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칠 수 있는 용기 - 출간 10주년 증보판
파커 J. 파머 지음, 이종인.이은정 옮김 / 한문화 / 201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복직 연수를 받으면서 오랜 시간 휴직을 한 선생님들에게 많은 강사들은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애를 썼다. 자존감이라고 하면 아들과 더불어 우주최강 자존감을 가진 나였기에 딱히 그 부분에 귀가 기울여지진 않았다. 하지만 어제 학교를 다녀오고 나는 분명 겁을 먹었다. 혹은 도망치고 싶었다. 현재의 내 삶이 주는 편안함과 행복감을 잃고 싶지 않았다.

 

휴직 기간 동안 나는 아이만 보고 살진 않았다. 나 자신의 휴식을 더불어 중요시 여겼기에 책도 꾸준히 읽고 나만의 시간을 꾸준히 가져왔다. 그런 생활을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복직 연수를 들으면서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느꼈다. 비록 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한다는 두려움이 있지만 그래도 난 나 자신을 지켜왔다는 자존감이 발휘된 순간이다.

 

'은총'이라는 말이 참 많이 나오는 탓에 종교서적 같은 느낌도 살짝 받지만 초반의 기대에 비해 내게 주는 울림이 큰 책이었다. 매년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해야 하는 교사는 아이와 학부모들을 자신의 틀에 맞추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려고 노력을 하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부딪치고 문제가 발생한다. 바로 그 점이 문제라고 저자는 말한다. 교사가 자신의 정체성과 성실성을 바탕으로 공간과 마음을 열고 대상을 대하는 순간 배움의 효과는 배가된다는 점을 말하며, 그동안 폐쇄적이다고 막연히 느껴왔던 교사의 생활에 대해 구체적이고도 직설적으로 말해준다. [사토 마나부, 학교 개혁을 말하다]를 읽은 직후라 최근의 그런 우리 교육계의 움직임이 무려 10년도 넘은 이 책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을 보면 교육의 본질이란 어쩌면 하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나와 상대의 마음을 서로 나누는 것, 모든 교육은 그것에서 출발하지 않겠는가?

 

정말 많은 내용을 옮겨적으며 생각을 정리하고 기억해두고 싶었다. 특히 내게 부족한 부분은 동료교사와의 개방성인데, 의사나 변호사는 자신의 의료행위와 법률행위가 공개되는데에 반해 교사는 동료에게 거의 공개되지 않기에 더욱 잘못될 위험이 크다는 말이 무척 뜨끔했다. 개인적으로 학부모에게 수업이 공개되는 것은 별 두려움이 없는데 동료 교사에게 공개되는 것은 좀 많이 꺼려지는 편이라 그 부분에 대하여 더 큰 고민이 생겨버렸다. 이것을 고민으로 안고 그냥 묻을 것인가, 고치도록 노력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물론 그건 나혼자만의 일은 아니고 아직 복직도 하기 전인 나로선 시기상조의 문제이긴 한데 인식의 변화는 좀 이루어졌다. 그럴 수도 있다, 정도로.

 

다양한 삶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사라는 직업이 축복이라는데 그 점은 공감을 보류해야겠다. 아무래도 정체성에 문제가 있나봐?^^;;; 그래도 열린 생각을 가지고 나 자신을 믿고 시작해봐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책은 무척 읽기 쉽게 구성되었고 요약도 중간중간 되어있지만 나는 요약은 넘기고 내용을 되도록 다 읽으려고 노력했는데 그래서인지 마음이 무거우면서도 가볍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지 모른다. 모든 권력은 상대에게서 나온다고 생각하자. 보고있나 청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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