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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파는 상점 -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5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4월
평점 :
책 표지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환타지였다. SF나 판타지 적인 내용을 담고 있을 줄 알았으나, 아주 현실적인 얘기였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어린 나이에 사업(?)을 하고 있는 한 여고생의 이야기다.
자음과 모음 에서 시행한 제 1회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광고문구가 쓰여져 있기도 하다.
<시간을 파는 상점>은 사이버 카페로, 익명의 의뢰인이 도움을 요청하면 카페의 취지에 맞는 의뢰의 경우 일을 대신해주고 그에 합당한 돈을 받는 온라인 상점이다. 여고생인 '백 온조'는 '크로노스'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그 상점의 주인이자 의뢰인의 고민을 해결해 주는 해결사이다.
단순한 우편물 배달이나 건전하지 못한 일, 카페 취지에 어긋나는 일은 정중히 거절한다.
크로노스에게 주어진 임무에는 적극적으로 임하고, 그 댓가로 금전적인 보상을 받으며 정신적으로도 보람이 있는 일이라면 마다하지 않는다.
첫 번째로 받은 의뢰는 거절하고 싶었으나 그렇게 하지 못한 일이다. 온조가 다니는 학교, 그것도 바로 옆 반에서 도난사건이 있었고, 범인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그 없어진 물건이자, 훔친 PMP를 제자리에 다시 되돌려 놓는게 온조에게 주어진 첫 번째 임무였다. 의뢰인은 범인은 아니고, 범죄현장을 우연히 목격한 목격자이자 훔친 물건을 다시 훔친 아이였다.
상점을 연 이래로 첫 번째 임무이면서, 하고 싶지 않은 의뢰여서 온조는 머리가 터질 것 같다. 아무도 모르게 감쪽같이 해야되는데... 들키는 날에는 의뢰인과 온조 모두 위험해 질 수 있다. 엉뚱하게 도둑으로 몰릴 수도 있는 일이다.
1년 전에도 같은 도난사건이 있었고, 불행하게도 범인이 밝혀졌다. 한 반에 있던 평소 조용했던 아이로 선생님은 '내일 다시 얘기하자!' 는 말로 하루 유예를 시켰다고 한다. 그 밤, 범인이었던 그 아이는 얼마나 고통스럽고 잔인한 밤을 보냈을까! 그 다음 날 범인이었던 아이는 많은 학생이 등교 하는 시간에 보란듯이 옥상에서 떨어져 자살 한다. 차라리 선생님으로 부터 즉시 몽둥이 찜질이라도 받았더라면, 자살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범인이 밝혀지는 건 시간 문제일 뿐. 똑같은 상황에 처한 지금! 어쩌면 같은 결과가 반복될지도 모른다. 한 생명을 구하는 일이 될 수 도 있다. 그래서 용기를 내 의뢰를 했고, 온조도 그 의뢰인의 진실함에 마음이 움직였다. 자신도 겪었던 힘든 시간이었고, 전교생의 트라우마를 다시 반복해선 안된다는 생각에 실행에 옮기기로 한다.
위에 사건은 하나의 임무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임무들이 여러가지가 기다리고 있다.
마음이 따뜻한 이야기도 있고, 뭉클한 이야기도 있다. 온조가 미션을 수행하면서 느끼고 깨달아 가는 과정을 함께 하면서 마음이 훌쩍 성장하는걸 느꼈다.
최근에 청소년문제로 수면위로 떠오른 왕따나 교내폭력 등은 신문기사를 통해 충분히 접했지만, 그런 것들 말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요즘 아이들만이 느끼는 스트레스와 어려움이 있을테다. 그런 내용을 다룬 소설들이 많은데, 이 소설 속 주인공들은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들이 전개되서 조금 신선하기도 했다.
오랜만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설을 읽어서 기분이 좋아졌다.
아들에게도 권해서 읽도록 했고, 아이도 재밌게 앉은 자리에서 금방 읽었다. 따로 깊이 있는 대화를 하진 않았지만, 소설속에 흐르는 따뜻함이 마음에 전해졌으리라 믿는다.
다른 많은 청소년들에게 적극 권장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