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이니까 오늘은 가볍게 걷기 운동만 하죠. 그녀는 러닝머신 위에 올라갔다. 이 버튼을 누르면 점점 속도가 빨라집니다. 그녀는 러닝머신이 돌아가는 속도에 맞춰 걸었다. 헬스클럽의 전면은 통유리여서, 운동을 하면서 밖을 볼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가게들이 간판 불을 밝히고 가로등이 켜졌다. 밖이 어두워질수록 유리에 비친 그녀의 실루엣은 점점 선명해졌다. 유리에 비친 그녀의 실루엣 너머로 건너편 도로에 있는 가로수가 보였다. 그녀의 가슴에 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는 듯했다. 그녀는 속도를 조금 높였다. 몸을 조금 움직여 실루엣 안에 가로등이 들어오도록 했다. 가로등은 그녀의 왼쪽 가슴에 빛났다. 마치 심장이 뛰듯. 그녀는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심호흡을 한번 하고, 그녀는 천천히 뛰기 시작했다.
― 『레고로 만든 집』, 「그림자들」, 윤성희, 150쪽
허공을 향해 손을 뻗어보았다. 그리고 할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와 악수를 하는 시늉을 했다. 반갑습니다. 반가워요. 알맞게 촉촉하고, 알맞게 따뜻한 손이 내 손을 맞잡았다. 아, 할머니도 이 사람과 악수를 나누었구나. 나는 아주 오랫동안, 그 사람과 악수를 했다. 그러고는 친구의 어깨를 두들겨주듯 의자를 두드리며 중얼거렸다. 그래, 그래. 의자는, 미끄럼틀은, 그네는, 그리고 바닥에 묻힌 동전들은, 내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 『레고로 만든 집』, 「악수」, 윤성희, 126쪽
윤성희 작가의 첫 소설집. 소설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문단들이 가슴에 남는다. 왠지 아릿하면서 외로운 감정이 든다. 그러면서 위안이 되는 묘한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