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병원에 가야하는데 다니는 병원은 언제나 환자들로 만원이다. 하지만 의사 선생님께서 성의껏 진료해주시기 때문에 환자가 많다는 것에 큰 불만이 없다.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자마자 가서 일찌감치 진료를 마치고 도서관을 다녀가기로 했다.

 

남편이 있는 날에는 남편에게 아이를 맡겨놓고 둘이서 어린이실에서 놀라고(?)하고선 비교적 여유있게 책을 고를 수가 있다. 마침 읽고 싶었던 단편집 두 권이 있길래, 더구나 남의 손도 아직 타지 않은 깨끗한 모습으로 있길래 손에 잡았다. 그리고 이름만 들어본 아고라 크리스토프의 엽편소설집 [아무튼]을 빌렸다.

 

 빌리기 전에 [아무튼]을 읽어보았는데 사람들이 아고라 크리스토프의 팬이 되는 이유를 어느 정도 알 것 같았다. 굉장히 짧은 소설인데, 그 소설들을 옮겨 적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어느 한 부분만을 옮겨 적기에는 매우 부족한, 어쩌면 하나마나한 일일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이 책을 읽고 다른 더 유명한 소설에도 도전해 봐야겠다.

 

 

 집에 와서 점심 식사를 준비하는데 같이 사시는 친정 엄마께서 물어보신다.

"또 박물관 책 빌려왔어?"

"오늘은 안 빌렸는데?"

"이거!"

"!!!"

 

 이 책 역시 빌리기 전에 몇 페이지 들춰봤는데 아름다운 문장이 기대된다. 박물관 지식책은 결코 아닙니다 어머니....^^

 

 

이 책이 출간되자마자 읽은 이들 사이에서 일어난 입소문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익숙하지 않은 것에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하는 나이기에, 더구나 나보다 어린 작가에게는 더더욱...(이건 무슨 심린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소식이 들린다. 한국일보 문학상 수상,,,,,소설가 부부의 탄생....그리고 도서관에서 딱 내 눈에! 읽으라는 계시는 아닐지....^^

 

 

아들 책을 빌리려는데 또 마침 내 눈에 한 권의 책이 쏙 들어왔다. [책 청소부 소소]와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로 유명한 노인경 작가의 그 이전 작품 [기차와 물고기]였다.

높은 산에 사는 빨간 기차와 깊은 호수에 사는 물고기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로 사실 확인을 하자면 죄다 뻥이지만 그 상상력에 아이는 무척 유쾌해했다. 내가 한 번 읽어주고 제가 한 번 읽어주었는데, 읽다가 흥이 났는가 글밥에 음을 붙여 노래처럼 읽어주었다. 이야기의 행복감이 아이에게 전해지는 것 같아 좋았다. 어쩌면 앞의 두 작품보다 이 작품이 나와 아이에겐 더 큰 공감을 준 것 같다. 

 

이 책들 말고 두 권의 책을 더 빌릴까하고 살펴봤었다. 책에 관한 책들이었다. 그 중 한 권은 사기로 결정하고, 다른 한 권은 그저 거들떠만 보았다. 글이 좋다고 좋은 책이 만들어지는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도 했다. 안타까운 마음도 들고 슬픈 마음도 들었다. 책이 가지는 운명이, 대다수의 운명이 그러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너무 많은 책들이 나오는 것은 아닌지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작가가 독자보다 많을 거라는 야유가 귀에 들리는 듯 했다. 견디기 힘든 비난이고 수정되기를 기대한다. 좋은 책을 빨리 만나고 싶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2013-12-24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아가는 이야기는 책으로 태어나도 즐겁고
책으로 태어나지 않아도
가슴에 곱게 남으니 즐겁구나 싶어요.

애써 책으로 태어났다면
널리 사랑받을 수 있으면
아주 좋겠지요...

다음에도 또 즐겁게 도서관마실 누리셔요~

그렇게혜윰 2013-12-24 19:06   좋아요 0 | URL
도서관 마실 다니면서
거기에서 직업의식 없이 잡담에 정신 없는 직원을 보면
내가 도서관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러네요 ㅎㅎㅎ

도서관 좋은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