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가 연중 가장 많은 문자를 받는 날이다. 프로필에 비공개 설정 해뒀음에도 직장의 최종보스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상하지 않는' 케이크 이모티콘을 카톡으로 보내줬다.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요즘은 생일도 비밀이 아닌데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라고 적어보냈다. 뭐야 내 주변 아저씨들 왜이래... 나이가 비슷하면 센스도 비슷한건가. (공교롭게도 어제 그 아저씨와 나이가 같다)
작년 오늘, 정아은 작가가 사망했다. 며칠 지나서 그 소식을 접했었는데, 새 책 출간을 앞두고 있는 걸 알고 있었기에 갑작스러워 놀랐고 좋아하는 작가가 내 생일에 세상을 떠났다는 게 기분이 묘했었다. 12월에는 추모해야 할 사람이 하나 더 있는데 그 사람의 사망일은 집사2의 생일과 같다. 해마다 아침에는 생일을 축하하고 출근해서는 추모식에 참석을 했었는데, 이제는 내 생일에도 추모할 사람이 생긴 것이다.
얼마전 장강명 작가의 투비 계정에서 '17. 정아은 작가를 기억하며' : 투비컨티뉴드
정아은 작가와의 인연에 대한 사연과 함께 추모소설집을 출간한다는 소식을 보았다.
작가님 1주기에 맞춰 출간된 추모소설집이다. 누군가를 추모하며 소설을 쓴다는 건 어떤걸까. 그 사람의 작품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을 소재로 쓴 소설들과 소재에 대한 설명이 실려있다고 한다.
작년에 출간 예정이었던, 김건희란 사람에 대해 쓴 책은 아직 출간되지 못했다.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이후 여러 건의 재판이 계속 진행중이라서 조심스러운 점도 있을 것 같다.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을 생각해보면 전두환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 모두에게 비난을 받았고, 김건희에 관한 책도 그럴지 모른다.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에서 전두환의 서사를 작가님이 개연성 있게 그리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는데 악인에게 서사를 줘서는 안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사람들의 반응이 그럴 줄 알고도 어려운 길을 간 작가님일텐데, 모쪼록 마지막 원고도 꼭 책으로 출간되기를 바란다.
읽은 책 다섯 권과 안 읽은 책 다섯 권. (공저는 넣지 않음)
데뷔작 <모던하트>와 제목이 이어지는 마지막 두 권이 특히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