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대화하는 법
스탠리 코렌 지음, 박영철 옮김 / 보누스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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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표지엔, 바보같은 개가 바보같이 웃고 있다.
코카 스파니엘로 보이는 강아지가 정말 사람처럼 활~짝 웃고 있다.

세계적인 개 심리 전문가라는 캐나다 사람 스탠리 코렌은 이 책에서 정말 개와 대화하는 법에 대해서 열심히, 아주 열심히 개진하고 있다. 개의 언어를 이해하고 사람의 언어를 이해시키는 법. 단순히 개 훈련을 위한 책이 아니라 언어의 의미를 어디까지 그 범주에 두어야 하며 개의 언어는 어떤 방식으로 주로 표현이 되며 우리가 오해하지 않고 개와 의사소통을 그나마 잘 해보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언어는 과연 음성으로 발화되어야만 언어로 취급이 되는 것인지, 그렇다면 수화는 언어에 포함되지 않는 것인가를 의문으로 시작하여 표현언어와 수용언어의 두 종류로 일단 언어의 범주를 나누고 개나 동물의 언어는 인간의 언어처럼 창조적이거나 음성기관을 통해 발화되지 않거나 어떤 정확한 규칙성을 갖지 않는다 하더라도 어느정도의 신호와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 있어서 일단 언어라고 규정을 짓는 것으로 책의 기본적인 틀이 잡혀있다. 

 그리고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개의 언어에 대해서 저자가 아는대로 모든 것을 남김없이 알려주고 있다. 책의 삽화에 등장하는 개는 야생들개와 비슷한 (한마디로 잡종 똥개) 모습인데, 이런 개가 사실 개들 사이에서는 의사소통을 가장 잘 알아차릴 수 있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주둥이가 길고 귀는 뾰죽하며 꼬리는 적당히 말려있고 (본 모델은 꼬리가 좀 지나치게 말려있다) 털은 단모종으로 흥분시 털이 빳빳하게 서느냐 하는 여부를 한 눈에 알아차릴 수 있는 형태. 

 개들은 입과 귀, 꼬리로 말을 하는데, 사람들이 품종을 개량화 하고 더 귀여운 강아지의 모습으로 만들어내면서 개들 사이에서도 의사소통이 잘 통하지 않는 품종이 생기게 되었다.

귀가 길어지거나 혹은 귀를 자르거나 꼬리를 자르거나 입모양이 짧아지면서 개들은 그 사회에서도 혼란을 겪게 된다. 그리고 사람들은 여전히 사람들의 기준으로 개와 의사소통 하기를 강요하기 때문에 개들에게는 혼돈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책은 이에 대해서 저자의 신념있는 주장을 곁들이면서도 무지한 인간들을 나무라거나 꾸짖지 않고 절대적으로 생활에 정말 큰 도움이 될 만한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해주고 있다.

삽화와 도표를 동원해서 개 언어 소사전까지 부록으로 싣고 있다.
개 관련 서적중에 우수한 책 상위권에 손꼽아도 손색이 없다. 

 당신의 개를 사랑한다면 어이없게 신발을 사 신기거나 옷을 사 입혀 나약하게 만들지 말고 제발 책을 좀 읽으라고 말하고 싶다.

아마 소를 키우는 사람들은 소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할 것같다. 생계와 연관이 되기 때문일까?

소를 키우는 사람들은 대부분 소에 대해서 전문가가 되는 것 같은데, 개를 키우는 사람들은 왜 몇 년동안 개를 키워도 여전히 무지한가? 알수가 없다. 단 두 권의 책을 읽었어도, 아니면 제대로 된 인터넷 정보를 이용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들을 사람들은 끊임없이 물어댄다.

개의 행동에 대해 인터넷 상에 답변을 해 줄 때마다 한심스러울 때가 한 두번이 아니고 그걸 떠나서 이제 화가 나기 시작할 때도 있다. 조만간 개의 행동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개를 키우는 사람들의 이해할 수 없는 몰지각한 행동에 대해서 책을 써야 할 지도 모르겠다. 

 어찌되었건, 인간에 언어가 통하지 않는 개와 함께 살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개와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끊임이 없다. 사람처럼 편협한 동물이 다른 종과 함께 동고동락한다는 것은, 참으로 신기한 일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2006.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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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100만부 기념 소장본 - 전2권 - 칼의 노래 + 칼의 노래 자료집 : 김훈을 읽다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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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순신, 그 한없는 단순성과 순결한 칼에 대하여 / 김훈 장편소설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이 문장으로 칼의 노래는 시작한다.

나는 페이지를 넘기다 말고 다시 곱씹었다.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그리고 설겆이를 마치고 손을 닦으며 다시 씹었다.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잠이 들면서도 다시 씹었다.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라고..

 

김 훈은 언론사 기자로 살다가 오십이 넘은 나이에 등단한 작가다.

그의 등단은 한국 소설계에 바람을 일으켰고 그의 소설은 명쾌하고 또렷하고 강인해서 좋아한다. 그리고 그의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은 감정이입, 등장인물에 대한 무서울만큼 완벽한 몰입이었다. 화장이 그랬고, 언니의 폐경이 그랬고, 개가 그랬다. 그리고 칼의 노래가 그렇다.

 

평론가의 말대로, 칼의 노래가 이광수의 원효대사보다 우수할 수 있었던 이유는 김훈은 이순신의 영웅적인 요소를 닮으려 하지 않고 인간적 이순신이길 원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훈이 그린 칼의 노래의 이순신은 남자다. 전쟁터의 장수이며, 남자이고, 아들을 잃은 비참한 아비이며, 고뇌하는 지도자이다. 국민적 영웅, 임금이 보채던 영웅이라기 보다 한 남자였다. 그러나 매우 멋지고 매우 슬픈. 고뇌하는 남자.

 

소설은 자간이 넓고 호흡이 무겁다. 한 이야기들이 5쪽 내지 10쪽 정도의 이야기로 나뉘어 있어 읽고 잠시 한 숨을 쉬게 된다. 그리고 그의 호흡을 따라가게 되는 것이다. 소설속 이순신의 기억은 냄새에 지배당한다. 죽은 아들의 젖비린내, 품었던 여인의 오래도록 뒷물을 하지 않은 날비린내, 그리고 전쟁터에서의 피비린내. 온갖 비린내가 가득한 전쟁터에서 무우짱아찌 등의 먹을 것이 등장하고 잘라온 적의 머리에는 소금을 더 치라는 얘기들이 난무한다.

 

난중일기를 읽지 않았다. 그러나, 이 글은 난중일기를 긴 호흡으로 읽는 느낌이었다. 작가건 우건 힘든 것은 작중 인물에 대한 몰입이다. 이 글을 쓰는 내내 김훈은 그 겨울밤들이 춥고 무서워다고 했다. 이순신의 죽음이 그러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오랜만에 갑옷을 벗은 몸에 서늘한 한기가 느껴졌다. 서늘함은 눈물겨웠다"던 그의 죽음이 내내 작가를 엄습했을 것이다.

 

"견딜 수 없는 세상에서, 견딜 수 없을 만큼 오래 살고 싶었다"던 이순신, 그는 임진왜란의 호국영웅이라기 보다 세상앞에 혼자 싸운 신념의 남자였다. 싸우고 싶었고 싸워야 했기 때문에 싸웠던 남자, 그 남자의 칼, 그리고 취하고 울고 강산을 물들이던 칼의 노래. 두려울만큼 처절했던 그 모든 냄새속에서, 김훈의 문장으로 호흡하는 그를 다시 만날 수 있다.

 

2006.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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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소리 책세상문고 세계문학 2
미시마 유키오 지음, 이진명 옮김 / 책세상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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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마 유키오 三島由紀夫 1925. 1. 14 - 1970. 11. 25

 본명은 히라오카 기미타케[平岡公威]이고, 도쿄[東京]에서 태어났다. 1944년 도쿄대학교 법학부를 나왔다. 재학 중에 이미 소설을 썼으나 제2차 세계대전 후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의 추천으로 문단에 데뷔했다. 

 1949년 장편소설 《가면(假面)의 고백》으로 문단에서 확고하게 지위를 굳혔다. 그는 전후세대의 니힐리즘이나 이상심리를 다룬 작품을 많이 썼는데, 그 본질은 오히려 탐미적이었다. 《사랑의 갈증》(1950) 《금색(禁色)》(1951∼1953)을 거쳐 그의 방법론이 거의 완전하게 표현된 것은 《금각사(閣寺)》(1956)에서였다.

 이단적인 미와 지성이 통합된 작풍으로 정평이 있었으나 《우국(憂國)》(1960) 무렵부터 쇼와[昭和] 사상에 대한 관심이 깊어져 점차 급진적인 민족주의자가 되었는데, 《영령(英靈)의 소리)》(1966) 등에서 낭만적 동경과 천황제의 의미를 확인하고 《풍요의 바다》(1965∼1971)를 유작으로 하여 1970년 11월 그가 주재하는 ‘다테[楯:방패]의 회’ 회원 4명을 이끌고 육상자위대 동부방면 총감부에서 총감을 감금하고 막료 8명에게 중경상을 입힌 후 자위대의 각성과 궐기를 외치며 할복자살하는 이른바 ‘미시마 사건’으로 내외에 충격을 주었다. 그 밖에 《로쿠메이칸[鹿嗚館]》(1957) 《나의 벗 히틀러》(1968) 등의 희극이 있다.

미시마 유키오에 대한 이해를 돕는 블로그 하나

http://blog.naver.com/mcm90?Redirect=Log&logNo=130001074653

 
파도소리는 목가적 연애소설인 그리스의 소설 《다프니스와 크로에》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왔다고 한다. 파도소리는 극우주의자이며 할복자살로 생을 마감한 작가와 어울리지 않게 아름다운 섬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아름다운 결말을 가지고 있다. 

섬소년에서 섬청년으로 성장하는 남자주인공 신지, 그리고 섬에 온지 얼마 되지 않은 처녀 하쓰에, 그리고 이 둘은 작가의 표현에 따르면 너무나 아름다운 육체를 가지고 있다. 비록 지적인 수준은 그에 미치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영혼이 더럽혀지지는 않은 그런 존재들이다. 파도소리의 배경이 되는 섬은 도둑도 범죄도 없는 파라다이스이고 악한 자의 악역은 그리 강렬하지 못하다. 그저 좀 게으르거나 오해가 발생하거나 하는 정도이다. 천혜의 자연을 가진 섬, 이 섬에서 이 둘의 사랑은 그리스 신화처럼 발생하고 고결하게 진행되며 아름답게 마무리된다. 

 일본적 특색이나 작가가 극우주의자라 하더라 하는 등의 부수적인 요소는 전혀 눈치챌 수 없고 그저 너무 쉽게 이루어지는 마지막 결론부분에 있어서 약간 김이 빠지는 듯한 느낌도 배제할 수 없다. 

 책세상문고 세계문학편은 작가의 글을 토대로 하여 번역자들이 가상인터뷰를 하는 기획을 해서 책 말미에 끼워넣고 있는데, 그 인터뷰와 작가의 편력을 살펴보면 미시마 유키오는 "미루야마 겐지"만큼이나 자부심이 대단한 작가라서 이런 형식의 그리스 문학의 카피본을 의도적으로 일본문학에 도입하려는 시도를 펼친 것이 아닌가 싶다. 

 확실한 것은 책세상문고는 어떤 책세상으로 가게끔 미끼를 던져주는 글들을 작게 쪼개서 출판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장용학도 그랬지만 극우주의자라는 이유로 한국에 소개되기 조차 껄끄러웠을 법한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도 이 사람의 좀 더 넓은 세계를 엿보고 싶게끔 만들어주는 유혹을 던지고 있으니까. 

2006.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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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시집 외 책세상문고 세계문학 1
장용학 지음 / 책세상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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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921년 4월 25일 함경북도 부령에서 출생하였다. 함경북도 경성의 경성중학을 졸업하고 일본에 유학하여 1942년 와세다대학교 상과에 입학하였으나 1944년 중퇴하였다. 8·15광복 후 귀국하여 청진여중 교사로 지내다가 1948년 월남하였다. 월남 후 한양여고·무학여고 교사로 있으면서 작품창작을 병행하였다. 

 1949년 12월 《연합신문》에 단편 《희화》를 발표하였으며, 1950년과 1952년에 단편소설 《지동설》과 《미련소묘》로 《문예》지에 추천되었다. 1955년 《요한시집》을 발표하면서 문제작가로서 각광을 받기 시작하였다. 

 이상(箱)이 일제의 억압으로 인한 정신적 상처를 주로 다루었다면, 장용학은 광복 후, 6·25전쟁으로 인한 의식의 상처를 주로 다루었다고 볼 수 있다. 《요한시집》은 종래의 소설양식과는 판이하게 토끼의 우화를 빌고 에세이적인 요소를 혼입시켜 인간의 실존과 자유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인간의 비인간화 과정을 통해서 현대인의 비극성을 부각시킨 《비인탄생(非人誕生)》(1956), 현대사회가 지닌 제도적 횡포를 다룬 《현대의 야(野)》(1960) 등을 발표하여 확고한 문단적 지위를 쌓았다. 

 1962년 소외된 인간의 군상, 즉 현대문명으로 파괴되어 가는 인간상을 그린 장편소설 《원형의 전설》을 《사상계》에 연재하였다. 1964년 주제의 해석에서 물의를 일으켰던 작품 《상립신화》를 발표하였으며, 1965년 장편 《태양의 아들》을, 1967년에는 장편 《청동기》를 각각 발표하였다.

 
장용학의 작품은 작가의 관념에 의해 다시 창조된 우화나 전설의 세계로 형상화되어 있고, 일인칭 화자의 내적 독백 형식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특이한 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에세이로 오해되기도 했다. 이러한 기법 속에 숨어 있는 그의 소설적 주제는 현대의 비인간적인 상황에 대한 고발과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작품은 당시 세계적으로 유행한 실존주의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현대소설가로서는 드물게 국한문혼용체를 사용하면서 현대의 비인간적 상황을 관념적인 문장으로 서술하여 난해한 작가라는 인상을 풍기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장용학은 관념소설이라는 새로운 계보를 만들어 낸 작가로서 평가받기도 한다. 

 《무영탑》(1953), 《라마의 달》(1954), 《잔인의 계절》(1972), 《부여에 죽다》(1980), 《유역》(1982), 《하여가행》(1987) 등 여러 편의 소설과 희곡으로 《세계사의 하루》(1966)가 있다. 

 출처 : 네이버 백과사전

 

책세상문고 시리즈 중에 세계문학 문고가 있다. 그 중 첫번째 책이 장용학의 요한시집 外 중단편선이다. 장용학이라는 작가에 대해서 잘 모른다. 나는 수능첫세대인데, 우리때 시작된 논술과 수능대비로 인한 독서열풍중에 장용학은 빠져있었다. 분명히 내 기억으로는 그렇다.

우리 때는 김동리나 채만식, 김유정등이 필독작가였고, 백석은 듣도 보도 못한 시인이었다. 요한시집이라는 작품은 물론 제목만 들어보았으나 잘 알 수 없었던 작품이다. 책세상문고의 작품선정기준이 자꾸 궁금하다. 어떤 기준을 가지고 선정을 하는 것인지, 어딘가 모르게 독특해서 더 맘에 든다. 

 장용학은 1921년생으로 일제치하 이북에서 태어나 한글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늘 언어표현에 대해서 일종의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었고 그로 인해 국한문 혼용체라는 독특한 문체를 만들어내었으며, 표현의 자유가 국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관념주의적 소설가로 태어나기에 더 적절했다는 평가들이 있다.

 이 책에 실린 중단편들은 미련소묘(未練素苗), 육수(肉囚), 요한詩集, 오늘의 風物考, 天道是也非也등, 모두 한자어의 뜻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제목들이다. 발표의 시기는 모두 달라  미련소묘(未練素苗)는 1952년 1월에, 육수(肉囚)는 1955년 3월에, 요한詩集은 1955년 7월, 오늘의 風物考는 1985년 6월, 天道是也非也는 미완성 유작이다. 

 작가는 1999년에 별세하였고, 책에 실린 두 편의 단편, 오늘의 풍물고와 천도시야비야 같은 경우 1980년대 이후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시대적인 배경만 변화가 있지 작가의 문체는 하나도 변화가 없어 마치 1980년대에 타임머신을 타고 온 신소설의 작가가 주절주절 변사투의 이야기를 내놓는 것과 같은 어색함과 독특함이 있다. 아마 그 때 당시에도 누군가가 선생님 요즘은 아무도 이런 문체로 글을 쓰지 않습니다. 라고 말했을 지도 모르겠다. 1980년대 작인 두 편의 소설에서는 인격과 능력은 존재하지 않는 듯 건조한 어머니상과 그야말로 청순가련 순진무구의 여성형과 퇴폐적 악녀상이 동시에 등장해 그 독특함을 더하고 있으며, 주인공들은 내내 고뇌하나 건조하고 현실적이다. 말하자면, 신념을 위해, 대의를 위해 라기 보다 그건 싫어서 그건 너무 끔찍해서 그건 너무 무서워서, 라는 등의 인간의 공포를 가장 본능적으로 인정하고 수용하는 어찌 보면 소설에서 다루기엔 약간 비겁한 듯한 인간상을 표현한다고 할까. 

 김동리는 그의 작품중 肉囚를 명작이라 뽑았다 하는데, 나도 여기 실린 작품중엔 가장 맘에 드는 작품이었다. 마치 광염소나타를 다시 읽는 것 같기도 하면서 주인공에게 그닥 큰 애정을 표현하지 않은 작가의 담담한 묘사와 그러면서도 다시 일어나는 화염같은 삶의 욕구들이 표출되어 있다. 

 生의 使命이요 事業이다! 싸움이다! 사업 속에서 生은 結實되어 가는 것이다!

어서 내려가서 저 네거리의 揭示板에 내 얼굴을 가져가 걸어라! 이보다 더 큰 사업이 어디에 있을 것인가, 그것은 입술을 가리어 보려고 땅 속을 뒤지는 것보다 더 큰 사업이요 보다 쉬운 사업일 것이다. .................. 나의 설움은 生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무거웠다. 

 라는 구절들이 둥둥둥둥 가슴을 친다. 

 가장 관념적으로 꼽히는 요한시집의 경우, 한 번 읽어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사르트르의 구토에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 구토가 쉽게 읽혔다 해도 장용학의 요한시집은 많이 색다르다. 우화로 시작되며 끊잆없는 상징주의적 표현, 메타포들의 나열, 내적 심리의 묘사와 대사등이 정신 바짝 차리고 읽지 않으면 내가 지금 뭘 읽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고난이도 소설이다. 

 고뇌가 많았을 것이다. 일제 강점기에서 전후를 지나 군부독재의 시대를 지나던 작가에게 매일 매일은 힘들었지 않았을까. 

 산다는 것은 죄짓는 다는 것이다. 내가 여기에 앉아 있기 때문에 그들이 여기에 앉아 있지 못하는 것이다. 그들을 떼밀어버리고 내가 여기에 앉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언제 그들에게 밀려 나갈지 모른다. 순간 순간, 무수의 可能性이 자기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存在는 다음 순간에 일어날 可能性앞에 떨고 있는 戰인 것이다. 이 戰을, 잠자고 있는 세계에서는 '自由'라고 한다. 그래도 잠자고 있을 것인가? 깨어날 것인가....?"

 낯선 국한문 혼용체속에서 한자어의 뜻을 곱씹어 보는 것이 장용학 소설의 커다란 매력이 아닐까 싶다. 신소설의 문체, 앞서가는 실존주의, 그리고 한자어의 남용. 이 것이 이 책을 이루는 가장 커다란 요소들이다.

 

2006.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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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이 책내음 창작 10
이지현 지음, 김재홍 그림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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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동화책이다. 부산에서 실제일어났던 일을 글로 엮은 것이라 한다.

내용은, 새끼를 잃어버린 어미개가 새끼강아지를 찾아 어미로서의 모성을 보여준다는 정말 정말 감동적인 이야기이고 (울었다;;)

그림이 정말 좋다.

연필 밑그림에 수채화로 그린 삽화가 내용과 정말 잘 어울려서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잡종강아지의 모습을 정말 예쁘게 표현해내었다. (사실 내가 애지중지 키우는 우리집 잡종 강아지랑 매우 닮았다 ㅎㅎ)

 책 속의 몽실이는 슈퍼에 사는 잡종개.

밤마다 가게를 지키던 몽실이가 4마리의 새끼를 혼자 낳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강아지들을 모두 기를 수 없게 된 주인아저씨가 새끼들을 여기저기로 입양보내고, 새끼를 그리워하던 몽실이는 막내 강아지를 찾아 나선다. 

 우리집에서 키우는 비글이 에미 "루"도 작년 여름 8마리의 새끼들을 낳았다.

마지막까지 입양이 되지 않던 강아지 두 마리 중에 한마리가 입양을 가자 불안해 하는 기색을 보이더니, 마지막 한 마리마저 데려가자 하루종일 울부짖었다.

결국 가장 먼저 입양나간 삼순이가 입양간 집에서 대형사고를 쳐서 집으로 돌아왔고 지금은 에미 애비 새끼 이렇게 세 마리가 가족을 이루어 행복하게 지내고 있지만.

 동물은 간혹, 본능에 충실해서 사람보다 더 훌륭할 때가 있는 것 같다.

사람은 이익에 눈이 멀어 그 본능들을 무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동물은 모성본능이나 방어본능에 100% 충실하기 때문에, 사람을 감동시키는 이런 이야기들도 만들어내는 것이겠지.

 초등학교 3-5학년 아이들이 보면 좋을 책. 

 2006.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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