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사상최대규모 `쇠고기 리콜'파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병든 소를 학대하고 못 일어나는 소를 억지로 일으켜세워 도축하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된지 근 3주 만인데요... 미 농무부는 "소비자들의 건강에는 위협이 되지 않는다"며 파장을 줄이려 애쓰고 있으나, 이번 사건은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논란을 다시 불러왔을 뿐 아니라 `동물 학대'도 리콜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어서 앞으로 파장이 예상됩니다.
"인간과 동물을 위한 리콜"
농무부 식품안전검사국(FSIS)의 케네스 피터슨 부국장은 18일 병든 소를 학대하고 불법 도축한 캘리포니아의 홀마크/웨스트랜드사 쇠고기 리콜과 관련, "미국의 식품 공급망은 안전하다"면서 "리콜 대상 쇠고기 대부분이 이미 소비된 상태지만 소비자들 건강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전날 농무부는 캘리포니아 치노에 있는 홀마크/웨스트랜드 포장육회사에서 2006년 2월부터 지금까지 생산된 쇠고기 6만5000톤에 대해 리콜이 실시됐다고 발표했었지요.
미국에서 일어난 쇠고기 리콜 중 사상 최대 규모인 이번 조치를 이끌어낸 것은 `인터넷의 힘'이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30일 동물보호단체인 `미국 인도주의 사회(HSUS)가 인터넷에 올린 동영상이었다는군요. 이 영상은 홀마크/웨스트랜드 직원들이 식품검사규정을 어기고 병든 소를 잡아 도축하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다우너(downer·보행불능)'라 불리는 이런 증상의 원인은 부상이나 살모넬라 감염, 광우병 등 여러가지가 있다는데요, 그러나 이런 소들을 일일이 검사할 수 없어 당국은 이런 소들의 도축을 일단 금지시키고 있는 모양입니다.
사회적 약자들에 공급된 `불량 쇠고기'
농무부와 FSIS는 지금까지 홀마크/웨스트랜드 쇠고기로 인한 인체 감염이나 이상은 없다면서 `제2의 광우병 파동'으로 번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 단체들은 동물 학대를 포함, `소비자들이 원하지 않는 과정'을 통해 생산된 제품들에 대해서도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점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실제 동영상이 공개된 뒤 도축 법규 위반보다 더 큰 비난을 불러일으킨 것은 주저앉은 소의 눈을 전기봉으로 찌르고 지게차로 들이받는 등 끔찍하게 학대하는 모습이었으니까요.
미국에서는 광우병 감염 소들이 수차례 발견됐지만 당국은 전수조사 대신 광우병의 1차적 증상인 다우너 소들에 대한 도축만을 금지시키고 있습니다. 그나마도 육가공회사들의 로비에 밀려 지난해부터 규정을 계속 완화해왔다고 합니다. 그 결과 업체들은 어떤 수단으로든 소를 `일으켜 세우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 빚어진 것인데요. HSUS의 웨인 파셀 의장은 로이터 인터뷰에서 "이제는 인간은 물론 동물을 위해서도 식품 생산 관련 법규를 강화해야 할 때가 됐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게다가 문제가 된 냉동쇠고기는 공립학교와 빈민·노약자 급식소, 인디언 보호구역 급식소 등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시설에 주로 공급됐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런 사실이 공개되자 캘리포니아주와 워싱턴주 정부는 18일 공립학교 급식메뉴에서 쇠고기를 모두 빼버리는 등 파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얼마전 장자에서 포정이 소를 잡는데 비록 잡아먹을 소이지만 생명이라 생각하고 신처럼 여기니 소가 죽으면서도 저 죽는 줄을 모른다는 얘기를 읽으면서, "이따우 거짓말" 했는데, 장자선생님 말씀을 현대의 소잡는 이들이 진작에 새겨 들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고기라면 환장을 하는 '육식매니아'입니다만, 역시나 <모든 측면에서> 육우는 이제 지속가능한 산업이 아닐 뿐더러, 지양해야 할 산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다시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