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 나라의 루시 - 물구나무 그림책 048 파랑새 그림책 48
소피 드 레슬러 지음, 김효림 옮김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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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도 좋고 그림도 좋은데... 이상하게 흡인력이 없는 그림책.

다섯살 아이가 보기엔 좀 어렵다. 세밀화와 스케치의 중간 정도? 어린 소녀 루시가 조그맣게 되어 집 주변을 여행하며 온갖 풀씨들, 꽃씨들을 구경하는 내용. 씨앗들 생김새를 보니 난 거의 모르겠고, 민들레 단풍나무 정도 구별이 간다. 어릴 적 우리 집 마당에 단풍나무가 있었다. 바람개비처럼 독특하게 생긴 단풍나무 씨를 아주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그 후에도 간혹 친구들에게 "혹시 단풍나무 씨앗 알아? 바람개비처럼 생긴 것 말야" 하면서 묻곤 했었다.

'씨앗나라의 루시'를 읽으면 우리집 대문 옆에 있던 단풍나무를 떠올렸다. 그 집은 진작에 허물었기 때문에 그야말로 내 '유년 시절의 기억'일 뿐, 지금은 사실 그집의 마당이 얼마나 넓었던지 마당엔 뭐가 있었던지 하는 내 기억조차도 의심스러운 처지가 됐다. 그래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마당있는 집에서 자라 좋았다는 것. 마당에 있던 라일락과 목련은 집을 허물고 새로 지은 뒤에도 여전히 내 친구였다. 라일락 이파리를 깨물면 몹시 쓴 맛이 났었다.

내 아이는 마당 있는 집에서 자라보지 못했고, 어느 집 마당에서 놀아본 기억도 없다. 아이가 두돌이 되기 전에 대전 근처에 있는 어느 전원주택에 데려간 적 있지만 아이가 기억하지 못하니. 씨앗나라 루시를 보는 딸의 반응은 무덤덤했다. 솔직히 말하면 '무반응'이었다. 루시는 씨앗 타고 바람 따라 날아다니는데, 책 내용이 아주 섬세하지도 않고 좀 어중간하다. 나는 정답게 보았는데 딸아이가 이 책 좋아하게 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드넓은 마당과 집 뒤켠 개울가 여행이라니, 내 딸에게 이건 정말 '딴 세상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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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12-28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그런 책들이 있어요. 참 좋은 책인데 선뜻 손이 안가는 책들^^
 
100만 번 산 고양이 비룡소의 그림동화 83
사노 요코 글 그림, 김난주 옮김 / 비룡소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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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돌아다니다가 워낙 여기저기서 들어본 책이라서, 좀 마음의 준비를 하고서 읽기 시작했다. 아이랑 같이 읽는 것이니깐 그리 심각한 표정은 할 수 없었지만 어딘지 좀 경건한 마음으로, 뭐랄까, 이야기를 빨아들인달까, 그런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몇 장 안 되는 그림책이지만, 다 읽고 난 느낌은 참 슬프다는 것. 고양이는 주인을 싫어하고, 주인없는 '자신'을 사랑한다. 존재와 존재 사이에 소유란 가능한 것일까. 가능하다면, 어떤 것이 소유이고 어떤 것이 애정일까.
인간은, 아니 생명은 어쩜 이렇게 슬픈 것일까. 어째서 느껴야 하고 사랑해야 하고 갈구하고 바라고 좋아하고 싫어하고 만나고 헤어지는 것일까. 인생은 업보 같아. 백만번 사는 것도 힘들고, 영원히 죽기도 힘들다. 사랑 때문에 죽고 사랑 때문에 사는 거라면 인생은 허망한 것일까 아름다운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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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마리 2006-12-22 0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읽고 싶어지잖아요..ㅠㅠ ㅋㅋㅋㅋ 오랜만이예요. 제가 서재에 자주 못 들러서..ㅠㅠ 요즘도 여전히 정신이 하나도 없답니다. 딸기님, 잘 지내시죠? ^^ 알라딘을 생각할 때 떠올려지는...딸기님이랍니다.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 그 전에 메리 크리스마스예요~~!!

딸기 2006-12-26 0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즈마리님, 벌써 크리스마스가 지나가버렸네요. 해피 뉴이어~~
 
답장해 줘 - 가문비 그림책 9
야마와키 교 지음, 오다기리 아키라 그림, 이선아 옮김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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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다. 한마디로 귀여운 책, 줄거리도 귀엽고 주인공들도 귀엽고 발상도 귀여운 책이다.

편지라니.
어릴 적에는 왜 그렇게 편지 쓰고 받는 걸 좋아했을까. 우표도 모아봤고, 중고등학교 때 교환일기(회색노트)도 해봤고, 학교에서 편지 주고받거나 우표붙여 부치고 받고 하는 것도 해봤다. 그런거 안해본 사람은 아마 없겠지만.

이 책 읽으면서 오랜만에 '편지' 생각을 했다.
친구야 안녕, 답장해줘. 친구야 고마워, 답장해줘.

올겨울엔 딸아이랑 크리스마스 카드를 썼다. 글씨쓰는 칸이 매우 적은 카드를 산 탓에 굵직한 아이 글씨가 들어갈 자리가 없어서(글쓰는 칸이 가로 3센티 세로 4센티 이런 카드일줄은 미처 몰랐다) 좀 고생하긴 했지만, 어쨌든 아이가 직접 쓴 글자가 들어간 카드를 여기저기 보냈다. 해마다 아이와 함께 편지를 쓰고 싶다. 할머니할아버지께도 보내고, 선생님들께도 보내고...

어렸을 때 우리 아버지는 좀 유별나신 분이었던 까닭에, 어딘가 방학 때 놀러갔다오면 신세진 분께 꼭 편지를 쓰게 시키셨다. 강제로 쓰는 편지는 어찌나 싫었는지... 아마도 어른에게 편지를 써야한다는 것과, '검사받는다'라는 생각 때문에 더 싫었을 것이다. 그런데 딸에게 편지를 쓰게 시키고 싶어지는 걸 보면... 우리 아버지도 지금 나같은 생각이셨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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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너도 할 수 있어 풀빛 그림 아이 17
앤 제임스 그림, 타냐 콕스 글, 박무영 옮김 / 풀빛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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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선배가 얼마전에 이런 말을 했다. "네가 아이에 대해 걱정하는것은, 네가 너무 엄한 것이 아닐까, 결국 항상 그 문제인 것 같아."

맞는 말이다. 나는 성질 드러운 엄마가 돼서, 툭하면 아이에게 화를 낸다. 아이가 잘못해서 따끔하게 야단치며 가르치는 차원이 아니고 그냥 제풀에 성질내고 소리지르고 발작하는 것 말이다. 그러고 나면 자괴감이 든다. 내가 그렇게 '폭발' 하는 것은 오로지 우리 애한테만이다. 다른사람에겐 두렵고 창피해서 못 그런다. 아이가 만만하니까 막 대하는 것 뿐이다. 그래서 더더욱 죄책감이 든다. 참 못나고 형편없는 엄마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고 노력은 물론 한다. 언성은 높이지만 발작은 하지말자... 그래서 한동안 안 했는데 어제 또 폭발했다. 아이랑 방에서 같이 노는데 화장실이 무서워서 못 가겠다고 한다. 좋은 말로 할 때 갔다와라, 뭐가 무섭냐 네 나이가 몇인데(-_-) 하다가 결국... 이노무 엄마는 입을 꿰매고 싶을 뿐이다. 잠시 뒤에 아이를 앉혀놓고 미안해, 엄마가 잘못했어, 되도 않게 이해를 구했다. 아이는 곧 울음을 그치고 "엄마가 화 내지 않는다고 해놓고 왜 안 지켜" 한다.

이 책은 정말 감동적이다. 감동받음 뭐하나, 결국 한번씩 저 난리를 치면서... 라는 회의가 안 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책 자꾸 보면서 노력하면 나아지지 않을까? 이 책은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책이다. 아이가 무슨 행동을 할 때 이렇게 말해주세요, 하는. 제목부터 그렇다. '언젠가는 너도 할 수 있어.'

'언젠가는 너도 혼자서 화장실에 갈 수 있어'. '
언젠가는 너도 귀신이 무섭지 않게 될거야'

'언젠가는 너도 니 딸한테 소리소리지르면서 발작할 수 있을테니 지금은 니가 참아'... 라고는 차마 말 못하겠지만.

오늘은 집에가서 증말증말 이뻐해줘야지.

나도 언젠가는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어. (아이가 다 크기 전에 그 시기가 빨리 오길 바랄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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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설 2006-12-21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도 귀신이 무서워요-_-;;;

딸기 2006-12-22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저도 그래요
 
눈의 여왕 안데르센 걸작그림책 1
한스 크리스찬 안데르센 지음, 키릴 첼루슈킨 그림, 김서정 옮김 / 웅진주니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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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에서 이 책 표지를 보고 너무 멋져서 살까말까 망설이고 있었는데, 딸아이 데리고 교보에 놀러갔다가 마침 옆에 이 책이 있어 들여다보게 됐다. 내용은 뭐 안데르센 눈의 여왕 그대로이고, 그림이 생각만큼 멋지지는 않다. 어쩌면 너무 기대하고 사서는 안 될 책인지도 모르겠다. 표지에 나온 저 그림이 실제 책에서는 약간 세피아톤처럼 나와 있어서 표지 만큼의 감동은 없다. 아직 유치원생인 아이에게 확 다가가는 그림도 아니고... 워낙 여러가지 번역이 나와 있는 유명한 책인 이상, 이 책의 핵심은 '그림'이 될 수 밖에 없다. 출판사에서도 거기에 초점을 맞춘 것 같긴 한데...

아이들에게 따스하게 다가가는 그림책이 아니라면, 아주 서늘하게 눈의 여왕의 이미지를 살리거나 매우 현란하거나 했어야 하는데 좀 어정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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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6-12-20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 보고 당장 주문했는데, 받고나서 쫌 실망했어요. 흑흑.

딸기 2006-12-20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치요? 영 별로인 것은 아니고 괜찮긴 한데, '쫌 실망스러운'... 그런 수준인 것 같아요.

반딧불,, 2006-12-20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아이들 대상이잖아요^^
그래도 한권 보너스에다 정말 저렴하죠. 전 정가 다 주고 샀습니다..흑흑

딸기 2006-12-20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한권 보너스? 정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