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남 이야기 하듯 제목을 썼다만 이건 나를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 토요일 밤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차가 고장이나 겨우겨우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견인차를 타고 근처 전철역에서 내려 전철을 타고 큰집에 내려갔다. 잠시나마 매우 두려웠고, 아이와 함께 있는 그 시간을 무척 마음 졸이며 보냈었다. 이러다 사람이 잘못될 수도 있겠구나, 싶은 마음. 다음 날 남편이 차를 가지러 가는 기차가 고장이나 멈추는 바람에(도대체 고장이 나지 않는 건 뭐람?) 다시 차를 만나는 과정도 순탄하지 않았다. 괜시리 불길한 기운이 느껴졌지만 특유의 합리화병이 발동하여 이것은 액땜이라며 내 감정을 무마시켰다. 무려 50만원이나 들여 고친 차는 다시 타면서도 찜찜했음에도 이내 손에 책과 휴대폰을 번갈아가며 평소의 태도를 되찾았다. 사람은 이렇게 쉽게 잘 잊는다. 아주 가까운 공포마저도. 휴대폰으로 메일을 확인하다가 지난 달에 쓴 리뷰 하나가 이달의 당선작이 되었다는 말에 언제 그랬냐는 듯 기뻐한다. 이렇게 쉽게 잘 잊는 게 사람이라니! 비교도 되지 않을 규모의 일로 쉽게 상쇄가 된다니! 스스로에 대한 짧지만 다양한 생각을 하며 휴대폰 앱으로 책구경을 한다. 알사탕 4000개면 20000원이라는 거지? 공짜로 생긴 돈은 바로 쓰자는 주의이므로 책을 본다. 휘리리리릭! 아마도 책을 살 모양이지?

 

 지난달부터 출간되고 있는 아고라 재발견 총서 3권인 [뒤돌아보며]는 미국 최초의 SF소설이자 출간당시 <톰 아저씨의 오두막>과 <벤허> 다음으로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였다고 한다. 사실 내겐 익숙지 않은 SF소설이라는 장르이지만 요즘 아들 녀석 덕에 시간 여행을 많이 하는 터라 자고 나니 113년 후가 되었다는 설정은 그리 난해해 보이지 않는다. 1887년에 그려본 2000년이라는 게 얼마나 실제의 2000년과 일치하는지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고 요즘 문제점이 많아 보이는 자본주의 시스템을 과감히 철폐한다는 설정이 의미있어 보인다. 우리나라에선 작가의 이 작품만이 번역된 모양이다.

 

남은 알사탕으로 살 만한 책으로는 시집이 딱이다! 문지에서 최근에 출간된 세 권의 시집이 관심을 끈다. 더구나 두산문지 낭독극장 <시를 읽는 밤 2>와 함께 하니 더더욱 의미 있지 않을까?

  

 

 

 

 

 

 

 

 

 

 

 

 

 

오늘 날씨를 보니 가을이 올 모양이다. 시간여행을 하기에도, 시를 읽기에도 좋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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