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깨끗한 책, 새 책에 대한 집착이 유난히 강한 편이다. 물론 누구라도 새 것, 깨끗한 것, 좋은 것을 선호하는 건 당연하지만 나는 책에 있어서는 약간 강박적이기까지 하다. 아마 이런 생각은, 별로 오래 안 가는 옷이나 화장품 등과는 달리 책은 앞으로 아주 오랫동안 내 곁에 머무를 물건이라 생각하기 때문인 듯하다.

사람들은 보통 서점에 가면 무슨 책을 살까.. 고민하지만 나같은 경우는 서점에 가기 전부터 사야 할 책은 거의 결정이 되어 있다. 따라서 해야 할 일은 여러 권 쌓여 있는 책 가운데서 가장 멀쩡하고 깨끗한 걸 골라내는 것. 다들 알겠지만 똑같은 출판사에서 똑같은 유통 경로를 거쳐 같은 서점에 진열된 책이라 하더라도 한 권 한 권의 상태가 조금씩은 다르다. 어떤 애는 겉표지가 접혀 있거나 쭈글쭈글해져 있을 수도 있고, 속지가 찢어져 있을 수도 있으며, 표지 인쇄 상태에도 조금씩 차이가 있다. 따라서 몇 권, 몇십 권, 몇백 권의 책 가운데서 가장 멀쩡한 애를 골라내는 건 상당한 노력과 정성이 필요하다.

이런 작업은 사람이 많이 드나드는 큰 서점에서는 그나마 수월한 편이다. 일단 내 이상한 행동(책 무더기를 파헤치면서 똑같은 책을 집어들어 계속 앞으로 뒤로 옆으로 돌려보는 것)을 주목하는 사람도 별로 없고, 똑같은 책이 여러 권 있어서 선택의 폭이 넓으니까. 그러나 동네 책방처럼 좁은 곳이나 넓긴 하되 사람이 별로 없어서 점원들이 나만 쳐다보고 있는 곳이라면 좀 곤란해진다.. 그럴 때는 일단 손을 대지 말고 눈으로만 쭉 훑어서 후보를 몇 개 골라낸 후 그 중에서 최종 선택을 해야 한다.

사실 가장 고르기 힘든 건 만화책. 커버도 얇고 종이질도 좀 떨어지고 배송할 때도 노끈 등으로 아무렇게나 겹쳐 묶어 놓는 경우가 많아서 어떨 때는 흠 없는 책 한 권 찾으려고 100권 가까이 뒤져야 할 때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비닐 래핑 때문에 교묘하게 가려져 있는 흠을 못 봐서 집에 와서 래핑 뜯고 난 후에야 여기저기 흠집이 보이는 것. 포장 뜯었으니 눈에 띄는 파본이 아닌 한 바꿔달랄 수도 없고. 내가 자주 가는 총판점 주인들는 이런 내 성격을 잘 알기 땜에 내가 한참 뒤지다가 그냥 빈 손으로 나오면 "왜? 깨끗한 게 없어? 내일 다시 들어오니까 그때 와봐"라고 말해주기까지 한다. 고맙게시리..

깨끗한 책을 골라서 사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라, 보관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기껏 예쁜 애 골라왔는데 아무렇게나 방치해서 금방 헌책 만들어 버리면 그게 뭐하는 짓이람.. 그래서 내 방에는 아주아주 두꺼운 커튼이 사시사철 쳐져 있다. 책을 잘 보관하는 데 있어 최대의 적 가운데 하나인 직사광선을 막기 위한 것이다. 아무리 반짝이는 장정의 새 책이라도 직사광선 아래 며칠만 방치하면 금세 표지는 바래고 책장은 누렇게 변색되어 버린다. 여기에 물이라도 좀 떨어뜨렸다가는 그냥 끝장이고.. 블라인드를 쓰면 좀더 확실하게 빛을 막을 수 있겠지만 너무 심하게 깜깜해서 책 제목조차 안 보이니까, 희끄무레한 빛이라도 들어와 책 제목을 식별할 수 있으려면 두꺼운 커튼이 제격이다. 요즘처럼 더운 날에도 내 방 창문은 낮에는 절대 열리지 않는다.

이렇게 책장 바래는 것도 못 참는 내가 책에 색칠을 하거나 줄을 긋거나 필기를 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 물론 공부하는 책에는 깨알같이 주석도 달고, 자 대고 쭉쭉 줄고 긋고 형광펜도 알록달록 칠해놨지만 그 외의 소장용 책에는 절대, 네버!! -_- 우리나라 허술한 양장본들 혹시 좍 펴놓고 읽다가 책장이라도 쫙 갈라져 버릴까봐 양손으로 꼬옥 움켜쥐고 읽는 판에 색칠이라니.. 에비~

따라서 내 책들은 절대 대출 불가 딱지들이 붙어 있다. 엄마랑 동생이 가져가 읽을 때도 혹시 더럽히거나 책장 벌어지게 하지 않나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하는 판에 함부로 밖으로 내돌릴 수 있나.. 엄마 협박 땜에 어쩔 수 없이 엄마 친구분들한테 빌려준 적은 있지만, 그럴 때는 거의 책을 포기하는 심정으로 내준다. 새 거 하나 사고 말지.. 하는.. 남들은 이런 날 그악스럽다 하지만, 수집가들이 자기 컬렉션을 소중히 하듯이 난 내가 모으는 책을 최선을 다해 보호할 뿐이다. 자주 읽는 책, 가능하면 평생 간직하고 싶은 책들은 그래서 소장용으로 아예 한 질을 더 사서 숨겨놓는(남들이 보면 잔소리하니까) 일까지 서슴지 않는다. 나중에 더 좋은 판본이 나올 수도 있지만 또 아예 다시는 찾아볼 수 없을지도 모르니까.. 특히 만화의 경우에..

이런 내 모습이 유난스럽다, 징글징글하다고 하는 사람도 많지만 또 한편으로는 아주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대부분의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책이라는 물건 그 자체를 좋아하고 신성시하기 때문 아닐까. 비록 그 대상이 몇천 만원, 몇억 원짜리 고서나 희귀본이 아니라 그냥 아무 데서나 몇 푼만 주면 살 수 있는 흔하디 흔한 베스트셀러라 하더라도 내 책장에 꽂혀서 내 책이 된 이상은 아무리 제목이 같고 내용이 같다 해도 분명 내게 다른 의미를 갖는 것이다.

요즘에는 예전과 달리 대부분의 책을 인터넷으로 구입한다. 따라서 많은 시간을 들여서 쌓여 있는 책 가운데서 내 것이 될 그 한 권을 골라내는 작업은 거의 하지 않는다. 그냥 인터넷 서점과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믿는 것이다. 책을 만드는 사람들, 그리고 파는 사람들도 책이 좋기 때문에 그 일을 선택한 이들이 대부분일 테니까.. 그래서 이렇게 책 한 권 한 권을 소중히 여기고 애정을 쏟고 사랑스럽게 쓰다듬는 자기들과 같은 마음을 가진 독자들을 생각해서, 더 좋은 책을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배송 과정에도 신경을 써서 책상자를 열어보는 그 순간이 책벌레들 최고의 환희의 순간이 되게 해주는 걸 당연하다 여길 테니까.. 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그런데, 그런 신뢰를 가지고 즐겁게 책을 고르고 돈을 치르고 두근거리며 기다렸다가 드디어 도착한 상자를 열었는데, 고대하던 그 책들이 데친 시금치마냥 쭈글쭈글해져서 상자 안에 뒤엉켜 나뒹굴어 상처 입고 찢어진 모습을 보면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속이 상하는지, 정녕 모르는 걸까? 돈 받고 책 보내줬으면 우리 할 일은 다 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약간의 수고와 정성이 고객과 독자를 행복하게 하고 더 큰 신뢰를 준다는 것, 꼭꼭꼭! 알아뒀으면 좋겠다. 찢어지고 더러운 책 교환해 주려면 돈이 더 들 텐데 왜 그러는지 정말 모르겠다. 그런 것쯤 무시하고 넘어가는 사람이 더 많기 때문인가? 그렇담 그런 분들께 감히 말씀드려 본다. 상태 불량한 책을 받으면 귀찮아도 절대 참지 말고 반드시 교환하라고. 그래야 앞으로 더 깨끗한 책, 더 좋은 서비스를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고.

참고로 며칠 전에 어떤 인터넷서점에서 전화를 받았다. 주문한 책 잘 받았느냐고.. 책 상태는 만족스러웠는지, 혹시 교환을 원하는 책은 없는가 하고.. 그런 전화를 모든 고객에게 하는지 랜덤하게 골라서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분이 무척이나 좋았다(난 거기서 깽판 부린 적 없으니까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람한테 한 전화는 아니었을 거다.. 아마도). 특히 '책 상태'에 대해 물어봐준 게 너무너무 고마워서 그날의 우울함이 싹 잊혀질 정도였다. 그런 부분까지 확인해주는 서점에서라면 계속 최상질의 책을 받아볼 수 있지 않을까? 부디 모든 서점들이 본받아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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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4-08-03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어지간해서는 출간된 지 오래된 책들은 인터넷 서점에서 사지 않습니다. 어느 창고에서 몇 년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나달나달 해진 책을 보내주는 경우가 꽤 되었기 때문이지요.
그렇지만 아무리 신간 위주로 주문을 해도 뿅뿅이 비닐 포장 하나 없이 박스 안에서 구르며 온 책들은... 표지에 스크래치는 물론이요, 표지가 반으로 띡- 접혀져 있기도 하고.. 그야말로 데친 시금치가 되어있지요.
좋은 상태의 책을 골라 보내 주는 그런 작은 성의가 더해지면 더욱 아낄텐데요. 알**.

starrysky 2004-08-03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나의 풰밀리 여러분들은 내 맘을 알아주시는군요. 크흐, 감동이여요. ㅠㅠ
판다님, 전 얼마 전에 K문고에서 주문한 책 가운데 저어기 대구 모모 서점에서 몇 년을 뒹구르다가 반품되어 온 책을 받은 적이 있답니다. 그 서점 딱지가 뒷표지 안쪽에 떡하니 붙어 있는 걸 보고 알았지요. '어허 이것 봐라~' 싶었지만 의외로 책 상태는 멀쩡해서 그냥 참았었는데 영 찜찜.
그러니까 판다님, 그 뿅뿅 비닐이랑 비닐 풍선들을 그렇게 다 들고 퇴사를 해버림 아니되지요. 얼릉 일부만이라도 좀 돌려주세요. 우리도 알라딘에서 제대로 포장한 책 좀 받아보시다! 녜?? 요새는 책 상자도 안 만들고 골판지 디굴디굴 뭉쳐서 책 싸보내기 일쑤니 원.. 아, 덥다. -_-

맞아욧, 새벽별님!!!! 교환하기에는 뭔가 애매하지만 그대로 보관하기에는 더더욱 애매한 그런 책들. 엉엉, 어쩌란 말인가.. ㅠㅠ 전에 한번은 주문한 열몇 권 가운데 절반 이상이 그런 상태라 느무느무 열받아서 싹 다 교환한 적이 있긴 한데, 그 담부터는 잘 못 그러겠더군요.
맘 약해서 혹은 너무 바빠서 또는 느무 열받아서 전화하다가 울어버릴 것 같기에 그냥 교환을 포기한 책이 몇 권 있는데, 그런 애들은 아예 펼쳐보지도 않고 책장 맨 뒤에 쓸어넣어 놨어요. 볼 때마다 열받아서.. 아, 정말 내 돈 주고 책 사서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니까요.
제가 새벽별님보다 한 수 위인 부분도 있다니 기쁘다고 해야 하나요 마음 아파해야 하나요.. 아리송합니다. ㅠ_ㅠ

반딧불,, 2004-08-03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악..난 그냥 그러려니 과인데..

이런 아무래도 배제될 만 하다..
새벽패밀리에 계속 있으려면...나도 한 깔끔을??
(흐응~~여기 다들 모여서..계셨다니...이론..)

하얀마녀 2004-08-03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깨끗한 새책을 펴볼 땐 왠지 기분이 좋아지죠. 저도 책을 깨끗하게 보는 편입니다만.(줄 안 긋고 메모 안하고 안 접고) 공부하는 책도 그리 깨끗하니 남들은 공부를 전혀 안 하는 줄 알아요.(사실 무지 안하죠) 몇번을 읽어서 길이 든 책은 책장이 부드럽게 넘어가는데 그 날금날금한 느낌이 참 좋더라구요.

panda78 2004-08-03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ㅂ^ 별언니두 참- ! 저두 제 책은 별 신경 안쓰고 보는데(제가 구기는 건 신경안씁니다.;;;), 빌린 책은 조심조심해서 본답니다. 별 언니랑 똑같죠? 전 아직 비니루에 들어서 온 건 못 받아 봤는데... 상--당히 기분 상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말 표지 꼭꼭 눌러 반으로 접어서 보내 주는 적이 꽤 있어요.... 내 참.
그래 스물넷에서는 한권 주문해도 쪼끄만 박스에 넣어주더만. 비니루라니. 비니루.

그리구 스따리님, 제가 퇴사할 때 보니 이젠 그걸로 포장 안하고 골판지 디굴디굴로 바꾼다기에 냉큼 들고 나온 거라니까요. ㅡ.,ㅡ

호랑녀 2004-08-03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 사서는 절대 못하실 분들이라고 쓸래다 다시 생각해보니 사서를 정말 잘 하실 분들이라고 하는 게 옳겠습니다.
도서실 책은... 걸레가 되어서 폐기되는 책들도 많습니다. 대부분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만화책들이라 크게 서운해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어린이책이 양장본으로 되어서 쩍쩍 갈라질 때는 제 마음도 쩍쩍 갈라지지요...ㅠㅠ
관리를 잘 못해서 비를 맞혀오거나 책이 찢어져서 돌아올 때는 제가 야단을 치기도 하는데, 그런 책일수록 제가 자리에 없을 때, 도서반들이 있을 때 주로 반납됩니다.

제 책은... 너무 새것처럼 보면 사람들이 안 읽었다고 할까 봐 ^^ 밑줄도 긋도 간단한 메모를 할 때도 있습니다. 나중에 제 책을 제 아이들이 보고, 아, 엄마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구나...생각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구요.
예전엔 색연필을 사용했는데, 몇년 전부터는 4B연필이 딱이던 걸요? 질감도 좋고...

반딧불,, 2004-08-03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사비연필이라..

전 메모를 못하는지라...
그 밑줄긋는 여자 막 나왔을 때 읽으면서...참..새삼스럽더라구요.

책은 거의 구김없이 보는 편인데...남을 빌려주면 영..
그리고,,울아그들이...색연필로 난리를 치고 있지요..요새는요ㅠㅠ

sweetrain 2004-08-03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책 표지 구겨진 거 저도 참고 못 봅니다...되도록 표지 뿐만 아니라, 조심스레 휘리릭 넘겨봐서 혹시 파본은 없는지, 오자는 없는지 그런 것에 정말 신경 많이 씁니다...제가 예민한 게 아니었군요...^^ 동지를 만난 것 같아 마음이 포근해집니다..^^

호밀밭 2004-08-03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서점에서 책을 살 때는 고르기는 하는데 고를 때만 그렇고 사 오면 그냥 방치해 두는 편이에요. 하지만 제가 가장 싫은 것은 책장을 손가락으로 오래 잡고 있어서 손가락 자국이 남거나 무언가를 엎지를 때에요. 그리고 양장본 쫙 갈라지는 것 등등. 인터넷으로 책을 사다 보니 이제 책을 고르는 재미가 없어서 아쉬워요. 사과를 고르듯이 빨갛고 둥근 것을 골라 내는 보람이 있었는데, 박스째 배달온 사과는 제가 고른 것만 못하더라고요.

superfrog 2004-08-03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타리님 책 사랑이 대단하시군요.. 저도 한참 전까지는 강박적으로 흠 하나 없는 책을 서점에서 골라내곤 했는데요, 어느 순간-정말 어느 순간이라는 말이 딱 맞아요..^^;;-흠집나고 표지 구겨진 책에 정감이 가는 걸 경험했답니다.. 저도 잘 이해가 안 되는데, 아무튼 하루키 책이 여러 출판사에서 범람하던 시절 좋아하는 출판사에서 나온 예전 판을 발견했던 걸로 기억이 되요.. 그 후로는 읽기에 지장이 없으면 그냥 슥, 한번 문지르고 받아들입니다..^^ 물론 흠집난 책이더라도 보관은 유난스럽게 한다죠. 님처럼 대출 금지고 커튼은 못 치지만 책장의 먼지 정도는 닦아줍니다..^^;;;

비로그인 2004-08-03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얼마전 도서관에서 '폐기처분' 이라고 벌건 도장 쾅쾅 찍어서 밖에 내놓은 책을 잔뜩 들고 집에 왔다지요. 누렇게 변해버린 종이 색하며, 술술 넘어가는 거까지. 새책에 손을 많이 베어봐서(-_-) 그런지, 전 헌책을 선호한답니다. 그렇다고 글씨가 안 보일 정도로 낙서 막 되어 있고, 침 묻혀 종이 넘긴 흔적 있는 그런 책 말구요..;; (가끔씩 코**도 묻어있는 책도 있던데 -_-;;; 그건 사양...) 구겨지거나 하진 않았지만, 사람 손에 길들여져서 잘 넘어가는 그런 책이 좋더라구요...

(실은...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 아니면, 소설책이건 사회과학서적이건 여백마다 그 때 그 때 느끼는 걸 마구마구 적어대는데다가, 책 읽으면서 캔커피를 마시는 적이 꽤나 많기 때문에. 아무리 깨끗한 책을 골라도 머지 않아 커피캔에 묻은 물에 젖고 온갖 낙서로 가득차기 때문일지도...;;)

mira95 2004-08-03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스타리님 정도는 아니지만 책이 깨끗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야 누구가 같겠지요^^ 하긴 저도 책을 빌려줄 때는 깨끗하게 돌아오기를 바라지만 잘 안되더군요... 사실은 요즘은 빌려주고 돌려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빌려주기가 꺼려집니다.. 제가 산 책을 많은 사람과 돌려 읽었으면 싶지만 돌려 받지 못할까봐 그러지 못해요... 조금 슬프답니다~~

마태우스 2004-08-03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런 스타리님이 좋아요. 자기 권리를 스스로 찾을 줄 아는.....

메시지 2004-08-03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런 편이었죠. 그러나 지금은 조금 나아졌습니다. 밑줄그은 책들을 다시 볼 때, 남다른 애착이 생기더라구요.

panda78 2004-08-03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akashi furuya 의 일러스트에요. 울 스똬-리님 생각나서 올려봅니다. ^ㅂ^


진/우맘 2004-08-04 0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랬죠. 아니, 많은 분들이 그렇더라구요. 우리는, <책을 사랑하는 법=깨끗이 보는 것>이라고 배워 온 세대잖아요. 예전에, 교과서 나눠 줄 때에도 맨 위아래의 노끈 자국 있는 것은 안 받으려고 발버둥~~~^^
그런데 요즘은, 가끔 줄도 긋고 낙서도 하려고 애를 쓰는 편이예요. 깨끗한 책도 좋지만, 나중에, 몇 년 후, 혹은 몇십년 후의 내가 나의 책을 폈을 때....젊은 치기로 그어 놓은 밑줄 한 개, 글자 하나가 참 반갑겠지, 싶더라구요.
이건 과욕인지 모르겠지만, 그것보다 더 후에 진/우가 엄마에게 물려받은 책을 펴고 발견한, 엄마의 필치....흐윽....감동~~~(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봐요, 그죠?^^;)
하지만 내가 더렵히는 것과 처음부터 망가진 책을 받는 것은 아주 다른 일이죠. 요즘은, 서점에 진열되어 있는 책도 성한 것을 고르기가 힘들더라구요. 특히, 대형마트에 딸린 서점 같은 곳은.
아, 그리고, 내 책에는 줄 그으면서도, 아직 아이들 그림책에는 되게 바들바들 떨어요. 제가 제일 싫어하는 것은, 그림책을 눌러서 찌부(?) 만드는 일. 예진이에게, 책장은 되도록 아래에서 넘기지 말고 중간부분을 넘기라고 잔소리를 할 지경이라니까요. ㅎㅎ 유난스럽기도....^^;;;

조선인 2004-08-04 0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전 밑줄과 낙서는 물론이요, 그런 페이지는 나중에 빨리 찾아보기 위해 귀퉁이를 접어놓기까지 한다지요? 별총총하늘님이 보면 아마 기절할꺼 같네요. ^^;;

책읽는나무 2004-08-04 0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서점이나 알라딘에서 책을 받을땐 무조건 깨끗하고 이쁜 책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사람입니다..^^
서점에선 같은 책이 눕혀 있으면 전 절대 제일 위에 올려있는 책을 고르지 않습니다..세번째 네번째정도?? 사이에 끼어 있는 손때 묻지 않고...스크래치자국이 없는 깨끗한놈을 고르죠!!..헌데 어떤 서점은 나같은 사람이 있을꺼라고 눈치를 챈것인지 책이 쌓아있는 곳에 아래쪽으로 내려갈수록 책이 더럽혀져 있는것들이 많고...오히려 제일 위에 있는 책이 깨끗한것이 있더군요!!..ㅎㅎㅎ
알라딘 같은 경우는 뿅뿅이 랩을 씌워서 보내주고해서 감동을 먹은적이 있었죠!!
진우맘도 책을 보내줄때 뿅뾰이 랩으로 책을 싸서 보내주어 엄청 감동을 먹었었구요!!
헌데 뿅뿅이 랩도 바닥이 났는지 요즘은 이상한 골판지 손으로 마구 이렇게 이렇게 해놓은걸 집어넣었더군요!!...그래도 안넣고 그냥 포장한것보다는 책이 덜 손상되니 전 그것도 감사하다고 생각해요!!....^^

모르겠어요!!...저도 새책에 대한 까탈이 좀 심하긴 한데...요즘은 헌책도 헌책 나름대로의 멋이 있는것같아 나의 까탈스런 성격을 고치려고 노력중입니다...지난번에 나도 한번 메모를 해볼까?? 싶어 국어사전을 찾은 구절을 책에다 옮겨보긴 했는데..두개를 하다가 관두었습니다..마음이 너무 아파서요!!.....ㅠ.ㅠ
시험공부를 하는 책들은 밑줄이 안그어져 있으면 불안할 정도로 무조건 밑줄을 다 그어놓고 시작을 했거든요..(믿거나 말거나!!)
헌데....읽는 책들은 절대 절대 그럴수가 없어요!!....
그리고 저도 직사광선이 최대의 적이라 주로 책꽂이는 햇빛을 피할수 있는 곳에다 두었는데...방이 좁아서 어쩔수없는 곳에 있는 책장은 볼때마다 불안하긴 해요!!.....ㅠ.ㅠ

어쨋든....깨끗한 책에 대한 집착은 장점이 될수 있을지 단점이 될수 있을지....잘은 모르겠지만....너무 과도한 집착은 무조건의 장점이 될수 있진 않을꺼라고 봅니다....오히려 단점이 될 소지가 많을꺼에요....집착하는 내자신이 때론 병적으로 보일때도 있고...그것이 어떤면에선 나스스로가 엄청 피곤하더라구요...그래서 요즘은 집착의 반만 줄이려고 노력중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서점에선 항상 제일 깨끗한책을 고르고...알라딘에서 받는 책도 책상태를 살펴보곤 합니다...ㅎㅎ...이책에 대한 결벽증은 사라지지 않으려나 봅니다...ㅎㅎ

어룸 2004-08-04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타리님 말에 동감이어요!! 저두 인쇄된 활자외에 써있는걸 병적으로 싫어해서리...^^
전에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몇권에는 어느분이 교정을 보셨더라구여...ㅠ.ㅠ 직업이 교정자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미 출판된, 다른사람도 함께 보는 책에 그렇게 하는건 좀 심했다 생각들어 짧은 책 한 권은 제가 직접 박박 지우는 변태짓까지하고...TㅂT
암튼 눈으로 확인 못하는 대신에 그냥 믿고 사는건데 온라인 서점들이 책을 보낼때는 그부분을 꼭 신경썼음 좋겠어요^^ 전 심한 경우는 없었지만 약간 구깃한 정도도 배신감에 어찌나 화가 나던지...ㅠ.ㅠ

starrysky 2004-08-04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 님의 한 표가 이 사회를 정의.. 이게 아니고 님의 항의전화 한 통이 인터넷서점 서비스 개선에 도움이 되니, 부디 담부터는 분개해 주셔요. 사실 좋은 책 깨끗한 책 받으면 더 좋잖아요. 아이들 책도 그렇고요.. ^^ 그리고 이렇게 많은 분들이 댓글 달아주신 거 보니까 '이밤을 불질러보세' 풰밀리들만 유난히 깨끗한 책을 좋아하는 건 아닌가 봐요. 아, 이 페이퍼 쓰고 유난스럽다고 욕먹을까봐 걱정했는데 다행이당.. ^^;;

으하하하, 하얀마녀님, 공부한 책에는 어떻게든 반드시 흔적을 남겨서 남들의 오해를 불식시켜야 해요. 우리도 가끔은 공부를 한다 뭐 그렇게.. ^^ 왜 옛날에 참고서나 문제집 많이 풀던 시절에 보면 공부한 부분은 책장이 새까맣게 변하는데 안 펼쳐본 부분은 허얘서 티가 팍팍 났잖아요. 전 그럴 경우 일부러 공부 안 한 페이지도 막 펼쳐보고 책장 꽉꽉 눌러주고 책 옆면 윗면도 책상에 막 문질러주고 했던..;; (아, 이런 과거 육성고백은 역시 땀나는 일이야)
그리고 '날금날금'이란 표현 굉장히 멋지네요. 날금날금 넘어가는 길이 든 책장. 앞으로 저도 써먹어도 될까요? ^^

새벽별님, 저요 저!! 저도 비닐에 담긴 책 받아봤어요. 전에 어느 님께서 책선물을 보내주셨는데 글쎄 1권이라서 그런지 비닐에 덜렁 넣어왔드라구요. 오오, 이런 경악스러울 데가.. 파주인지 어디에서부터 그 먼 길을 수많은 사람들 손 거쳐 오는 거 뻔히 아는데 연약한 책을 그렇게 아무 보호장치 없이 보내주는 데가 어딨답니까?? 머리에서 스팀이 화르륵 올랐지만 선물받은 거고 해서 그냥 가만히 있었는데 덩말덩말 나쁜 사람들입니다. 게다가 처음부터 표지를 접어서요?? 아, 갑자기 눈에서 불꽃광선이 튀어나올라 그러네요.. -_-+++
좀 다른 얘기지만, CD 살 때 브로마이드 가끔 주잖아요. 전 그런 제품은 항상 핫트랙스를 이용해요. 왜냐면 거기는 길다란 브로마이드 전용 박스에 돌돌 말아 넣어 보내주는데 다른 사이트들은 죄 그냥 꾸깃꾸깃 접어 쬐끄만 상자에 처넣어서 브로마이드의 존재가치를 제로로 만들어 버리거든요. 이런 사실이 널리 알려져서 제 주변의 CD 사는 사람들은 거의 핫트랙스 팬입니다. 진짜 이런 사소한 거 하나가 매출을 좌우하는 거야요.

판다님, 빌린 책은 소중히 감사하면서 봐야겠지요. ^^ 빌려주신 그 마음이 소중해서라도요. 근데 전 막 불안해요. 제가 도서관 같은 데서 빌려온 책 제 동생이 뒤굴뒤굴 굴릴까봐.. ㅠㅠ 걘 막 자면서 책도 깔고 자고 덮고 자고 베고 자고 그러거든요. 오늘 아침에도 제 가우디 책이 걔 베개 밑에 깔려 있는 거 보고 기절을 했었는데 그넘의 버릇은 정말!!! 빨리 집에서 쫓아내 버려야겠어요.
근데 알라딘은 앞으로 영영 발포비닐 포장을 안 해줄라나요? 그거 그렇게 비싸고 힘든가? 우리 집에 이사하다 남은 발포비닐 뭉치 몇 개 있는데 갖다줄까요?

starrysky 2004-08-04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랑녀님, 전 도서관 사서가 꿈이지만, 아무 생각 없는 사람들이 소중한 책 빌려가서 아무렇게나 다뤄 더럽히고 찢고 걸레조각을 만들어 오면 대뜸 멱살 잡고 싸워버릴 것 같아요. 게다가 특히 장정이 이쁘고 소중한 그런 책들은 아마 대출해 주기가 무서워서 서고 안에 꼭꼭 감춰버릴지도.. 사서가 이러면 안 되는 거겠죠? 흑..
어린이 도서관은 특히 심할 것 같아요. 나이 어린 아이들은 책을 장난감처럼 여기기도 하고 또 개념이 아직 없으니까 함부로 다루고.. 아아 멀쩡하게 나갔던 애들이 상이군인처럼 되어 돌아오면 그 맘이 얼마나 아플지.. ㅠㅠ 저는 요즘에도 도서관 가면 마치 제가 사서인 양 착각에 빠져서 잘못 꽂혀 있는 책들 번호 맞춰서 꽂아주고 책들이 막 밀려서 쓰러질 듯 꽂혀 있으면 북엔드 찾아다가 똑바로 꽂아주고 그래요. 그리고 혼자서 사람들 감시도 막 해요. 책에 낙서할까봐..;;;
아이들에게 엄마아빠의 흔적이 남아 있는 책을 물려주는 건 참 좋은 일 같아요. ^^

반딧불님, 와 '밑줄 긋는 여자'(책 제목이 이거 맞던가요? 또 가물가물하네..;;) 얘기하시니까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막 떠오르네요. 제가 좋아하는 책과 도서관에 얽힌 얘기라서 더더욱 흥미진진했었는데, 결말이 좀 아쉽죠? 사실 저 같으면 누군가 그렇게 공공의 책에 밑줄을 그어놨다는 사실 자체에 신경이 쓰여서 거기에 깃들인 의미 같은 건 생각도 안 할 텐데요.
근데요, 그 책이 한창 유행할 때 그 영향 때문이었는지 도서관 책에 부쩍 밑줄이 많아졌다는.. 참나, 별 걸 다 따라해요. 근데 더 웃긴 건, 저도 그 영향을 받아서 밑줄에 숨겨진 의미를 찾으려 부심했다는..;;;

단비님, 우리는 동지여요! ^^ 책 표지나 마구리 부분 등의 외형도 물론 중요하지만 님 말씀대로 오탈자나 파본(같은 페이지가 2번 겹쳐 있다든가 아예 빠져 있다든가)의 경우도 정말 열받죠. 출판사나 편집자 입장에서 보면 책은 곧 자신의 분신 또는 자식일 텐데 왜 뒷마무리를 깔끔하게 하지 않는 것인지.. 제대로 교정교열만 본다면 얼마든지 잡아낼 수 있는 실수들을 버젓이 달고 나온 책들이 너무 많아서 슬퍼요. ㅠㅠ

호밀밭님, 맞아요!!! 특히 여름철이 땀이 많이 날 때는 조심한다고 해도 손가락에 밴 땀 때문에 책장에 자국이 남을 때가 많죠. 그럴 때는 손바닥으로 열심히 문질러 펴거나 위에 무거운 걸 얹어 놓거나 해서 자국을 지우려 노력하지만 잘 안 되더라구요. ㅠㅠ 물이나 커피 같은 거 엎지르는 건 정말 쥐약이고요. 그래서 가급적 먹을 것 근처에 책 안 놔두려 노력하지만 그게 또 맘 같지 않은지라..
'사과를 고르듯이 빨갛고 둥근 것을 골라 내는 보람' '박스째 배달온 사과는 제가 고른 것만 못하더라고요' 아, 이 표현 너무너무 멋져요. 그야말로 밑줄 쫙- 긋어놓고 두고두고 찾아보고 싶은 표현이군요. 음하핫~ 저도 가끔은 인터넷 서점 책창고에 가서 직접 책을 골라오고 싶기도 하답니다. 그런 데는 무지무지 넓겠죠? 아, 견학가고 싶어라~

starrysky 2004-08-04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금붕어님. 저도 그렇게 변할 수 있는 날이 올까요?? 저와 비슷하셨던 성격이 어느날 갑자기, 라고 하시니 저도 어쩌면.. 하고 기다려봐야겠어요. 저는 흠 있는 책이나 책장이 누렇게 바랜 책은 아무리 노력해도 책장이 잘 안 넘어가서.. 흑. 내공이 많이많이 부족합니다. 전에 한번은 만화 총판점에 갔는데 제가 12권짜리 만화 한 질을 새 책으로 골라오니까, 아저씨가 반품 들어온 걸 1/3 값으로 주신다고 그걸 가져가라시는 거예요. 그래서 이게 웬떡, 하고 살펴보니 반품 표시 하느라 책장을 살짝 잘라낸 거 있죠. 물론 읽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지만 그런 걸 들여놓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게 뻔해서 그냥 제값 다 주고 샀어요. 아저씨의 유별나단 잔소리를 잔뜩 들으면서요..
근데 전 책은 골라 골라서 사고, 커튼도 꼭꼭 닫아두는데, 먼지는 잘 안 닦아주는데..;;; 커튼을 아두니까 먼지 쌓인 게 잘 안 보여서 말이죠. 헤헤. ^^; 앞으론 열쒸미 닦아주겠습니다!!!

평범한여대생님, 저도 도서관에서 빌리는 책들의 경우에는 빳빳한 새 책도 좋지만 어느 정도 손때도 묻고 특정 페이지가 좍좍 펴지기도 하는, 그런 책도 좋더라구요. 어차피 수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책인 이상, 분명 나랑 취향이 비슷한 사람이 그 책을 보았을 테고 그렇다면 어떤 부분에 특히 흥미를 느꼈는지 엿보는 재미랄까요? ^^ 하지만 정말 너무 심하게 구겨지고 더렵혀진 책들을 보면 욕이 절로 나오죠. 사서분들한테 가서 막 일러주거나 따지고 싶기도 하고요.
근데, 책 여백에 메모하고 줄 치고 하는 건 공부 잘 하시는 님들의 특징인가요? 0.0 아아, 님까지 그렇게 말씀하시니 제가 공부 못했던 게 당연하단 생각도 막막 듭니다. 흐흐.

아아, 미라님,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계시군요. 저도 사실은 제가 산 소중하고 재미난 책들을 주위 사람들과 돌려보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 근데 원래 상태대로 제대로 돌아온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사무실에서 책상자 받아서 포장 풀면 주변에 사람들이 막 몰려들어서 구경하잖아요. 그럴 때 꼭 '아, 나 저 책 보고 싶다'면서 빌려주기를 은근히 강요하는 사람이 있고, 그러면 분위기상 '먼저 보세요' 하게 되잖아요. 그럼 뻔히 새 책을 주인인 나보다 먼저 보는 거 알면서도 돌려줄 때 보면 상태가.. -_-+++ 어떤 사람은 심지어 자기 애들이 화장실에 빠뜨리기까지 했다면서.. (아, 또 열받는다) 그럴 땐 웃으면서 '네, 그냥 가지세요. 전 다시 살게요' 해버려요. 그걸 다시 받아들면 볼 때마다 열받을 테니까요.

마태우스님, 제가 분연히 일어나서 권리를 찾아나서기 전에 타인의 기본적인 권리 정도는 알아서 배려해주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흑. 근데 제가 이런 글을 쓴 이유는 유독 몇몇 서점에서만 이런 배송불량 사태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어요. 다른 데들은 점점 개선되어 가고 있는 추세인데 왜 유독 몇몇 군데는 퇴보의 길을 걷는 것인지..!!! -_-

starrysky 2004-08-04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시지님, 저도 예전에 한번은 스스로가 너무 유난을 떠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새로운 버릇을 들여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어서 책과 연필을 동시에 손에 들고 독서를 시작해본 적도 있거든요. 근데 문제는!! 도대체 어디에 밑줄을 그어야 할지를 모르곘더라구요. 한번 긋자고 드니 여기저기 전부 다 그어야 할 것도 같고, 정말정말 중요한 부분에만 긋자니 하나도 그을 게 없는 것 같기도 하고.. 하아, 정말 버릇이 안 된 일을 한다는 건 그 자체가 고역이더라구요. 그래서 거기 신경 쓰느라 아예 책을 읽을 수가 없기에 그만둬 버렸답니다. ^^

움화핫, 판다님, 재는 별똥별인 건가요? 옴마나, 꼭 나처럼 귀엽게 생겼네~ 빵싯빵싯 웃는 것이..
고마워요 판다님~ 와락!!!! >_<

아웅아웅, 파란여우님, 멋진 파란 여우님께서 그런 말씀 해주시니 부끄럽사와요~ 근데 전 사실 진정으로 분노해야 할 곳에서는 분노치 못하고 멈칫거리는 반면, 아주 사소한 데서만 열내면서 펄펄 뛰는 경향이 있어서요.. ㅠㅠ 좀더 제대로 된 사람이 되어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흑. 부디 올바른 길로 절 이끌어 주시어요.

새벽별님, 이뿌죠, 이뿌죠? 우리 별족들의 공동 아이콘으로 할까요? 나중에 별족 단체 회합을 할 때 저 이미지로 뱃지를 만들어서 달고 나가는 거예요. 멋지겠죠?? ^-^

진/우맘님, 새학기 첫날 깨끗한 교과서 받으려고 투쟁하던 아이들 틈에 끼어 있던 제 모습이 새삼 기억나네요. 그때 눈물과 애교 작전을 동원해서 책이 깨끗하든 더럽든 별 신경 안 쓰고 무덤덤하던 친구 책과 바꿔치기까지 했던.. 저도 가끔 옛날 교과서(교과서 말고는 여백에 글 써놓은 게 없어서요) 들춰보면서 십수년 전의 제 필체를 보면, 그날의 수업시간이 떠오르기도 하고 쬐금 열심히 공부하던 생각도 나고 좋더라구요. 또다시 몇십 년 후에 그런 감흥을 느끼려면 지금 책에 낙서(?)도 좀 하고 해줘야 하는데.. 예진이랑 연우는 앞으로 오래오래 책을 통해 옛날의 엄마를 만날 수 있을 테니 좋겠어요. 부럽습니다! ^^
근데 책을 소중히 다루는 버릇은 어렸을 때부터 들여주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책장 바르게 넘기는 법, 잘 꽂아두는 법 등등이 몸에 배어야 하니까요. 전 아직도 다 늙은 제 동생들한테 책 엎어놓지 말고 책갈피 써라, 책장 꽉꽉 누르면 주거써~ 등등의 잔소리를 하고 돌아다닌답니다. ^^;;

호랑녀 2004-08-04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타리님...
긴긴 댓글에 감동 먹고 갑니다. 하나하나 이렇게 정성을 담아 댓글을 달아줄 수 있는 스타리님은 진짜 알라딘마을의 총총 빛나는 별이십니다.

반딧불,, 2004-08-04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그래서 스타리님 서재가 북적북적이지요.
그나저나..
아이스커피 약발이 떨어져 가는데..흠..

상큼한 로즈마르 허브티는 아니되려나???

starrysky 2004-08-04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아잉 기절이라니요. 누구나 자기만의 책 읽는 법 책 보관법이 있는 거구 전 제 방식을 말씀드린 것뿐인 걸요 뭐~ ^^ 다만, 저는 책 귀퉁이를 접는 대신 쪼꼬만 포스트잇을 붙여 놓습니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빌린 책에 접힌 책장이 있으면 일일이 펴서 손으로 좍좍 눌러주고요. 히힛~ 만약 그분이 나중에 다시 빌려서 읽으려고 그러셨던 거라면 저 땜에 엄청 열받으셨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드는군요. -_-;;

책나무님, 오오 일단 제 페이퍼보다 긴 님의 댓글이 감동받고 쓰러졌습니다. 쥘쥘- 역시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서 이런 주제에 하실 말씀들이 많은 거여요. 그쵸그쵸? ^^
저도 가끔 서점측에서 꿍수를 쓴 건지 아님 책 고르던 다른 이들이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래로 파내려(?) 갈수록 더러운 책들이 있는 걸 본 적이 꽤 있어요. 그럴 땐 맨 위의 책보다도 더! 깨끗한 걸 골라보겠다고 눈치보며 땀 삐질삐질 흘렸던 게 참으로 허탈하지요. ㅠㅠ
엇, 근데 님은 골판지로라도 충격완화 장치를 해놓은 걸 받으셨나 봐요. 저는 요새 알라딘에서 받는 책들은 거의, 상자 안에 아무런 완충장치 없이 그냥 집어넣어서 배송과정에서 이리저리 쓸려서 굴러다니느라 표지 구겨지고 찌그러진 상태로 받았거든요. 엉엉.
저도 조 위의 댓글에도 썼지만 유난스런 제 성격 고쳐보려고 연필 들고 독서 시작했다가 금세 포기해버린 전적이 있답니다. 깨끗한 책(공부하는 책 말고)에 줄 긋고 메모할 때는 쾌감이나 기쁨이 아닌 죄책감만이 밀려오고요. 아, 님과 저는 왜 이리도 비슷한 걸까요~
방에 커튼 쳐주기 힘드시면 색깔 짙은 옷감 같은 걸로 간이 커튼을 만들어서 책장 앞에 쳐놓으면 어떨까요? 전 예전에 살던 집에서는 2층 부엌을 개조해서 책장들만 쭈욱 들여놨었는데 거기엔 창이 많이 창들을 제대로 다 가릴 수가 없어 아예 책장을 가려버렸거든요. 미관상 별로고 책들이 한눈에 안 들어오는 아픔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직사광선에 바래어가는 책을 보며 맘 아픈 것보다는 낫다 싶었죠.
저도 성격 좀 고쳐보려고 노력은 해봤으니 오히려 가면 갈수록 심해지는 경향이.. 쿨럭. 그래도 언젠가는 지레 지쳐 이러다 말겠거니.. 싶어서 요즘엔 그냥 생긴대로 삽니다. ^^ 물론 그때까지는 깨끗한 책을 받기 위한 투쟁도 계속할 거여요. 아자!!

toofool님, 도서관 책에 교정! 꽈당! 진정한 강자 출현이군요. 저도 물론 가끔 어떤 책들 보면 빨간 펜 들고 교정봐주고픈 맘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너무했다아.. 그걸 또 지우개 들고 벅벅 지운 님의 마음이 이해가 가요. 저도 가끔 그러거든요. ㅠㅠ (우린 제대로 변퉤?)
님 말씀처럼 온라인 쇼핑몰은 눈으로 직접 보고 고르지 못하는 대신 신뢰로 거래를 하는 건데, 고객이 직접 고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무 물건, 흠집나고 더러운 물건을 보내는 건 상도덕에 위배된다고 생각합니다. 오프라인 서점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뒤적여 더럽혀진 책은 그냥 재고로 돌리거나 폐기처분하잖아요. 근데 꼭 그런 데서 들어온 것 같은 책을 온라인 서점에서 팔다니.. 진정 배신이지요. ㅠ_ㅠ

starrysky 2004-08-04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호랑녀님, 하루 꼬박 알라딘에 못 들어왔더니 댓글이 밀려서 지금 1시간 넘게 제 페이퍼에서만 댓글 달고 있었답니다. 근데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겠으니 이것도 병이여요.. ^^;; 막 위의 댓글까지 스무 분께 댓글을 달고 '와~ 다했다~' 했는데 하마터면 중간에 끼어 있는 님과 반딧불님 글을 못 볼 뻔했어요. 헤헤.
알라딘의 총총 빛나는 별이라니 그런 과찬의 말씀을요.. 음.. 오후가 되면 땀과 기름기로 얼굴이 좀 번질번질 빛나긴 하지만 총총은.. 엄..;;; 예쁘게 봐주셔서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꾸벅!! ^-^

반딧불님, 로즈마리 허브티, 물론 되지요. 근데 날씨 더운데 괜찮으시곘어요. 아, 하긴 에어콘 팡팡 틀어서 좀 으슬으슬하고 목도 아픈 것 같을 때는 따끈한 허브차가 더 좋지요.
로즈마리에는 항균 효과가 있고 머리를 맑게 해주고, 심장 강장. 소독. 두통을 비롯한 전반적인 통증 완화 효과가 있답니다. 한 잔 드시고 냉방병을 예방하셔요. ^^



비로그인 2004-08-04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졸업한 학교 도서관은 책 보관 상태가 참 좋은 편이지요. 다만, 딱 한권. 정말 지저분하고 너덜너덜한 책이 한권 있는데, 다름 아닌 이문열의 <선택>이라지요. 흐흐... 읽다 열받은 이들이 구절구절 밑줄, 포스트잇까지 붙여가면서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반론을 해놓았는데, 그 글귀들을 읽으면서 어찌나 통쾌했던지...;;;

책 구석구석에 이것저것 적어놓으면 다음에 책 펼쳤을 때 그 글귀들 읽는것만으로도 재미있답니다. (결국 책은 안 읽고 글귀만 읽는다는 결론이-_-)

panda78 2004-08-04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 별족이라굽쇼? 저는 그럼 판다별 할랍니다. ㅡ.,ㅡ # 콧김 슝슝-

starrysky 2004-08-05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범한여대생님 말씀 들으니까 확실히 여자들이 더 깔끔하고 공공재산을 아낀다는 확신(!)이 드네요. 호호. 근데 그넘의 '선택'은 정말 저도 몇 페이지 읽다가 있는 힘을 다해 패대기쳐버린 책으로서, 학교도서관 같은 데 있어서는 안 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현명하신 많은 분들이 반박글로 도배해 놓으셨다는 그 책은 꼭 읽어보고 싶네요. ^^
저저, 그리구요.. 혹시 괜찮으시면, 나중에 여대생님이 감상 같은 거 적어놓으신 책장 사진 찍어서 한번만 보여주세요. 그런 건 자신만의 소중한 비밀일지도 모르지만 왠지 궁금해서요.. 녜?

판다님, 님은 원래부터 판다별 공주 아니셨던가요? 왜 새삼스럽게 콧김은 뿜으시고 그런다요.. 헷.
이제 분당에도 비가 왔나요? 서울은 비가 그쳤는데 그치자마자 또 더워요. 헥헥.

2004-08-05 0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8-05 0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8-05 0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arrysky 2004-08-05 0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속삭여주신 님, 진짜 정말 너무 많이 감사합니다!! 싸랑해요~!!! 와락! >_<

진/우맘 2004-08-05 0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 스타리님....엄청난 코멘트.....
왜 스타리님이 5000원을 못 받는지 알겠어요. 그건 바로, 코멘트 쓰느라 바빠서....^^;

starrysky 2004-08-05 0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로 그거랍니다, 진/우맘님!!!
페이퍼 하나 쓰고 나면 페이퍼 쓰는 것보다 댓글 다는 데 걸리는 시간이 다섯 배 정도 더 길기 때문에 함부로 페이퍼를 쓸 수가 없어요. (그것도 자랑이냣! 퍼억~ @_@)
하, 하지만 언젠가는 5000원, 꼬옥 받아보고야 말겠어요. 다들 추석 연휴 떠나신 주라도 노려서!

호랑녀 2004-08-05 0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학교 찾아가서 선택 읽어봐야쓰겄당... 선택이 아니라 그 코멘트... 그거 사진 붙여서 페이퍼 올리면 인기 가득일 텐데...^^

starrysky 2004-08-05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호랑녀님. 꼬옥꼬옥 사진 찍어서 올려주세요. 너무 궁금하거든요.
알라딘 분들 모두 즐거워하실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