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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너도 할 수 있어 ㅣ 풀빛 그림 아이 17
앤 제임스 그림, 타냐 콕스 글, 박무영 옮김 / 풀빛 / 2002년 7월
평점 :
품절
늘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선배가 얼마전에 이런 말을 했다. "네가 아이에 대해 걱정하는것은, 네가 너무 엄한 것이 아닐까, 결국 항상 그 문제인 것 같아."
맞는 말이다. 나는 성질 드러운 엄마가 돼서, 툭하면 아이에게 화를 낸다. 아이가 잘못해서 따끔하게 야단치며 가르치는 차원이 아니고 그냥 제풀에 성질내고 소리지르고 발작하는 것 말이다. 그러고 나면 자괴감이 든다. 내가 그렇게 '폭발' 하는 것은 오로지 우리 애한테만이다. 다른사람에겐 두렵고 창피해서 못 그런다. 아이가 만만하니까 막 대하는 것 뿐이다. 그래서 더더욱 죄책감이 든다. 참 못나고 형편없는 엄마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고 노력은 물론 한다. 언성은 높이지만 발작은 하지말자... 그래서 한동안 안 했는데 어제 또 폭발했다. 아이랑 방에서 같이 노는데 화장실이 무서워서 못 가겠다고 한다. 좋은 말로 할 때 갔다와라, 뭐가 무섭냐 네 나이가 몇인데(-_-) 하다가 결국... 이노무 엄마는 입을 꿰매고 싶을 뿐이다. 잠시 뒤에 아이를 앉혀놓고 미안해, 엄마가 잘못했어, 되도 않게 이해를 구했다. 아이는 곧 울음을 그치고 "엄마가 화 내지 않는다고 해놓고 왜 안 지켜" 한다.
이 책은 정말 감동적이다. 감동받음 뭐하나, 결국 한번씩 저 난리를 치면서... 라는 회의가 안 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책 자꾸 보면서 노력하면 나아지지 않을까? 이 책은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책이다. 아이가 무슨 행동을 할 때 이렇게 말해주세요, 하는. 제목부터 그렇다. '언젠가는 너도 할 수 있어.'
'언젠가는 너도 혼자서 화장실에 갈 수 있어'. '
언젠가는 너도 귀신이 무섭지 않게 될거야'
'언젠가는 너도 니 딸한테 소리소리지르면서 발작할 수 있을테니 지금은 니가 참아'... 라고는 차마 말 못하겠지만.
오늘은 집에가서 증말증말 이뻐해줘야지.
나도 언젠가는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어. (아이가 다 크기 전에 그 시기가 빨리 오길 바랄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