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 할머니가 손자에게
김초혜 지음 / 시공미디어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표지의 팻말은 이 책의 저자인 시인 김초혜의 손자인 재면이가 초등학교 1학년 어버이날에 할머니에서 선물한 공작물이라고 한다. 아마 이 집안의 가장 큰 틀을 이루는 생각이 아닐까 싶었다.

 

  

 

 

 

며칠 전 아이의 유치원에서 급히 가훈을 적어오라길래 급히 만든 가훈이 '서로를 지켜줘요.'였는데 만들고 보니 딱 좋은 말 같아 진짜 가훈으로 쓰고 있다. 액자에 넣어 거실에 걸어두니 진짜 서로를 지켜주고픈 마음이 더 생기는 게 참 신기했다. 아마 <행복이>라는 팻말을 받은 그 순간부터 할머니 김초혜 시인은 아이로부터 느낀 행복감이 충만해져 이 책을 쓰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초등학교 1학년에서 2학년에 넘어가는 해2008년 1월1일부터 그 해 12월 31일까지 매일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한쪽 분량의 글을 써내려갔다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할머니 김초혜의 마음은 그 내용에 못지 않다. 매일 1쪽의 글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읽는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매일 쓴다는 것은 보통의 마음가짐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할머니가 사랑하는 손자에게 주는 글이니 그 내용 또한 얼마나 사랑과 정이 듬뿍 할 것인가.

 

재면이가 어린 나이에 이 글을 쓰기 시작하셨지만 이 책을 재면이에게 준 것은 중학교 입할 때였다고 한다. 아마 글을 쓰면서도 중학생이 될 손자를 떠올리며 썼다고 느껴지는 것이 내용이 아홉 살 아이에게는 어렵기도 하거니와, 성장의 의미를 깨우치게 할 목적의 글들이 많아 사춘기 손자에게 더 적합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일면 너무 교과서적이고 지루할 수 있지만 이것이 재면이의 삶과 멀리 떨어진 한 어른의 글이 아니라 재면이와 가깝고 재면이를 많이 사랑하는 할머니의 글이기에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런 할머니를 둔 재면이가 어떻게 자랄지 흐뭇하게 기대하게 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친정엄마는 이 책을 읽으시곤 나도 써볼까?라고 하셨지만 며칠을 못 가셨다 ㅠㅠ 대신 좋은 글을 옮겨 적으시기로 하셨단다. 그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대신 내가 할머니가 된다면 기필코 이런 작업(?)을 해 보고 싶다. 대신 좀더 가볍게 쓰는 게 내겐 더 맞지 싶다. 참고로 말하자면 이 책은 김초혜 시인이 그러했던 것처럼 한꺼번에 읽는 것 보다는 일년을 두고 매일이면 좋겠지만 그런 부담 없이 생각날 때 한두쪽씩 읽어보면 참 좋을 것 같다. 비록 우리가 재면이는 아니지만 말이다.

 

오늘 날짜 5월 16일의 글을 옮겨 보는 것으로 마친다.

 

  사랑하는 재면아!

  아무리 컴퓨터가 기승을 부리는 시대라고 하지만, 편지를 쓸 때는 꼭 펜으로 써서 보내는 것이 좋다. 할머니도 이메일을 주고받기는 한다만 길게 쓴 이메일보다는 짧게 쓴 자필 편지가 훨씬 정답고 감동을 주더라. 정성들여 잘 쓴 글씨로 상대방에게 편지를 보내면, 너의 의도가 제대로, 명확하게 잘 전달될 것이다. 편지는 마음의 교환이다. 글시를 잘못 쓰는 사람은 남 앞에서 사인을 하기도 거북해 하더라. 글씨를 쓸 일이 많이 있는데, 그런 수치심을 지니고 산다면 참으로 힘들 텐데도 왜 고칠 생각을 안하고 부끄러워하는지 모를 일이다. 그러니 재면이는 글씨를 잘 쓸 수 있게 평소부터 주의를 기울이기 바란다. 할머니 세대는 편지를 주고 받는 것이 일상화되었던 시대였다. 그런데 한자를 잘못 썼다거나 맞춤법이나 띄어쓰기가 틀렸다 하면 그 사람의 지적 수준이나 인격까지 의심되더라. 어른이 된 후에도 그 사람을 만나면 그 틀린 한자가 자꾸 생각나 그를 무시하게 되더구나. 잠깐의 부주의가 그런 실수를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 실수를 하지 않도록 평소부터 조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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