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관청 업무는 고상하고, 현청의 경우 아무리 세월이 가도 볼 수 없을 정도로 모든 점에서 청결하 며, 업무용 책상은 빨간색 나무로 만들어져 있는 데다, 상관들은 모두 존칭을 쓴다. 말이 나와서 말이지만 사실 업무가 이렇게 고상하지 않았다면 나는 벌써 이 일을 때려치웠을 것이다.

나는 사거리에서 마주친 그를 보자마자 속으로 중얼거렸다.‘ 애걔! 보아하니, 이 친구는 관청으로 가는 게 아니라 앞서 달려가는 여자의 다리를 보려고 서두르는 게로군.’우리 관리는 꽤나 교활하단 말이야! 하여튼 장교들에게도 절대 뒤지지 않지.

하인이 문을 열자 마차에서 한 마리 새처럼 그의 딸이 포르르 뛰어 나왔다. 두리번거리는 모습 하며 눈썹과 눈동자를 찡긋거릴 때반짝이는…. 오, 하느님 맙소사! 나는 온통 정신을 잃어버릴 것만 같다.

영국에선 어느 날 물고기가 수면으로 떠올라 이상한 언어로 짧게 말하는 바람에, 이 말을 해석하기 위해 학자들이 벌써 3년 동안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아무것도 밝혀 내지 못했다 한다.

나도 신문에서 소 두 마리가 가게에 와서 차 1푼트1) 를 달라고 했다는 기사를 읽은 바 있다. 내가 놀라 자빠진 것은 메드 쥐가"피델레, 너한테 편지를 썼는데, 폴칸이 내 편지를 네게 전해 주지 않은 게 분명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제껏 개가 글을 쓸 줄 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귀족만이 글을 정확하게 쓸 줄 안다. 젊은 상인이나 서기, 때론 농노가 글을 쓸 줄 아는 경우는 이따금 있다. 하지만 이들의 글쓰기는 대개 기계적이라 쉼표나 마침표, 철자를 틀리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건 놀라운 일이다. 얼마 전부터 나는 아무도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것을 가끔씩 듣거나 보기 시작했다.‘ 따라가 봐야겠어.’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강아지를 따라가서 정체가 뭐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봐야겠어.’ 나는 우산을 펼쳐 들고 두 부인을 따라갔다.

내가 알고 있는 집이군.’나는 속으로 말했다.‘ 즈베르코 프의 건물2) 이잖아.’놀라운 건물이군! 웬만한 사람들은 죄다 여기 살지. 하녀로 일하는 이도, 먼 곳에서 온 사람들도 무척 많다 고! 관리들도 개떼처럼 꽤나 많이 살지. 이곳엔 나팔을 잘 부는내 친구도 살고 있지. 부인들은 5층으로 올라갔다.‘ 좋아.’나는 생각했다.‘ 지금은 더 이상 가지 않겠어. 위치를 기억해 뒀다가 기회가 오면 잊지 않고 이용하면 되니까.’

국장의 얼굴을 보면 눈에서 진중함이 번득인다! 나는 이제껏 그가 쓸데없는 말을 지껄이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 단지 서류를 제출하러 가면 한마디 물어볼 뿐이다. "바깥 날씨가 어떤가?"
, "습한 날씨입니다. 각하!"그렇다. 그는 우리와는 도저히 비교할수 없는 사람이다! 국가적 인물인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각별히 나를 좋아한다. 만일 그의 딸이… 이런, 제길! 아냐, 아냐, 그만!

나는《북방의 꿀벌》을 읽었다. 프랑스인은 지독히도 멍청하다!

백조처럼 하얀 드레스를 입은 그녀의 자태! 후, 정말로 화사한 모습이다. 그녀를 쳐다보니, 태양, 오, 신이여, 태양처럼 빛난다. 그녀는 인사를 하고는"아버지가 여기 안 계신가요?" 하고 물었다. 아, 아, 아! 그 목소리! 카나리아, 바로 카나리아의 목소리였다!‘ 오, 아가씨.’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저를 벌하지 마세요. 그래도 벌을 주시려면 당신의 손으로 직접 벌을 주세요.’그런데 젠장, 혀가 배배 꼬여"안 계십 니다." 라고 말했을 뿐이다. 그녀는 나를 쳐다보고, 이어 책을 쳐다보다가 손수건을 떨어뜨렸다. 나는 재빨리 몸을 움직여 떨어 지는 손수건을 잡으려다 마룻바닥에서 미끄러지는 바람에 콧방 아를 찧을 뻔했지만 간신히 버텨내 손수건을 잡았다.

그녀는 고맙다는 말을 하고, 설탕같이 단 입술이 살며시 움직이는 듯한 미소를 짓고는 방을 나갔다.

한 시간 동안 당신을 보지 못하니
일 년이 흐른 것 같습니다.
내 삶을 증오하며
살아갈 수 있을는지요.3)

푸시킨의 시가 분명했다. 그녀를 한 번 더 보고 싶어서, 저녁에 외투를 걸치고 각하의 저택 현관 쪽으로 가보았다. 혹시 마차를 타러 나오지 않을까 하고 오랫동안 기다렸으나 그녀는 나오지 않았다.

평판을 더 쌓아 너보다 더 잘나가게 될 거다. 너는 본인 말고는 뵈는 사람이 없겠지? 내가 최신 유행의 루치 표4) 연미복을 입고, 네가 매는 종류의 넥타이를 매면, 너는 내 발톱 때만도 못하다 고. 돈이 없는 게 유감일 따름이군.

요즘 작가 들은 정말 재미있는 희곡을 쓴다. 나는 극장에 가는 것을 좋아한 다. 주머니에 푼돈이라도 생기면 극장에 가고 싶어 안달할 정도 니까. 그런데 우리네 관리들 중에는 돼지 같은 것들이 있어, 공짜로 표를 쥐여 줘도 무식한 농군처럼 극장에 갈 생각을 않는다.
여배우 하나가 노래를 잘 불렀다. 나는 불현듯 생각이 났고….
이런, 제길! 아냐, 아냐, 그만.

오늘은 국장 집무실에서 각하를 위해 펜 스물세 자루를 깎았 고, 그녀를 위해서는, 아이! 아이! 그러니까 영애(令愛)님을 위해 서는 네 자루를 깎았다. 각하는 잘 깎인 펜이 많을수록 좋아하신 다. 오! 수장다운 면모이시다! 항상 말씀이 없으시지만, 그분은 머릿속으로 많은 생각을 하고 계신 것 같다. 주로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정말 알고 싶다.

좀 더 가까이에서 각하 같은 분들의 삶, 그분들의 애매한 말투 그리고 궁정에서의 농담 등을 살펴보고 싶다. 자신들만의 세계에서 어떻게 삶을 꾸려가는지 무척이나 알고 싶다!

넵스키 대로에서 들은, 개 두 마리의 대화를 떠올린 것이다.‘ 좋았어.’나는 생각했다.‘ 모든 걸 알아내자. 그러기 위해서는 이 귀족 가문 강아지들이 주고받는 편지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편지 속에서 뭔가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고백하건대, 한번은 메드쥐를 불러"메드쥐, 지금은 우리 둘밖에 없다고. 원한다면 아무도 우리를 보지 못하게 문을 잠글게. 너의 여주인은 어떤 분인지 내게 죄다 말해 줘. 아무한테도 얘기 안 한다고 약속하지." 라고 말한 적도 있다. 그러나 영악한 강아지는 꼬리를 말아 잔뜩 웅크리고는 마치 아무 말도 듣지 못했다는 듯 문밖으로 살금살금 내빼버렸다.

나는 오래전부터 개가 사람보다 영리 하지 않을까 하고 의심해 왔다. 확신하건대 그들은 말을 할 수있으면서도 일종의 고집 때문에 입을 다물고 있다. 개는 매우 정치적이라 인간들이 해온 모든 일을 비판한다.

맞춤법이 매우 정확했다. 구두점도 제대로 찍혀 있을 뿐 아니 라, 어려운 철자도 정확히 사용했다. 우리 과장은 자기가 어디 무슨 대학인가 나왔다고 그러지만 이렇게는 절대 못 쓸 것이다.
더 읽어보자.

빵을 둥글게 대충 말아 개한테 던져주는 것만큼 불쾌한 짓은 없어.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던 신사 양반이 온갖 더러운 것을 만지던 손으로 빵을 으깨 둥글게 만 다음 널 불러서 입에 쑤셔 넣는다고 생각해 봐. 거절하자니 예의에 어긋나는 것 같고,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먹는 거지. 더러워 죽겠지만, 먹을 수밖에….

젠장, 뭐라 쓴 거야! 쓸데없는 소리밖에 없잖아! 이보다 더 좋은 얘기는 쓸 수 없다는 식이니. 다른 편지를 보자. 더 중요한 내용이 있을 거야.

우리 집에서 일어난 일들을 너에게 기꺼이 알려 줄게. 내가 전에 소피가 아빠라고 부르는 어른에 대해서 좀 얘기했잖아. 이 사람은 매우 이상해.

오! 드디어 나왔다! 그래, 내 그럴 줄 알았어. 개들은 모든 사항을 정치적인 시선으로 보지. 아빠가 어떤지 보자.

문체가 변덕스럽다. 사람이 쓰지 않았다는 게 확연한 글이다. 시작은 괜찮아 보였으나 끝은 역시 개 편지다웠다. 다른 편지를 읽어보아야겠다. 조금 긴 편지다. 흠! 날짜가 쓰여 있지 않다.

혹시, ma chere, 걔들 중에 내 마음을 흔드는 개가 없다고 생각하니? 아, 그렇지 않아…. 옆집 담을 타고 넘어오는 트레조르라는 개를 네가 보면 알 텐데. 아, ma chere, 정말로 귀엽고 멋지지!

쳇, 망할! 이게 다 뭐야! 이런 쓸데없는 이야기를 편지에 쓰다 니. 사람 얘기를 해야 할 거 아냐! 사람 얘기를 읽고 싶다고.

내가 봐도 뭔가 이상하다. 시종무관 정도가 그녀를 매료시켰을 리가 없다. 더 읽어보자.

내 생각에 시종무관이 맘에 들면 소피의 아빠 집무실에 있는 관리도 맘에 들어야 할 거라고 봐. 풋, ma chere, 그 관리는 얼마나 못생겼는지 몰라. 자루 속에 든 거북이 같은 꼴인데….

이 관리는 누구지?

그의 성은 정말 이상해. 그저 책상에 앉아서 펜만 열심히 깎아. 머리카락은 꼭 건초랑 흡사해. 소피의 아빠는 하인 대신에 항상 그에게 심부름을 시켜.

이 망할 놈의 개가 나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은데. 내 머리 어디가 건초 같아?

아마도 인간의 사고가 머릿속에 들어 있다고들 생각하여 이런 일이 생기는 것같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다. 인간의 사고는 카스피 해로부터 바람을 타고 오는 것이다.

나는 사무실에 앉아 있는 상놈들을 둘러 보며 생각했다.‘ 너희들 사이에 누가 앉아 있는지 알면…. 맙소 사! 큰 소동을 일으킬 거야. 과장부터 국장에게 인사하듯 내게 허리 굽혀 인사하겠지.’누군가 요약을 하라고 문서 몇 장을 내앞에 던져 놨다. 하지만 나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후 모두들 야단법석을 떨었다. 국장이 오고 있다고 했다. 관리들이 서로 국장에게 잘 보이려고 앞다투어 뛰어나갔다.

나는 국장이 서명하는 가장 중요한 곳에 페르난도 8세라고 휘갈겼다. 공경 어린 침묵이 깃드는 광경을 볼 필요가 있었으나, 나는 그저 손을 저으며"복종의 의사를 표할 필요는 없네!"라고 말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물리학자들은 여자들이 이렇다 저렇다 하며 바보 같은 소리를 지껄이지만, 여자들이 사랑하는 것은 오로지 악마일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