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아주 훌륭한 레몬트리가 있다. 이 레몬트리는 종자가 어떤 건지 잘 모르지만, 시큼하면서 달달하다. 다른 레몬보다 많이 달달하고 크기도 꽤 크다. 그리고 늘 나뭇가지가 휘청일 정도로 많이 달리는데 우리가 아무리 레몬을 좋아해서 (우리 가족 정말 레몬 좋아함) 레모네이드도 만들어 먹고, 브로컬리에 뿌려먹고, 연어 요리할 때도 사용하고, 냄새나는 설거지할 때도 사용하고, 레몬즙까지 짜서 냉동고에 얼려도 다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많이 달린다. 그래서 땅에 떨어져서 샘의 장난감으로 사용하기도 하는데(테니스 볼 던지듯 막 던져줌;;;) 그래도 땅에 떨어져 썩는 것들도 많다. 


어쨌든 어느 날부터 시어머니가 소쿠리에 레몬을 담아서 우리 집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이(우리 집이 있는 길이 아늑해서 그런가 경치 구경하면서 걷는 사람들 좀 많음) 가져갈 수 있도록 우체통 위에 놓아뒀는데 처음엔 사람들이 뭔지 몰라서 안 가져갔는데 해든이가 마음껏 가져가라는 사인을 만들었더니 하나씩 집어 들고 가기 시작한 게 벌써 3년이 다 되어 간다. 그런데 레몬을 가져갔다며 고맙다고 선물을 준 사람은 처음이다. 부활절 겸사 고맙다며 예쁜 쿠키를 가져왔더라. 이것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부활절이라 그런지 성경 얘기도 생각이 나면서... 당신도 그렇죠?



나는 리즈 위더스푼의 팬인데, 그래서 그녀의 인스타그람을 팔로 한다. 작년에 그녀의 개중 한 마리가 죽어서 새로운 강아지를 데려왔는데 넘 귀요미. 우리 엔 군이 가지고 싶어 하는 종류의 개인데 이번 부활절을 맞이해서 귀여운이라고 쓰고 어글리라고 읽는 토끼로 변장.ㅎㅎㅎㅎㅎㅎㅎㅎㅎ



리즈 위더스푼은 정말 대단한 여자다. 야무지다는 단어가 딱 떠오르는데, 저렇게 살면 피곤하겠다 싶기도 하지만, 저 비디오에서 그녀가 개에게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언제나 너가 가장 좋아하는 일은 아니지만, That's OK~~!"라고 말하는 것이 꼭 자신에게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면 내가 너무 오버하는 건가? 


큰아들이 공식적으로 베트남 통역을 한 비디오의 링크를 보내왔다. 와!!! 정말 감동. 아들이라서 더 감동했겠지만(ㅋㅋ), 우리 아들이 베트남어를 하니까 평상시에는 소음처럼 들리던 베트남어가 노랫소리처럼 들렸다는. 와우!!ㅎㅎㅎㅎㅎㅎㅎ 그런데 영어가 제 2 외국어인 사람의 영어를 베트남어로 통역하는 거라서 자기가 엄청 relatable하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통역이든 번역이든 그래서 르 귄 여사가 말 한 것처럼 작가나 연설하는 사람과 이름을 같이 올려줘야 (아마 옆에 올리라는 의미겠지?) 한다는 말에 수긍이 간다.


나는 지난주에 공부를 열심히 해서 오늘 시험을 봤어야 하는데 지난주 섬에 가서 실컷 놀다가 부랴부랴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 셤 공부를 했다. 아,, 너무 지겨웠다는. Lipomas니, Leiomyomas니, Neurofibromas, neuroblastomas 같은 것들을 외워야 하고 어떤 것이 어떤 것인지 왜 뭣 때문에 간호사가 자세히 공부를 해야 하는지 한숨을 푹푹 쉬면서,, 하지만 그래도 빨리 끝내고 알라딘 들어가야지 라는 생각으로 후다닥 해치웠다. 방금 시험을 다 봤지만, 4월 8일에 더 큰 시험이 기다리고 있어서 다시 준비해야 하는데 그 시험은 자신이 없음. 갈수록 시험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을 보니 나이를 먹긴 먹나 보다. 언제까지 시험을 보는 인생을 살아야 하는 건지,,, 하소연을 하게 되네. 그래도 닥치고 해야지. 그래도 알라딘에 들어오니까 깊이 숨을 들이마시는 것 같네.ㅋㅋ


유전자 시험을 보면 가끔 문제가 막장으로 가는 것 같은 것이 있는데 읽으면서도 피식 하게 된다는. 가령, osteogenesis imperfecta라는 유전병을 갖은 아들이 있는데 부모에게는 그런 병이 없다. 그런데 왜 이 아들이 이런 병을 갖고 있는지 맞게 설명한 것은?이라고 한다면 그 예가, 

a. 그 아들은 생물학적으로 엄마와 연결이 없다.

b. 그 아들은 생물학적으로 아빠와 연결이 없다.

c. 그 아들은 아버지 쪽의 할아버지와 연결이 없다.

d. 그 아들은 어머니 쪽의 할아버지와 연결이 없다.

e.

f.

등등 계속 이런 질문이 나온다는. 아무튼 빨리 학기가 끝나기를,, 더 이상 어떤 유전자가 어떻고 저떻고, 금방 잊어버릴 것을 4개월 동안 붙잡고 있기 힘들다. 


아무도 믿지 말라는 충고를 직장을 다니면서 들었는데 그 이유를 점점 뼈져리게 느끼고 있다는. 나는 지금까지 내가 너무 눈치 없이 세상 물정 잘 모르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 오십이 넘어서도 이러니,,, 아, 한심한 것은 평생 가는 건가? 내 이기적 유전자는 어디 간 거야??


이건 내 얘기 같구나.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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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 2021-04-05 17: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라로님은 삶과 직결된 연상 글쓰기 넘 잘하심. 레몬트리에서 이기적 유전자까지. 생동감 넘치심. 눈치 없이 세상물정 모르고 사는 삶이 더 좋은 것 같아요. 좀 알면 피곤해지기만 하는 듯요. 큰아들 넘 대견하고. 공부 열나 하는 라로님은 멋지심.^^

라로 2021-04-06 00:38   좋아요 1 | URL
하하하 감사합니다. 제 장점을 알아봐주시는 분은 책님 뿐이야~~~!!^^;; 모르고 살다가 이제 당하니까 피곤해지네요.ㅠㅠ 큰아들 넘 대견해서 가슴이 터질 것 같았어요. 큰아들 키우면서 이런 날이 올 줄 상상도 못했거든요. ㅎㅎㅎㅎㅎㅎ공부 열나 하는 저는 한심합니다,,멋지긴요.ㅠㅠ

scott 2021-04-05 19: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답!
라로님의 큰아들은
엄마의 유전자를 쏘옥 뺴닮았다.
뒤늦게 불붙은 학구열은
베트남 언어까지 정복 하게 만드는 걸로 ㅎㅎ

저희 집은 모과 나무 군락이여서 창문 열면 모과 익는 향기가 솔솔~
한겨울에는 모과차 끊이는 향기가 가득 ~~

라로님은 레몬 같은 가족이네요 상콤한 향을 이웃들에게 나눠주는 ^.^

라로 2021-04-06 00:41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ㅎㅎ스캇님, 뒤늦게 불붙은 학구열이라 얼마나 다행인가 싶어요.
남자아이들은 (이제는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뒤늦게라도 따라잡을 수 있다고 하던데
사실 그 말을 믿고 지금까지 지켜봤거든요.^^;; 보람이 있습니다요.ㅎㅎㅎㅎ

모과 냄새 너무 좋은데!!!!!!!!!
여기서 모과 구경한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저도 모과나무 심고 싶어요!!
모과 향기 너무 좋고 모과차도 좋아해요.>.<

mini74 2021-04-05 19: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금발이 너무해 정말 유쾌하고 재미있게 봤는데, 딸이 정말 엄마 판박이더라고요 ㅎㅎ 기회가 많이 주어지면 덜 이기적일수 있다던데 라로님가족이 덜 이기적인 사회를 위해 한 몫 하시는 것 같아요 ㅎㅎ

라로 2021-04-06 00:43   좋아요 0 | URL
저도 아마 그 영화로 리즈 위더스푼을 처음 만난 것 같아요. 어즈버!! 그녀는 헬로 션샤인이라는 북클럽도 운영하고 있어요. 그녀가 추천하는 책 대부분 좋아요. 그리고 자기 북클럽 책으로 드라마도 만들고,,,인스타도 거의 매일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영리하고 야무진 그녀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아무래도 타고나야 하는 것 같죠??^^;;

바람돌이 2021-04-05 22: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눈치없이 세상물정 모르고에서 찡....
아 저도 지난주에 저보다 10살쯤 어린 직장동료한테 뒤통수 맞았어요. 무섭더라구요. 그냥 솔직하게 말하고 처음부터 도와달랬으면 저같은 사람은 단순해서 아뭐 할수없지 했을텐데, 그 참 뒤에 숨어 있는 욕심이 있더군요. 아 난 왜 이 나이까지 저런걸 생각 못해 우스운 꼴이 될까 하면서 한 이틀 한탄했어요. ㅎㅎ 근데 가만 지켜보면요. 그렇게 약게 살아도 별수 없더라구요. ㅎㅎ

붕붕툐툐 2021-04-06 00:43   좋아요 1 | URL
누가 감히 우리 람돌님의 뒤통수를! 확마!!

라로 2021-04-06 00:45   좋아요 1 | URL
바람돌이님도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찌찌뽕. 저도 저보다 한 10살 어린 사람에게 된통 당했어요. 저희 일은 아직 해결이 안 되었는데,,,그래서 오늘 일하러 가야 하는데 제가 자꾸 움츠러 드네요.ㅠㅠㅠㅠ 근데 바람돌이님에게도 그런 일이 있었다니,,,,,,, 사람들이 왜 그럴까요? 저처럼 어리바리 한 사람은 정말 어쩌라고요.ㅠㅠ 근데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요.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약게 살아도 별수 없게,,,ㅎㅎㅎㅎㅎㅎㅎㅎㅎ(심보가 넘 고약해서 제 소원 안 이루어 지겠죠???^^;;;)

라로 2021-04-06 00:47   좋아요 1 | URL
붕붕툐툐님이 확 다 때려주시면 좋겠다. 샌디가 태권도 하는 것 처럼,,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바람돌이 2021-04-06 00:53   좋아요 2 | URL
제가 누굽니까? 소원들어주는 바람돌이 아닙니까? 라로님과 나의 뒤통수친것들 딱 별볼일 없어랴 얍!!! 카피카피룸룸~~~
우리 같이 힘내요. 그나저나 저 레몬 보니까 레모네이드가 이 밤에 먹고싶은데 없으니 오미자라도...
툐툐님 응원 감사해용

라로 2021-04-07 10:36   좋아요 1 | URL
크하하하 시원하신 바람돌이님!! ˝우리 같이 힘내요˝!!하는 말 너무 좋네요!!!^^

붕붕툐툐 2021-04-07 10:48   좋아요 0 | URL
앗, 근데 바람돌이님이 진짜 그 바람돌이였어!(왠지 충격이.. 복사복사방방을 외치며 모든 소원을 들어주는!!)

붕붕툐툐 2021-04-06 00: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라로님 집 앞을 걸으며 상큼한 레몬을 가지고 오고 싶은 생각이 절로 나네요~ 라로님, 시험 보시느라 고생하셨어요!!

라로 2021-04-06 00:46   좋아요 1 | URL
4월 8일에 하나 더 봐야 하는데 저는 그날 일해서 4월 7일에 봐야해요,,,시간 많았는데 다 어쩌고 이제야 발을 동동 구르네요.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고마와요, 잘보자,,아자아자

han22598 2021-04-06 04: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몬나눔도 따듯하고....쿠키로 감사를 표현하는 이웃도 너무 다정하고...생명이 있는 삶. 그 자체네요 ^^ ‘아무도 믿지 말라는‘ 충고 들으니 갑자기 저 석사때 교수님이 해주신 말씀이 생각나네요. 아무도 믿지 말라고..본인스스로도...좀더 멋지게 얘기하면 Skeptical 하라고..처음 그말 들을 때는 진짜 꼭 그래야나 싶었는데...지금은 저 말에 90% 동의해요 (기회가 되면 그때 그 이야기를 한번 써볼께요 ^^).

라로 2021-04-07 10:39   좋아요 1 | URL
석사때 얘기 궁금해요,,,그럼 지금 박사 하십니꽈??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저도 빨리 박사과정 하고 싶어요,,,그런데 현실은 하루하루 살아가기도 버겁네요....참....그런 하루를 한 님의 석사때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대강 알 것은 같습니다만,,^^;;) 빨리 듣고 싶어요!!^^

psyche 2021-04-11 12: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짜 라로님 댁 이웃이고 싶어요! 레몬도 얻고 책도 빌리고...
공식적으로 통역을 하다니 엔군! 넘 멋져요. 역시 잘할 줄 알았어요. 우리 엠군도 잘하고 있어요!라고 쓸 날이 오겠죠? ㅎㅎ

라로 2021-04-11 13:33   좋아요 0 | URL
우리 언젠가 꼭 이웃으로 살아요. 저도 엔군이 그럴줄이야,,, 그냥 말로만 하는 줄 알았는데 그거 하려고 그렇게 노력하고,,그랬는 줄,,,아주 감동이지 뭐에요... 통역을 해서가 아니라 그 모든 과정이요...엠군 당연하죠!!!! 저희 엔군이 엠군 만큼의 기본만 있었더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