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
서미애 지음 / 엘릭시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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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소설의 인물이 되는 한국 소설의 경우 내가 울지 않은 소설이 몇이나 될까? 그래도 이 소설은 추리 소설인데 울진 않지 않을까? 아니, 더 울려나? 긴장을 하며 읽기 시작했고 문장 곳곳에 숨어 있는 내 가족의 이야기들이 들춰질 때 마다 놀라면서 또 때때로 역시나 눈물이 났다. 그래도 펑펑이 아니니 얼마나 다행인가! 작가는 정말이지 어디까지 경험한 걸까? 이 소설을 자전적이라고 할 수는 없을 텐데 작가의 문장은 이 모든 것을 경험한 사람 같았다. 가령 다음과 같은 문장.

우진은, 가족을 잃은 경험이 있는 우진은, 수정이 태어나던 날부터 남모를 두려움을 느꼈다. (185쪽)

같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뒤에 이어지는 부연 설명을 읽지 않아도 우진의 저 마음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나 역시도 곤히 자고 있는 아이의 숨소리를 자꾸만 확인하곤 했으니까. 아니 지금까지도. 


시작부터 우진과 재혁이 통화하기 전까지 긴장감과 몰입도가 고조되었다. 특히 초반의 장면은 숨도 안쉬고 읽은 느낌이다. 이후로도 이게 만약 단막극(예전엔 '드라마스페셜'이라는 이름으로 꽤 좋은 단막극들이 많았다.)으로 만들어진다면 히트를 칠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글을 읽으며 머릿속은 망설임없이 영상을 만들어냈다.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고(독자는 사실 중반부터 전말을 짐작할 수 있다.) 긴장이 풀리면서 범인의 자백을 읽는데, 아쉽게도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런 범행 동기는 예전 같다면 뭔가 특별할지도 모르겠지만 요즘 정서로 봐선 현실적인 동기라 짐작할 수 있었기에 다소 식상했다. 마치 영화 <블랙팬서>에서 유엔에서 와칸다의 입장을 전하는 티찰라 왕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처럼 말이다. 이에 대해선 호불호가 있을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 추리 소설은 역사적 배경이 다르지 않는 작품으론 처음이 아닌가 싶다.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지라 찾아가며 읽기도 했지만 한국 추리 소설을 읽지 않은 이유가 있었을까 이 책을 읽으며 잠시 생각해 보았다. 가족. 그랬다. 가족의 이야기나 저 먼 나라의 이야기나 저 옛날의 이야기라면 남의 이야기 보듯 보겠는데 도저히 가까이에서 추리 소설의 장르로 만나기엔 내 간이 너무 작다. 앞으로도 다를 것 같지 않으니 부디 가족이 아닌 추리 소설을 만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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