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어떤 목적성이 없이 서점 나들이를 가고 싶을 때 대개는 즉흥적이라 혼자 다녀오곤 하지만 책벗에게 연락하여 함께 다니기도 한다. 청하면 오케이하는 그런 매커니즘이 참 좋다.

 

영어 공부를 좀 할까하고 원서를(어린이용이다 ㅠㅠ) 살까 싶기도 하고 아이가 좋아하는 옛이야기가 품절된 터라 그것이 혹시 있을까 하고 중고서점을 가기로 한다. 그리곤 연락을 취했더니 역시나 오케이! 뒤이어 청이 들어온다. 대오서점까지 갔다 오실래요? 나 역시 오케이! 실은 전날 기사로 보고 청할까 하다 그건 먼가 싶어 청하지 않은 터였는데 이심전심이란 이럴 때 쓰는 말인가보다.

 

중고서점에서 대략 30분 정도 책을 구경하고 걸어서 대오서점까지 갔다. 눈이 내리는 각도가 마침 얼굴을 얻어맞기에 좋았지만 그것도 좋았다. 좋은 벗과 좋은 구경을 가는 것은 그런 기분이다. 피곤을 잊는. 마침 중고서점에는 원하는 아이의 책이 있었고, 책벗은 영어 전문이라 두 권의 책을 추천받기도 하여 몇 권을 사왔다. 아침에 신분증을 찾느라 뒤적거린 서랍에서 나온 문화상품권을 마침 잘 썼다.

 

대오서점에 가니 이미 방문객들은 할머님과 사진 촬영 중이셨다. 벗과 이중섭 생가의 이야기도 나누었다. 옛집들이 주는 포근함이 지금의 우리를 품어주는 것 같아 머물고 싶은 공간이었다. 방문객은 적지 않았다. 한편으론 상업적으로 변모할까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방문객은 꾸준히 있어야할 것이다. 사라지지 않기 위해서.

 

커피를 시키면 리필도 해주고 빵도 주고 엽서도 준다. 집이 근처라면 때때로 들러 책도 읽고 글도 쓰고 멍도 때리기 좋겠다 싶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2014-02-09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오서점 할머님이 잘 계신가 보군요.
대오서점 할머님한테는 고마우면서 미안합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103229

이 글을 읽으시면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대오서점 '작은'할머님이 '왕'할머님 사진 좀 찍어 주기를 바라셨지만,
제가 한사코 거절하는 바람에,
몇 년 단골로 드나들지 않고는 찍을 수 없다고 손사래를 친 탓에,
99살에 돌아가셨거든요.
99살이실 적까지 명절마다
왕할머님이 좋아하시는 단것(사탕과 초콜릿) 사들고
대오서점을 찾아갔는데...

꼭 100살 되시는 해에 왕할머님을 사진으로 찍겠다 했는데
이제 와 돌아봐도 참 죄송한 일이었어요.

아무튼, 대오서점 예전 간판을 함부로 내리지 않아 고맙기는 한데,
<대오서점>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헌책방'이 아니라,
'살아남은 가장 오래된 헌책방'입니다.

더 오래된 헌책방은 자식이 가게를 억지로 폐업시켜서
역사에도 없이 아주 조용히 사라졌지요.

그렇게혜윰 2014-02-10 11:26   좋아요 0 | URL
인연이 있으신 거로군요! 할머님은 사진 촬영 중이시라 많이 못 뵙고 며느리 되시는 분이 적극적으로 손님들을 안내하시더라구요. 좋은 느낌이었어요. 가족들이 잘 꾸려가는 예쁜 곳이었어요!

2014-02-11 1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렇게혜윰 2014-02-11 16:52   좋아요 0 | URL
모임을 하기엔 너무 공간이 좁아요. 2인석 3세팀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