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친정에 갔다가 오늘 아침 엄마가 만들어 주신 미역국을 먹었다.
물론 차례 음식도 있었지만, 지난주 N군의 생일이란 것을 기억하신 친정 엄마가 특별히 만들어 주신 거다.
"니 엄마가 미역국을 끓여 줬겠니? 하시며,,^^;;
 아침 먹고 H양의 친구가 산다는 한남 빌리지로 갔다.
캠프에서 만난 친구인데 친해졌는 지 꼭 놀러 오라고 했단다.
H양과 N군은 H양의 친구를 만나서 놀고 나와 남편과 해든인 큰아이들이 즐겁게 지낼 동안
이태원에서 점심을 먹고 아이스크림도 사 먹고 상점들 구경하다가 내 옷도 샀다.
더웠지만 모처럼 즐거운 시간이었다.

2. 아이들을 한남 빌리지에서 만나 딸아이가 늘 가고 싶어했던 서래 마을로 갔다.
거기서 <서울 프랑스 학교>도 구경하고 놀이터에 가서 프랑스 아가들이 프랑스어로 막 떠드는 것도 구경했다.
특히 어떤 남자아이가(한 7살이나 8살 정도 됐을까?) 2살 정도 어려 보이는 동생과 시소를 타는데
자꾸 뭐라고 큰 소리로 말을 하는 거다.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어서 딸아이에게 저 남자애가 뭐라고 큰 소리로 말하는 거냐고 물어보니까
"다리로 힘차게 땅을 눌러서 뛰어." 라고 한단다.
또 소리를 지르길래 무슨 소리냐고 했더니
똑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는 거란다.
시소를 타는데 자기는 무거우니까 가라앉고 동생은 둥둥 떠있으니까 짜증이 났나 보다.ㅎㅎ
미국 아이들은 그 아이처럼 소리를 마구 지르면서 노는 아이들이 드물었는데
오늘 갔던 서래마을 놀이터의 아이들은 거의 다 입을 가만히 있지 않고 놀더라.
해든이는 프랑스어를 하나도 모르지만 그 아이들 속에서 신 나게 놀았다.
나무가지를 한 손에 들고 시소를 타다가 눈을 찌를 뻔한 것 만 빼고는,,( ")

3. 그리곤 <파리 크라상>이라는 제과점에 가서 까망베르 치츠와 말린 토마토 같은 게 들어 있는 샌드위치를 사서 맛있게 먹었다.
지하에 가서 (지하를 가는 게 아니었다!! 먼저 지하에 갔다가 올라온 남편이 나더러 "지하에 가면 너 미쳐버릴걸"이라고 했는데 정말 맛있는 케이크랑 초콜릿과 같은 디저트류 때문에 딸아이와 나는 거의 실신해서 겨우겨우 계단을 밟고 올라올 수 있었다.ㅠㅠ
거기엔 2200원 하는 아주 조그만 보라색으로 된 나비 모양의 초콜릿이 있었다!!
딸아이는 마카롱과 뉴욕 브라우니를 나는 그 빠삐용 초콜릿을 사 먹었다. 맛은 환상적이었다!!>.<

4. 집에 도착하자마자 해든이를 씻겨줬다.
어제도 친정 집에서 샤워를 시켜줬는데 엄마네 목욕실은 우리 집 거실만 하다. 정말이다.(<--이건 홀든 말투 흉내,,^^;)
거기다 샤워를 하면 물이 천장에서도 나오고 앞에서도 나오고 샤워기에서도 나오고.
사우나실에서와 같은 접이식 의자도 있다.
해든이를 그 의자에 앉혀서 샤워를 시켰는데 우리 집에 오니까
욕조에 들어가서 샤워를 해야 하고 앉을 곳이라고는 스탭 스툴을 욕조안에 넣어주는 게 고작이다.
그런 비교가 자연스럽게 되었던지(내가 말이다.)

나 : " 할머니 집에서 샤워하는 게 좋아? 아니면 우리 집에서 샤워하는 게 좋아?"

해든 : 할머니집.

나: 할머니네 집이 좋아?

해든 : 네.

나: 할머니네 집이 왜 좋아?

해든 :..

나: 할머니네 집에 큰 텔레비젼이 있어서 좋아?

해든 : 네.

나: 또 뭐가 좋아?

해든 : 응, 엄마,, 할머니 집에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있어서 좋아.

해든이의 대답을 듣고 정말 감동했다.
사실 이번 추석엔 유난히 친정에 가기 싫었다.
엄마네 집이나 동생네 집에 가서 초라해지는 나를 발견하기 싫어서.
하지만 이제 겨우 만으로 3살인 아이( 담 달이면 만 4세) 덕분에 내가 얼마나 속물인지(알고 있었지만..) 깨닫고 부끄러웠다.
아이에겐 할머니 집이 좋고 가고 싶은 이유는 그 집에 사랑하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계시기 때문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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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1-09-14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래마을은 저도 가보고 싶은 곳. 담에 국립중앙도서관 출장있을때 꼭 가야 겠어요^*^
맞아요. 어른이 문제죠. 아이들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더라구요. 불편하면 불편한대로, 편하면 편한대로......ㅎㅎ
이제 일상으로 돌아온거죠?
전 오늘 논문계획서 보냈답니다. 이제 2학기 시작인데 벌써 논문을 신경써야 한다니. 2년이 참 짧을듯.

라로 2011-09-14 10:47   좋아요 0 | URL
서래 마을 별로 볼거 없더이다, 가서 그냥 부러워만 하고 왔어요.ㅎㅎㅎ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는 군요!! 시작이 반이라더니!!
나도 시작했으니 뭔가 이루겠죠???( ")(" )

무해한모리군 2011-09-14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비님 추석을 잘보내셨네요 ㅎㅎㅎ
맞아요 지하는 미쳐버릴것 같은 곳이죠 ㅋㄷㅋㄷ
오랜만에(?) 저도 시댁에 갔더니 어찌나 간절한 눈빛으로 아들을 바라보시던지 자식은 짝사랑이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들더라구요..

라로 2011-09-14 10:49   좋아요 0 | URL
네~ 잘 보냈어요!!!
아~~~~이번 추석에 시댁에서 엄청 행복하셨겠어요.^^
사랑하는 아들도 오고 며느리가 임시니 소식도 가져오고!!! 누구 말대로 되는 집안이네요!!^^
아들을 바라보는 간절한 눈빛은 시간이 가면 퇴색하니 넘 걱정 마세요.ㅎㅎㅎ
뭐 그렇다고 사라지진 않지만 그만큼 강렬하진 않다는 말이죠,,손주 생기면 더 하고..
암튼 제 서재에서도 축하드려요.^^

순오기 2011-09-14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해든이를 소재로 사랑스런 그림책을 만들어도 좋겠네요.
'응, 할머니집에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있어서 좋아!'
아이들은 정말 천사같아요.^^

라로 2011-09-15 11:05   좋아요 0 | URL
오~~~그런가요???
전혀 그림책에 대한 식견이 부족한 인간이라 그런 생각도 못해요,,ㅎㅎㅎㅎ
아이들은 정말 순수해요. 저렇게 어린 녀석을 뒤늦게 보내주신 이유가 순수함을 배우라는 이유기셌죠??ㅎㅎㅎ

nada 2011-09-14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조카도 '왜'라는 질문을 받으면 말줄임표 얼굴일 때가 많아요.ㅎㅎ
아이들은 이유가 필요 없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지는 맨날 왜 이러냐, 왜 저러냐 하고 물어보니..아주 미치겠어요.ㅋㅋ)

라로 2011-09-15 11:06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말줄임표 얼굴,,ㅎㅎㅎㅎ
재밌어요. 꽃양배추님은 댓글도 군계일학이에요!!!!ㅎㅎㅎ
님도 조카가 있구나!!!몇 살이죠?????
아~~~궁금해.

잘잘라 2011-09-14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있어서 좋아, 라는 말, 우와~~~~~~~~~~~~~~~
감동입니다.

라로 2011-09-15 11:07   좋아요 0 | URL
저도 아이가 저 얘길 했을 때 좀 눈물이 나려고 했어요.
연휴동안 마음이 구겨져 있어서 더 그랬나봐요.ㅎㅎㅎ

프레이야 2011-09-14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늘 기쁨이고 배움이고 위로이지요.
나비님 친정에서 행복하셨네요. 특히 해든이와 더불어.
전 이래저래 그럭저럭 보내고 오늘 도서관 가다가 앞차 들이받았어요. ㅠ
그것도 벤츠를요. 사나운 전라도 아줌씨 결국 십원짜리도 던져주고 참 가관이었다우.
사과하고 보험처리하고 가는데.. 아마도 다른 일로 화가 무지 나있었나 봐요.
내가 왜 이러고 사나 몰라.ㅋ
전 지금 맥주 한 캔 해요. 엉엉

라로 2011-09-15 11:08   좋아요 0 | URL
아이고 저런!!!!
아휴,,,,정말 속상하시겠다.
좋은일 하러 가는 길이었는데 사고가 나니까 더 속상하네요.ㅠㅠ
그래도 몸은 다치지 않으신거지요????
액땜했다고 생각하세요.
그 일로 지금까지 안 좋은 일이 확실하게 달아나는 거라고.
암튼 다 잘해결된 거니까 넘 많이 생각하지 말아요.
토닥토닥,,,허그까지.

진주 2011-09-15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든이의 말이 얼마나 안목있는 말인지 나중에
나중에...세월이 지나서 알게 될거예요...
삼년째 제 친정엔 더 이상 부모님이 계시지 않고 빈집이예요.
그리운 친정은 비워 놓고 우리는 병원으로 부모님 뵈러 가기 시작했었죠.
친정집을 생각하면 너무나 쓸쓸해서 가슴 아파 죽겠어요..

라로 2011-09-15 11:24   좋아요 0 | URL
안목이 있는 말,,, 참 품위있게 들려요.^^
저는 친정이 바글거리진 않아도 부모님 모두 계시니 그렇게 철이 없는 생각을 하나봐요.ㅠㅠ
진주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더 부끄러워지네요.ㅠㅠ
추석은 어떻게 보내셨어요????

자하(紫霞) 2011-09-16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든이 어록도 하나 만들면 좋을 것 같아요.^^
해든이는 "엄마, 나는 해님이 좋은데 해님은 왜 안나와요?, ...모기 때려주세요." 이후 또 한 편의 감동적인 말을 하고야 마는군요~

라로 2011-09-17 01:01   좋아요 0 | URL
아이~~~~베리베리님 댓글은 안 달아도 다 읽고 계신거???^^
관심 갖어주시니 좀 더 귀를 쫑긋세우고 해든이의 말들을 잘 적어놔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