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2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안장혁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괴테와 나의 첫 인연은 수능을 마치고 난 후 시간을 때우기 위해 읽었던 <괴테의 마지막 사랑>이라는 책이었는데 그때 나의 나이가 이야기 속의 괴테보다는 그가 사랑해 마지 않았던 소녀와 더 가까웠던 지라 괴테의 사랑을 다소 못마땅해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 그래서 괴테의 책을 일부러 멀리 했는지도 모른다.  그로부터 7년 후, <파우스트>를 읽었다. 읽으며 감탄했다. 괴테가 괜히 괴테가 아니구나! 그래도 읽는 과정에서 쉽지 않았던 탓인지 오랜 시간 또 괴테의 책을 읽어보지 못했다.

     이런 두 번의 만남은 내가 괴테를 나이 지긋한 대작가로만 떠올리게 했다는 한계를 만들었다.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읽어 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놀라움이었다. 듣기로만 치면 수 백 번도 더 들었을 이 제목이 그런 선입견 때문에 괴테의 당시가 아니라 괴테의 회고일 것이라고 제멋대로 생각해 버린 것이다. 이 작품을 쓸 당시 괴테는 20대 초반이었다. 하! 괴테에게도 20대 초반의 나이가 있었구나!

    베르테르의 죽음을 감지하는 1771년 11월 30일과 12월 4일의 편지를 읽자면, 그의 괴로움과 외로움이 얼마나 깊은지, 얼마나 아픈지 고스란히 느껴진다. 한 여인을 사랑함으로 인해 자기 자신을 찾지 못하는 베르테르의 마음을 나 역시 괴로워했던 경험이 있기에 더욱 안타까웠다. 죽음을 결정할 것을 이미 알고 있다할 지라도 어떻게든 막아보고픈 마음도 생기고 말이다.

     죽기로 결심한 그날, 죽음을 감행한 그날은 12월 20일에서 21로 넘어가는 밤 12시이다. 오싹한 마음이 들었다. 그날이 바로 내가 태어난 날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사랑을 감당하지 못하는 한 사내가 세상을 등진 그날 때어난 난 어쩌면 베르테르의 마음을 가진 채 태어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그래서 유독 이런 깊은 슬픈 감정에 마음이 더 짠해지는지도 모르겠다.

      그에게 몰입해 본다면, 그는 12월 20일 밤 즈음부터 오직 로테만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녀가 자신을  사랑해주어 자신이 소중한 존재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던 때, 그리고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오직 그녀를 만날 생각만으로 충만하던 때, 그녀가 없다면 이 세상 그 무엇도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심정, 그녀를 포기하고 동시에 삶을 포기해야하는 현재의 마음까지. 12시이기에  결코 번복할 수 없는 베르테르의 결심이 이해가 되지만 안타까운 것은 어쩔 수 없다. 피끓는 그 마음을 당사자 아닌 그 누가 이해하겠는가.

   이 책을 읽고 나니 70대 노인이 되어서도 사랑의 마음을 잃지 않았던 괴테가 달리 보인다. 20대의 베르테르인 채로 괴테는 평생을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베르테르는 자신의 사랑을 얻지 못해 비극을 선택하지만 그 조차도 자신의 선택이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그 사회적 여파야 어쨌든 간에 자신의 사랑을 적극적으로 증명한 것 아니겠는가. 차라리 미쳐버린 자를 부러워하는 베르테르를 볼 때면, 그의 선택이 무모하고 이기적이고 어리석을지언정 그의 당시로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은 아니었을까 이해하는 마음도 든다.

    사실, 문학동네 번역을 읽고 나서 우연히 다른 출판사의 책을 들춰볼 기회가 있었다. 인상적인 구절을 찾아봤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 때의 그 공감이 안 생겼기 때문이다. 낭만적이고 저돌적인 베르테르의 마음을 느끼기에 문학동네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좋지 않은가 권해 본다.  그리고 일부 출판사에서는 제목을 '고뇌'라고 했던데 원작의 느낌과는 상관없이 개인적인 후감으로는 '슬픔'이라는 말이 더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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