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나도...

모든 기다림의 순간, 나는 책을 읽는다 - 그리고 책과 함께 만난 그림들……
곽아람 지음 / 아트북스 / 2009년 11월

문득 돌아보면 책을 읽고 있다.  유달리 더 읽고 있는 것 같아 흠칫 놀라기도 한다. 이런 때에 책이 눈에 들어온단 말이야?라고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다. 그런데 혼자 있는 시간에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다. 예전처럼 인터넷 쇼핑을 몇 시간 내내 가격 비교를 하며 들여다볼 수도 없고 재미있는 영화를 보러 갈 수도 없고 뉴스만 볼 수도 없다. 불안의 몸짓인 것 같아 그런 나를 나 혼자만이라도 이해해주기로 했다. 얼마 전에도 이 책을 조금 읽었었는데 어제 오늘 이 책의 제목이 유달리 더 내 눈길을 머물게 하는 것은 어떤 공감이나 위안 같은 느낌이다. 당신도? 나도...

곽아람 작가는 올초 [어릴 적 그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지만 에세이스트로서의 인지도가 꽤 있는 작가였다. 그럴 법도 한 것이 그녀의 책을 읽으면 마치 나와 마음이 통하는 누군가와 조잘조잘 이야기를 나누는 듯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녀가 자신의 마음을 거추장스런 미화나 포장보다는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글을 쓰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적 외모가 볼품없어 그 보다는 지적이거나 감수성이 있어 제인 오스틴의 이야기를 특별히 좋아했다는 까닭과 같은 것 말이다. 대한민국 지방(서울이 아니라는 뜻)에서 보통의 여학생의 전형적인 모습을 지닌 점이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말이다.

그녀는 미술사를 전공한 만큼 그림에 대한 영역이 전문 분야인데 어릴 적부터 책을 늘 가까이해서 전공하지 않았지만 미술 만큼이나 책에 관한한 전문가라 할 수 있다. 그러하기에 책과 그림을 조합하는 이 기획력이 우수한 책은 그녀만큼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내내 들었다. 보통 책에 관한 책이나 그림에 관한 책의 경우 절반도 모르는 작품들을 내용으로 하여 열등감을 폭발시키게 하는 데에 바해 그녀의 책에 나오는 작품들은 최소한 이름이라도 들어본 것이 많아 더 몰입해서 읽게 되고 일종의 지적 허영심도 채워준다.

요즘 책을 배고픈 사람이 허겁지겁 배를 채우듯 마음의 허기를 채우느라 읽어 치우고 있는 와중에도 읽지 않는 책이 있다. 바로 지난 달부터 꾸준히 읽어온 추리 소설이다. 사람의 죽음을 소재로 하는 이야기가 내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니 조금 생각이 바뀌었다. 이 책에도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이 한 권 나오는데 [열세 가지 수수께끼]가 바로 그것이며 그 책의 구절 중에  다음 구절이 인용되는데 그 글을 통해 아가사의 소설이 그저 재미로만 읽혀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새삼 알았기 때문이다.

"시골에도 끔찍한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 너희처럼 젊은 사람들은 부디 이 세상이 얼마나 끔찍한 곳인지 모르고 살아야 할 텐데."

가슴 아픈 소식들만 전해지는 요즘이다. 화도 나고 열도 나지만 착잡함이 더 크다. 어떤 말을 해도 수시로 변하고 복잡한 마음을 설명할 수 없기에 관련된 말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사람의 행동이 시간마다 행위마다 일일이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 본다. 오늘도 나는 아침에 아이와 웃었지만 그것이 세월호의 침몰에 대해 슬픔과 아픔을 느끼지 못한다는 뜻은 아니다. 어느 누구도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과 같아질 수가 없다. 심지어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일지라도. 섣불리 말을 하느니 혼자만의 기도와 혼자만의 생각과 느낌을 좀더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시간이 지날 수록 더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