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자존감을 키우는 따뜻한 방관 (양장)
조지 글래스, 데이비드 타바츠키 지음, 김윤희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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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면서 많은 육아서적을 읽었고 읽을 때마다 대체로는 나는 괜찮은 엄마라는 위안을 받아왔던 터였다. 그렇게 나는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였고 소통을 많이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느끼기에 내가 조금 과한 것이 아닐까하는 의문이 들었고 그런 의문은 이내 자책으로 이어졌다. 그러다 이 책을 읽으니 어느 한 유형이 딱 나랑 맞다기보다는 이 책에서 주의를 주는 많은 행동들이 나의 행동들과 겹쳤다. 어찌 나 뿐만의 일이랴?

자녀가 독립적이고 자신감이 넘치는 어른으로 성장하기를 원한다면 부모는 '선의의 방관benign neglect'을 실천할 필요가 있다. 선의의 방관이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자녀를 철저히 통제하려는 양육의 끈을 조금 느슨하게 쥐는 것을 의미한다.

-72쪽

아이가 어릴 때 범하는 실수는 비교적 작고 고치기도 쉽다는 것을 기억하라. 나이가 들수록 실패의 크기는 더 커지고 이를 고치는 것도 더 힘들어진다. 어릴 때 실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훈련을 잘 받은 아이는 나중에 큰 실수와 실패를 경험하더라도 회복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사실도 잊지 않기를 바란다.

 

-118쪽

 

요지는 이렇다. 선의의(따뜻한) 방관을 통해서 우리 아이를 좀더 나은 어른으로 키우자는 것. 누구나 원하는 바이고 우리는 그렇게 키우기 위해서 노력한 부모들이다. 어디에서부터 내가 과잉양육을 시작한 것일까, 어떤 점이 특히 그럴까, 나는 지금쯤 무엇을 멈추어야 하는 걸까? 그것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부모 자신이다. 이 책의 내용의 위의 두 문단으로 간단히 요약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이 책을 무척 인상적으로 읽은 것은 이러한 내용을 독자(부모)에게서 수긍하게 하는 힘이 있다는 점이었다. 당근도 아니고 채찍도 아닌데 그냥 있는 그대로를 이런 저런 사례들과 이론을 덧붙여 알려주는 것인데도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는 점이다.

 

비록 나는 스스로에게 과잉양육의 위험 신호를 느꼈기에 이 책을 찾아보았지만 어쩌다 우연히 읽었다 할 지라도 많은 것을 느꼈을 것 같다. 이제 겨우 9살이지만 어찌보면 지금껏 내가 이 아이를 키우듯이 한다면 이 책에서 말하는 티컵 키드(teacup kid), 크리스피 키드(crispy kid), 게으름뱅이(turtle), 독불장군으로 만들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든다. 어쩌면 게으름뱅이나 독불장군의 모습을 우리 아이에게서 발견했기에 이 책을 읽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당신의 자녀에게서 이런 성향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많은 아이드이 잠시나마 이런 캐릭터를 드러내는 경우가 있는데, 감기처럼 잠깐 스쳐지나가는 것이라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이런 방식으로 성격이 굳어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나이가 어릴수록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기가 쉽다. 하지만 너무 오랜 시간 길들여진 경우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더 나이가 들기 전에 객관적인 시각으로 아이를 관찰해서 이런 성향이 성격으로 굳어지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바로잡지 않으면 자녀와 당신 모두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 226,227쪽


요즘 대학생들은 자기 빨래도 할 줄 모르고 방청소도 할 줄 몰라서 1주일에 한 번씩 가사도우미를 불러서 자기방 청소를 맡긴다고 한다. 우리 때와도 엄청나게 다르다. 또한 이 책에서 보자면 이런 문제 뿐만 아니라 갑작스레 자유를 느낀 아이들이 대학에 가서 어떻게 시간을 보낼 지 몰라 눈이 뒤집히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고 하니 어이없고 한심해서 피식 웃음이 났다. 혼자만의 시간이 절실하게 필요한 내겐 배부른 소리이지 싶지만 요즘 부모들이 아이들을 그렇게 키운다는 말이니 씁쓸하고 민망하다. 하긴 요즘은 대학 성적도 부모가 컴플레인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하니 영 허튼 소리는 아니다. 그래서 더 문제인 것이다. 이미 문제는 시작되었다. 다행인 점은 내가 이렇게 스스로를 경계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듯이 많은 부모들이 과잉양육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책의 말미에 나오는 건강한 양육을 위한 처방전은 집안 잘 보이는 곳에 붙여놓고 되새겨봐야겠다. 개인적으로는 '집에 있는 아빠의 양육 효과'도 함께 붙여 놓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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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1 14: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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