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PACU에서 4명의 환자를 봤는데 마지막 환자는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건 아닌데 할 수 있는 말이 Ok, No, Yes 정도였다. 나이는 나보다 열 살이 어린 환자였는데 담석증으로 응급실에 와서 입원하고 오늘 저녁에 담낭 제거 수술을 받았다. 그 환자의 회복을 도와주는데 사전 안 보고 "아픈가요?" 와 다른 몇 마디를 스페인어로 했다. 아주 쉬운 스페인어! ㅋㅋㅋ 그리고 몇 마디 더 했는데 브로큰잉글리시가 아니라 브로큰 스페니시라도 서로 알아듣고 했다는 것이 여전히 신기하다. 인간은 이렇게 언어를 알든 모르든 서로 이해하게 되는 속성이 있어서 가능한 것이겠지?
첫날 스페인어를 다시 시작하면서 5장까지 했는데 (역시 첫 날은 언제나 의욕이 넘쳐!) 그 다음 날엔 복습하고 7장까지 했다. 오늘은 지금부터 시작해서 10장까지 해야지. 그리고 직장에 가서는 되든 안 되든 스페인어로 지껄이고.
다행히 히스페닉들은 오지랖이 넓은 편이다(나처럼;;;). 다른 사람 도와주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부탁하지 않았는데도 가르쳐 주려고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오늘도 내가 청소하는 M에게 (이 M은 우리 PACU 사람들에게 늘 껌 2개를 준다.) 스페인어로 했더니 다음엔 이렇게 해보라며 다른 표현을 알려주기도 했다. 내일도 자기가 또 알려준다고,, 부탁하지도 않았는데..ㅎㅎㅎㅎ
이 책의 저자도 이렇게 언급한다.
누군가가 그랬어요. 스페인 사람들의 속성이, 아는 체하는 사람에겐 모를 때까지 묻고, 모르는 사람에겐 알 때까지 가르쳐 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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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스페인 사람들은 아니지만,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라 그런가? 그들도 저런 속성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남녀노를 불문하고,, 소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스페인어를 배우기 좋은 환경에 내가 살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계속 꾸준히 하면 환자들과 사전 없이 소통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그날을 위하여 오늘도 책장을 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