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이게 얼마만이에요?!
15일이잖아요.
......아, 네
1
숨은 쉽니다. 허허허.
2
읽기도 읽는다. 20일 동안 6권(말랑이 위주, 만화 포함). 2일에 6권 읽던 시절이 있었다고 하는데, 요즘 같아서야 도무지 믿을 수가 없군. 적어도 하루에 100페이지씩은 읽을 마음인데, 마음만 마음이지, 마음이 마음 같지가 않아 마음대로 되는 게 없어 슬픈 마음이다. 당초에는 안 읽겠다 그래놓고 겁나 읽을까봐 걱정이었는데 이건 뭐 걱정한 게 서운할 정도로 안 읽으니 거참 대견하군요. 허허허.
3
팔자에 없는(줄 알았던) 한국사 공부를 하는 김에 스리슬쩍 한국사 책을 읽는 중인데, 뭐 특별히 재미가 있지도 없지도 않다. 애초에 역사라는 놈과 궁합이 별로 좋은 궁합은 아니었는데, 세월이 좀 지났지만 우린 역시 아닌가봐. 허허허허.
4
하지만 좋은 전망을 얻기 위해, 그리고 그 전망을 마음껏 즐기는 사치를 누리기 위해 다소 험준하고 높은 곳에 오르는 수고를 마다해서는 안 됩니다. 인문학의 장르 중 가장 험하고 고도감이 높아 사람들이 쉽게 오를 수 없는 분야가 바로 시와 철학일 겁니다. 시와 철학은, 오르기만 하면 그래서 그 고도감에 적응하기만 하면, 시인과 철학자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우리 삶의 거의 모든 것을 조망할 수 있는 시야를 제공하는 빼어난 산과도 같습니다. 또한 이런 비유가 적절하다면 수많은 시인과 철학자들을 각각 하나의 봉우리에 견줄 수도 있을 겁니다.
_ 강신주,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그러고 보면 요즘 강신주 선생님의 책이 새로 나오지 않는다. 선생님은 어떻게 지내실까?
이렇게 쓰면 마치 무슨 개인적인 친분이라도 있는 것 같아 보이겠다 싶어서 한 번 해봤다. 실은 일면식도 없고, 어떻게 지내시는지 관심도 없다. 어쨌든 책이 좀 안 나오는 이 타이밍이 몰아서 읽을 바로 그 타이밍인 것인데, 내 팔자가 이래놔서 그것도 어렵겠고...... 실은 이 책도 책장 대방출 행사를 맞아 굿바이 스페셜로 읽은 것이다. 이제 요 정도 읽을 단계는 지났잖아? 엣헴.
그리고 내다 팔았다. 영수증을 살펴 보니 여전히 두둑히 쳐 준다. 은혜로운 강 선생님......
5
연을 쫓는 아이 /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 왕은철 옮김
늦은 나이에 군대를 가기 전까지, syo는 거기 가면 인간성이 꾸덕꾸덕 메마를 줄 알았다. 작은 잘못도 못 본 척 하지 않고 크게 화낼 줄 알고, 총알을 맞으면 대포알로 돌려주는 일에 망설임이나 인색함이 없으며, 생일 케이크를 앞에 둔 전우에게 축하의 마음을 듬뿍 담아서 「멸공의 횃불」을 불러주는 살상병기를 기르는 곳이 군대일 거라 추측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오해였다. 유독 비가 많이 내렸던 논산의 여름 한 달을 보내며 이십대의 후반을 소총과 방탄헬멧으로 장식하던 syo는 군대야말로 남자(아이)의 감성이 야들야들해질 수 있는 인생사 마지막 찬스라는 것을 배웠다. 아이들(정말 새파란 애기들이었다)은 화생방 훈련 중 흘린 눈물콧물(syo의 경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믿기 어려울 정도의 핵고퀄 방독면을 지급받은 덕에 화생방이 매코미 수준이었던지라, 옆에 있는 새끼들이 울고 짜고 고함치고 쌍욕하고 몸통박치기로 출입문을 부수려 시도하는 것을 보고 몰래카메라를 의심했다)의 적어도 다섯 배쯤 되는 양의 다양한 물들을 부모님께 쓰는 편지 한 장 위에 죄 쏟아놓고 있었다(syo의 경우 ‘엄마 나 3킬로 찜ㅋㅋㅋ’라고 쓰고 나니 더 쓸 말이 없었다.....) 나이 먹고 군대 가니, 애기들보다 울 일이 적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웃을 일이 많았던 것도 아니니 과연 군대란 이래서 빨리 올수록 좋다는 것이로구나, 하며 시린 무릎이나 매만지며 시간을 죽이던 일병 언제쯤이었다. 진중문고에 꽂혀 있는 이 책을 만난 것이.
화생방도 ‘엄마가 보고플 때’도 감히 침범하지 못했던 강철염통 syo가 이 책을 읽으면서는 그야말로 엉엉 울게 되는데, 그걸 안 들키려고 엉엉을 꺽꺽-들썩들썩으로 바꾸느라 갖은 애를 써야했다. 그러고 있는 꼴을 발견한 동기 놈은 대체 얼마나 웃긴 책이기에 웃음 참느라 꺽꺽-들썩들썩에 눈물까지 뿌리느냐며 이 책을 ‘찜’했다. 그러나 syo의 눈물로 꿉꿉해진 책을 가져간 동기 놈은 100쪽도 읽지 못하고 책을 집어던지더니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를 찾아서 온 연대를 헤집고 다녔다. 청년들이(군인이라면 더더욱) 좋아할만한 장면들이 듬뿍 담긴 책이라는 소문이 돌았던 것이다. 이십대 초반의 아이들은 그렇게 무라카미 하루키를 배우고 있었다. 겨울이 길고 추운 철원이었다.
내용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아 도리어 기쁜 마음으로 다시 이 책을 읽는데, 이번에는 눈물보다 승질이 앞선다. 주인공, 이런 개새..... 난 이런 새끼들이 제일 싫어! 그러나 또 삼십대의 초반을 비루먹은 당나귀처럼 보내며 syo가 배운 게 있다. 누군가를 맹목적으로 싫어하는 까닭은 사실, 그가 바로 내가 죽어도 감추고 싶은, 결코 인정하기 싫은 내 자신의 어떤 모습과 너무도 닮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사실 같은 것......
--- 읽은 ---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 헤르츠티어 지음
Lo-fi / 강성은 지음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 강신주 지음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 / 박시백 지음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2 / 박시백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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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 1 / 서중석, 김덕련 지음
연을 쫓는 아이 /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 왕은철 옮김
소설을 쓰고 싶다면 / 제임스 설터 지음 / 서창렬 옮김
묵묵 / 고병권 지음
3·1 혁명과 임시정부 / 김삼웅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