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일화는 크게 세 가지가 될 수 있겠다. 김중혁 작가를 구리시립도서관에서 강연회로 만나고 난지 한달이 채 안되어 홍대 살롱 드 팩토리에서 [메이드 인 공장] 출간 기념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다시 뵙게 되었다. 지난 번에 한 짐 지고 가서 사인을 받아온 터라 이번에는 가볍게 이 한 권만 챙겨가고 오고가는 길엔 출간 당시 아름다운 경쟁 구도였던 책, 김영하의 [보다]를 가져갔다. 참 좋았다고 느끼는 건 애정하는 작가들이라 그런걸까, 분명 그것만이 이유는 아닐 것이다. 간략히 두 에세이를 비교하자면 [메이드 인 공장]은 몸으로 쓴 글이고 [보다]는 생각으로 쓴 글이라고 느껴졌다. 애시당초 다른 시작이었기에 성급히 비교하는 것은 부질없어 보인다.
미랑을 만나 끼니를 때우고 갓 개업한 카페에 들러 잠시 차를 마시는데 누가 봐도 문 연지 얼마 안된 사장님의 떨림과 눈치보기가 안쓰러웠다. 커피 맛은 이상하던데,,,,연구하시고 잘 되시길 바랄게요^^;; 드디어 살롱 드 팩토리, 천상 길치인 나는 문만 열고 나오면 어디로 갈지를 모르는데 다행히 미랑은 길을 잘 찾았다. 착석하고 나서는 앞의 커플의 요란한 셀카에 찍히지 않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른다. 행사장에서 셀카는 세 방 까지만 찍기로 해요 우리ㅠㅠ
이날 작가님과는 네 번의 눈마주침이 있었다. 일단 입장후 뒤를 보니 계셔서 혼자 눈인사 1회, 화장실을 다녀오면서(아무리 생각해도 홍대 살롱드 팩토리의 화장실은 어떤 의도로 그렇게 만들었는지를 알 수가 없다 ㅠㅠ) 작가님과 바통 터치(?)로 머쓱한 눈빛교환 1회, 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순전히 제비뽑기로 받게 된 <글로벌작가 티셔츠>를 건네 받으며 흥분한 채로 눈빛 교환 1회, 독자들의 사물을 소개해 주시면서 내게 우표를 파실 마음으로 눈빛 교환 1회를 했다. 아, 사인받으면서도 했겠구나! 구리에서 시끄러웠던 우리들을 여적 기억하고 계셨다. 아직도 흥분하는 시기라 우린 여전히 시끄러웠다, 아마 다섯 번쯤 뵈면 우리도 진정할 거예요....
집으로 오는 길에 카페 꼼마에 들렀다. [불륜]을 사기 위해서였는데 막상 가보면 어느 새 계산대에서 4권의 책을 들고 있을 거라는, 말은 안했지만 이미 예상했던 일은 당연히 벌어졌다! 낮에 개인적인 책교환으로 받은 네 권의 책 중 두 권이 내 책이라고 해도 온라인 주문한 책도 두 권 왔으니 오늘만 벌써 8권의 책이 생긴 것인데 나는 이날 지하철에서 오며 가며 한 권의 책도 다 소화하지 못했다. 이 정도면 사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메이드 인 공장]에서 읽은 한 구절로 위안을 해 본다.
거실에 있는 피아노를 계속 보다 보면 치고 싶어지고, 책장에 꽂혀 있는 전집은 누군가 읽게 마련이다. 사람들은 예전과 달리 마음을 잃고 점점 실용적으로 변한다.
「메이드 인 공장」 p184, 김중혁
책을 사고 오는 길에 <Object>에 들러서 소소한 소비를 또 했다. 귀걸이 두 쌍을 샀는데 반값으로 산 책 네 권의 값과 거의 같았다. 굳이 합리화를 하자면, <책을 정가에 샀다고 치고 책 네 권을 사니 귀걸이 두 쌍이나 주네?>!!
도서정가제가 곧 실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의견이 분분하고 나 역시도 그로 인해 발생하는 할인 경쟁에 깊이 발을 담그고 미친 듯이 사재기를 하지만 그러하기에 더욱더 도서정가제를 기다리고 있다. 모순된 행동과 마음 같지만 도서 정가제를 하면 아무래도 지갑은 덜 열리게 되어 있다. 대신 꼭 필요한 책에 대해서 소비를 줄일 것 같지는 않다. 사는 책에서 읽는 책으로의 양상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출판사의 이익에는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오프라인 서점은 도움이 될 것이다. 중고 시장이 활발해지기도 하겠다, 현재 중고폰 시장이 활성화 되듯이. 어쨌든 책을 읽는 태도가 요즘 좀 바뀌어서 스스로에게 경고를 주는 마당인지라 예전의 느리고 공들여 읽는 독자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기대해 본다. 요즘 내가 하듯 책교환도 자주 일어나면 좋을텐데 예상 외로 호응은 없다. 아무래도 내가 밑줄을 너무 치나봐 ㅠㅠㅠ 다들 새책같은 헌책만 읽으려고 하니까....난 비위생적이지만 않으면 되요, 코딱지, 침, 라면 국물은 참아주세요^^;
어쨌든 책교환으로 받은 당뇨책을 엄마는 좋아하셨고 아들은 부여에 다시 가자고 하니 만족한 교환이었다. 어찌됐건 좋은 책을 저렴하게 그래서 많이 산 나는 일단은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