서재랑 접착제로 붙어있어서 안끊어져요. ㅎㅎ

chika 2005-09-03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행여 접착력을 의심하신다면....
접착제가 떼어질때쯤 서재지기들이 몰려와서 침 왕창 바르고 다시 붙여놓을꺼예요. 걱정마세요. ㅎㅎ

야클 2005-09-03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뭐를 끊어야지....하면 너무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그냥 조금 줄이는 편입니다.

그래도..술은 어렵던데요? -_-a


미완성 2005-09-03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세상에...그 맛있는 술을....! (__)
님에 비하면 전 완존히 접착제 인생이어요. 부끄부끄;

마냐 2005-09-03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만 끊지 않는다면이얏...호호호.

술을 끊을 수 있을까....이 열악한 환경에서 블루님처럼 '독하게' 버틸 수 있을까. 감히 생각도 못해봤고, 가끔은 좋아라하기 땜시 못끊겠슴다.

담배, 뭐 한달열흘동안 1개피 피웠으니, 이쯤은 봐줘야 하는게 아닌가 싶슴다..ㅋㅋㅋ

울보 2005-09-03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옆지기는 그 몸에 안좋은 담배를 왜 아직도 같이 안고 살고 있는지,,
잘하셨어요,그런데 인터넷도 끝으신다구요,,안돼요,

stella.K 2005-09-03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배가 해롭지만 않다면 끊을거 고민할 필요없을텐데...담배의 원료가 몸에 좋은 한약재로 만들어서 오히려 피우면 피울수록 몸이 더 좋아지는, 뭐 그런 거 좀 안 나올까요? 그러면 나도 담배연기 쭉~멋있게 피워올릴 수가 있는데...ㅋㅋ.
저는 담배를 원래 못 피웁니다. 길거리에서 누가 담배를 피우면 째려보죠. 간접흡연 시킨다고. 가까이도 가지 않죠. 잘 끊으셨습니다. 이제 블루님과 제가 한층 더 가까워진 것 같군요. ㅋㅋ.

urblue 2005-09-03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 아, 아뇨, 인터넷 못 끊지요. 그럼요. ^

마냐님, 전 '독하게' 버틴게 아니라 그냥 어느날 스르르 욕구가 없어진 것 뿐인데요. ^^;; 즐길 수 있다면야 술이든 담배든 굳이 끊을 필요 없다고 지금도 생각하긴 합니다. 끊지 마셔요. ㅎㅎ

사과님, 전 술이 맛이 없어요. ㅠ.ㅜ 다른 이유가 아니라, 정말 맛이 없어서 못 먹겠어요.

야클님, 제가 아는 사람은 담배 끊으려다가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그냥 담배 피우라고 하더랍니다. 스트레스 받을 바엔 아예 끊을 생각을 안 하는게 낫겠죠? ^^a

치카님, 오호~ 접착제라구요? 맞습니다,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

urblue 2005-09-03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그렇군요. 한층 더 가까워진 거 맞는 것 같습니다. ^^
근데 뭐 담배가 꼭 암을 유발한다거나 이런 것도 아니라고 하니까...에... ('' ) ( ..)

stella.K 2005-09-03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가요? 새로운 학설이네요. 우린 이제까지 그렇게 알고 있었잖아요. 음...

sudan 2005-09-03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말씀하셨던 생활의 간소. 좋군요.
생활의 단순함은 사고의 깊이와 정비례한다던데요? ^^

sooninara 2005-09-03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만은 끊지마시길..ㅋㅋ
술,담배를 끊으시다니 존경..전 맥주 한잔 생각나면 마시는데..
울남편은 술독에 빠져서 살지만..담배를 안피어서인지 그나마 버티던걸요?

비로그인 2005-09-03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 비슷한 면이 많으시네요. 특히 텔레비전까지..
결심 따윈 필요없이 그냥 땡기지 않으면 그 날부터 금연이 시작되더라구요..
근데 술 마시다 탁자 위에 담배가 있으면 손이 가요..요 놈아, 내 입술이 그립지 않았느뇨..낼름 그 자리에서 줄담배! (도루묵..)

클리오 2005-09-03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담배도 안피우는데 왜 아침에 못일어나는거죠? ^^ 저도 술자리에서만큼은 담배 무지 땡깁니다.. 흐흐..

urblue 2005-09-03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을 권해드립니다. 한번 읽어보시길. ^^

수단님, 생활이 단순할수록 사고도 단순해지는거죠? -_-

수니나라님, 그게요, 맥주 한잔 생각이 안난다는게 문제죠. 사실은 친구들이 싫어합니다. 같이 술 안 마셔준다고. 흑.
술이랑 담배랑 같이 하는게 가장 나쁜 건 맞는 것 같습니다. 다들 술 마시면서 담배를 안 피우면 훨씬 덜 힘들다고 해요. ^^

복돌이님, ㅎㅎㅎ 뭐 그럴 때는 그냥 피우시면 되죠.

클리오님, 저녁에 일찍 주무세요! =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