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이니까 오늘은 가볍게 걷기 운동만 하죠. 그녀는 러닝머신 위에 올라갔다. 이 버튼을 누르면 점점 속도가 빨라집니다. 그녀는 러닝머신이 돌아가는 속도에 맞춰 걸었다. 헬스클럽의 전면은 통유리여서, 운동을 하면서 밖을 볼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가게들이 간판 불을 밝히고 가로등이 켜졌다. 밖이 어두워질수록 유리에 비친 그녀의 실루엣은 점점 선명해졌다. 유리에 비친 그녀의 실루엣 너머로 건너편 도로에 있는 가로수가 보였다. 그녀의 가슴에 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는 듯했다. 그녀는 속도를 조금 높였다. 몸을 조금 움직여 실루엣 안에 가로등이 들어오도록 했다. 가로등은 그녀의 왼쪽 가슴에 빛났다. 마치 심장이 뛰듯. 그녀는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심호흡을 한번 하고, 그녀는 천천히 뛰기 시작했다.

― 『레고로 만든 집』, 「그림자들」, 윤성희, 150쪽

허공을 향해 손을 뻗어보았다. 그리고 할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와 악수를 하는 시늉을 했다. 반갑습니다. 반가워요. 알맞게 촉촉하고, 알맞게 따뜻한 손이 내 손을 맞잡았다. 아, 할머니도 이 사람과 악수를 나누었구나. 나는 아주 오랫동안, 그 사람과 악수를 했다. 그러고는 친구의 어깨를 두들겨주듯 의자를 두드리며 중얼거렸다. 그래, 그래. 의자는, 미끄럼틀은, 그네는, 그리고 바닥에 묻힌 동전들은, 내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 『레고로 만든 집』, 「악수」, 윤성희, 126쪽




  윤성희 작가의 첫 소설집. 소설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문단들이 가슴에 남는다. 왠지 아릿하면서 외로운 감정이 든다. 그러면서 위안이 되는 묘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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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i 2007-07-29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체로 첫문장을 더 열심히 보게 되요. 병적으로.
작가의 <감기> 리뷰를 쓸까말까 하던 참이었는데, 괜히 반갑네요^^

twinpix 2007-07-29 11:59   좋아요 0 | URL
집에 『거기, 당신』 책이 있는데, 작가의 두번째 책을 읽기 전에 첫번째 책을 읽었어요. 지금 다시 첫 문장들을 살펴보니 예사롭지 않네요. 이야기의 중심적인 문장들이 제시되어 있었네요. 혹은 마지막과 연결되는 문장들. 이제는 『거기, 당신』을 읽어볼 차례죠. 『감기』까지 읽으려면 시간이 걸릴 듯해요. 좋은 리뷰 기대할게요.^^

비로그인 2007-07-29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윽.
트윈픽스님때문에 급 관심! ^^

twinpix 2007-07-29 12:01   좋아요 0 | URL
윤성희 작가는 잔잔한 매력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주위에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고요. 더 읽어봐야죠. 책도 3권 밖에 안 되는만큼 작가의 모든 책을 읽기가 어렵지 않을 것 같아서 읽고 있어요.^^/
 



http://www.munjang.or.kr/mai_multi/djh/main.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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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teen.munjang.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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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의 인터넷 문학 도시 《문장》의 홍보 포스터들입니다.
이번에 이벤트를 하기에 참여해봤습니다.
다양한 문학 뉴스들이 링크되어 있고, 좋은 문장이나 시도 소개 받을 수 있고,
문장 웹진에서는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인터넷에서 직접 읽을 수 있는 사이트입니다.
또 문장공모 마당에서는 시, 소설, 산문, 장르 등 다양한 분야에 글을 응모할 수 있습니다.
주간 장원, 월간 장원, 연간 장원 등을 뽑아 감상평과 함께 책 등의 선물을 받을 수 있고요.
각종 문예지에서 발표된 작품들 중 우수작을 뽑은 문예지우수작품들을 읽을 수도 있습니다.
또 〈문장의 소리〉라고 문학 라디오 방송도 들을 수 있죠.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로 자주 들리는데, 매번 변화하는 모습이 멋진 것 같군요.
혹시 모르시는 분들에게 좋은 소개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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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또 읽고

  김연수의 소설 『사랑이라니, 선영아』는 의도적으로 낯선 어휘가 많이 들어간 소설이다. 물론 작가가 우리말을 살리는 것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읽기가 힘들 정도로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보단 많은 소설에 조금씩 사용해서 친숙하게 다가가는 게 좋다는 생각도 든다. 해설에서도 일부분은 어휘 용례 사전처럼 보이는 부분, 또 어휘도상학적으로 보이는 문체 실험 등을 말하고 있다. 그만큼 문체나 단어가 실험적이며 독특하다. 나오는 단어들은 우리말이나 혹은 북한어들이다. 읽으면서 몰랐던 단어들을 체크하여 네이버 국어사전(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았다. 서재에 옮겨둔다.

고자누룩하다 [---루카-]
[형용사]
1 한참 떠들썩하다가 조용하다.
  옆집이 새벽까지 장터처럼 시끌벅적하더니 이제는 고자누룩하구나.
2 몹시 괴롭고 답답하던 병세가 조금 가라앉은 듯하다. 
 환자가 잠든 걸 보니, 통증이 다소 고자누룩하게 된 모양이다.  
 
보깨다 
활용〔보깨어(보깨), 보깨니〕
[동사]『…이』
1 먹은 것이 소화가 잘 안 되어 속이 답답하고 거북하게 느껴지다.
  어제 저녁 내내 속이 보깨어 혼났다.
 “괜찮습니다. 아침에 무어 좀 먹은 것이 보깨는 듯합니다” 하고 얼른 변명을 한다.≪박종화, 임진왜란≫
2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마음이 번거롭거나 불편하게 되다.
 지금 하는 일에 마음이 보깨어 다른 일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
 비행기 소리에 선잠이 깨어서 자리 속에서 혼자 마음이 보깰 제면 곧 미쳐 뛰어나갈 것 같은 때도 한두 번이 아니지마는….≪염상섭, 취우≫ 
 
아령칙하다 [--치카-]
[형용사] 기억이나 형상 따위가 긴가민가하여 또렷하지 아니하다.

시난고난 
[부사]병이 심하지는 않으면서 오래 앓는 모양.
할머니가 평생을 시난고난 앓아서 어머니의 고생이 말이 아니었다. 
시난고난하다
[동사]⇒시난고난.
늘 아프고 쑤셔 하더니 삼 년이나 더 살았을까, 시난고난하다 이름도 모를 병으로 죽어 버렸다.≪이문구, 장한몽≫

얼망얼망 
[부사][방언]‘어른어른’의 방언(제주). 

매초롬하다
[형용사]젊고 건강하여 아름다운 태가 있다.
얼굴이 매초롬하다
하얗게 서리가 얼어붙은 보리밭에 매초롬한 꽁지를 까닥거리며 흩어져 있던 까마귀들이 한꺼번에 날아올랐다.≪박경리, 토지≫

기연미연 其然未然
[부사] =기연가미연가.
기세등등하던 그 일당도 점점 기세가 죽어서 기연미연 없어져 버렸다. 
기연미연하다
[형용사]『 …이』『 -ㄴ지』⇒ 기연미연.
아비에 대한 두려움의 꼬리 부분이 아직은 약간 남아 있는 상태라서 정옥이는 기연미연한 시선으로 아비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윤흥길, 완장≫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정확한 것인지 기연미연해서 말을 꺼내지 않았다.

시쁘다 
활용〔시뻐, 시쁘니〕
[형용사]
1 『…이』마음에 차지 아니하여 시들하다.
 시쁜 웃음
 어린 남편을 가진 것이 마음을 시쁘게 하였다.≪이기영, 봄≫ 
2 껄렁하여 대수롭지 않다.
 그런 시쁜 일에는 끼어들지 않겠어. 

어섯눈 
발음〔-선-〕
[명사]사물의 한 부분 정도를 볼 수 있는 눈이라는 뜻으로, 지능이 생겨 사물의 대강을 이해하게 된 눈을 이르는 말.
어섯눈이 뜨면서부터 칠보는 그 소리에서 아픔을 느끼기 시작했다.≪한승원, 해일≫ 

트레바리 
[명사]이유 없이 남의 말에 반대하기를 좋아하는 성격. 또는 그런 성격을 지닌 사람. 【←틀-+-에+-바리】 

시틋하다 [시트타-]
[형용사]『…이』
1 마음이 내키지 아니하여 시들하다. ‘시뜻하다’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2 『-기가』어떤 일에 물리거나 지루하여져서 조금 싫증이 난 기색이 있다. ‘시뜻하다’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연일 거듭되는 회의가 그저 시틋할 뿐이었다.
 숙모의 질펀한 울음 속에서 나는 이런저런 우리 집안의 시틋한 과거를 떠올리며 서리 철의 뱀처럼 서러움을 깨물고 있었다.≪김원일, 노을≫
 저도 이제는 기생 노릇 하기가 시틋합니다.≪박종화, 전야≫

재재 
[부사]조금 수다스럽게 재잘거리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재재거리다
[동사]조금 수다스럽게 자꾸 재잘거리다. ≒재재대다.
 여러 방과 복도에서 웃음소리에 섞여 여학생들의 재재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황석영, 섬섬옥수≫
 아이들은 선생님이 들어서는 것을 보고 참새 모인 대숲에 새매가 지나간 것처럼 재재거리던 소리를 뚝 그치고 제각기 천연스럽게 고개를 바로 갖는다.≪채만식, 탁류≫

두릿두릿하다 
[형용사][북한어]‘두리두리하다’의 북한어.
두릿두릿한 눈. 
두리두리 
[부사]둥글고 커서 시원하고 보기 좋은 모양.
두리두리 잘생긴 청년.
두리두리하다
[형용사] ⇒두리두리.
 청년의 얼굴이 두리두리하고 눈빛이 빛난다.
 그는 눈이 맑고 두리두리하게 생겼다.
 한가운데는 두리두리하게 석축을 하여 놓은 봉화대가 있었다.≪한승원, 해일≫

친친하다
[형용사]축축하고 끈끈하여 불쾌한 느낌이 있다.
 눈에 눈물이 친친하게 고이다
 웃옷을 벗는데 땀이 어떻게 흘렀는지 속옷에서 웃옷에까지 친친하게 배어 나와 옷고름을 끄르는 대로 김이 물씬물씬 올라왔다.≪현진건, 무영탑≫
 그 다락에서 한낮의 열기와 먼지와 낡은 생각에 묻혀 잠들자면 유월의 찌든 바람이 친친한 하수구를 코에다 몰아 준다.≪이영치, 흐린 날 황야에서≫

서풋 
발음〔-푿〕
[부사]소리가 거의 나지 아니할 정도로 발을 거볍게 얼른 내디디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서붓’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서풋이.  
서풋거리다 [-푿꺼--]
[동사]소리가 거의 나지 아니할 정도로 매우 거볍고 부드럽게 발을 내디디며 걷다. ‘서붓거리다’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서풋대다. 
서풋대다 [-푿때-]
[동사]=서풋거리다. 

야즐거리다 
[동사][북한어]말이나 행동을 밉살스럽게 이리저리 빈정대다. ≒야즐대다. 

태깔스럽다 態----
발음〔태ː---따〕
활용〔-스러워, -스러우니〕
[형용사]교만한 태도가 있다. 

강종거리다
[동사][북한어] 짧은 다리를 모으고 귀엽게 자꾸 솟구쳐 뛰다. ≒강종대다.

조련찮다 
발음〔--찬타〕
활용〔조련찮아[--차나], 조련찮으니[--차느-], 조련찮소[--찬쏘]〕
[형용사]만만할 정도로 헐하거나 쉽지 아니하다.
 한데 그 도면을 일일이 돈을 주고 그리자면 그 비용만도 조련찮을 것이어서 아버지는 상도더러 그리라고 시켰다.≪한설야, 탑≫

희끈 
[Ⅰ]‘희끈거리다’의 어근.
[Ⅱ][부사][북한어]현기증이 나서 몹시 어지럽고 까무러칠 듯한 모양. 
희끈거리다 [히----]
[동사]『…이』현기증이 나서 자꾸 어지럽고 까무러칠 듯하게 되다. ≒희끈대다.
 며칠을 굶었더니 머리가 희끈거리고 힘이 없다.

새살 
[Ⅰ]‘새살거리다’의 어근.
[Ⅱ][명사]
1 [방언]다른 사람에게 잔소리를 하거나, 어떤 사정을 길게 늘어놓는 일(전북, 평안).
2 [북한어]샐샐 웃으면서 가볍게 자꾸 지껄이는 짓. 
새살거리다
[동사]샐샐 웃으면서 재미있게 자꾸 지껄이다. ≒새살대다.
 손녀딸이 새살거리는 소리에 절로 웃음이 나온다.

괴란쩍다 愧赧▼--
발음〔괴ː--따/궤ː--따〕
활용〔-쩍어, -쩍으니〕
[형용사]『 …이』『 -기가』『 -기에』 얼굴이 붉어지도록 부끄러운 느낌이 있다.
 한 입 두 입 건너는 동안에 터무니없는 귀가 달리고 발이 붙어서 소문은 별별 괴란쩍고 망측스러운 형상을 갖추게 되었다.≪현진건, 무영탑≫
 형은 입에 담기가 괴란쩍은 말을 서슴없이 했다.
 상스러운 소리를 붙여 가며 옥주 여사를 마치 무슨 뚜쟁이 짓이나 하는 것처럼 몰아붙이는 것이 듣기에 괴란쩍어서 한마디 대거리를 하였다.≪염상섭, 대를 물려서≫

쑤알 
[부사][북한어]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조금 세게 얼핏 이야기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쑤알거리다
[동사][북한어]
1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조금 세게 자꾸 이야기하다. ≒쑤알대다.
  녀직공들은 마치 여울물에 떼로 몰린 물고기처럼 근감하게 쑤알거렸다.≪고향, 선대≫
2 시냇물이 잇따라 조금 세게 흐르는 소리가 나다. ≒쑤알대다. 

허룽거리다
[동사]말이나 행동을 다부지게 하지 못하고 실없이 자꾸 가볍고 들뜨게 하다. ≒허룽대다.

서낙하다 [-나카-]
[형용사]장난이 심하고 하는 짓이 극성맞다.

부르대다 
활용〔-대어(-대), -대니〕
[동사]남을 나무라기나 하는 듯이 거친 말로 야단스럽게 떠들어 대다. 

재깔거리다
[동사]나직한 소리로 조금 떠들썩하게 자꾸 이야기하다. ≒재깔대다.
 제발 좀 재깔거리지 말고 입 좀 다물고 있어라.
 그 종달새 모양으로 재깔거리는 말씨는 잡것을 물리치는 진언과 같았다.≪현진건, 적도≫

떠죽거리다 [--꺼--]
[동사]
1 잘난 체하고 되지 못한 소리로 자꾸 지껄이다. ≒떠죽대다.
 준구가 그의 끝말은 들은 척도 않고 책을 든 채 바싹 다가앉으며 떠죽거렸다.≪이영치, 흐린 날 황야에서≫ 
2 싫은 체하며 자꾸 사양하다. ≒떠죽대다.
 그는 배가 고파 보였으나 계속 떠죽거렸다. 

고리삭다 
발음〔---따〕
활용〔-삭아, -삭으니, -삭는[상-]〕
[형용사] 젊은이다운 활발한 기상이 없고 하는 짓이 늙은이 같다.
 여태 연애 한 번 못해 보다니 천생 고리삭은 샌님이군. 

어리숭하다
[형용사]
1 『…이』『-ㄴ지가』=얼쑹하다.
 작자에게 말은 그렇게 하였지만, 지섭 자신도 실상은 모든 일이 너무 어리숭하게만 느껴지고 있었다.≪이청준, 춤추는 사제≫
 그가 그 일을 했는지가 어리숭하다. 
2 보기에 어리석은 듯하다. ≒얼쑹하다.
  그는 어리숭해 보이지만 제 실속은 꼭 챙기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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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7-27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이거 읽으려고 했는데 어떤가요?
리뷰도 올려주시나요? 궁금 :)

twinpix 2007-07-29 12:02   좋아요 0 | URL
전체적으로 읽기 좋은 가벼운 소설이었어요. 문체도 경쾌하고 분량도 무척 짧아서 단숨에 몇 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는 책. 작가가 쉬어가는 소설로 쓴 경장편이라고 밝히고 있고, 또 팬이 있다면 팬들에게 주는 특별판 소설이라고 하더군요. 그만큼 쉽게 읽히고 또 평가도 많이 갈릴 수 있는 소설인 것 같습니다. 저도 빠르게 주고 받는 대사들이나 쿨한 사랑의 대한 사고 등을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지만 너무 금세 지나와버린 탓인지 어떤 식으로 리뷰를 적어야 할지는 모르겠는 소설이라 따로 리뷰는 적지 못할 듯해요.'ㅁ' 다른 김연수 작가의 소설들은 또 달라지겠죠. :D

비로그인 2007-07-28 0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20~30년대에 나온 소설중에는 저런 말들이 많이 나오곤 하죠.
그리고 저희 어머니께서 쓰시는 말들도 꽤 있네요.
낯설지 않음은 제가 나이가 들었다는 뜻이 되나요?

twinpix 2007-07-28 11:42   좋아요 0 | URL
^^ 글쎄요. 제가 아는 단어수가 많지 않음도 한 몫을 하겠죠. 이 책 덕분에 좋은 단어들을 많이 알게 된 것 같아요. ㅇ_ㅇ 제 것으로 만들고 싶어서 옮겨두었죠.^^
 

1. 어렸을 땐, 아마 내 사전에 '우울증'이라는 말은 없었을 것이다. 지금도 없지만, 왠지 억지로 만들려는 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남들이 다 하니까, 왠지 나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 정상이란 다수의 개념이고, 나도 그 다수에 포함되고 싶은 심리가 아닐까. 현대인에게 우울증은 감기와도 같이 시도때도 없이 걸리는 것. 항상 매사에 긍정적으로 행복하고 싶다. 물론 멍해 있기보다 정신 바짝 차리고 세상을 직시하고 싶다. 우울하지 않다. 우울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다. 비만도 감기처럼 전염이 된다는 데 우울함은 더욱 그럴 것이다. 삶이 고달프거나 힘든 것 역시, TV로, 인터넷으로 실시간으로 전염되는 것만 같다. 휩쓸리지 말고 나만의 잣대를 가져야 하는데, 아직 잣대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우울한 뉴스가 많다. 홀로 남은 기숙사 방이 왠지 더 불안한 느낌을 준다. 비가 오지 않는 것이 괜스레 원망스럽다. 일요일엔 친구들을 만난다. 조금 숨통이 트일 것이다.

2. 때론 핸드폰이 없었던 시대가 좋았을 것 같기도 한데. 나만 그런가?

3. 날아라! 슛돌이는 일주일의 활력소. 이번 주 방송에서는 중계진이 열악한 방송 환경 상, 근처 편의점에서 빌린 파라솔에 의지하여 중계를 했다. 유상철 감독은 우비도 입지 않고 슛돌이들과 함께 비를 맞으며 경기에 임했는데, 심민 매니저가 감독님을 챙긴다고 편의점에서 파라솔을 챙겨왔다. 들리는 목소리. "또 써!" "전 매니저예욧!" 아, 심민 매니저 정말 오늘 방송에서 귀엽고 예뻤다. 경기 내내 감독님을 위해 파라솔을 들어주었다.(남자인 이정 코치는 뭐하는 거야. 궁시렁.) 그러면서 매일 마이크를 드는 스탭과 카메라 감독님이 힘드시겠다는 심민 매니저. 아, 팬 되겠다.

4. 국내 라이트 노벨인 『미얄의 추천』이 왔다. 일단, 평은 대체로 호평이기 때문에 기대가 된다. 책을 펼치다가 깜짝 놀랐다. 낙서가 된 줄 알았는데, 작가 사인본이었다. 작가가 나처럼 악필이다. 왠지 반갑다.

5. 이번 주도 끝나간다. 다음 주만 보내면 조금 쉴 수 있다. 읽고, 쓰고. 그래야지.

6. 벌써 11시. 자야겠다. 누워서 책보다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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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07-27 0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울증은 없는게 당연히 좋은게 아닐까 싶습니다.
트랜드 유행이라고 하기엔 너무 치명적이잖아요.^^

twinpix 2007-07-27 22:06   좋아요 0 | URL
그렇죠. 트렌드 유행이라고 하기엔 역시 치명적.^^;;; 우울증이든 조울증이든 아무튼 다들 없는 게 좋을 텐데, 요즘엔 점점 퍼지는 듯한 느낌만 들어요. 'ㅁ';

비로그인 2007-07-27 0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을 기다리시는군요.
저는 주말이 지나기를 기다립니다.

twinpix 2007-07-27 22:07   좋아요 0 | URL
앗, 그런가요? 전 지금 집에 와서 좋습니다. 이렇게 주말마다 집에 올라오기 때문에 평일에는 항상 주말만 바라보며 사는 삶이죠. 'ㅁ';;;

비로그인 2007-07-27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우울증 경험자로서 ^^
근데 트윈픽스님, 우울증은 병이에요. 치료가 필요하구요
종종 찾아오는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 우울한 느낌과는 전혀 달라요.
기본적으로 쓰는 사람들에게는 우울이 필요악인데요,
또 쓴다는 것이 우울을 치유하기도 해요.
김형경씨도 그랬어요.
쓰는 동안엔 자살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대나?
나도 그말에 동감. :)

성실한 리뷰, 페이퍼로 날이 갈수록 인기서재가 되가시는군요 ^^/

twinpix 2007-07-27 22:12   좋아요 0 | URL
일하기 싫어하는 우울한 룸메이트 덕분에 어제 참으로 전염되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뭐, 역시 일시적인지라 오늘은 내내 기분이 좋네요. 'ㅁ'/
인기서재 과연 될 수 있을까요? 그냥 몇 분이 들어오시는 것만으로도 신기할 뿐입니다.^^;;;

JINI 2007-07-27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우울증까지는 아니고...
사춘기?ㅋㅋㅋㅋㅋㅋㅋ

twinpix 2007-07-27 22:13   좋아요 0 | URL
캬~ 사춘기. 좋을 때(?). 아무튼 너무 공부에만 치이시지 마시고 즐겁게 기분전환도 가끔 하시고, 알찬 방학 보내시길.^^/
 
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비 새는 집 ― 1979

  슬레이트 지붕 위에서 못질을 했다
  장마철 앞 임시로 덮어씌운 비닐을 벗기고
  새 슬레이트에 탕 탕 못을 박았다
  못을 박는 동안은 아버지에게도 못이 박히고 있었겠지
  사람들과의 악수를 가장 곤혹스러워했던
  그 손아귀에도 못이 박혀들고 있었겠지
  비가 새면 누이들과 함께 나는
  세숫대야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모아
  못물을 만들었다
  녹슨 빗방울 파고들던 방이
  맑은 못이 될 때까지
  망치질 소리를 견디고 있었다
  얘야, 지붕에 오를 땐 못자국을 밟거라
  못이 없는 자리는 십중팔구가 허방
  못 박힌 곳이 너를 지켜줄 것이다
  슬레이트 지붕 아래 지지대가 있던 자리,
  지지대 가슴을 파고든 못 끝을 아프게 물고 있던 자리
  어디를 디뎌야 할지 몰라 허둥거리는 내게도 비가 새고 있었다
  새는 빗소리 뾰족한 끝이 탕 탕 박혀들고 있었다

 

  자전거의 연애학

  홀아비로 사는 내 늙은 선생님은 자전거 연애의 창안자다 그에 따르면 유별한 남녀 사이를 자전거만큼 친근하게 만들어주는 것도 없다 일단 자전거를 능숙하게 탈 줄 알아야 혀 탈 줄 안다는 것, 그건 낙법과 관계가 있지 나는 주로 하굣길에 여학교 근처를 어슬렁거리다 점찍어 둔 가방을 낚아채는 방법을 썼어 그럼 제깐 것이 별수 있간디, 가방 달라고 죽어라 뛰어오겠지 그렇게만 되면 만사가 탄탄대로라 이 말이야 지쳐서 더 뛰어오지 못하는 여학생 은근슬쩍 뒤에 태우고 유유히 휘파람이나 불며 달려가면 되는 것이지 뒤에서 허리를 꼭 잡고 놓지 못하도록 약간의 과속은 필수항목이고, 그렇게 달려가다 갈대숲이나 보리밭이 나오면 어어어 브레이크가 말을 안 듣네 이를 어째 가능한 으슥한 곳을 찾아 재깍 넘어지는 거야 그러고는 아주 드러누워버리는 것이지 어째 허리가 펴지질 않는다고, 발목이 삐끗했나보다고, 아무래도 여기서 쪼깐 쉬어가는 게 낫겠다고…… 아울러 이 모든 일엔 품위가 있어야 혀 서화담이 황진이 만나듯이 아니더래도 서규정*이 직녀를 만나듯은 격이 있어야 된단 이 말씀이지 이것이 요즘 너희 젊은것들 잘 나가는 오토바이나 스포츠카로는 감히 엄두도 못 낼 자전거 연애라는 것이야 허허허 좋은 세상이란 그런 것이지 젊으나 젊은것들이 불알 두 쪽만 갖고도 연애를 걸 수 있는 세상이지 그는 술잔을 기울이며 한 말 씀 더 남기신다 그런데 그 맛에 너무 깊이 빠지면 못써, 잘못하면 나처럼 이 나이껏 혼자서 살아야 할 테니께.

* 서규정 『직녀에게』, 빛남출판사 1999.


 

  내 목구멍 속에 걸린 영산강

  두엄자리에서 지렁이가 운다, 지렁이 울면 낭창한 대하나 꺾고 낚시를 가시던 할아버지.

  그날 붕어조림을 삼키면서 나는 붕어가 삼킨 지렁이, 목구멍에 걸린 것처럼 헛구역질을 하고 말았는데

  지렁이가 할아버지를 삼킬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할아버지가 삼킨 붕어와 붕어가 삼킨 지렁이 잘디잔 흙알갱이가 되어 지렁이 주둥이 속으로 빨려들 줄은 몰랐다.

  비 내린 뒤의 영산강변 할아버지 무덤가에 지렁이가 기어간다. 그래 지구상의 모든 흙은 한번쯤 지렁이의 몸을 통과했다.*

  머잖아 저 몸속에서 붕어를 삼킨 할아버지와 내가 머리 딱 부딪치며 우르릉 쾅쾅 천둥번개 치는 시간 있겠구나.

  주물럭주물럭 시간대를 마구 뒤섞는 장운동, 저 몸속으로 산맥 하나가 통째로 빨려들어가고 말랑말랑한 반죽물 밭이랑 논이랑이 되어 꿈틀꿈틀 빠져나올 수도 있겠구나.

  강 주둥이에 아침부터 누가 철근을 박고 있다. 뿌연 흙먼지를 일으키며 시멘트를 퍼붓고 있다. 컥컥 헛구역질을 하며 강이 움찔거린다.

  * 다윈의 말.

 

  손택수 시인의 『목련 전차』를 읽고 있습니다. 좋은 시들이 많네요. 서정적이고 가슴에 남는 글귀도 많습니다. 차분하고 정겹고 읽는 맛이 있습니다. 읽으면서 인상 깊은 시들을 옮겨 적어봅니다. 첫 번째 시집도 언제 찾아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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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7-26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려서는 시가 좋은 줄 몰랐는데 이렇게 좋아지는군요.
좋은 시간 만들어주셔서 고마워요.

twinpix 2007-07-26 22:37   좋아요 0 | URL
음, 아직 많이 시를 접한 게 아니라서 그런지, 저도 조금씩 알아가고만 있어요. 'ㅁ' 확실히 시가 무어다, 정말 좋다, 이런 건 아직 모르겠어요. ㅇ_ㅇ 조금씩 양파 껍질이 벗겨지듯 매력들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