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내 페이퍼에 달리는 댓글 갯수가 너무 많다는 항의(?)를 심심찮게 듣는다.
음, 로그아웃 해서 객관적인 시선으로 내 서재를 바라보니 좀 심하긴 하다.
32개, 29개, 29개(서재주인만 보기까지 합치면 32개), 68개!!!! -_-;;;
얼마나 글을 자주 안 쓰면 한 페이퍼에 이렇게 많은 댓글이 달릴까.. 글 자주 쓰시는 분들 서재에 가면 워낙 올라오는 글들이 많아 댓글 여러 개 달릴 새도 없이 휙휙 넘어가던데.. 근데 나는 이틀에 하나 사흘에 하나 이렇게 글을 올리니까(이 글도 아마 사흘인가 나흘만인 듯) 1달에 한두 번 내 서재에 들러주시는 분도 마음만 있다면 모든 글에 댓글을 다실 수 있다. 이 얼마나 훌륭한 시스템이냐. 움하하~ 라고 웃어제낄 일이 아니자나!! ㅠㅠ
항의에 반성하는 마음으로 저 68개짜리 댓글을 하나하나 분석해보았다.
제목 : 책 40권 샀다
페이퍼 내용 : 완전 염장성 자랑으로 점철된 글, 전혀 읽을 가치 없음!!
작성일 : 7월 14일
댓글이 달린 날짜 : 7월 14일~7월 19일 (총 6일간)
댓글 달아주신 분 명수 : 20명 (나 빼고)
1인당 평균 댓글 갯수 : 3.4개.
여기서 잠깐! 1인당 3.4개의 댓글?? 진짜?? 설마..;;;
설마는 역시 설마였다. 왜냐면 68개 중 3분의 1이 넘는 23개를 내가 썼으니까.. -_-
게다가 내용 면에 있어서도 앞부분에서는 나름대로 페이퍼 내용과 관련된 얘기들(주로 나의 염장과 그에 대한 분노의 불길)을 주고받으면서 성실한 댓글 문화를 이루는 데 성공했으나, 어느 순간부터인가 엉뚱한 길로 접어들어 신나게 삼천포를 달리기 시작한다. 그러는 데에는 물론 우리 '밤새고 놀아보세' 훼밀리들의 공이 크다. (개인적인 댓글 기록을 세우게 해주신 P모씨와 S모씨께 심심한 감사인사를 드림다)
여기까지 댓글 68개의 비밀을 밝혔으니, 그럼 이제 그 원인을 분석해보자.
왜 우리는 페이퍼에 댓글을 달며 밤을 밝혀야 하는가. 그 숫자로 사람들을 오도하여 저 허접한 페이퍼에 뭔가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품게 만드는 대신, 전화라든가 메신저라든가 하는 더 나은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면 좋을 것을..
전화비가 아까워서? 타자가 느려서?
음, 뭐 그런 이유도 있을 수 있겠지만 문제는 그렇게 되면 알라딘을 벗어난 공간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우리는 어차피 알라딘에서 뭉쳐진 좋은(?) 사이인데 이왕이면 알라딘에서 제공해준 공간을 이용해 즐겨야 한다는 게 모두의 공통된 의견일 것이다.
근데 문제는 그렇게 즐길 만한 공간이 충분치 못하다는 것이다. 약간 길게 이어지는 양질(?)의 대화를 나눠볼라치면 금세 댓글 수십개의 압박과 끝도 없이 긴 방명록의 무게에 짓눌리게 된다. 물론 그런 것도 즐거움이려니 할 수도 있지만, 이쯤 되면 다들 췌링방의 존재를 떠올리게 마련이다. 왜 남들 다 있는 췌링방이 우린 없을까? 췌링방 하나 만들어주면 하라는 북쇼핑은 안 하고 청춘남녀 모여앉아 자기들끼리 너무 즐거워할까봐?? 아님 모든 알라디너들이 느끼는 바대로 부실한 서버 때문에 췌링방의 부하를 견딜 수가 없어서?? 그것도 아니면 서로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되면 신비감이 사라져 더 이상 아무도 서재에 발걸음을 하지 않게 될까봐??
모르겠다 내 머리로는..
어쨌든 결론은 댓글의 압박으로 많은 분들을 괴롭혀드려 죄송하다는 생각뿐이다.
그러나, 신새벽의 댓글 놀이는 느무느무 즐겁다. 감히 포기할 수 없는 달콤한 쾌락이라고나 할까~
아아, 포기하려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ㅠㅠ
하지만 민폐를 극복하고 떠나가는 즐찾인들의 발걸음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다른 놀이방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생각해낸 해결책이 바로바로 가명으로 가짜 서재(책 하나도 안 읽는 서재)를 만들어 은밀히 댓글 놀이만 즐기는 것!! (이건 자아분열 놀이와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놀이문화다)
어떤가? 스스로 좋은 아이디어라고 마구 뿌듯해하고 있는데..
싫다구?? 그것도 아이디어냐구? -_-;;;;
엄.. 그럼 그냥 댓글의 압박까지도 참고 견디며 사랑해 줄라우??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