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투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니콜라이 고골 지음, 이항재 옮김, 노에미 비야무사 그림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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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를 묘사하고 설명하는 부분에서부터 이 책은 매력적이다. 아니 그 이전에 표지부터 매력적이고, 그림을 그린 노에미가 헌사를 한 것도 특별해 보였다. 그만큼 이 책은 고골의 책이기도 하지만 노에미의 책이기도 한 것이다. 단순한 삽화가 그 이상을 의미했다.

 

아카키에게 외투는 참으로 벼르고 별러서 얻게 된 소유욕이었다. 존재감 없는 9급 문관인 아카키는 요새말로 직장 내  '왕따'라 할 수 있지만 그 모습이 마치 자신의 모습인 양 크게 그것에 개의치 않으며 하루하루를 정서만 하며 보낸다. 그래도 그는 자존감이 꽤나 높은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가 비록 동료들에게 소외당하는 인물이기는 하였지만 그 자신도 그것에 대하여 크게 개의치 않는 것 같고(이 부분은 달리 해석할 수도 있다. 개의치 않는 척 하지만 속으로는 엄청 상처받고 있는 거라고 말이다.) 작지만 영향력 있는 목소리로 자신을 놀리는 사람들에게

 

"날 내버려둬요. 왜 날 모욕하는 거요?"

"나는 당신의 형제요"

 

라고  말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다시 말해 그가 소외 당하는 사람이었지만 요즘처럼 차갑고 살벌한 느낌까지는 아니었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러하기에 그가 이 말을 했을 때 사람들은 그의 말을 존중하기도 했고, 그가 새 외투를 입었을 때에도 따스한 관심을 가져주었을 테니까 말이다.

 

아카키가 직장에서나 집에서 정서하는 것에만 몰입한 것은 그가 그것을 해서 무언가를 얻겠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은 분명 아니다. 달리 할 것이 없었다는 것이 맞는 말이다. 그는 그것 외에는 무언가를 생산해내는 사람으로서의 역할이 주어진 적이 없다. 실상 무언가를 딱히 가진 적도 없었기 때문에 더 갖겠다는 마음이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 아카키에게 변심의 대상이 나타나니 바로 '외투'이다. 정말 간절히 원한 최초의 것. 그 마음을 읽으면서 행여 아카키가 돈을 잃어버리면 어쩌나 조마조마했었다. 마음에 꼭 드는 외투를 입은 아카키를 보며 묘한 감정이 들었다. 사랑스럽기도 하고, 따뜻해지기도 하고, 또 한 편으로는 불안하기도 했다.

 

누구에게나 허영심은 있다. 나쁜 의미의 허영심이 아니라 인간이 가진 기본 마음으로의 허영심 말이다. 자신의 일상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위시리스트! 아카키에게 그것이 외투였듯이 우리는 누구나 원하지만 당장 쉽게 가질 수는 없는 위시리스트가 있다. 그것이 비록 허영으로 보여 남에게는 조롱을 받을 지는 모르지만, 그리고 그것을 얻고 난 후에는 기쁨과 동시에 어색함과 불안감을 함께 가져야 할 지도 모르지만, 더욱이 아카키처럼 얻고 난 후 그것을 다시 잃어 크나큰 상실감을 가지게 될 지도 모르지만 그 위시리스트 없이 산다는 것은 좀 심심하고 억울하다. 더구나 외투가 아카키의 것인 것은 신기하고 이상하고 고관이 가지면 아무렇지 않다는 것은 더더욱 억울하다. 우리는 누구나 아카키의 외투를 가질 권리가 있다.

 

아카키가 외투를 오래 가지고 있으면 안될 이유라도 있는 거냐고? 그럴 자격이 없느냐고? 그럼 그럴 자격은 누가 있는 거냐고? 고골은 모든 아카키를 대신해 묻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아카키에게 그럴 자격이 없다면, 바로 당신도 외투를 입을 자격이 없노라고 말하고팠던 것은 아닐까?

 

내게도 위시리스트가 있다. 그것을 이루어도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 만큼 내 생활과 밀접한 것에서부터 '네가?'라는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것까지. 그것을 스스로도 겸연쩍어 하고 어색해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러지 말아야겠다. 그런 위시리스트 하나 없이 사는 것이 애처롭지 그것을 얻기 위해 살아가는 건 전혀 어색할 것이 없으니까. 비록 우리가 가난하고 소외당한 그 누군가라 할 지라도 말이다. 아니, 그러할 수록 더더욱 말이다. 누구나 아카키의 외투를 입을 수 있기를.......그것을 오래 간직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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