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이 정도의 어른 - 누구나 한 뼘 부족하게 자란다
남형석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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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된 어른력을 하나씩 발사해보자!

요즘 사춘기 아들과 사이가 좋지 않다. 현재 나는 잠시 ‘네엄마파업중‘상태이다. 어른도 이 모양이고 어른이 되어가는 애도 이 모양이다. 제대로 된 어른이 된다는 건 무척 힘든 일이다.

춘천의 첫서재를 좋아한다. 서재가 만들어지는 때부터 가고 싶었던 공간인데 아주 가끔이나마 목적지를 그곳에 두고 춘천으로 향하곤 한다. 왜 난 춘천에서 살겠다는 작은 소망도 이루지 못했던가! 어찌됐건 뚜벅뚜벅 서울에서 첫서재를 몇 번 다녀왔는데 그곳 서재지기님께서 책을 내셨다. 제목도 그답게 [고작 이 정도의 어른]이다. 마침 아들과 떠나는 둘만의 여행지가 춘천이니 들러 사인을 받을 수 있겠다. 그게 오늘이다.

며칠 전 책을 읽으며 책 읽는 장소가 사진찍기 좋아 책을 두고 혼자 사진사놀이를 하기도 했다만 제대로 읽는 건 어젯밤부터이다. 춘천 가는 기차에서 이어서 읽는 중인데 내내 느껴지는 건 작가님의 글이 작가님을 참 많이 닮아보였다. 조심스런 말투와 다정한 거리가 글에서도 느껴진달까? 기자로 살면서의 이야기가 기자 지망생들에게만 매력적인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 가장 좋았고, 작가를 닮아 단정한 문체가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오늘 아침 브런치에서 본 작가의 글 중에 작가의 아버님께서 아들의 가치관에 다가가게 되었다는 리뷰를 보내주셨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뭉클했다. 처음부터 이해한 건 아니라는 거니까, 노년의 아버님도 더 나은 어른이 되어가기 위해 걷는다는 거니까. 우리는 고작 이 정도의 어른으로서 고작 이 정도임을 알고 더 나은 어른이 되기 위해 생을 이어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에세이에 담긴 글들이 그런 과정을 담고 있어 공감이 많이 된다.

좁은 관계가 어느 덧 깊은 관계로 맺어진 나의 인간관계에도 고마움을 느끼고 내내 도도하게 연락도 잘 안 하고 산 나를 돌봐준 친구들에게 특히 더 고맙다. 그 고마움이 이어져 나는 꽤나 친절한 어른이 되었다. (지금은 나에게서 도도함을 찾기가 너무 어렵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능력보다는 마음으로 인정받는 관계와 직업을 가진 것에 대해서도 괜히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언제나 그만 둘 날만 기다리는 건 여느 직장인이나 마찬가지이지만 그래도 좋은 마음이 인정받는 일이 많은 직업이다. 내가 참 고마움을 모르고 살았다 싶다.

마흔은 아픈 나이이다. 청춘에서 살짝 벗어나 실제로 몸도 이곳저곳 고장이 난다. 자녀와의 문제 부모와의 문제, 부부문제, 직장 문제, 인간 관계 문제 등등 문제들이 넘쳐난다. 자기가 완성형 어른이라고 믿지 말고 부디 아직은 고작 이 정도의 어른이라고 생각하고 살며 이 글들처럼 자기의 삶을 돌아보는 생산자로 살면 어떨까? 잠재적 어른력을 하나씩 생산해보자.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참 어른답다. 작가님 축하드립니다, 잠재된 어른력이 하나 발사되었습니다 퓽! 내 어른력도 조만간 나를 뚫고 나와야 할 텐데....

*사인을 받고 첫서재에 잠시 머문다^^
*남편 계정으로 책을 사서 리뷰를 써도 구매자로 인식이 안 되니 참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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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2-05-29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윰님 글을 읽으니 이 책 읽어보고 싶네요 :)

그렇게혜윰 2022-05-29 17:17   좋아요 1 | URL
일단 기자분들은 글은 잘 쓰시는데 이분의 감성이 저랑 맞아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