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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에 관한 위대한 책
다비드 칼리 글, 세르주 블로크 그림, 정혜경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평점 :
처음 [적]을 유치원에서 아이가 빌려왔을 때 좀 놀랐던 기억이 있다. 이후 [나는 기다립니다]가 더 유명해졌지만 내게 다비드 칼리와 세르주 블로크의 작품은 [적]으로 남아있다. 이번에 출간된 [싸움에 관한 위대한 책]을 보았을 때 제목은 [적]의 느낌이 났지만 그림을 보니 흰 배경이라 그런가 [나는 기다립니다]처럼 따뜻한 느낌이 기대가 되었다. 그리고 그런 예상은 어느 정도 맞았다. 유머도 좋았다.
제목이 [싸움에 관한 위대한 책]이라고 해서 주제가 '싸움은 위대하다'고 진행되지는 않는다 당연히! 그렇다고 모든 싸움을 절대 안된다는 식으로 강경하지는 않다. 그것이 유머러스하게 그려져 일곱 살 아이도 지루하지 않게 읽으면서 동시에 책을 덮고 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좋은 싸움도 있고 나쁜 싸움도 있다는 식으로 나름 결론을 내린 것 같았다. 그보다는 그림이 주는 재미에 더 빠진 것 같았다. 물론 나 역시도!

아이가 유치원에 가는 동안 이 책을 몇 번 더 읽어보았다. 처음의 느낌이 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깊어졌다. 참 멋진 책이구나! 글작가와 그림작가가 오래 같이 작업을 해서 그런지 전혀 두 사람 같지 않고 호흡이 척척이구나! 신문이 있다면 신문 속에 나타난 싸우는 사진을 오려서 책과 함께 이야기해 보고 싶어졌다. 그런데 우리집은 신문을 구독하지 않는구나....^^;; 며칠 간을 옆의 옆의 집의 출입에 귀를 기울이다가 마침 어제 만나게 되어 신문을 넉넉히 제공받았다. 생각보다 싸우는 사진을 찾기는 어려웠다. 기사는 온통 날이 섰는데 직접 싸우는 장면을 찍기란 국회에 가지 않는 한 어려운 모양이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 사진을 보고 아이는 이 사람들이 왜 이렇게 싸우는지 어떻게 처음에 싸우게 되었는지 궁금해했다. 이런저런 설명을 해 주다가 결국엔 책을 들춰보았다.

처음엔 이유가 분명 있었겠지..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그 이유는 아니란다...

아이와 이런 저런 싸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다음, 아이의 입에서 어떤 주문이 나왔다. 그래서 그럼 사진 속의 싸우는 사람들에게 주문을 걸어보자고 했다. 마녀 위니의 '아브라카다브라'처럼! 그래서 나온 것이 바로 저 주문이다.
싸움아,
빨리빨리
풀려라
얍 !
친구들과 다툴 때도 되도록이면 빨리 풀자고 이야기하며 책장을 덮었다. 사진을 따로 찍어두진 않았지만 싸우는 사진을 찾을 때 사이좋은 사진도 함께 찾았었다. 노부부의 손 잡은 사진이었는데 참 예뻤다. 아들아, 예쁘게 살자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