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는 에코 아저씨. 이런 글도 쓰시나. 재미있고 깜찍하긴 하지만 딱히 '에코' 라고 말하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대신 에우제니오 카르미의 그림이 허전함을 달래준다. 그의 그림에서 딱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엄마. 이런 엄마, 이상하잖아.
아이들은 이 책을 어떻게 받아들이나 모르겠는데, 나로서는 이해 불가.
언니에게 인형을 빼앗겨 정말 정말 화가 난 소피는 불같이 소리를 지르다가 집을 나가서 몇 시간 놀다 들어온다. 화는 다 풀렸고, 저녁 먹을 준비를 하던 가족들이 반갑게 소피를 맞아준다.
우리나라 엄마 아빠의 상황에 비춰 몇 가지 궁금한 점.
첫째, 아이가 화내다가 집을 나가서 몇 시간 째 안 보이는데, 엄마 아빠는 걱정도 안되나? 맘편히 집에서 밥 하고 웃고 있을 수 있나?
둘째, 아이가 언니에게 양보하기 싫어서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면 엄마가 좋게 타이르는게 아니라 야단치지 않나?
셋째, 아이들은 소피처럼 좀 지나면 그냥 화가 풀리나?
아이를 길러보지 않고서야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음. 하여간 소피의 표정은 무진장 귀엽다.
70년대 생인 나로서도 알 수 없는 옛날 산골짝 마을의 이야기. "세상과 나를 찾아가는 당당한 10대" 라고, 10대를 위한 시리즈를 만든 모양인데, 요즘 10대들이 이런 내용의 책을 좋아할까, 이 책 팔릴까, 염려스럽다. 뭐 내가 걱정할 일이 아니긴 하다만.
송지연이라는 화가의 그림들이 아주 좋다. 종이 조각을 잘라 붙여서 만들어낸 산, 꽃, 불, 바람 등의 이미지는 정겨우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