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의아한데 고쳐지지 않는 버릇 하나! 책은 사놓고 나서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만 허겁지겁 읽는 까닭은? 미스터리인데 슬쩍 추측해보자면 사놓은 책은 언제든 만날 책이지만 도서관에서는 지금이 아니면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근래에도 산 책 보다는 빌린 책을 더 많이 읽고 있다. 아마 이것은 고쳐지지 않을 버릇이지 싶다.

 

우선 이로의 [책등에 베이다]

 

일전에 역촌 북카페 쿠아레에 갔다가 이 책을 만난 이야기를 쓴 적이 있는데 잊고 있다가 도서관에서 이 책의 등을 만났다. 나 역시 도서관에서 책을 고를 때 책등의 손짓에 90% 의존하여 책을 고르는지라 저자의 마음이 공감이 되었다.

 

서문의 문장력에 저자의 내공을 느꼈지만 좁고 짧은 텍스트들을 좋아한다는 저자의 특별한 취향 때문인지 가끔은 그의 글이 와닿지 않은 때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붙잡고 읽게 되는 건 멈칫 하게 하는 문장들 때문이었다. 가령 다음과 같은.

 

열심히 읽지만 이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휴식 같은 독서의 비결이다. 책등에 베이다p112

 

 

내 맘 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 같다. 그래서 나도 이 휴식 같은 독서를 위해 이 책을 이해하지는 않기로 했다.

  

 

[책등에 베이다]의 영향으로 오랜만에 목적없이 도서관 서가를 거닐었고 그 와중에 손 안탄 이 책을 발견했다. 그리고 다 읽었는데 이 책은 정말이지 '추리소설의 바이블'이다.

 

2000편 가까이 되는 리뷰를 썼고 그 중 200편만 엄선하여 실었다는 양적 방대함도 놀랄만한 일이지만 건드리면 툭툭 추리 소설의 계보가 줄줄 흘러나오는 작가의 저력에 더욱 놀랐다.

 

셜록 홈즈로 추리소설에 입문하여 그 외엔 거의 안읽다가 올해 애거사 크리스티와 마이클 코넬리에 꽂힌 초짜 독자인데 이 책을 읽다보니 읽고 싶어지는 리스트가 쭉쭉 늘어난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입문자라 그런가 고전 추리 소설 쪽이 더 읽고 싶어졌고 일본 소설이 잘 안 맞는 것 같은데 전혀 안 읽은 건 아닌지라 경험을 더 해봐야 알겠다. 우리 나라 추리 소설가가 이렇게 많았구나 싶은 생각에 어쩌면 편견에 사로잡힌 나를 꾸짖기도 하였다. 소설가 이은과 류성희를 시작해봐야겠다.

 

다이어리 가득 위시리스트를 적어보았는데 이 중 각 분야별로 한 권씩만 저자의 문장과 함께 공유해 본다.

 

 

 

<고전 추리 소설>

  브라운 신부의 모든 단편들을 만날 수 있는 기적같은 책이다.  세상에는 많은 특이한 탐정들이 있지만 브라운 신부만큼 독특한 탐정은 없을 것이다.

 

 

 

 

<영미 추리 소설>

 

마치 <오즈의 마법사>에서 회오리 바람에 날아간 도로시가 <인 콜드 블러드>에서 범죄에 휘말리는 듯한 작품이다.

 

 

 

 

 

<일본 추리 소설>

 일본 본격 추리소설의 명불허전이 바로 이 작품이다. 볼 수 있다는 것이 영광인 작품이다. 졸필로 더 말하면 뭐할까 싶은, 읽지 않으면 모를 작품이다. 그러니 읽으시길. 이 작품을 읽지 않는다면 일본 추리 소설 볼 생각을 마시라!

 

 

 

 

<유럽 추리 소설>

 재미있고 스릴 있고 독특하고 뒤통수 제대로 맞고 싶은 독자들은 무조건 이 책의 늪 속으로 빠져드시길

 

 

 

 

 

<한국 추리 소설>

 설홍주와 왕도손의 활약이 홈즈와 왓슨처럼 남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택배 비닐을 뜯자마자 다 읽어버리고 당장에 실천한 책 [날마다 하나씩 버리기]이다. 1일 1폐라고도 부르는 이 실천은 선현경 작가가 1년 동안 하나씩 버리는 프로젝트를 실천하고 그것을 그림과 글로 기록한 책이다. 물론 그 버린 물건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고 자신의 일상과 잘 버무렸고 덕분에 나는 이우일 작가가 배우자라는 사실도 이참에 알았다.  작가로서의 뚜렷한 주관이 드러나는 부분도 좋았다.

 

 그나저나 버리기엔 양말이 좋겠다는 작가의 시작이 어쩜 나를 움직이게 하는지^^ 나 역시 소소한 소비를 즐기는 사람으로서 양말 잘 사고 묵혀둔다. 그래서 멀리 여행을 갈 때에는 저자처럼 신고 버릴 양말과 속옷을 싸서 가는 경우가 잦다. 빨지 않은 양말과 속옷을 들고다니는 게 찜찜한 이유도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잘 안 버리게 되니까!

 

 어찌됐건 이 책을 계기로 한 달 간 1일 1폐 하기로 했다.  마침 어제 아름다운 가게에서 예약된 기증품을 세 박스 가져갔으니 그것으로 시작해 본다. 안타깝게도 오늘은 버리기도 전에 아들 옷을 세 벌이나 사왔다 ㅠㅠ 세 벌 이상 버릴 것이다!!!

 

기록은 트위터에 #1일1폐 라고 쓰고 온 가족의 동참을 위해 냉장고에 표로도 만들었다!

딱 한 달 간만이라도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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