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척 하시네요.

얼마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우리 꼼꼼이 같은반 친구 중에 특수아동이 있어요.
며칠전에 꼼꼼이 데리러 학교에 갔는데, 걔가 저를 얼핏 쳐다보다가 눈이 마주쳤습니다.
빤히 바라보던 그 아이 눈에 웃음이 번지더군요.

남자애인데, 곱상하니 참 이쁘게 생겼어요.
그래서 제가 "쟤 김현중 닮았어" 하니까 꼼양은 아니래요.

암튼 그애가 날 보더니 큰 소리로
"되게 귀엽게 생겼다!"

허허... ^^;;
초딩 2학년이 나더러 귀엽게 생겼대...
이걸 어떻게 응답해줘야 할까 0.5초 고민하다가
"너도 정말 귀엽게 생겼어." 그랬지요.
꼼꼼이가 그러는데, 걔는 담임선생님한테는 "김밥같이 생겼다" 그랬대요.
그럼 난 좋아해야 하는 건지... 푸하하

꼼양은 그 애가 '초롱반'(특수학급)에 가서 공부를 하는 건 아는데, 그게 정확히 어떤 맥락인지는 모릅니다.
그냥 "**이는 거기서 쉬운 문제 풀어요"라고만 하더군요.
장애아 통합교육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보통 때는 한 반에서 공부하고 별도로 보충 수업을 듣는 모양이예요.
꼼양은 초롱반에서 노는 걸 아주 좋아하죠.
그 아이 핑계를 대고, 거기 가서 그림도 그리고(초롱반엔 아크릴 물감이 있다나요) 잘 놉니다.

담에 초롱반에 뭔가 선물이라도 해야겠어요.

댓글(17)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이네파벨 2009-11-03 0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기님, 오랜만입니다! 기억하실지....^^;
천사같이 해맑은 아이의 말이니까 진실일거예요~
정말 딸기처럼 귀여운 모습이실 듯.....

딸기 2009-11-04 10:41   좋아요 0 | URL
이네파벨님, 당근 기억하죠, 무슨 그런 말씀을. ^^
앞으로 자주자주 보아요 >.<

머큐리 2009-11-03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 딸기님은 귀여운 스타일 이셨군요...
천사같은 아이의 눈은 정확할 거에요...ㅋㅋ

딸기 2009-11-04 10:41   좋아요 0 | URL
네, 그렇게들 믿어주세요 ^^

마노아 2009-11-03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여운 척과는 천지 차이의 반응이에요. 아후, 예뻐라.^^

딸기 2009-11-04 10:42   좋아요 0 | URL
ㅋㅋ 너의 '귀여운척'을 보고 생각이 난 거야

paviana 2009-11-03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물은 초롱반이 아니라 그 꼼양친구한테 해야지요.^^
꼼양은 착하네요. 친구들이랑 사이좋게 놀고..

딸기 2009-11-04 10:44   좋아요 0 | URL
아녜요, 꼼양이 한 친구를 몹시 미워하고 있어요.
그래서 딴 애들한테도 그 친구 미워하라고 부추겼대요.
그런데 아이들이 꼼양더러 "그 애는 아픈 아이니까 니가 그러면 안 된다"고들 했대요.
그래서 혼자만 씩씩거리고 있는데, 어른들이 야단치니까 더 엇나가는 것 같아서
일단 지켜보고 있어요. 그 쪽 아이 엄마한테는 사과하고... (이 문제로 제가 고민 좀 했었어요)
하필 그 아이도 아파서 못 자라고 있는 아이인지라... 부모 가슴이 미어질거예요

무스탕 2009-11-03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여우신 분이시군요, 딸기님은 ^^
혹시 그 현중이 닮은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중에 김밥이 있는거 아닐까요?
그래서 담임선생님이 좋아서 좋아하는 음식에 비유를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

딸기 2009-11-04 10:44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ㅋㅋ 근데 무스탕님 그 까딱까딱 고양이 아무리봐도 웃겨요

카스피 2009-11-03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특수아동과 통합교육을 시키는군요.더블어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차별의식을 없애는 교육이 무척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딸기 2009-11-04 10:45   좋아요 0 | URL
네, 애들은 사실 별로 인식을 안 해요. 우리 애 학교는 맹학교하고도 붙어있어서, 그런 건 참 좋은 거 같아요.

viaman 2009-11-24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013-0297-3688♡후불제(정품의자신감)♣흥분제,작업제,흥분젤♣비아그라,시알리스,슈퍼칙칙이

viaman 2009-11-24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013-0297-3688♡후불제(정품의자신감)♣흥분제,작업제,흥분젤♣비아그라,시알리스,슈퍼칙칙이

딸기 2009-11-24 17:59   좋아요 0 | URL
비아그라랑 시알리스는 알겠는데, 슈퍼칙칙이도 브랜드 이름인가요?

희망찬샘 2010-01-21 0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각 학교에 특수학급이 있어요. (없는 학교도 있지만, 거의 있지요.) 그곳에서 원적학급의 수학, 국어 시간에 아이들이 가서 따로 공부합니다. 행동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원적학급의 수업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아 이럴 경우 담임교사가 중요교과를 나머지 아이들에게 가르치기 유익하고, 장애아동의 경우에도 알아듣지 못 하는 어려운 공부보다 재미있는(?) 공부를 할 기회가 있으니 좋지요. 특수교육을 받으면 통합교육의 중요성을 아주 많이 강조해요. 정상아나 장애아 모두에게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런데, 장애아를 맡게 되면 그들을 보는 편견의 시선을 거두어 들이기 위해 정상아들에게 참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더라구요. 그런데, 교사가 조금만 방심하면 오히려 해가 되기도 해요. 고학년 올라갈 수록 정상아들의 이유없는 테러에 고통받는 장애아를 보는 마음은 참 불편했어요. 중학년 아이들은 참 잘 도와 줘요.

딸기 2010-01-24 19:47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그런데 희망찬샘님, 저도 장애아 문제를 잘은 모릅니다만, 장애아-정상아로 구분하는 건 좀 그렇지 않나요. 장애아를 '비정상아'로 구분하는 것처럼 들려서요...
 



오래도록 우려먹고 있는 캄보디아.... 

캄보디아에서 본 조각들이다.

 


바욘 사원, 낚시질하고 장사하는 사람들 



인상적인 얼굴.. 거대한 얼굴...
 



그걸 그리는 남자 




반떼이스레이의 정교한 조각.. 위는 선한 모습, 아래는 악한 모습이라는데 어째 반대로 보인다 




앙코르 와트, 불사의 영약을 끄집어내기 위해 '젖의 바다'를 젓는 신들  


그런데 내가 가장 감동했던 곳은 여기였다. 

시엠립 시내에 있는 왓쁘레아 쁘롬라트라는 절이다.
일단 맛난 절밥(여긴 채식이 아니었다)을 대접받은 탓도 있지만.




붓다의 일생을 죽 둘러선 담벼락 안쪽에 일화별로 나누어 그려놓았다. 








촌스럽다. 이발소 그림도 요샌 이 수준은 아닐거다.
너무 화려하다 못해 번쩍번쩍 눈이 부시다. 온통 빨갛고 파랗고...
미니멀리즘, 모던한 거, 세련된 거 좋아하는 사람은 눈뜨고 못본다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취향이 워낙 저렴해서...인 것도 있고.

그 마음이 와닿았다. 저렇게 휘황찬란하게 꾸미면서 부처님께 복을 비는 마음이.
그림은 넘치게 화려한데, 저렇게 손으로 하나하나 꾸몄을 그 마음이 너무나 소박해서. 




역시 같은 절의 문간에 있는 보살상들이다(본존불은 보지 못했다) 

전기 스위치를 켜면 머리 쪽 광배(두광)들이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빛살처럼 퍼진 선들이 네온 불빛을 낸다. 이거 계속 들여다보고 있으면... 어질어질 빨려든다 @.@  

첨엔 저게 뭔짓인가 싶었는데 저 마음도 와닿아서, 좋아졌다. 

참고로, 절밥은 엄청 맛있었다. 여긴 채식이 아니었다.
맛난 생선국에 디저트로 과일과 과자까지.
동행인 이선생님과 함께 절에 들렀는데, 스님이 보시고 밥 먹으러 오라 하셨다.
안채(라고 하니 거창하네;;)에서 스님의 조카라는 청년이 우리에게 밥을 내왔다.
이 청년은 시엠립 관광부에서 일하고 있는데, 동료 중에 한국인이 있어서 옥수수차를 좀 얻었다고 한다.
시엠립에서 마시는 시원한 옥수수차...

이선생님은 여행 마지막날 자유시간의 이 절밥이 캄보디아에서 가장 좋았다고 했다.
내게도 너무나 좋은 추억이 됐다.

잘 얻어먹고 있는 나의 우람한 모습은, 5x7 사이즈로 뽑아 마루에 액자로 걸어두었다. -_-v

역시 난 먹을 복이 좀 있다. 어디 가면 꼭 이런 껀수가 생긴다.
한국에서 캄보디아 사람 만나면 정말 잘해주려고 마음먹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카스피 2009-11-02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캄보디아 사진이 넘 멋지네요^^
뒷북같지만 캄보디아 여행 다녀오셨나봐요

딸기 2009-11-02 17:39   좋아요 0 | URL
네, 여름에 댕겨왔어요 ^^
 



여기는 또 어디일까요. 어디로 가는 길일까요. 



흑흑 이렇게 올려버리면... 제가 보기에도 너무 쉬운 문제가 되겠습니다만 



저기 답이 나와있지요 ^^;; 



사진이 잘 안 나왔는데... 좀 늦기도 했고, 해지는 거 보고싶은 욕심에... 
저 멀리 소백산 자락이 펼쳐진 것이 다 보이는데...  사진에는 안 나왔네요.



저것이 그 유명한 배흘림 기둥... 



정말 좋았습니다... 특히 배흘림기둥은, 법당 안에 들어가 조용히 앉아 감상하는 것이 더 좋더군요 



코밑에서 올려다본 무량수전.



구름이 끼어서 저녁노을은 보지 못했지만, 느무느무 기분 좋았습니다.
지금껏 가본 절 중에 가장 맘에 드는 곳...
산중에 있어서, 그래도 너저분하게 망가지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맘에 들었고
이날 날씨 & 공기가 참 시원했거든요. 



흑흑 절과 산들이 잘 나왔으면 좋으련만... 넘 멋있었는데... 

놀러가고파...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노아 2009-10-23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 눈이 호강하고 마음도 맑아져요! 가고 싶당!

딸기 2009-10-23 18:25   좋아요 0 | URL
다녀와 ^^

머큐리 2009-10-26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저 가을여행을 하신 딸기님이 부러울 뿐입니다...ㅎㅎ

딸기 2009-10-27 10:21   좋아요 0 | URL
네, 정말 좋았어요 >.<
머큐리님 많이 바쁘신가바요. 달랑 1박2일 저의 짧은 여행이 부럽다니...
실은 정확히 말하면 1박2일도 아니고, 토욜 아침에 출발해서 일욜 새벽 서울로 돌아와 출근하는 스케줄이었답니다. 여유가 좀 있었으면 천천히 구경하고 왔을텐데..

쉽싸리 2009-11-04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저도 8월에 갔다 왔는데 저랑 코스가 똑같네요.
소수 서원은 참 대단히 깨끗하게 단장해놨구나 하는 기억, 부석사는 뒷문으로 들어갔었는데, 윽, 공사 중이더군요.(갱상도는 어딜가고 공사중인 것같아요)그래도 무량수전하고 안에 부처님, 위에 부처님 등 다 명불허전 이대요.
참, 오다가 삼강주막도 들렸드랬지요. 돛단배는 없어도, 막걸리, 배추전, 두부해서 한 상 자알 먹고 왔습니다.

딸기 2009-11-09 10:03   좋아요 0 | URL
소수 서원 주변은, 너무 깔끔하다 못해 테마파크같이 보이더군요 ^^
 

지난 주말에, 부서 MT를 다녀왔어요.

어디인지 맞춰보세요. 



먼저 간 곳은 여기입니다.
시원한 가을 공기를 마시며, 이런 길로 걸어들어갔지요. 



개울 건너편에 저런 정자가 보였습니다.
정자의 이름은 <**대>...
저기서 술 마시면 '**대' 이런 말장난을 하면서 놀았지요 



담벼락이 이쁘지요? 아직 '이 곳'에 들어가기 전, 입구에서 찍은 거예요. 



자,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이쁘죠? 저 등불도, 문도.... 



저기 모과나무 보이시죠?
운 좋게도, 바닥에 떨어진 모과 세 개를 발견하야... 잽싸게 주워 챙겼어요. 후배들이랑 하나씩.
아으~ 향긋한 모과 냄새!  

여기까지는 오래 전 만들어진 건축물이고요.
아래는 민속촌처럼 최근에 만들어놓은 곳입니다. 



 

날씨가 좋으니까 시뻘건 아스팔트 길도 이뻐보이더군요! 

다시 아까 그 냇가로 돌아가서요,





나무 다리가 제법 근사했습니다. 

즐겁게, 청량한 공기 마시고 잘 놀다 왔어요 ^^


댓글(3)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딸기 2009-10-22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해!!!
4분만에 맞추다니.. ㅠ.ㅠ

딸기 2009-10-22 20:16   좋아요 0 | URL
흥. 잘난척쟁이 ^^

마냐 2009-10-22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대단한 구두님... 근데..진짜 멋진걸.
 

며칠 전에 CNN방송 인터넷판 보도를 통해 접하게 된 소식입니다.

어린 소녀를 납치, 성폭행한 미국 남성이 피해 여성의 용감한 증언과 수사당국의 끈질긴 추적 끝에 19년 만에 체포됐지요. 국내 언론에도 여러 군데 보도가 됐으니 접하신 분들이 많을 거예요.
미 연방수사국(FBI)이 8세 소녀를 납치해 성폭행한 뒤 살해하려 한 데니스 브래드포드(40)라는 남성을 아칸소주 리틀록에서 체포했습니다. 브래드포드는 지난 1990년 텍사스주 디킨슨에 있는 한 주택에 창문을 넘어 들어가 잠들어 있던 제니퍼 슈에트(아래 사진)라는 소녀를 납치했지요. 그리고는 아이를 부근의 숲에 데려가 성폭행한 뒤 흉기로 목을 찌르고 도망쳤습니다.
범인은 제니퍼를 죽이려 한 것이지만, 다행히 소녀는 살아남았습니다. 제니퍼는 14시간 동안 방치돼 있다가 극적으로 발견돼 목숨을 건졌습니다. 사건 직후에 경찰은 범인이 현장에 남긴 속옷에서 DNA를 추출했지만 당시의 기술로는 샘플 양이 너무 적아 신원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미궁에 묻힐 뻔했던 사건은 제니퍼가 용감하게 방송에 나와 당시 상황에 대해 상세한 ‘증언’을 함으로써 전기를 맞았습니다. 올해 27세가 된 제니퍼는 지난달 말 CNN 방송에 출연,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면서 성폭행당할 당시의 상황을 증언했습니다. 범인의 흉기에 목을 크게 다쳤고, 제니퍼를 처음 진찰했던 의사는 다시는 말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을 했다고 하더군요.
제니퍼는 강인한 의지로 결국은 이겨냈고 말을 할 수 있게 됐다면서 ‘기억과의 싸움’을 소개했습니다. 성폭행당할 당시의 기억이 사라져가는 것을 막기 위해, ‘잊기 위해서’가 아니라 ‘잊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든 기억을 간직하려고 애썼다는 겁니다. “나는 그 자를 찾아내기 위해 모든 것을 기억하려고 애썼다”. 처절한 고백입니다. 그 악몽같은 일을 잊지 않기 위해, 반드시 범인을 잡고 비슷한 희생자들이 계속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과 싸웠다는 겁니다.

수사당국은 지난해 최첨단 분석 장비를 이용, 19년 전의 DNA 샘플을 다시 분석하는 데에 성공했지만 사건이 오래 되어 수사에 애를 먹었습니다. 하지만 제니퍼의 증언으로 용의자를 좁힐 수 있었습니다. 브래드포드는 96년 다른 범죄로 경찰에 한 차례 검거된 적이 있어, 그의 DNA 샘플이 경찰 데이터베이스에 보관돼 있었다네요. 경찰은 이를 비교해 마침내 그를 검거했습니다. FBI에 따르면 브래드포드는 아내와 두 자녀를 데리고 한 가정의 ‘평범한 가장’으로 아무 일 없었던 듯 살고 있었다고 합니다. 

제니퍼는 범인이 붙잡혔다는 소식에 “오늘은 내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날”이라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CNN방송이 범인 검거 뒤 다시 제니퍼를 찾아갔는데, 이 인터뷰에서 제니퍼는 “그 동안 내 삶에는 범인을 잡는 것, 그리고 나의 목소리가 다른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되게 하는 것의 두 가지 목표가 있었다”며 “폭력범죄의 희생자들에게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일깨워주고 싶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이야기 뿐 아니라, 최근에 아동 성폭행(주로 납치 성폭행)의 피해자들이 외국에서 잇달아 입을 열고 있습니다. 제니퍼 사건이 보도되고 며칠 안 되어, 18년간 성폭행범에 감금됐던 제이시 두가드(29.위 사진)가 미디어에 모습을 비췄습니다.
두가드는 11살이던 91년 캘리포니아주의 집 앞에서 학교버스를 기다리다가 납치됐습니다. 범인은 필립 가리도라는 남성으로, 당시 40세였습니다. 가리도는 자기 집 뒤뜰에 있는 간이 텐트에 두가드를 가둬놓고 오랜 세월 성폭행을 했고, 두가드는 감금상태에서 그의 두 딸까지 낳았습니다. 담장이 높게 쳐져 있어 아무도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합니다. 두가드와 딸들은 병원이나 학교에도 가지 못한 것은 물론, 햇볕도 제대로 쬐지 못했다는군요.

두가드와 딸들이 구출된 것은 지난 8월입니다. 가리도가 UC버클리대 앞에서 경찰의 검문에 걸렸는데, 신원조회 과정에서 가석방 상태인 성폭행범이라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그 때 두가드가 낳은 두 딸을 데리고 있었는데 이를 수상히 여긴 경찰이 수색 끝에 두가드를 찾아냈습니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감금돼 비정상적인 상태에서 살아온 두가드는 물론, 역시 정상적인 환경을 접하지 못한 두 딸도 심리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에 심리치료가 필요했습니다.
다시 가족들을 만나고 두달 가까이 안정을 취해온 두가드는 피플지 최신호 커버스토리를 통해 심경을 고백했습니다. 밝게 웃는 모습이었고요. 악몽을 지우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승마, 요리를 하며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다행히 일상생활에 생각보다는 빨리 적응하고 있고, 사회와 등지는 대신 자신의 고통스런 경험을 알리고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사람들과 만나고 있다고 하네요.

이달 초에는 엘리자베스 스마트(21)라는 여성이 성폭력 피해 경험을 법정에서 공개했습니다. 스마트는 2002년 자기 집에서 잠을 자다가 납치를 당했습니다. 당시 스마트는 14살이었고요. 납치돼 9개월 동안 나무에 묶인 채 정신병적인 성폭행범에게 끊임없는 폭행을 당했습니다.
“저 사람은 악마입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를 성폭행했습니다.” 범인은 브라이언 미첼이라는 남성이었는데요. 뻔뻔하게도 미첼과 변호인은 ‘심신미약’을 이유로 중형을 모면하려 했다고 합니다(이런 사건에서 한국의 법원은 범인의 주장을 인정해 ‘감형’을 해주었지요).
스마트가 고통스런 과거의 기억을 털어놓은 것은, 이 파렴치한 범인을 그냥 둘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스마트는 직접 법정에 나와 범인이 자신을 묶어놓고 멋대로 ‘결혼식’을 치른 뒤 성폭행했던 사실, 어린 자신에게 약물과 술을 먹이고 폭행한 사실 등을 모두 증언했습니다. 스마트는 집 근처 캠프장에 묶여있었는데, 지나가던 모터사이클 운전자에게 극적으로 구출돼 화제가 됐었다고 합니다.





스마트 사건을 계기로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프로텍트(PROTECT) 법’이라는 것을 통과시켰습니다. 성범죄 전과자가 어린이를 납치 혹은 학대할 경우 의무적으로 종신형을 선고하고 공소시효를 없애는 내용의 법이었습니다. 당시 부시는 스마트를 백악관에 특별 초청해, 그가 보는 앞에서 법안에 서명했습니다.

두가드가 용감하게 모습을 드러내자 스마트는 언론을 통해 같은 고통을 공유한 사람으로서 도움말을 건넸습니다. “끔찍한 과거가 당신의 남은 인생까지 삼켜버리지 않도록 하세요, 당신을 사랑하고 도우려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 사건도 빼놓을 수 없지요. 지난달 유명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가 미성년자 성추행 혐의로 ‘30여년만에’ 스위스에서 붙잡혔습니다. 영화계의 거장이라는 이유로 프랑스, 스위스 등이 석방을 요구하고 그를 편드는 영화인들도 많았습니다. 뒤늦게 왜 체포했는지를 놓고도 말이 분분했지요. 그러면서 외신에는 또 이런 기사도 실렸습니다. “당시의 피해자도 지금은 폴란스키 체포를 원하지 않는다”는.
하지만 문제가 있다면 ‘왜 지금 잡았느냐’가 아니고 ‘왜 지금까지 안 잡았느냐’가 돼야 하는 것 아닐까요. 유명인이든, 재주 많은 사람이든, 거장이 됐든 예술가가 됐든 범죄자는 범죄자입니다. 재주 있다고 용서해주면, 더군다나 어린이를 상대로 한 파렴치한 짓을 용서해주면 그게 과연 사회에 ‘예술적으로’ 도움이 될까요?
폴란스키에 성추행당한 피해자 사만다 가이머는 지금은 세 아들을 둔 어머니로 평범하게 살고 있지만, 이 사건이 ‘종결’되지 않아 그동안 숱한 괴로움을 겪었다고 합니다.  

“이제는 그만하자, 폴란스키 사건을 이제는 끝내달라”고 말하기까지 그녀가 그동안 해왔던 발언들부터 들여다봐야할 것 같습니다.

<위클리경향> 기사를 인용해볼게요.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칼럼니스트 사디 도일은 9월30일자 칼럼에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가이머의 말이 품고 있는 진짜 의미를 많은 사람이 가해자를 옹호하기 위해 제멋대로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일은 가이머가 1997년 <피플>지와 한 인터뷰를 거론했다.
"취재기자들과 사진기자들이 학교로 몰려와 타블로이드지에 내 사진을 싣고는 '어린 롤리타'라는 설명을 달았다. 그들은 모두 '13살 요부에게 걸려든 불쌍한 폴란스키'라고 말했다.… 더 지독했던 건 사람들이 모두 엄마 잘못이라고 말했다는 점이다.… 20년 전 나에 관해 나온 모든 말은 끔찍했다."
가이머는 앞에서 말한 2003년 LA 타임스 기고에서도 "이 일에 대해 다시는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때때로 나는 그와 나 모두 무기징역을 살고 있는 느낌에 사로잡힌다"면서 세간의 호들갑으로 인해 지금의 평화로운 삶이 깨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그는 또 "안타까운 것은 1977년에 내게 일어난 일이 지금도 날마다 소녀들에게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폴란스키가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나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 사람들의 관심이 정말로 필요한 이가 많은데 모든 관심이 내게 쏠리는 상황은 내게 죄의식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도일은 "폴란스키를 처벌하는 것은 성폭행에 대해 관용이란 없으며, 그 누구도 법 위에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보여 주는 메시지가 될 것"이라면서 "용서는 사적인 행위이다. 그러나 사법 시스템의 목적은 법을 어기는 사람은 그 누구든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하며, 법이 내리는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썼다.



끔찍한 폭력의 악몽과 싸우면서 용감하게 자신들의 경험을 털어놓은 그녀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더불어, 우리가 배우고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드팀전 2009-10-22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회사에서 퇴근 안시켜줍니까..ㅋㅋ 이름이 바뀌었어요.

딸기 2009-10-22 14:15   좋아요 0 | URL
아뇨 퇴근은 잘하는데, 집을 너무 사랑해서 그런 거예요 ㅋㅋ

토토랑 2009-10-22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쿸 좋아하는 사람들이 프로텍트 법은 좋아하지 않는지~
꼭 좀 도입되었으면 좋겠네요 !!

딸기 2009-10-22 13:59   좋아요 0 | URL
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