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짧게 개괄식으로 리뷰를 올린 <어릴 적 그 책>을 읽으면서 '누군가에게 선물할 일이 있다면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뒤이어 읽고 있는 헤르만 헤세의 책을 읽으면서도 그런 생각을 한다. 생각보다 책을 선물하는 일을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선물한 책이 언제가라도 상대방에게 읽히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내 책부터 읽어주는 건 고마움을 넘어 감동의 일이지만 나 역시도 그렇게는 잘 되지 않기 때문에 그런 기대는 무리라고 생각하지만 난 그 책의 책등을 볼 때마다 그 사람을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내가 선물하는 상대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가정해야 한다. 선물은 선물일 뿐 주고 나면 내 손을 떠난것이라는 일반적인 선물들에 대한 내 기본 생각과 책은 조금 다르다. 그래서 고르기가 어렵다.

 

 

  작가와의 티타임에서 작가님이 은사님께 이 책을 갖다 드렸더니 이 책을 너무 만만히 보셨다고 한다. 사실 나 역시도 구매 전까지는 구매를 할까, 빌려서 볼까 고민을 했다. 그런데 구매하여 읽어보니 작가의 전작들까지도 사서 보고 싶을 만큼 글이 좋았다. 30대의 책을 좋아하는 여성에게 선물할 일이 있다면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그녀가 이 책을 보자마자 사지 않았다면 분명 망설이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책의 디자인에 공을 들여 가격이 조금 비싸진 것도 망설임의 이유가 될 수도 있을 테니 선물을 해 주면 좋을 것 같다. 이토록 사랑스러운 책을 선물받는다면 마치 내가 사랑받는 느낌이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헤세의 소설 만큼이나 그림을 좋아한다. 그래서 우리 집에는 헤세의 소설 보다 그림에 대한 책이 더 많다. 책 안에 헤세의 그림이 들어 있으면 마음이 괜히 약해진다.

 

그 약해짐이 이 책에 가득 들어 있다. 약해진다는 것은 부드러워진다는 것이고, 여유로워진다는 뜻이며, 너글워진다는 뜻이다. 나와 나의 미래가 아닌 주변을 돌아볼 즈음의 나이의 누군가에게 선물할 일이 있다면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가까이는 남편일 수도 있고, 지친 친구일 수도 , 존경하는 상사일 수도 있겠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시간을 선물해주고 싶다.

 

 

 

 목차만 보고서도 선물할 사람들이 샤샤샥 지나갔다. 바로 우리 동네 아들 친구 엄마들! 아이 책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고 자신들도 책을 가까이하고 있지만 아직은 육아서와 교육서, 자기 계발서나 여행서에 편중된 그들에게 어떤 전환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한다. 그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리퍼도서로 많이 구입했다. 물론 그들만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도 이 책을 슬쩍 보고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을 정도로 책을 즐겨 읽곤 아니곤 간에 '엄마'라는 이름의 독서가들에게 흥미로운 책이 될 것 같다.

 

 

 

 

 

 한 시인의 시집이 훨씬 많지만 가끔은 이렇게 엮어져서 출간된 시집도 구입을 하곤 한다. 이 시집은 민음사에서 김수영문학상 수상 시집의 시들을 엮은 책이다. 시집의 제목이 시인의 창작의 고통을 느끼게 하여 괜히 울컥한다.

  백석과 소월의 시가 전부인, 하지만 시를 좋아하는 누군가에게 선물해주고 싶은 시집이다. 김수영 문학상은 어떤 시에게 주어지는가도 알 수 있고, 요즘의 시들은 어떠한가를 느끼게 해줄 수도 있고, 그저 시를 아주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알찬 선물이 될 것이다.

 

 

 

 

누군가에게 책을 선물하고 선물받는 일은 비용 대비 굉장히 큰 정서적 효과를 낳는다. 그럼에도 쉬이 행해지지 않는 것은 책을 읽는 취향이 개개인마다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선물한 책이 그 사람에게 똑같이 좋을 때, 선물 받은 책이 내게 어떤 울림을 줄 때의 감동은 크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더 자주 올 수 있다. 하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안다. 그저 책을 주고 받는 행위만으로도 이미 정서적으로 우리는 통하였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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