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cca della Verita 진실의 입 - 김용진 작품집
김용진 지음 / 황금두뇌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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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얼마나 많은 소설가가 있는지 아는가.

어떤 사람들은 수차례 등단이라는 걸림돌에 걸려 떨어지기를 반복하고 자비로 출간하는 일을 시작하거나 스토리에 중점을 둔 대중소설을 펴내 결국 도서대여점에 꽂히는 소설만 쓰게 되는 작가들도 있다. 서점에 베스트셀러에 높게 꽂혀있는 작가들은 그닥 많지 않지만, 그들만이 우수한 소설가이거나 작가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여기 지인의 추천으로 알게 된 한 작가의 첫 창작집이 있다.

김용진, 2006년 문학과 창작의 신인상으로 등단했고 2011년 처음으로 단편소설들을 묶어 작품집을 펴냈다.

 

작품집엔 여섯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중국에선 지식분자였을 지언정 한국에선 입주도우미를 하고 있는 여자의 진술로 이루어진 진실의 입, 주식시장을 인생으로 빗대 그려낸 소품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 강남 부유층으로 진출한 속물근성 가득한 한 여자의 카카오 99%, 파괴된 가정에서 성장한 두 여자의 이야기를 술집에 앉아 엿듣듯 그려낸 먼지, 한 개인의 역사가 얼마나 슬픔 가득한 것인지 숨겨진 내면의 아픔을 이해하게 되는 동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 세태를 조롱하는 아버지의 산 - 모두 신선한 소재에 흥미로운 입담이 가득하다.

 

작가는 작품해설에 쓰인대로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어떤 권력에 대해서 수시로 찔러대고 있는데, 한 가정에서의 권력과, 사회에서의 권력과, 국가에서의 권력과, 자본주의에서의 권력들을 골고루 소화했다. 그리고 대부분 주인공들은 그 권력안에서 순응하고 때로는 무기력할 정도로 적응해 나간다. 그게 바로 현실이 아니던가.

 

언제부터인가, 나는 왜 오늘의 작가들이 사회의 깊은 병폐에 대해서 진실하게, 솔직하게, 과감하게 건드리지 않는가에 대해서 아쉬움을 많이 느꼈다. 바로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의 이 굴욕적인 구조와 부조리한 현실에 대해서 그들은 왜 자꾸 에둘러 말하고 있을까. 자기 자신의 생각에 확신이 없어서 그런 것일까, 어떤 피해를 우려해 여차하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드는 것일까. 잘 알려지지 않은 이 신인작가는 그런 부분을 가감없이 솔직하게 건드린다.

고졸출신 대통령이 있어서 나라가 이모양이다, 라든가, 부도덕한 대통령 후보자의 연설이라든가, 주식시장의 개미들을 울리는 미지의 작전세력이라든가, 부모라는 권력의 폭력성에 대해서도, 에둘러 말하지 않고 화자의 입을 빌어 거침없이 쏘아붙인다. 그런 면에 있어서 작가의 소설은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고, 한 번쯤 더 생각해 볼만한 여지들을 많이 남긴다. 글은 어렵지 않고 쉽게 읽히며 문체가 선명해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작품집의 대표작을 "진실의 입"이라 붙인 까닭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한가지 아쉬운 면은 어떤 작품에서는 조금 더 길게 써도 괜찮았을텐데 단편의 길이에 구속되어 서둘러 맺은 듯한 느낌이 있고, 어쩌면 그건 단편에 담기엔 조금 많은 이야기를 넣다보니 그렇게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학평론을 할 깜냥은 못되나, 소설속으로 직접적 화법을 이용해 뭔가 건드려보고자 했던 작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그정도 용단이면 앞으로 더 큰 작품을 써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앞으로의 약진이 기대된다.

 

잘 알려지지 않은 출판사, 잘 알려지지 않은 문예지로의 등단, 그것이 이 작가를 묻어버리는 일이 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2011.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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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cca della Verita 진실의 입 - 김용진 작품집
김용진 지음 / 황금두뇌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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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대 권력에 대해 직설적 화법을 구사하는 소설들, 선명한 문체 쉽게 읽혀 시원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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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 시간의 저편으로 떠난 여행
대원 지음 / 탐구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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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주제에 대한 백경훈/이겸의 책보다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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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치 체포록>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한시치 체포록 - 에도의 명탐정 한시치의 기이한 사건기록부
오카모토 기도 지음, 추지나 옮김 / 책세상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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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것이, 나는 스릴러물이나 탐정물을 매우 좋아하면서도, 그 장르가 영화에만 국한되어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는 그런 재미를 별로 느끼지 못했던 것은 그보다 좋아하는 다른 책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알 수 없는 어떤 사건이 벌어지고 그 사건을 풀어가는 이야기만큼 재미난 게 또 있을까. 게다가 범죄라는 것은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를 파헤쳐 가는 인간의 야수적인 면을 발견하게 하는 심리물 아니던가.  

기회가 되어 오랜만에 탐정물인 한시치 체포록을 읽게 된 것에 감사한다. 이 책은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탐정물인데, 대부분이 옛날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귀신의 장난, 혹은 운명의 저주 따위를 믿고 있던 시대에 일어났던 일들이 모두 다 사실은 사람들의 욕심에 의한 범죄였다는 것을 밝혀내는 데에 그 매력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동서양의 모든 괴담에도 그런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학이 발달하지 않고 사람들이 미신을 신봉하던 시절엔 영악한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르기 더 쉬웠을 것이고 혹세무민하기 쉬웠을 것이다. 그 때 당시 활약했던 한시치를 비롯한 이들의 범죄를 밝혀내는 과정들이 매우 매력적이다. 놀라운 것은 이 이야기가 모두 가상으로 지어낸 이야기라는 것이었는데, 에도시대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당시의 느낌을 고스란히 전해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독자의 상상력을 충분히 발휘시켜주는 배경의 묘사, 당시 사람들의 민심을 읽어 낼 수 있다.  

만나기 힘든 이야기를 만나게 되어 반가웠고, 꽤 두꺼운 분량이지만 상당히 빠른 시간에 읽을 수 있었다. 그만큼 재미의 측면에서는 어디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한 책이 아닌가 싶다.  

셜록홈즈류의 탐정물, 혹은 스릴러물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새로운 분위기의 에도시대의 한시치 체포록에도 충분히 호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2010.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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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마 죽지마 사랑할거야>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울지 마, 죽지 마, 사랑할 거야 - 지상에서 보낸 딸과의 마지막 시간
김효선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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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자식을 낳아 기르면서 갖게 되는 공포감이 하나 있다.  

아이가 사고라도 당하면 어찌하나보다, 저 아이가 내 눈앞에서 사라진다면. 이라는 것이다. 신생아시절에는 아이를 떨어뜨릴까, 행여나 질식으로 죽진 않을까, 신생아돌연사라는 것 때문에 늘 불안했고, 잠시라도 전문가가 아닌 이에게 아이를 맡길 때보다 내 품에 있을 때 더 불안했다. 나라는 존재를 못 미더워했기 때문이다. 그런 아이를 먼저 보낸다는 고통이 얼마나 클 지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자식을 먼저 보내는 부모의 마음은, 살아도 살아있는 것이 아니고 죽어도 죽는 것이 아니리라.  

이 책의 저자가 그 가슴아픈 이야기를 이렇게 긴 이야기로 풀어내 준 것에 대해 일단 감사한다. 세상에 꺼내놓기 힘든 이야기이지만, 어쩌면 저자는 글을 쓰는 것을 직업으로 갖고 있는 사람이었기에 이 책을 쓰면서 눈물겨운 상처를 조금이나마 치유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장 꽃다운 나이, 가장 아름다운 시절에 불치의 병에 갑자기 걸려버린 딸, 남들보다 열심히 살았고 누구보다 의젓했던 아이를 하늘이 먼저 불러 가신다는 것에 대한 고통, 그 곁에서 그 모습을 오롯이 바라보아야만 했던 엄마의 마음이 이 책에 절절히 실려 있다.  

사람들은 위기의 순간에 어떤 강력한 존재에 의지하고 싶어지리라 믿는다. 나의 경우 과학에 힘을 빌리거나 종교에 의탁하곤 했는데 이 책의 저자는 철저하게 종교에 의탁하여 그 어려움을 견뎌낸다. 생명의 존재를 놓고 장난삼아 했던 말들이 이 책 앞에서 모두 몹쓸 짓들이 되며, 청소년기 누구나 한번쯤 꿈꾸었던 불치의 병에 걸렸으면 좋겠다던 치기어린 상상들이 얼마나 세상을 떠난 이들에게 죄가 되는 지 다시 한 번 느끼게끔 하는 책이었다.  

책을 읽으며 눈물을 흘렸고, 그래 언제 내 자식이 나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될 지라도, 그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아이와 시간을 아껴 보내리라는 결심을 하게 한 책이었다. 책을 쓰다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아픈 그런 책이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이 리뷰를 쓰게 된 시기에 생떼같은 자식들을 물속으로 보내야 할 지도 모르는 부모들에게, 눈물을 모아 위로를 전한다.  

20010.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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