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렁크
김려령 지음 / 창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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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우리였던, 영원히 그러할

당신을 애도하며, 서영재

당신에게 키스를, 윤도하

 사랑합니다.

2013년

 

전작 [너를 봤어]의 에필로그이다. 그리고 이번에 이 책을 사고 펼쳐보니 작가님 사인이 담겨 있다.

 

작가님 소설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요....영재와 도하를 그리며 말이죠....그런데 이 소설!!! 전혀 다른 느낌이네요.... 약간 완득이과?^^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를 읽었을 때 여자들끼리도 의견이 분분했다. 어린 나이었는데도 난 이해를 넘어 공감을 했을 정도니 난 왜 그렇게 결혼이 싫었을까? 근본적으로 제도에 얽매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 남자의 아내로만 살아가고 있으며 나라의 녹을 받아 입에 풀칠을 하니 이건 무슨 운명인고? 그러하기에 [트렁크] 속에 들어있는 이야기들이 더 내 마음을 건드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현실의 나완 먼 이야기들이 현실의 나를 자꾸만 건드리는 힘, 그것이 소설의 힘이라면 김려령 작가는 그 힘을 잘 쓰는 작가라는 생각을 또다시 하게 된다.

 

전혀 낯선 직업 FW(field wife)의 삶을 살아가는 인지의 삶이 초반엔 시쳇말로 쿨하게 보여진다. 원해서 시작한 일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많이 특별한 이 일에 특별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주어진 일에 적당히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주어진 모녀의 인연을 그냥 적당히 유지하는 것처럼. 그런데 인지가 1년 간 FW로 만난 회원 한정원의 재결합을 받아들이면서부터 드러나는 많은 이야기들, 그 이야기들이 토네이도처럼 예상하지 못한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우선, 사랑의 문제. 여고생 셋의 조합은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다. 나 역시도 그 관계가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그런데 셋의 관계가 남들보다 별 탈없이 꾸준히 유지되는 데에는 조건이 있다.  서로에게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 셋은 그렇다. 썩 남에게 의지하는 성격들이 아니다. 그런 관계가 싱거워보일 수는 있는데 꼭 그렇지도 않은 것은 그 안에 속해 봐야 아는 법. 그런데 인지와 시정 그리고 혜영의 조합은 누군가의 사랑과 누군가의 상처, 누군가의 죽음으로 이루어졌다. 그 남겨진 몫은 인지와 시정의 것. 그럭저럭 그 문제를 짊어진 듯 벗어난 듯 살아가는 둘의 모습이 위태롭다만 시정의 감정이 소설 막바지에야 드러나면서 위태로움이 사라졌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일이 이렇게 힘든 일이었어! 첫사랑과의 사랑도, 엄마를 사랑하는 일도, 사랑을 놓치는 일도, 사랑을 숨기는 일도 모두 모두 힘든 일이라는 걸, 하지만 그 사랑이 결코 포기할 수는 없는 깊은 감정일 때 그것이 얼마나 존중받아야 하는 일인지도 알겠다. 인지가 시정을 받아들이진 않겠지만 그 감정을 존중할 것이라고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결혼의 문제. 이건 유일하게 진짜 부부였던 정원과 시연의 문제이기도 하고, 가상 결혼으로만 행복이 유지되는 부부의 모습에서 반증되는 진짜 결혼 생활의 문제이기도 하고, 결혼 생활 유지 능력이 안되는 사람들이 결혼을 꿈꾸는 정신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고, 결혼에 대해 너무 엄격한 사회의 문제로도 보인다. 기혼자라 그런가 아니면 이 가상 결혼에 대해 너무 혼자만 진지한 건가 모르겠다만 지금의 결혼 제도는 썩 탐탁치 않다는 걸 다시 확인했다.

 

무엇보다 일방성의 문제. 양태성으로 대표되는 이 일방성의 문제.  사람이 사람하고 의사소통을 해야하는데 말을 뱉고 혼자 결론내고 묻고 답하는 이 사람을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자신을 가해자로 만드는 가해자를 어떻게 좋아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등장하는 이 인물을 이해할 수 없었다. 작가의 인터뷰에 진심으로 이 캐릭터를 싫어한다고 하셨는데 그래서 너무 감정이 많이 실리신 걸까? 개인적으로는 이 남자의 비중이 너무 싫었다. 왜 자꾸 남의 인생에 나타나서 두려움을 주시나요? 일방적인 것은 폭력에 가깝다.

 

사랑도 결혼도 소통도 모두 잘 되면 더 이상 아름다울 수 없는 것이지만 이것이 어그러질 때에는 모두 폭력이 된다. 상대를 아프고 괴롭게 하는 사랑,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행복만을 바라는 결혼, 모든 것을 상대의 문제로 짐지우는 일방적인 말과 행동들이 모두 폭력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너무 힘들게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랑도 결혼도 소통도 그냥 편하게 했으면 좋겠다. 옆집 자판기 할머니처럼 그거 제일 좋은 것 같다. 그 속이야 오죽할까마는 소설 속 인물 중에는 제일 현자같다. 또 한 사람 편해 보이는 사람 정원. 흑기사같은 정원의 모습은 로맨스 소설을 보는 것 같아서 살짝 간지럽기도 했지만 그 행동들이 마음 가는대로 하는 것이라는 걸 알아서인지 무척 편해 보인다. 로맨스 소설이라면 둘이 진짜 결혼을 해야하지만 이건 [트렁크]니까 그런 일은 없는 걸로! 그냥 모두 편하게 사랑합시다! 트렁크에 진짜 마음 하나만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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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15-06-23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뭐라고 쓴거냐????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