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이었던 것 같다. 당시 많이 울었고 힘들었던 그 시간을 다시 바라봐야한다는 비겁한 두려움. 그 때문에 [눈먼 자들의 국가]를 사놓고도 한참을 읽지 못하고 이제야 읽는다. 읽고나서야 안다. 나, 참 비겁한 사람이야.... 하지만 비겁한 사람도 비겁한 사람 나름의 저항을 할 수는 있지 않을까? 그 극최소한이 바로 이 책들을 읽는 것이었다. 책을 사서(사는 것이 읽는 것만큼 중요한 책들이다.) 읽는 것으로 최소한의 저항을 시작하고 이렇게 읽은 것을 소문내면서 아주 작은 걸음을 더 떼어본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그런 것도 저항이냐고 말할 수 있을만큼 아주 작은 의미의. 다행히 활동하는 카페에 책을 추천해주니 반응이 좋았다. 당장 구매하겠다는 사람도 있었고, 두렵다는 사람도 있었다. 당장 구매하는 분들껜 주변에도 권하기를 권하였고, 두렵다는 분들께는 용기를 내어보자고 권하였다. 우리는 이렇게 못난 보통 사람들이지만 최소한 나쁜 사람들은 아닐 것이다.

 

[눈먼 자들의 국가]는 문학계간지 [문학동네]에 두 계절에 걸쳐 실린 세월호와 관련된 글들을 모은 책이고, 수익의 전부가 세월호와 관련된 곳에 기부된다. [세월호 이야기]는 세월호 특별법 촉구를 위한 현수막에 여러 어린이책작가, 그림작가들이 자발적으로 그린 한 폭의 글과 그림을 엮은 책이고, 인세의 전부와 정가의 10%가 기부가 된다. [눈먼 자들의 국가]를 펴낸 문학동네는 국내 굴지의 출판사이고 [세월호 이야기]를 펴낸 별숲 출판사는 좋은 어린이책을 출간하는 1인 출판사이다. 큰 출판사와 작은 출판사가 모두 제 역할을 하는 것이 의미있다.

 

[눈먼 자들의 국가]에서 가장 유명한 글은 아무래도 표제작인 소설가 박민규의 <눈먼 자들의 국가>일 것이고, 그 중 가장 유명한 글은 뒤 표지에도 실린 네 행의 구절일 것이다. 나 역시 그 글들을 포함한 그의 글의 논조에 공감했다.

 

말인즉슨 세월호는

 

선박이 침몰한 '사고'이자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은 '사건'이다.

 

그리고 그의 강압적이지만 간절한 바람에도 공감했다.

 

바라건대 각하, 지금 당신에겐 저 불쌍한 유가족들을 구조할 기회가 아직은

 

그런데 이런 느낌을 [세월호 이야기]에서도 고스란히 느낀다. 장르가 달라도 우리가 생각하는 바는 다르지 않다는 위안이 된다.

 

배는 바다가 삼켰어도

사람은

사람이 가라앉혔다

 

배를 삼킨 바다는 가만있어도

사람은 가만있으면 안 된다

 

             -김하늘, <사람은 배가 아니다> 중

 

 

[눈먼 자들의 국가]에서도 그렇고 [세월호 이야기]에서도 우리는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방법의 애도와 저항을 느낄 수 있고 그것이 우리가 느끼는 것과 다르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세월호 이야기]의 한 작품처럼 우리에게는 <덫>에 걸린 것만 같은 막막함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잊어버려서는 안된다는 점을 [눈먼 자들의 국가]와 [세월호 이야기]에서 많은 작가들은 강조한다. 바다에 빠진 아이의 입장에서 '잊지 말아달라'는 요청과 '걱정 말라'는 당부가 함께 있듯이 우리 마음에도 여러 마음이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마음이 나쁜 길로 가서는 안된다. 덫에 빠져서는 안된다. 앞에 나설 수 있는 자들은 앞에서 저항하고 그럴 수 없는 사람들도 미약하게나마 저항의 마음을 보태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중 가장 쉬운 일은 자꾸만 거론하는 것이다. 잊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라 잊지 않겠다는 말이 그래서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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