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줄리언
너대니얼 호손 & 폴 오스터 지음, 장현동 옮김 / 마음산책 / 2014년 3월
평점 :
만약에 내 주변에 문학을 사랑하는 이가 있다면 폴 오스터와 너새니얼 호손을 권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만약에 문학을 사랑하는 그 이가 아이를 갖게 되었다면 다른 이들에게 그래왔듯이 역시 좋은 육아서적을 권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한 번도 권한 적이 없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동안 권해왔던 책들이 모조리 초라해짐을 느낀다. 문학을 사랑하는 이가 아이를 키우고 있다면 이 책 한 권이면 충분하다. [줄리언]을 읽다보면 줄리언은 어느 새 하람이이고, 동은이고, 성현이가 된다. 그만큼 1851년의 아버지 너새니얼 호손은 놀랍게도 그 아무리 예술가라 자유롭다 할지라도 2014년의 아버지보다 더 현대적이다. [주홍글씨]로 널리 알려진 작가이자 은둔형 작가라고도 알려진 너새니얼 호손이 이토록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육아일기를 썼다는 사실은 이 작품을 발견한 폴 오스터는 물론 나 역시도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지금도 많은 아버지들은 아내가 없이 아들과 단둘이 보내게 될 3주일을 맞았을 때 호손보다 더 잘 해낼 수 없을 것이다. 아내가 두 아이를 데리고 떠난 1851년의 여름 3주, 호손은 분명 난감하고 두려웠을 테지만 그가 남긴 육아일기들은 160년의 세월을 건너 현재의 나에게 충분히 아름답다. 정말 좋은 아버지이다. 좋은 남편이기도 하고. 더더구나 훌륭한 작가이기도 하다.
많은 문장들이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공감이 가 표시를 해 두었다.
도착하자마자 줄리언은 모자를 벗을 사이도 없이 졸기 시작했다. 내가 하이우드에서 돌아왔을 때 피터스 부인은 이미 줄리언에게 밥상을 차려준 다음이었고, 줄리언은 마지막 빵 조각을 우적우적 먹고 있었다. 나는 옷을 갈아입히면서 줄리언에게 재미있었는지 물어보았다. 그런데 이 장난꾸러기 꼬마 신사의 대답은 '아니'었다. 삼십 분 전만 해도 자기 인생에서 가장 즐거워 보였는데 말이다. 몰려드는 피곤이 즐거웠던 기억을 잠식해버렸다. 줄리언은 침대에 누워 그지없는 만족감과 평안함을 느꼈고, 내가 계단을 밟기도 전에 잠에 빠져들었다. (p72-73)

아내 소피아 호손의 육아 철학을 보니 이들 부부가 키우는 아이들 셋은 참 행복했겠다 싶다. 폴 오스터의 해설에서 읽은 누나 우나와 함께 "이런 아빠는 없지!"라고 말하는 줄리언의 모습은 그저 흐뭇하기만 하다.
줄리언과의 이야기 외에도 소설가 너새니얼 호손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부분도 적지 않았는데 그중 사색에 대한 부분이 인상깊어 옮겨적어보았다.

르 클레지오의 그림책 [나무 나라 여행]이 떠오르기도 했다. 다시 보아도 참 아름다운 육아일기이다. 너새니얼 호손에게 박수를, 폴 오스터에게 포옹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