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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거북 ㅣ 그림책이 참 좋아 15
유설화 글.그림 / 책읽는곰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 나는 왜 이 책을 자꾸만 외국 작가의 책이라고 생각하는지 그 점이 궁금하다. 아마 유설화 작가의 첫 그림책이라 낯설기도 한 이유도 있을 것이고, [토끼와 자라]가 아닌 [토끼와 거북]의 이야기라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우려의 목소리가 아니라 뭔가 신선함을 느끼고 있다는 말이다. 이 신선함이 어쩌면 이 책이 국내가 아닌 세계에서도 통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느끼게 한다.
[슈퍼 거북]은 우리가 익히 아는 이솝 이야기 [토끼와 거북]의 그 뒷이야기이다. 작년에 개봉된 영화 [슈퍼 달팽이 터보]가 생각이 나기도 한다.

아다시피 슈퍼 달팽이 터보는 경기에서 스포츠카들을 제치고 승리하게 된다. 그런 달팽이의 능력은 노력이 아닌 우연히 생긴 초능력에 가깝다. 하지만 우리의 슈퍼 거북은 다르다. 토끼와의 달리기에서 이겼다는 사실만으로 자신을 영웅 대접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부단히 노력했다. 자신의 본성을 거스르면서까지. 죽을 힘을 다해 최선을 다했다는 말은 슈퍼거북을 가리키는 말일 것이다. 우연적 능력에 기댄 슈퍼 달팽이와 부단한 노력의 결과를 낸 슈퍼 거북은 본질적으로 다른 부류이다. 그러니 슈퍼 달팽이가 레이싱에 이겼다한들 슈퍼 거북이 시합 후에 취한 숙면의 가치에 비교할 바가 못되는 것이다.
[슈퍼 거북]에 나오는 동물들을 보면 낯설지가 않다. 우리는 어릴 적 [토끼와 거북]을 읽으며 토끼의 어리석음과 자만심 혹은 거북의 성실함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마 그때의 우리들은 대부분 그런 성향을 가졌었나보다. 이 이야기가 나오게 된 데이는 원전을 다르게 보자는 작가적 의도뿐만 아니라 요즘 사람들의 태도도 반영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본성적으로는 결코 이길 수 없는 거북이가 토끼를 이겼을 때에는 그 과정을 봐야하는데 요즘은 그런 세상이 아닌 거다. 겉만 보고 결과만 본다. 그 씁쓸함을 엄마인 내가 더 크게 느꼈다.
아이는 어땠을까? 처음엔 거북이가 피나는 훈련으로 빨라질 수 있다는 데에 함께 신이 난 듯 했다가 거울에 비친 늙은 거북이의 모습에 의아함을 느낀 듯 했다. 경기가 끝나고 느끼는 감정은 거북이나 나나 아이나 같았을 것 같다. 시원섭섭함 그리고 그 후에 찾아온 편안함. 거북이가 거북이 다워지는 순간이다. 내 아이도 내 아이의 본성에 맞게 그렇게 자연스럽게 크길 바란다. 다른 사람들의 지나친 기대감이 한 대상을 고통 속에 빠뜨릴 수 도 있다는 생각이 여운처럼 남아있다.
볼수록 매력있다는 말이 있다. 볼매라고도 한다. 이 책이 그렇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오래 사랑받을 것 같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