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리커버 특별판)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11월
평점 :
품절


똥이야기가 좀 많이 나오는 게 취향에 맞진 않지만 대체로 좋아서 남들에게 추천하고 있다. 모임에서 한꼭지씩 읽어가며 이야기 나누는 방법으로 함께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뒤의 영화평론과 인터뷰는 빼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 다섯을 줄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러나 일상적인 문제의 뿌리는 보통 다른 곳에 있다. "삶이힘들어" 라는 말은 대개 "취직을 하고, 괴롭히는 직장 상사가 없고, 빚이 없고, 일주일에 4일만 일하고, 봄가을에는 여행을 다니고 싶어" 의 준말이다. 너무 길어서 평소에는 "삶이 힘들어"라고 말할뿐이다. 그런 이에게 자기계발서의 달콤한 위로를 선물하는 것은 욕조가 없는 이에게 입욕제를 선물하는 것과 같다. (225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 털보 과학관장이 들려주는 세상물정의 과학 저도 어렵습니다만 1
이정모 지음 / 바틀비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빛나는 모든 것들은 아름답다. 그런데 빛은 언제 날까? 에너지를 받을 때인가, 에너지를 버릴 때인가. 이 질문에 에너지를 받을 때라고 대답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오해다. 에너지를 버릴 때 빛이 난다.
( 5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래 속삭여도 좋을 이야기 문학동네 시인선 125
이은규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는 지나치게 우울했고 
나는 지나치게 어리석었고 
나는 지나치게 홀로였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타인은 놀이공원이다 - 두근두근, 다시 인터뷰를 위하여
지승호 지음 / 싱긋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언제부터 놀이공원에 다녔을까? 회전목마 조차도, 회전바구니 조차도 무서워하던 내가 언제부터 입장 후엔 곧장 후룸라이드로 달려가고, 혜성특급을 타기 위해 한 시간씩 줄을 서게 되었을까? 같은 패턴으로 물어본다. 나는 언제부터 사람이 궁금해졌을까? 언제나 귀퉁이 자리에서 창밖만 보거나,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파리에만 시선을 두던 아이가 언제부터 다른 사람의 생각과 삶이 궁금해졌을까? 여전히 나는 롤러코스터만은 절대로 타지 못하 듯 타인에게도 적극적으로는 다가가지 못하지만 사람과 놀이공원은 내게 조금씩 열린 대상이 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제목은 무척이나 내게 맞춤한 듯 다가왔다.

 

 '인터뷰어 지승호'에 대한 믿음은 이미 가지고 있었다. 그 사람이 인터뷰한 사람이라면 분명 들을 이야기가 있을 거라는 믿음, 수많은 인터뷰이 중에 골라낸 8명이라면 더더욱 귀기울만 하다는 믿음 같은 것 말이다. 강원국 작가에 대한 피로감은 좀 있었다. 김규리 배우에 대한 호감은 있었지만 인터뷰가 크게 좋았다고 말할 순 없었다(이 인터뷰에 대한 아쉬움은 지승호 인터뷰어도 토로했는 것을 보며 역으로 지승호에 대한 믿음은 더해졌다만). 목수정이나 김승섭은 이름만 알고 있었는데 그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 사람들인지 알게되어 좋았다. 그런 것을 잘 끌어낸다. 이은의 변호사가 말하는 '싸우려면 무조건 안에 있어야 합니다.'(177쪽)의 말과 주성하 기자의 '돈 벌려고 왔다고 하면 제 인생이 비참하지 않습니까?'라는 외침은 가슴을 때리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가장 좋았던 인터뷰이는 강용주 의사와 서지현 검사였다.

 

 어쩌면 나는 '강용주'라는 이름을 전혀 모르고 살았을까? 그가 세계 최연소 비전향 장기수라는 타이틀을 가졌으며, 간첩이라는 누명을 쓰고 14년간을 대부분 독방에서 수감 생활하고, 현재는 18년째 일상 생활을 하며 광주 트라우마센터장을 역임하는 등 활발하게 의사로서 그리고 인권 운동가로서 활동하고 있는데 나는 어쩌면 이름 석 자도 알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었을까? 세상에 이렇게 내가 모르는, 그러나 알아야 하는 타인이 이렇게 많구나! 강용주가 비전향을 선택하며 가장 중심에 둔 것은 '개인의 자존', 더 나아가 '인간의 존엄성'이었는데 그 선택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그 어려운 시간을 버티어 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남의 이야기라 이렇게 쉽게 말한다. 나로선 감당할 수도 견딜 수도 더구나 긍정할 수도 없었을 것 같은 삶이다. 그 스스로 칭한 '가라앉은 자 가운데 스스로 일어선 자'(145쪽)라는 자긍심이 없었다면 가능할 수 없는(나로선 자긍심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역사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그의 말처럼 '늘 비틀거리고, 늘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지만, 그러면서도 계속 걸어가는 게 삶'(126쪽)이라고 할 때 그렇게 앞으로 계속 걸어나가야겠다는, 그래야 나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더 알고 싶은 사람이다.

 

 서지현 검사의 이름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사는 사람들에게 전혀 낯선 이름이 아니다. 그런데 정작 내가 그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의 얼굴과 이름과 직업만 알고 있는 게 고작이지 않은가, 하는 것을 이 책에 실린 인터뷰를 읽고야 깨달았다. 나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면서 그녀를 이렇게 모를 수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죽어도 롤러코스터 근처에는 갈 수 없는 것처럼 남에 대하여 깊게는 관심을 갖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래도 이렇게 지승호 인터뷰어의 손에 이끌려(?) 서지현이라는 인물을 들여다보니 너무 사랑스러운 사람인 거다. 그리고 너무 합리적이고 당연한 말을 한다. '기존의 휴머니즘에 여성이 없었던 거죠. 거기에 여성도 넣자는 게 페미니즘이고요.'(225쪽) 이건 비단 그만의 말은 아니다. 그런데 그가 하니 힘이 더 세진다. 그것을 그 역시 알고 있고 그러하기에 그에 맞는 역할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 얼마나 당연하고 합리적이며 세련된 생각인가!  강용주와 마찬가지로 서지현의 인터뷰에서 그들 부모(어머니)에 대한 짧지만 굵직한 내용 역시 인상깊었다. 담백하지만 단단한 마음이 느껴졌다. 그런 마음을 느끼게 해 준 것은 지승호의 힘이 아닐까 싶다.

 

 책 전반에 흐르는 목소리는  '내가 나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대통령과 회장님의 글이 아닌 내 글을 쓰는 강원국 작가나 나 스스로에게 증명을 해내야만 하는 배우 김규리의 모습, 언제나 스스로 일어서야 직성이 풀리는 강용주 말이다. 또한 나쁜 사람들은 그들의 죄만 묻지 말고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는 점도 큰 목소리로 다가왔다. 우리 사회에 사라져가는 도덕심을 빌미로 죄가 주었으니 양심에 찔릴 것이다라며 죄만 주고 처벌은 솜방망이로 해서는 죄 없는 피해자만 애꿎게 목숨을 버리게 되는 일이 너무나 많다는 데에 공감했다.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고 그런 사안도 분명히 있지만 인간의 마음이라는 게 오늘에서는 그리 곱지만은 않다. 다들 한쪽의 마음 같지도 않고. 그렇게 알아가는 거다. 고운 마음도 나쁜 마음도. 전체적으로 지승호가 태워주는 놀이기구에 승차한 느낌은 좋았다.  다른 사람을 알아가면 그 사람을 이해하기가 훨씬 쉬워지는데 그게 소설 속 인물인 경우에도 물론 효과가 있지만 직접적인 현실의 사람을 이해하는 데에 인터뷰 만한 게 없다. 걱정하지 마시라, 인터뷰어를 믿고 따라가면 안전하게 놀다 올 수 있는 그런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