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과 좌절 - 노무현 대통령 못다 쓴 회고록
노무현 지음 / 학고재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올해가 가기 전에 올 해 읽었어야 했던 책들로 마무리를 하기로 했다.

그 중에 한 권이 고 노무현 대통령의 회고집이다.

이 책은 그가 준비하고 있던 회고록의 초고와 구술했던 내용, 홈페이지에 적었던 내용들을 이리저리 주워담아 한 권의 책으로 엮을 수 밖에 없었던.

가슴 아픈 책이기도 하다.

초판이 나오자 마자 전국 서점에서 품절이 되었다는 얘기를 서점에서 들었다.

지금쯤 어딘가에서 나처럼 올 해를 정리하면서 이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책의 서두 부분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낙서처럼 초고를 잡았던 내용이라 산만하기 그지없는데, 그 안에 깃들어 있는 그의 좌절이 엿보일 수밖에 없는, 그런 肉筆이다.

책의 후반부로 가면서 구술을 정리한 내용과 홈페이지에 적었던 내용들이 드러나 그에게 묻고 싶었던 것들을, 그는 어느 정도 대답을 해 주고 떠난 것 같다. 북한과의 문제, 언론과의 마찰, 정당간의 공방, 그리고 결정적인 FTA 가입에 대한 것들,

왜 그랬나요? 하고 물었다면 그가 대답해주었을 짐한 이야기들이 이 책에 실려 있다.

 

나는 그를 오해하고 있었다. 그가 열심히 했다, 그런데 나는 그를 비난했다. 그런 내용이 아니라,

그는 정확하게 계산하고 추친을 해야 하는 정치인이자, 대통령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는 후덕한 옆집 아저씨가 아니었고, 그는 더 이상 진보와 민주를 위해 싸우는 투사가 아니라,

그 역시도 정치인이었다는 것. 진보를 지향하는 정치인이었다는 것을 내가 간과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가 떠난 것이 아쉬웠다면, 그의 마지막 말을 들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기꺼운 마음으로 책을 덮었다. 당신이 떠난 것이 못내 아쉽지만, 이제는 돌이킬 수도 없지 않은가.

2009년엔 안타까운 일들이 너무 많았다. 전반적으로 우리의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꿈꾸던 사람이 살 맛 나게 살아가는 세상이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는 답보상태다.

막연한 크리스마스 이브다. 그가 살아 있었다면 조금 더 낫긴 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2009.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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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내가 있었네 (양장) - 故 김영갑 선생 2주기 추모 특별 애장판
김영갑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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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제주도 사진작가로 알려진. 김영갑 작가가 투병중에 쓰고 발간되었던 에세이집이다.

내가 이 책을 사게 된 경위는, 알라딘 할인판매였다.

나는 김영갑. 이라는 이름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가 제주도를 찍은 사람이라는 것 정도.

얼마 전 의사에게 제 사진엔 사람이 별로 없어요. 라고 했더니 의사는 김영갑씨 사진 같겠네요. 라고 답했다.

그 안엔, 하나씨도 있고, 하나씨의 가족들도 있겠죠. 라고 덧붙였다.

 

그 이후에 나는 이 책을 샀다.

 

책이 도착한 다음 바로 읽으려고 가장 가까운 곳에 두었는데, 등잔밑이 어둡다고 책을 미루게 되었다.

그제부터 난해한 책들을 읽어서 오늘을 좀 쉬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들었다.

이 사람은 정말 이기적일 정도로 사진에 미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다가,

책의 후반부에 들어서서 결국 울음이 터지고 말았다.

 

아이의 밥을 먹이며 책을 읽다가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아이가 밥을 먹다 말고 잠이 든 사이, 책을 다 읽고 흐느꼈다. 

다행히 집엔 남편이 없었고, 나는 맛있는 밥이 준비되었습니다. 하는 밥솥이 내는 전자음을 들어 밥을 뒤집으면서 울었다. 

 

따뜻한 밥 한 공기 못 먹고 간 사람. 김영갑. 

세상의 모든 것을 깨달아서 일찍 떠난 것일까, 이어도를 보았기 때문에 미쳐버린 것일까.

그는 이어도를 보았고 그리고 우리에게 사진으로 남겨주었다. 

한없이 내가 부끄러워지고 내가 먹은 밥이 사치스럽게 느껴지는  그런 책이었다. 

오늘은 글을 쓰지 못할 것 같다. 

2009. 12. 21.


<2005년 투병중, 조선일보 인터뷰 기사 사진>

+ 사진작가 김영갑은 1957년생 충남 부여 생으로 이십대에 제주도에 홀려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사진작업을 한다. 

그러다 결국 제주도에 정착을 하고 이십여년동안 아무도 초대하지 않는 개인전을 매년 서울에서 열다가 

1999년 루게릭병을 얻고 만다. 치료를 열심히 받자는 주변의 지인과 형제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는 결혼을 하지 않았다)

그는 루게릭병 투병 중에 성산읍의 한 폐교를 얻어 갤러리 두모악 (한라산의 옛이름)으로 변신시킨다. 

그리고 결국 그는 투병 6년만에 세상을 떠났다. 

그의 사진은 사진집으로도 볼 수 있고, 갤러리 두모악에서도 만날 수 있다. 

www.dumoak.co.kr 로 들어가면 그의 갤러리에 대한 소식과 생전 그의 인터뷰등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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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 - 김대중 잠언집
김대중 지음, 최성 엮음 / 다산책방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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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무엇이 될 것인가 보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서 한 번이라도 고민한 적 있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사서 읽고 소장하고 가까이 두고 틈틈히 보길 권한다. 

 알라딘에서는 50% 할인행사중이다. 불과 4,900원으로 이 귀중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 기회이니,많은 분들이 읽었으면 한다. 

긴말이 필요없다. 무조건 읽어라. 고 말하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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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진, 역사의 힘 - 새로운 미래의 가능성
하워드 진 지음, 이재원 옮김 / 예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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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인상깊은 구절
여러분은 이 나라와 전 세계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늘날 세계를 지배하는 정치/경제 제도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 15p
인간적이고 이성을 갖춘 사람이라면, 아무리 바람직한 것일지언정 그 결과가 불확실하고 끔찍한 것인 한, 그런 수단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 28p
그 어떤 형태의 정부일지라도 일단 권력을 장악하면 자신들의 야망을 제한하려 하지 않는다. 대중의 자유를 신장시킨 뒤 사라져야 하는데 말이다 - 55p
(한국에 군사독재 정권이 들어선 이래, 미국은 한 번도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적이 없었다) - 66p
새로운 역사는 파괴력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민중운동이 어떻게 부자와 권력층에게 위협이 되는 지를 보여준다 - 181p
표현의 자유는 사실상 절대적이어야 한다 - 193p
과거는 해야 할 일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을 제시한다- 257p

 

상당히 최근에 나온 책이다. 서점에 들렀다가 구입하게 되었는데, 연유는 얼마 전 서거하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지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꽤 오랫동안 인문 사회과학 서적들을 외면하고 있었다. 예전엔 이런 류의 책을 읽으며 분개하고 심기일전 하는 일이 잦았는데, 삶이 늘어지다 보니 가치관도 신념도 모두 케케묵혀 어딘가로 던져 버리고 그냥 일상을 살고 있었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는 그 분의 말씀에, 행동은 못하더라도 인식이라도 다시 가다듬어 볼 생각으로 하워드 진의 책을 골랐다.
하워드 진은 유명한 "미국민중사"를 쓴 미국의 역사학자다. 그가 쓴 미국민중사는 아래로부터의 역사를 기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말하자면 그는 진보쪽에 서 있으며, 민중의 힘을 믿는, 그리하여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진 인물이다.
이 책은 그가 진보계열의 잡지등이 기고했던 글을 갈무리한 책이다.

 
사실 그의 책을 처음 읽은 것인데, 평이하면서도 잠언과도 같은 문장들과 쉬운 사례, 유머러스한 이야기들이 독자들을 쉽게 끌어당긴다.
그가 민중의 힘을 믿는 역사 학자라는 것은 그의 글로서도 충분히 가늠할 수 있는 일이다.
밤 새워 이 책을 천천히 읽으면서 상당히 많은 부분에 밑줄을 그었다.
신성한 대학은 저리가고, 강력한 정부는 도전 받아야 마땅하다는 그의 굳은 철학과 신념에 박수를 보낸다.
독립선언문에 따른 저항정신을 가장 높이 평가하는 그의 글은 이 시대에 분노하는 모든 이들이 꼭 읽어야 하는 글이라 하겠다.

 
하워드 진의 깊은 책을 접근하기 어렵다면, 이 에세이집으로도 충분한 각성을 할 수 있을 듯 하다.
그가 말하는 희망의 빛이 2009년 우리에게 가장 절실히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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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간의 자유
W.E.B. 뒤 보아 지음, 김이숙 옮김 / 휴머니스트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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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반적으로 책을 고를 때 출판사도 염두에 두는 편이다.
이 책을 펴낸 휴머니스트는 그 동안 인문/사회 쪽의 좋은 책들을 많이 펴낸 회사라 별로 인지도가 없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구매했는데.
이번엔 내 판단이 틀렸다.
처음부터 끝까지 번역체 문장의 여과없는 글로, 읽기가 정말 어려웠다.
입안이 텁텁해질 정도로.

 
존 브라운이라는 미국내 노예제도 폐지를 위한 일종의 쿠데타를 벌였던 인물에 대한 평전인데,
시간이 모자랐던 것인지 전문번역가가 번역했음에도 문장이 껄끄러워 읽기가 난해하다. 출판사에서는 번역을 손 봐서 다시 출간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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