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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코트 ㅣ 철학하는 아이 5
짐 아일스워스 글, 바바라 매클린톡 그림, 고양이수염 옮김 / 이마주 / 2015년 11월
평점 :
이 책의 저자는 심스 태백의 책을 몰랐을까? 그럴 리가 없다. 그림책을 읽다보면 심스 태백의 [요셉의 낡은.....]을 추천하는 사람이 많아 모를 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쓴 데에는 이유가 있으리라 짐작한다.
두 책을 아이에게 다 읽혀보았다. 1학년 남자 아이인 우리집 아이는 예상대로 심스 태백의 책을 더 좋아했다. 아무래도 구멍이 뚫린 구성이라던가 선명한 색상과 과장된 인물 그림이 어린 아이의 눈에 흥미를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그 책은 충분히 아름답고 좋은 그림책이다. 그렇다면 나는? 그건 판단을 내리기가 힘들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심스 태백이 원작이니 이것이 더 낫다가 말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할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세상 아래 새로운 것은 없거니와 두 작품의 분위기가 너무 달라서 섣불리 판단은 못하겠다. 나름의 매력이 있다.
무엇보다 이 그림책은 따뜻하다. 할아버지가 딸과 손자를 위해 자신의 코트가 낡아질 때마다 조금씩 줄여가며 다른 무언가를 만드는 그 마음이 따뜻하다. 심스 태백의 작품이 자신의 몸 안에서 유머러스하게 코트가 변신한다면 이 그림책은 할아버지가 입던 코트가 재킷이 되고, 조끼가 되더니어머니 결혼식의 넥타이가 되고, 내 아이의 생쥐 인형이 되고, 쥐들의 보금자리가 된다. 대를 이어가는 코트의 운명이 보는 내내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그리고는 결국 남는 건, 이 이야기이다. 심스 태백의 책과 옷의 변천 과정이 비슷해도 표현방법이 달라서 좋았는데 결말이 다시 비슷해져버려서 그 점은 못내 아쉽다.
심스태백의 작품에게서 벗어나기란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길 바라는 것은 심스태백의 작품을 읽으면서는 아이와 놀이를 하고 싶어졌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내 옷을 고쳐서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내 것을 내 아이에게 마음 담아 주고픈 마음이 이 책에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