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다른 사람들이나 스스로에게 자신은 병들지 않았으며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팔팔하다고 둘러대곤 했다. 하지만 방문하는 마을 상가에서 도는 말에 따르면, 요즘 버클리 씨가 주문 처리를 실수하는 일이 잦은데 그를 잘 아는 정 많은 상점 주인들이 그가 내심 갈망하는 은퇴까지 무사히 버텨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보호하느라 실수를 알아서 바로잡는다고 했다.

전성기 때와 마찬가지로 쇠락해가는 지금도 그는 애정 어린 존경을 받았다.

그들은 옷을 가져갈 자선단체들의 이름을 말했고, 당연히 지역 빈민에게도 나누어줄 거라고 했다. 플로리언은 처분 방식에 동의한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어머니의 원피스와 아버지의 양복과 구두를 다른 사람들이 입고 신은 모습을 상상했다.

딜러핸은 본래 꼬치꼬치 캐묻는 성격이 아닌 데다 당황스러운 감정이 들면 의문을 품기보다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편이었다. 하지만 그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엘리가 무료해하고 농장의 일상에서 외로움을 느낀다는 것, 살림하고 달걀을 모으고 유제품 작업장을 깨끗이 관리하고 토탄 창고를 회칠하는 일거리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을. 하지만 지금까지 그녀는 그 외에 다른 것을 원한 적이 없었다.

아서 테틀로에게 몸을 허락했을 때는 자기 행동에 확신이 있었다. 남지 말았어야 했던 집에 남았다는 사실만이 후회스러울 뿐이었다.

희한한 일이다, 조지프 폴은 생각했다. 아침 식사는 식어가고 있었다. 꼭 어머니가 하는 말을 듣는 것 같기도 했고 사용하는 표현도 그때의 사태 이후로는 들어본 적 없는 말들이었다. 누이의 윗볼에 홍조가 떠올랐다. 어린 시절에 보던 모습이었다. 누이는 분탄을 한 움큼 집어 사람들에게 던지곤 했다.

누이의 어리석은 행동이 집안에 그런 풍파를 일으킨 뒤로 그는 누이가 창문 밖으로 집 앞을 응시하는 모습을 자주 보았고, 그녀가 무엇을 찾는지도 알고 있었다. 누이가 투숙객들의 구두를 닦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구두 한 켤레 한 켤레가 그녀에게는 아서 테틀로의 장식적인 검정색 브로그 구두처럼 보일 거라고도 추측했다. 아마도 그건 누이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환상일 것이며, 지금 상상하고 있는 사건 때문에 그녀의 머릿속에서 그 환상은 어쩐지 위태로워지는 듯했다.

누이는 아버지가 각별히 아낀 자식이었다. 자신이 어머니에게 그랬던 것처럼. 아버지나 어머니 모두 그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누이는 그 사건 이후로 매일 저녁 집에 돌아온 아버지 모습 때문에 속이 상했을 것이다. 아버지는 셔츠 칼라를 떼어내고 넥타이를 풀어 주머니에 쑤셔 넣고 충혈된 눈으로 집에 들어왔다. 현관에서부터 얼빠진 휘파람을 불기 시작했고 휘청거리거나 넘어지며 계단을 올랐고 지갑에서 돈을 꺼내 뉘우침의 표시라도 되는 양 나누어주었다.

아일랜드를 영영 떠나기 전에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 무리한 바람 같지는 않았지만, 하루하루 지날수록 그 희망은 줄어만 갔다. 쇳조각을 하나 발견한 그는 라벤더를 옥죄는 담쟁이덩굴을 되는 데까지 모두 뽑아냈다. 자신이 간 뒤에 이것을 본다면 그가 한 일임을 알까 궁금했지만, 그녀가 왜 그런 생각을 하겠는가?

그는 부모님이 함께 쓰던 옷장 문을 열고서, 고인들의 옷을 그렇게 오래 간직하고 사는 게 보기만큼 이상하지는 않다고 말할까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왜 그런지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플로리언을 보았다. 그가 이야기를 듣는 모습, 그러다 손을 내미는 모습, 오펀 렌이 작별 인사를 뜻하는 악수를 공손히 받아들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플로리언 킬데리를 사랑하는 거다, 그녀는 소리 없이 말했다. 그가 자전거를 타고 광장을 벗어나 캐슬드러먼드 로드로 들어설 때 엘리는 다시 한 번 그렇게 말했다.

괜찮다면 노인이 전에 얘기했던 집이 있던 곳을 보여주겠다고 지금 말하고 있는 이 여자가 아니었다. 다시 그는 망설였고 침묵은 실제보다 더 길게 느껴졌다.
"시간 있어요?" 마침내 그가 말했다.

클룬힐에서는 남자를 고용하지 않았으며, 남자의 도움을 청하는 때는 발전기가 고장 났거나 굴뚝 청소를 해야 할 때, 겨울에 파이프가 얼었거나 여름에 말벌 집이 발견되었을 때뿐이었다.

그는 시작하지도 않은 일을 끝내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이제는 그녀가 주인이었고 오늘은 진주목걸이도 걸었다.

그녀가 말하는 동안 플로리언은 엘리 딜러핸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래서 주춤했다.

너무 허름해진 집을 보고 민망해하는 여자들의 감정이 전해졌다.

내 말은, 지금 뭐하는 거냐고 대놓고 물으라는 거야. 난 항상 엘리를 아꼈어."

플로리언은 그녀가 빠져나올 수 있도록 가시철망을 벌려주었고, 쓰러진 나무가 큰길을 가로막은 곳에서도 그녀를 도와주었다. 그가 엘리에게 손을 내밀었을 때 두 사람은 처음으로 서로의 피부를 느꼈으며, 평온함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두 사람 중 나이가 많은 쪽으로, 숱이 적은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하나 키가 크고 자세가 굉장히 꼿꼿했다. 노력만 하면 가능하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단련해 자세를 유지해온 사람 같았다.

달콤한 죽음 자체가 그녀에게는 꿈꾸던 것보다 훨씬 더 만족스러운 보상이 되었으니까.

자기는 그런 병을 앓고 있지 않으며 집에 달걀을 대주는 여자가 잘 사는지 관심을 갖는 일은 지극히 자연스럽다고도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무슨 일이 되었든 그 외에 다른 뜻은 전혀 없었다.

그의 주장이 너무도 열렬했고 피로에 지친 눈이 너무도 밝게 빛나며 모든 고단함을 지우는 터라 플로리언의 정중한 거짓말은 마음속 깊은 연민이 시킨 말이라 할 만했다.

작업 틀에는 망가진 액자가 고정된 상태로 끼워져 있었다. 나쁜 말을 반복하면 벌을 받는다. 남자 배달부에게 말을 걸거나 <당신은 나의 햇살>이나 <베사메무초>를 속삭여 노래하면 벌을 받는다. 무도회장에서 춤추면 벌을 받는다. 주어진 것을 그대로 받아들여라. 너희는 운 좋은 사람들이다.

플로리언은 엘리가 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자전거 바퀴가 바짝 마른 길 표면에 닿아 흙먼지가 일어났다. 그럴 법도 한데 그녀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엘리에게 어울리는 행동이 아님을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좁은 샛길이 더욱 좁아졌고, 그녀는 길 저편으로 사라졌다.

이제 자전거는 평범한 물건이 아니라 둘을 함께 있게 해주는 수단이 되었다. 그들은 중간에 끊겨버리는 진입로를 다시 걸었지만 길이 끊긴 곳 너머로는 가지 않았다. 그 방향으로 계속 가면 자동차와 트랙터가 다니는 곳, 라스모이 변두리의 단독주택들이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바로 그 진입로의 쓰러진 나무 근처에서 두 사람은 처음으로 포옹했다.

약속한 날이 되면 떠나는 아이에게 작별 인사를 하려고 모두들 홀에 모였다. 갈 곳이 정해진 사람은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

"그런 말을 여러 번 들었으니까, 다들 갈 집이 정해져서 떠나기를 바랐어요. 떠나기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고요. 모든 게 결정되면 기대를 엄청 하면서 들뜨곤 했죠. 우린 어디로 가게 될까 추측해보곤 했어요. 우리가 원한 건 큰 마을이었고요. 전 워터퍼드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거기 가고 싶었는데, 사람들이 말해준 곳은 농장이었죠."

그가 클룬힐에서 보낸 유년기에 대해 더 많이 물을수록 엘리는 질문하는 사람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아직 가끔은 낯설어 보이기도 했지만 그녀는 플로리언이 평생 알고 지내온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가 말해준 과거의 이야기들은 그녀의 또 다른 일부가 되었다.

장소가 어디든 그와 함께하며 이야기를 주고받는 일은 자신이 지금까지 경험한 어떤 우정, 혹은 어떤 삶보다 더 소중했다.

플로리언은 자신이 느낀 바를 말하지 않았다. 모두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고, 과거에 사로잡힌 남자의 집에 그녀를 일꾼으로 보내어서는 안 되었다고. 그러나 그렇게 생각만 했을 뿐 내색하지 않으려 했다. 혹시 겉으로 드러날까 싶기는 했지만.

"그렇게 끔찍한 곳은 아니에요." 엘리가 말했다. 마치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는 것처럼. "그냥 거기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던 것뿐이에요."

그는 항상 그녀의 의견을 구했다. 요즈음은 투숙객들보다 더 못한 대접을 받는다, 언젠가 조지프 폴이 이렇게 말했다. 가정부도 자신을 건성으로 대한다. 그녀는 그가 잠은 잘 자는지 궁금했다.

"넌 정말 동정심이라고는 없는 거니? 딜러핸이 어떤 일을 겪었는데, 그 사람이 불쌍하지도 않아? 엘리가 그 사람하고 가정을 이루고 불행을 극복하며 살고 있는데 별안간 돼먹지 않은 침입자가 나타난 거잖아."

동생을 탓할 수는 없었다.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니까.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응석받이로 떠받들려 살아와서 동생은 세상을 제대로 겪어보지 못했다. 젊은 아내가 누군가에게 푹 빠졌다는 얘기가 딜러핸의 귀에 들어갈 텐데, 그 뒤로 무슨 일이 일어나든 누가 그를 탓하려 하겠는가?

"트랙터에 다 실려 있어요." 엘리는 말했다.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남편에게 그렇게 퉁명스럽게 말한 것은 처음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는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창가에서 엘리는 남편이 헛간에서 경운기를 끌어내 트랙터에 연결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가 개들을 태우고 트랙터를 몰고 나간 뒤에도 여전히 조바심은 남아 있었다. 생소한 감정이었다. 그녀는 그런 느낌이 싫었다.

플로리언은 셜해나를 팔려고 내놓았다는 사실과 매매가 성사되었다는 사실을 아직 털어놓지 않았다. 집을 완전히 넘기고 나면 아일랜드를 떠날 거라는 사실도. 수도사들의 무덤이나 리스퀸의 진입로에서, 혹은 찻집이나 에나에서 매번 그는 헤어지기 전에 반드시 그 말을 하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매번 말하지 않았다. 침묵하는 이유는 엘리에게 고통을 주고 싶지 않아서일까? 혹은 시작은 그렇지 않았으나 이제는 기쁨이 된 관계를 갑작스럽게 끝내고 싶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과거에도 자주 그랬듯이 뭐든 숨기고 싶어 하는 성향이 우세했던 것일까? 알 수 없었다. 미루고 있을 때는 그게 옳다고 느꼈지만 숨긴다고 해서 어떻게 해볼 수 일이 아니며, 자신의 행동과는 상관없이 어쨌든 일어날 일임을 그는 알고 있었다.

이제는 얼마나 익숙한 사람인가, 그는 생각에 잠겼다. 잿빛의 푸른 눈, 부드러운 입술, 목소리, 미소, 수줍어하면서도 침착한 태도. 오늘은 어떤 옷을 입었을까? 만나기 전이면 그는 늘 엘리가 어떤 옷을 입고 올지 궁금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파란색, 녹색, 인동덩굴 무늬? 남편의 결혼 선물이라는 팔찌와 수녀님들이 주었다는 울워스 잡화점의 브로치, 그리고 낡은 핸드백은 또 얼마나 익숙한지. 그녀의 순수함, 그리고 처음에 그토록 자신의 연민을 자극했었고 지금도 여전히 그러한 온화함은 또 얼마나 익숙한 것인지.

그는 떠날 테고, 매일 아침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그가 떠났다는 사실이 될 것이다. 지금 아침에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그가 있다는 사실인 것처럼.

여름이라는 계절로 인해 더욱 목가적으로 느껴졌던 우정을 되도록 길게 끌고 싶었다는 것이 정확한 진실이었다.

그는 단순한 것을 복잡하게 만들고 말았다. 그는 사랑받는 느낌을 사랑했고, 다정함만으로는 충분한 보답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그날 밤 엘리는 잠결에 울었다. 흐느끼는 소리가 들릴까봐 애써 잠에서 깨어났다. 그녀는 자기가 우는 소리를 들었지만 겨우 깨어나 보니 남편은 아무것도 모른 채 자고 있었다. 베개가 젖어 있어 뒤집었는데, 아침이 되어 보니 눈물은 마치 꿈속에서 흘렸던 것처럼 사라지고 없었다. 하지만 꿈이 아니었음을 그녀는 알았다.

이사벨라는 짐을 모두 홀에 내려놓은 상태에서 ‘현장수첩’을 침대에 놓고 왔음을 깨닫고 그것을 플로리언에게 감춰두라고 매섭게 지시했다. 중요한 일이었다. 혹은 중요하게 느껴지는 일이었다. 당시 그녀와 플로리언이 하던 일 대부분에는 비밀이 스며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사벨라는 플로리언이 너무 많은 것들을 너무 쉽게, 때로는 경솔하게 내팽개친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의견 충돌이 있을 때면 그녀는 냉정하고 차분했고 그는 조급했다.

모든 것이 너무나 수월했기에 엘리는 희망을 넘어선 어떤 기대를 품었고, 그렇게 고털라사의 산허리에서 잃어버린 무언가를 조금이라도 되찾을 수 있었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가진 것을 놓기가 힘들어지죠. 그래서 더더욱 놓아야 하고요. 그렇다고 가진 걸 팔아치우기가 누군들 쉽겠어요? 그분 나이는 차치하고라도 말이죠."

엘리는 남편의 걸음걸이를 보고 대출 승인을 받았는지 알아내려 했지만 짐작이 되지 않았다. 어깨에 숄을 두른 여자가 손을 내밀자 그는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동전을 하나 꺼내 손에 떨어뜨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는 책을 태울 수가 없었다. 해비샴 양과 벌록 씨, 게이브리얼 콘로이와 에드워드 애슈버넘과 히스클리프를 처음 만나고, 네더필드 파크와 바체스터를 알게 해준 책들을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없애버릴 수는 없었다.

라스모이에서 그 여자에게 말을 걸었던 건 다시 만나니 대화라도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가 찾는 물건이 있는 매대로 안내할 때 그녀의 부드러운 목소리는 수줍고 느긋했으며 시골 사람 느낌이 났다. 처음에는 여자의 잿빛 푸른 눈에 관심이 갔는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꾸밈없는 외모가 점점 더 좋아졌다.

"난초처럼 사랑스럽구나." 아버지는 이사벨라가 처음으로 셜해나에 왔을 때 그렇게 말했었다. 하지만 꿈에서는 그 여자가 난초처럼 사랑스럽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자기주장이 강하지 않은 그녀만의 독특한 말투로, 아침마다 호수로 찾아오는 새의 이름은 뿔해오라비라고 말했다. 그리고 어디에선가 슈베르트의 피아노곡이 들려왔다.

플로리언은 꿈이 이어지기를 바라며 다시 잠을 청했다. 어릴 때도 자주 그렇게 해봤지만 한 번도 성공한 적은 없었다. 개는 침실 문 너머 층계참에 곤히 잠들어 있었다. 꿈의 자세한 내용은 점점 흐려지다가 완전히 사라졌다.

이사벨라는 나름의 현실세계를 펼쳐놓았다. 체사레와 엔리코, 바르톨로메오, 조반니 등이 존재하는 그 세계에서 그녀가 벽에 꽂아두는 스냅사진은 올 때마다 달라졌다. 멀리서 감탄하며 바라본 야회복 차림의 피에트로 팔로타, 이탈리아 은행의 시뇨르 카네파치. 그들이 그녀에게, 또는 그녀가 그들에게 실연의 상처를 안겼다. 그리고 플로리언은 그녀의 친구이며 언제나 그럴 것이었다. "너랑 있으면 나다울 수가 있어."

이사벨라는 플로리언을 치켜세웠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의 반쪽이라고, 이탈리아어로 훨씬 명확하게 표현했던 그 말은 번역을 거치며 우아함을 잃어버렸다.

처음으로 이사벨라를 사랑하게 된 날이 언제인지 몰랐고, 그애를 항상 사랑했다고 생각될 때도 많았다.

이사벨라에게 그건 사랑이 아니었고 그래서 플로리언에게는 다른 여자들이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 살던 어여쁜 로즈 메리 다티, 그리고 캐슬드러먼드 약국에서 일하던 여자아이, 역장의 딸 놀린 파히, 그리고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잉그리드 버그먼. 그 여자들과 별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무슨 일이 있었다 한들 그건 모두 이사벨라와 관련된 것이었다.

칼에 찔린 성녀에게 기도를 올리는 수사가 그려진 엽서였다. 성녀의 목을 찌른 단도가 그대로 꽂혀 있었다. 상처에서는 피가 흐르지 않았고 성스러운 인물은 그런 고통에도 전혀 흔들림 없는 모습이었다. 엽서에 ‘성녀 루치아’라고 쓰인 글을 읽던 플로리언은 그때 라스모이에서 얘기를 나눴던 여자가 떠오른 것은 그저 상상의 작용일 뿐이라고 혼잣말을 했다.

매번 캐도건스에서 새로 꽃을 사고, 마을길을 걸어오고, 물을 갈고, 싱싱한 꽃을 병에 꽂는 모습을 어머니가 지켜본다는 생각이 자신의 공상만은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대충 넘어갈 수가 없었다.

파리 한 마리가 천장에서 기어 다니고 있었다. 그는 기다리는 동안 우두커니 파리를 쳐다보았다. 한 번도 파리를 죽여본 적이 없었다.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하루 중 이 시간 즈음 해서 마시면 기분이 상쾌해지는 세븐업을 한 잔 따랐다. 그리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저 나름대로 무슨 일인가 하고 있는 파리를 계속 주시했다.

사장의 누이는 자주 만나고 싶은 사람은 아니었는데 만날 때마다 그녀에게 고압적으로 굴었다. 그런 태도는 그들 어머니의 특징이었고 그 딸은 그러한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했으며, 아마 알았다면 태도를 바꿨을 터였다. 버나뎃이 보기에 사장의 누이는 사악한 여자였다.

아침마다 바의 끄트머리에서 술을 마시는 남자 둘은 그녀가 들어와도 인사를 하는 법이 없었고 근처를 지나가도 말을 걸지 않았다. 버나뎃은 남자들의 이름을 알지 못했거니와 알고 싶지도 않았다.

버나뎃은 가져온 서류를 펼치고 서명이 필요한 수표는 한쪽에 따로 두었다. 이것은 오랫동안 매일 아침의 일과였다. 세븐업을 받은 후, 사장이 볼펜 뚜껑을 열고 서명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 그렇게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는 행위에서도 그는 자신의 됨됨이만큼이나 꼼꼼하고 깔끔했다. 자제심을 높이 사고, 언성을 높이거나 분노를 드러내지 않는 남자, 물건을 잃어버리는 행위를 스스로 용납하지 않기에 어느 것 하나 잃어버리지 않는 남자. 버나뎃은 그를 사랑했다.

"아니, 편지는 이미 썼어요." 버나뎃은 그렇게 말하고 서명만 하면 되는 편지를 찾았다. 그가 편지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의자에서 몸을 살짝 틀었을 때, 버나뎃은 잠시 그의 접어올린 바짓단이 자신의 장딴지에 닿는 것을 느꼈지만 그저 우연일 뿐임을 알고 있었다.

"정신 차려." 어머니는 이 모든 것을 비웃으며, 그는 매춘부 같은 제 마누라에게로 돌아간 거라고, 그런 남자는 꼭 매춘부 같은 여자를 마누라로 삼는다고 말하곤 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침대 시트를 태웠다. 가정부는 밖에 나가 마당을 쓸라며 내보낸 뒤 침대에서 시트를 벗겨내 아래층으로 가져가 화덕에 욱여넣었다. 눈물과 애원에, 아서 테틀로의 약속에 대한 믿음에, 그의 셰필드 이야기와 돌아오겠다는 다짐에, 이 모든 것에 어머니는 멸시를 퍼부었다. 모든 게 한심하다, 어머니는 말했다. 그렇게 비열한 욕구를 채웠으니 두 사람 다 천벌을 받을 거다, 평생 대가를 치를 거다. 이 집에 닥친 추한 불행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거다, 어머니는 그렇게 예견했다. 추한 결과도 마찬가지고.

그날 일은 코널티 양의 기억에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그녀가 망자에게 보이는 매정함은 그 기억을 보존하기 위한 의식과도 같았다. 고통의 시간은 끝났지만 그녀는 그 시간이 아직 지나지 않았기를, 항상 무언가가 남아 있기를, 움츠림이나 떨림, 아직 풀리지 않은 분노의 일부라도 남아 있기를 소망했다.

황폐해진 거실을 보고 놀라는 사람들, 답할 수 없는 질문을 해대는 사람들이 지겨워진 플로리언은 어느 날 아침 다시 라스모이로 갔다.

엘리는 그때처럼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때처럼 머릿속이 뒤죽박죽되었고 도저히 제 것 같지 않은 비뚤어지고 생소한 생각들이 가득 찼다. 물론 기억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가 궁금했고, 궁금해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궁금해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가 안녕하세요, 하고 말했을 때 누구인지 바로 알았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는 전과 하나도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엘리는 자꾸만 그에게로 눈길이 향하는 자신을 주체할 수 없었다. 한 번은 눈이 마주치자 그가 미소를 지어 보였고, 그녀는 자기 마음을 알까 궁금했다. 모르면 좋겠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 남자와 함께 자전거를 끌며 걷고 있다는 것, 심지어 고기를 사러 가려 했던 헌스 정육점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 때문에 엘리는 겁이 났다. 장거리가 있다고 말했어야 했다. 고기를 사야 한다고 지금이라도 말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엘리는 머게니스 스트리트가 나오면 코벌리스에 가야 한다고 말할 작정이었다. 마음의 준비를 했고, 사야 한다고 말할 물건도 생각해두었다. 똑딱이 단추, 그렇게 말할 참이었다. 그리고 바늘.

플로리언이 오늘 아침 만남에서 기대한 것은 자신이 과거에 같은 방식, 같은 이유로 맺었던 가벼운 관계에서 기대한 그 이상은 아니었다. 이런 시작은 예전 관계의 시작과 다르지 않았고 이미 기분 전환도 충분히 되었다. 이사벨라가 한낱 그림자로 남는 일은 결코 없을 터였다. 하지만 오늘 아침 꾸밈없는 시골 여자 하나가 마음속 여린 부분을 건드리자, 사촌의 목소리는 예전만큼 자신 있게 울리지 않았고 미소는 다소 희미해진 듯했으며 손길의 기억은 어제보다 약해진 듯했다. 그가 대화를 이어가느라 현재 길동무의 매력을 벌써 언급했는지도 모르겠지만 사실은 그러지 않는 편이 낫다는 것을 직감했다. 영영 그러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엘리는 그 방들을 그려보았다. 황폐함은 빼고. 벽난로와 꽃이 있는 편안한 방들,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 뜻밖의 사건으로 그들에게 온 아이. 그녀는 그곳에 홀로 남은 남자와 검은 개, 부모의 죽음 뒤로 너무 많아진 열여덟 개의 방을 보았다. 호수의 고요한 물도 있었다. 정원의 향기와 황혼녘의 달콤한 공기도 있었다.

두 사람은 코벌리스 매장을 지나 걸었다. 엘리는 캐시앤드캐리에서 그를 만났을 때 자기도 모르게 반지를 숨기지 않았을까, 오늘 아침에도 그러지 않았을까 자문해보았다. 자기도 모르게 하게 되는 일들을 조심해야 한다, 수녀님들은 그렇게 말하곤 했다. 무슨 일이든 그걸 행하는 사람은 바로 자신이다.

느닷없이 달아나는 모습을 보니 종종걸음이라는 말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망설임과 다급함이 섞인 몸짓으로 누가 억지로 등을 떠미는 듯 갑작스럽고 어색하게 떠나는 모습이었다. 엘리는 자전거를 타지 않고 끌면서 갔고, 장례식에서 사진을 찍었다는 그 남자는 그녀가 서둘러 자리를 뜨는 모습에 놀란 듯 제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그러더니 자전거를 타고 광장을 가로질러 캐슬드러먼드 로드 쪽으로 사라졌다.

함께 있는 두 사람의 모습에 무언가가 있었다. 그녀가 엘리를 몰랐다면 눈치챌 수 없었을 ? 그리고 분명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 무엇. 전에 엘리가 얘기했던 때, 그러니까 남자가 길을 물었다던 그때보다 두 사람이 서로를 더 잘 알게 되었다는 사실만은 분명했다.

지난날의 잘못 때문에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는 남편 외에 말 상대 하나 없이 저 멀리 외딴 산중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일 터였다. 엘리를 탓하기는 힘들었다. 그러고 싶지 않았고, 그러는 게 당연한 일 같지도 않았다. 시설에서 자란 아이, 빈곤 속에서 자신을 낮추며 살아온 아이, 아무것도 없이 태어나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엘리 딜러핸은 세련된 사진사의 관심이 아니어도 이미 충분한 역경을 겪었다. 그가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건 상관없이, 코널티 양의 날선 상상 속에서 그 남자는 이미 약탈자였다. 후진하는 이동식 주택을 지켜보며 그런 생각을 곱씹는 동안 코널티 양이 느낀 충격은 분노가 되어 양 볼을 발갛게 물들였다.

죽은 사람처럼 살아냈던 지난시절, 그리고 이젠 흐르지도 않는 눈물이 아직 마음에 남아 있는 것처럼. 엘리 딜러핸이 한없이 불쌍했다. 자신이 한없이 불쌍해 너무도 비참했던 어느 시절처럼.

그는 누이에게 무언가 할 말이 있음을 알아차렸지만 정작 누이가 말을 시작했을 때는 제대로 듣지 않고 가끔 고개만 끄덕였다.

아버지가 누이를 더블린에 데려갔던 날, 어머니는 두 사람이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둘 다, 어머니가 말했다. 영원히. 하지만 그는 아버지와 누이가 돌아오기를 바랐다.

마중을 간 그와 함께 아버지와 누이가 집에 돌아왔을 때 어머니는 그날이 인생 최악의 날이라고 말했다. 그는 누이에게 코코아를 가져다주었다. 엄마라면 누구라도 속상할 거다, 그가 말했지만 누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남동생의 말에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은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뒷방하고는 상관없는 문제야. 그 남자를 못 본 사람은 너밖에 없는 것 같다. 그 사람이 지붕에 올라가 고함을 쳐도 넌 안 보려고 하겠지."
그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아무 말 하지 않는 것이 늘 최선이었다.

돌사과밭으로 가서 곡식을 흩뿌리자 암탉들이 몰려들었다. 엘리는 자신이 남편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의식해본 적이 없었다. 사랑은 아니었다. 클룬힐 수녀님들이 항상 이야기하던 사랑과 다른 방식의 사랑은 시작되지 않았다. 그 표지가 눈에 보일 듯이 밝게 빛나며 영원히 타오르는 그런 사랑, 농장의 부엌 문간 위에서 지금도 꺼지지 않고 타오르는 듯한 그런 사랑이 이제는 엘리의 것이 된 소스 팬을 닦던 그 여자에게, 또한 그전의 다른 여자들에게는 있었겠지만 엘리는 아니었다.

차바퀴가 교체되었고 잭은 다시 내려와 있었다. "고마웠어." 그녀가 지나가자 남편이 말했다. 남편은 그녀에게 자꾸만 고맙다고 말했다.

딜러핸의 집이 엘리의 보금자리였고, 그곳에서 그녀는 역시 배려의 의미로 하녀가 아니라 주부로 불렸다. 아내를 여의었고 자신보다 아는 것도 많은 그는 실제보다 더 나이 든 사람처럼 느껴졌다. 차라리 결혼하는 편이 낫겠다, 그가 말했다. 정확히 그런 표현을 쓰지는 않았지만. 나중에 라힌치에서는 그녀가 점점 친근하게 느껴진다며, 자신은 운이 좋은 남자라고도 말했다. "저야말로 운이 좋죠." 엘리는 진심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녀에게는 거짓말하는 습관이 없었다.

"저 사람은 새댁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거예요." 결혼 피로연에서 모르는 여자가 그녀에게 말했었다. 그 말을 꼭 해야 한다는 듯, 그의 진가를 모르기 십상일 거라는 듯.

그녀는 남편이 삼각형의 치즈를 감싼 은박지를 벗겨 깔끔하게 접은 뒤 칼로 치즈를 들어 올려 꺼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꼼꼼한 일처리를 좋아했다. 심지어 이런 것까지도. 조심성 없이, 혹은 건성으로 행동하는 모습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물론, 예전에 그런 행동이 비극을 초래한 적은 있었지만.

옆으로 기울여 쓴 구식 필체는 현란함을 지양하고 명료함을 따르라는 앰브로즈 수녀님의 가르침에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

더 많은 날들이 지날 것이고, 그때 정말 그런 일이 있었나 생각되는 날이 올 것이다. 자신의 실수와 자기 자신까지 속여 넘겼던 시간을 수치심과 함께 되새기며, 참회를 통해 평화를 찾고 용서받게 될 것이다. 흐르지 않는 시간이란 있을 수 없고 매순간 치유가 될 것이다.

한 해 중 이맘때는 밤에도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기 때문에 트랙터의 녹색이나 복스힐의 칙칙한 갈색도 흐려 보이지 않았다.

그의 이탈리아인 어머니는 키가 크고 담배를 피우고 나이가 들어도 아름다운 여인이었을 것이다. 난데없이 그 이미지가 떠올랐다. 돌사과밭에서 그녀는 닭들을 우리에 가두었다.

편지를 쓴 이유를 밝히지 않는다면, 그리고 자신을 너무도 잘 아는 그녀들이지만, 침묵과 기만이라는 거짓 때문에 변해버렸고 수치심에 시달리고 있는 지금의 자신이 낯선 사람처럼 느껴질 거라고 털어놓지 않는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 글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그렇게 말을 아껴서는 자신이 느끼는 황폐함을 전달할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아낀 말마저도 당혹감과 불안함만 초래할 터였다.

그는 골칫거리가 아니다. 자전거를 타고 떠나며 엘리는 그렇게 말했어야 했다고 생각했다. 그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고 그에 대해 아는 것도 없으면서 어떻게 골칫거리라고 말할 수 있지? 그 말도 했어야 했다. "그 사람 이름은 플로리언 킬데리예요." 그렇게 말했어야 했다. "반은 이탈리아 사람이고요."

엘리를 첫 번째 아내와 비교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두 사람을 함께 놓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고, 그런 적도 없었다. 하지만 딜러핸은 자신이 두 번이나 운이 좋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덜컥덜컥 돌아가는 재봉틀이 바람대로 딴생각을 몰아내주었다. 결연한 태도로 그녀는 솔기를 일직선으로 박아 내려갔다. 오후는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 아침에는 닭도 돌보고 라디오에서 나오는 ‘오늘의 음반’도 들었는데 음악 중간 중간에 대화도 많았다. 하지만 해든 부인이나 또는 몇 안 되는 오리알을 사러 오는 작고 수줍음 많은 토머시나 플린이 들르지 않는 날에는 오후를 보낼 소일거리가 필요했다. 엘리는 라스모이로 가는 날을 화요일로 바꿨다. 금요일의 라스모이는 이제 익숙했기 때문이다. 화요일 오후는 자신에게도 그렇고 사제관 일정을 봐도 그렇고 금요일 아침만큼 편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화요일이 더 낫기에 바꾼 것이었다.

조용해진 재봉틀 위로 원하지도 않는 원피스가 반쯤 완성된 채 그대로 펼쳐져 있었다. 트랙터 소리가 마당에서 들리자 엘리는 다가올 기나긴 저녁이 두려워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은 삶에 대해 당신의 똑똑한 말들로
그 의미를 숙고하고 곱씹으며 야단법석을 떨지만,
우린 그저 삶을 살아가지

내가 아직 살 수 있는 삶, 나는 그 삶을
살아야 하고, 내가 아직 할 수 있는 생각들,
나는 그 생각들을 해야만 한다.
-칼 구스타프 융, 『붉은 책The Red Book』



생각할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노래할 가치가 있다.
-밥 딜런, 『인터뷰 선집The Essential Interviews』

what shall?
what should I do? And the sea says
in its lovely voice:
Excuse me, I have work to do.

Do cats pray, while they sleep
half-asleep in the sun?
Does the opossum pray as it
crosses the street?

Is a prayer a gift, or a petition,
or does it matter?

I wouldn’t persuade you from whatever you believe
or whatever you don’t. That’s your business.

So I just listened, my pen in the air.

난 당신이 무엇을 믿건 무엇을 믿지 않건
당신을 설득할 생각은 없어. 그건 당신 일이니까.
하지만 난 굴뚝새의 노래를 들으며 생각했지,
이게 기도가 아니면 무엇일 수 있을까?
그래서 펜을 들고, 잠자코 그 노래를 들었지.

Have I lived enough?
Have I loved enough?
Have I considered Right Action enough, have I
come to any conclusion?
Have I experienced happiness with sufficient gratitude?
Have I endured loneliness with grace?

Yes, I agree. You fuss over life with your clever
words, mulling and chewing on its meaning, while
we just live it.

Could anyone figure it out, to a finality? So
why spend so much time trying. You fuss, we live.

POEM OF THE ONE WORLD



This morning
the beautiful white heron
was floating along above the water

and then into the sky of this
the one world
we all belong to

where everything
sooner or later
is a part of everything else

which thought made me feel
for a little while
quite beautiful myself.

"Anything worth thinking about is worth
singing about."

Which is why we have
songs of praise, songs of love, songs
of sorrow.

THREE THINGS TO REMEMBER



As long as you’re dancing, you can
break the rules.
Sometimes breaking the rules is just
extending the rules.

Sometimes there are no rules.

For some things
there are no wrong seasons.
Which is what I dream of for m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랑스가 방해하는 것일까? 이 나라는 가장 불편한 국가이다.

편지를 쓴다면 규정된 절차대로 우편물을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지랄 맞을! 편지라니! 편지 따위를 얘기하다니. 편지는 약사나 쓰는 것이다….

나는 중국과 스페인이 한 국가인데, 인간들이 무지몽매해 두 국가로 생각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2월 이후에 발생한, 같은 해 1월

친구, 너를 영국인이 조종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영국인은 굉장한 정치가다. 영국인은 모든 일을 가만히 두고만 보지 않는다. 영국이 담배 냄새를 맡으면 프랑 스가 재채기를 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 모든 고충을 통해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었다. 모든 수탉의 깃털 밑에 스페 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창가에 어머 니가 앉아 계시지 않나? 엄마, 불쌍한 자식을 구해 주세요! 이 아픈 머리에 눈물 한 방울만 떨어뜨려 주세요! 그들이 나를 힘들게 해요! 고아처럼 불쌍한 자식을 꼭 안아주세요! 세상에 기댈 곳이 없어요! 사람들이 저를 고통스럽게 해요! 엄마! 당신의 병든 자식을 가엾게 여겨주세요… 그런데, 알제리 데이15) 의 코 밑에 혹이 나 있다는 걸 혹 아실는지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 관청 업무는 고상하고, 현청의 경우 아무리 세월이 가도 볼 수 없을 정도로 모든 점에서 청결하 며, 업무용 책상은 빨간색 나무로 만들어져 있는 데다, 상관들은 모두 존칭을 쓴다. 말이 나와서 말이지만 사실 업무가 이렇게 고상하지 않았다면 나는 벌써 이 일을 때려치웠을 것이다.

나는 사거리에서 마주친 그를 보자마자 속으로 중얼거렸다.‘ 애걔! 보아하니, 이 친구는 관청으로 가는 게 아니라 앞서 달려가는 여자의 다리를 보려고 서두르는 게로군.’우리 관리는 꽤나 교활하단 말이야! 하여튼 장교들에게도 절대 뒤지지 않지.

하인이 문을 열자 마차에서 한 마리 새처럼 그의 딸이 포르르 뛰어 나왔다. 두리번거리는 모습 하며 눈썹과 눈동자를 찡긋거릴 때반짝이는…. 오, 하느님 맙소사! 나는 온통 정신을 잃어버릴 것만 같다.

영국에선 어느 날 물고기가 수면으로 떠올라 이상한 언어로 짧게 말하는 바람에, 이 말을 해석하기 위해 학자들이 벌써 3년 동안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아무것도 밝혀 내지 못했다 한다.

나도 신문에서 소 두 마리가 가게에 와서 차 1푼트1) 를 달라고 했다는 기사를 읽은 바 있다. 내가 놀라 자빠진 것은 메드 쥐가"피델레, 너한테 편지를 썼는데, 폴칸이 내 편지를 네게 전해 주지 않은 게 분명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제껏 개가 글을 쓸 줄 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귀족만이 글을 정확하게 쓸 줄 안다. 젊은 상인이나 서기, 때론 농노가 글을 쓸 줄 아는 경우는 이따금 있다. 하지만 이들의 글쓰기는 대개 기계적이라 쉼표나 마침표, 철자를 틀리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건 놀라운 일이다. 얼마 전부터 나는 아무도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것을 가끔씩 듣거나 보기 시작했다.‘ 따라가 봐야겠어.’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강아지를 따라가서 정체가 뭐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봐야겠어.’ 나는 우산을 펼쳐 들고 두 부인을 따라갔다.

내가 알고 있는 집이군.’나는 속으로 말했다.‘ 즈베르코 프의 건물2) 이잖아.’놀라운 건물이군! 웬만한 사람들은 죄다 여기 살지. 하녀로 일하는 이도, 먼 곳에서 온 사람들도 무척 많다 고! 관리들도 개떼처럼 꽤나 많이 살지. 이곳엔 나팔을 잘 부는내 친구도 살고 있지. 부인들은 5층으로 올라갔다.‘ 좋아.’나는 생각했다.‘ 지금은 더 이상 가지 않겠어. 위치를 기억해 뒀다가 기회가 오면 잊지 않고 이용하면 되니까.’

국장의 얼굴을 보면 눈에서 진중함이 번득인다! 나는 이제껏 그가 쓸데없는 말을 지껄이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 단지 서류를 제출하러 가면 한마디 물어볼 뿐이다. "바깥 날씨가 어떤가?"
, "습한 날씨입니다. 각하!"그렇다. 그는 우리와는 도저히 비교할수 없는 사람이다! 국가적 인물인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각별히 나를 좋아한다. 만일 그의 딸이… 이런, 제길! 아냐, 아냐, 그만!

나는《북방의 꿀벌》을 읽었다. 프랑스인은 지독히도 멍청하다!

백조처럼 하얀 드레스를 입은 그녀의 자태! 후, 정말로 화사한 모습이다. 그녀를 쳐다보니, 태양, 오, 신이여, 태양처럼 빛난다. 그녀는 인사를 하고는"아버지가 여기 안 계신가요?" 하고 물었다. 아, 아, 아! 그 목소리! 카나리아, 바로 카나리아의 목소리였다!‘ 오, 아가씨.’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저를 벌하지 마세요. 그래도 벌을 주시려면 당신의 손으로 직접 벌을 주세요.’그런데 젠장, 혀가 배배 꼬여"안 계십 니다." 라고 말했을 뿐이다. 그녀는 나를 쳐다보고, 이어 책을 쳐다보다가 손수건을 떨어뜨렸다. 나는 재빨리 몸을 움직여 떨어 지는 손수건을 잡으려다 마룻바닥에서 미끄러지는 바람에 콧방 아를 찧을 뻔했지만 간신히 버텨내 손수건을 잡았다.

그녀는 고맙다는 말을 하고, 설탕같이 단 입술이 살며시 움직이는 듯한 미소를 짓고는 방을 나갔다.

한 시간 동안 당신을 보지 못하니
일 년이 흐른 것 같습니다.
내 삶을 증오하며
살아갈 수 있을는지요.3)

푸시킨의 시가 분명했다. 그녀를 한 번 더 보고 싶어서, 저녁에 외투를 걸치고 각하의 저택 현관 쪽으로 가보았다. 혹시 마차를 타러 나오지 않을까 하고 오랫동안 기다렸으나 그녀는 나오지 않았다.

평판을 더 쌓아 너보다 더 잘나가게 될 거다. 너는 본인 말고는 뵈는 사람이 없겠지? 내가 최신 유행의 루치 표4) 연미복을 입고, 네가 매는 종류의 넥타이를 매면, 너는 내 발톱 때만도 못하다 고. 돈이 없는 게 유감일 따름이군.

요즘 작가 들은 정말 재미있는 희곡을 쓴다. 나는 극장에 가는 것을 좋아한 다. 주머니에 푼돈이라도 생기면 극장에 가고 싶어 안달할 정도 니까. 그런데 우리네 관리들 중에는 돼지 같은 것들이 있어, 공짜로 표를 쥐여 줘도 무식한 농군처럼 극장에 갈 생각을 않는다.
여배우 하나가 노래를 잘 불렀다. 나는 불현듯 생각이 났고….
이런, 제길! 아냐, 아냐, 그만.

오늘은 국장 집무실에서 각하를 위해 펜 스물세 자루를 깎았 고, 그녀를 위해서는, 아이! 아이! 그러니까 영애(令愛)님을 위해 서는 네 자루를 깎았다. 각하는 잘 깎인 펜이 많을수록 좋아하신 다. 오! 수장다운 면모이시다! 항상 말씀이 없으시지만, 그분은 머릿속으로 많은 생각을 하고 계신 것 같다. 주로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정말 알고 싶다.

좀 더 가까이에서 각하 같은 분들의 삶, 그분들의 애매한 말투 그리고 궁정에서의 농담 등을 살펴보고 싶다. 자신들만의 세계에서 어떻게 삶을 꾸려가는지 무척이나 알고 싶다!

넵스키 대로에서 들은, 개 두 마리의 대화를 떠올린 것이다.‘ 좋았어.’나는 생각했다.‘ 모든 걸 알아내자. 그러기 위해서는 이 귀족 가문 강아지들이 주고받는 편지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편지 속에서 뭔가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고백하건대, 한번은 메드쥐를 불러"메드쥐, 지금은 우리 둘밖에 없다고. 원한다면 아무도 우리를 보지 못하게 문을 잠글게. 너의 여주인은 어떤 분인지 내게 죄다 말해 줘. 아무한테도 얘기 안 한다고 약속하지." 라고 말한 적도 있다. 그러나 영악한 강아지는 꼬리를 말아 잔뜩 웅크리고는 마치 아무 말도 듣지 못했다는 듯 문밖으로 살금살금 내빼버렸다.

나는 오래전부터 개가 사람보다 영리 하지 않을까 하고 의심해 왔다. 확신하건대 그들은 말을 할 수있으면서도 일종의 고집 때문에 입을 다물고 있다. 개는 매우 정치적이라 인간들이 해온 모든 일을 비판한다.

맞춤법이 매우 정확했다. 구두점도 제대로 찍혀 있을 뿐 아니 라, 어려운 철자도 정확히 사용했다. 우리 과장은 자기가 어디 무슨 대학인가 나왔다고 그러지만 이렇게는 절대 못 쓸 것이다.
더 읽어보자.

빵을 둥글게 대충 말아 개한테 던져주는 것만큼 불쾌한 짓은 없어.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던 신사 양반이 온갖 더러운 것을 만지던 손으로 빵을 으깨 둥글게 만 다음 널 불러서 입에 쑤셔 넣는다고 생각해 봐. 거절하자니 예의에 어긋나는 것 같고,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먹는 거지. 더러워 죽겠지만, 먹을 수밖에….

젠장, 뭐라 쓴 거야! 쓸데없는 소리밖에 없잖아! 이보다 더 좋은 얘기는 쓸 수 없다는 식이니. 다른 편지를 보자. 더 중요한 내용이 있을 거야.

우리 집에서 일어난 일들을 너에게 기꺼이 알려 줄게. 내가 전에 소피가 아빠라고 부르는 어른에 대해서 좀 얘기했잖아. 이 사람은 매우 이상해.

오! 드디어 나왔다! 그래, 내 그럴 줄 알았어. 개들은 모든 사항을 정치적인 시선으로 보지. 아빠가 어떤지 보자.

문체가 변덕스럽다. 사람이 쓰지 않았다는 게 확연한 글이다. 시작은 괜찮아 보였으나 끝은 역시 개 편지다웠다. 다른 편지를 읽어보아야겠다. 조금 긴 편지다. 흠! 날짜가 쓰여 있지 않다.

혹시, ma chere, 걔들 중에 내 마음을 흔드는 개가 없다고 생각하니? 아, 그렇지 않아…. 옆집 담을 타고 넘어오는 트레조르라는 개를 네가 보면 알 텐데. 아, ma chere, 정말로 귀엽고 멋지지!

쳇, 망할! 이게 다 뭐야! 이런 쓸데없는 이야기를 편지에 쓰다 니. 사람 얘기를 해야 할 거 아냐! 사람 얘기를 읽고 싶다고.

내가 봐도 뭔가 이상하다. 시종무관 정도가 그녀를 매료시켰을 리가 없다. 더 읽어보자.

내 생각에 시종무관이 맘에 들면 소피의 아빠 집무실에 있는 관리도 맘에 들어야 할 거라고 봐. 풋, ma chere, 그 관리는 얼마나 못생겼는지 몰라. 자루 속에 든 거북이 같은 꼴인데….

이 관리는 누구지?

그의 성은 정말 이상해. 그저 책상에 앉아서 펜만 열심히 깎아. 머리카락은 꼭 건초랑 흡사해. 소피의 아빠는 하인 대신에 항상 그에게 심부름을 시켜.

이 망할 놈의 개가 나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은데. 내 머리 어디가 건초 같아?

아마도 인간의 사고가 머릿속에 들어 있다고들 생각하여 이런 일이 생기는 것같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다. 인간의 사고는 카스피 해로부터 바람을 타고 오는 것이다.

나는 사무실에 앉아 있는 상놈들을 둘러 보며 생각했다.‘ 너희들 사이에 누가 앉아 있는지 알면…. 맙소 사! 큰 소동을 일으킬 거야. 과장부터 국장에게 인사하듯 내게 허리 굽혀 인사하겠지.’누군가 요약을 하라고 문서 몇 장을 내앞에 던져 놨다. 하지만 나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후 모두들 야단법석을 떨었다. 국장이 오고 있다고 했다. 관리들이 서로 국장에게 잘 보이려고 앞다투어 뛰어나갔다.

나는 국장이 서명하는 가장 중요한 곳에 페르난도 8세라고 휘갈겼다. 공경 어린 침묵이 깃드는 광경을 볼 필요가 있었으나, 나는 그저 손을 저으며"복종의 의사를 표할 필요는 없네!"라고 말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물리학자들은 여자들이 이렇다 저렇다 하며 바보 같은 소리를 지껄이지만, 여자들이 사랑하는 것은 오로지 악마일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