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어느 오후...너무 심심하다...
마룻바닥을 벗삼아 좌로 구르고 우로 구르고...
엉금엉금 기어도 보고...애벌레 흉내도 내보고...
아...그래도 심심하다...
그래서 고개를 빼고 두리번 거리는데...혼자 놀고 있는 남편이 포착된다...
 
'ㅎㅎㅎㅎㅎ'
 
남편을 향해 슬며시 다가 가서 쿡 찔러 본다...
 
"왜~애~?"
"여보...나 심심해...머 재미있는 얘기 없어?"
"................"
 
마땅한 얘기가 없는지 고개를 기울인채 생각에 잠긴 남편...
 
"에이...없구나?"
  
그러고는 모기 물린데를 벅벅 긁고 있는데...느닷없이...
남편이 전국노래자랑 시그널 음악을 크게 불러제끼는 것이였다...
 
"빰빠빠빠빠빰~빠 빠라람빠바빰빰빰빠~빠~~"
(아...다리 긁다 시껍했다...ㅡ,ㅡ)

그러더니 송해 흉내를 내는 것이다
 
"전국 노래자랑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오~ 볼만하다 볼만해...ㅎㅎㅎㅎㅎ)
"워쩌구...저쩌구...저쩌구 워쩌구...."
(계속해라 계속해...ㅎㅎㅎㅎㅎ)
"자 이제 모십니다...전국노래자랑의 초대손니이임~~~~~메탈리카~~!!!!!"
"우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
 
뭿이라...메...탈...리...카???
 
그러더니 미친듯이 메탈리카 노래를 부르는 남편...
아...불현듯 땅 속으로 꺼지고 싶다...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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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6-09-15 0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배 확실하게 하고 이제 새벽 기도 갑니다..

더 많은 도배 할 기회를 알라딘의 지니가 뺏어 가는 바람에 도배를 조금밖에 못했어요...(_._)


건우와 연우 2006-09-15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부부는 닮는군요...^^

카페인중독 2006-09-15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억...배꽃님 결국 밤을 새셨군요...
건우와 연우님...닮았다니...으흐흐흐흑~!!! 절 이리 욕하시다니...ㅡ.ㅜ
 
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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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얼마 전까지의 모든 것이 무슨 까닭인가, 엄청난 속도로 내 앞을 질주하여 지나가고 말았다. 뎅그마니 혼자 남겨진 나는 느릿느릿 대응하기가 고작이다.
절대로 인정하고 싶지 않아 말하는데, 질주한 것은 내가 아니다. 절대로 아니다. 난 그 모든 것이 진정 슬픈걸.
깨끗하게 치워진 내방을 비추는 햇살, 거기서 이전에 살았던 집 냄새가 났다.
부엌 창. 친구의 얼굴, 소타로의 옆 얼굴 너머로 보였던 대학 교정의 싱그러운 녹음, 밤늦게 거는 전화 저편에서 들리던 할머니의 목소리, 추운 날 아침의 이불, 복도로 울리는 할머니의 슬리퍼 소리,커튼의 색......다다미......벽시계.
그 모든 것. 이제 거기에 있을 수 없어진 모든 것.-45쪽

나는 한밤의 부엌에서 끔찍한 소리를 내며 만들어지는 두 사람 분의 주스 소리를 들으며 라면을 끓였다.
굉장한 일인 것 같기도 하고, 별 일 아닌 것 같기도 하였다. 기적 같기도 하고, 당연한 일인 것 같기도 하였다.
아무튼 나는 말로 표현하자면 사라져버리는 담담한 감동을 가슴에 간직한다. 시간은 많다. 끝없이 되풀이되는 밤과 아침,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이런 때가 꿈이 될지도 모르니까.-57쪽

자신이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을 잊지 않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 있다는 기분이 안든다. 그래서, 이런 인생이 되었다-80쪽

정말 좋은 추억은 언제든 살아 빛난다. 시간이 지날수록 애처롭게 숨쉰다.-1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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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아는 언니 결혼식에 갔다 왔다...
근데...문제는 같이 갈 사람이 없다는 거...
오메~ 뻘쭘한거...(  ")
 
식보고 빨랑 와야겠다라고 생각하고 갔는데...
이런...식사를 하며 예식을 보도록 셋팅되어 있다...
가장 사람이 없는 외진 테이블을 찾았다...
사실 나...아주 소심하다...
그래...이왕 이렇게 된 거 맛나게 먹어야지...라며 위안을 했다...
 
근데...빈자리에 하나씩 외국인이 앉는다...
언니는 통역사였다...
테이블 위로 영어와 알 수 없는 언어들이 난무한다...(아...미치겠다...)
이젠 뻘줌한데다가 난감하기까지 하다...
 
영어??? 난 국어도 못한다...
고3때 내 짝은 공부가 싫다며 공부를 때려친 겁없는 친구였다...
수업시간을 만화로 연명하던 그 친구는
그래도 나보다 국어성적은 좋았다...흑~ ㅡ.ㅜ
국어 공부 좀 하라시는 담임선생님의 간곡한 부탁에
그 당시 유명했던 모 출판사의 1000제를 풀고도 난 같은 점수가 나오는 기적을 행했었다...
선생님도 그 뒤론 포기하셨다...
내 짝...너, 한국사람 맞냐 그랬다...
그렇다...난 애당초 뇌의 영역중 언어를 관장하는 부분이 없이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빵을 뜯어먹고 있는데 메인요리가 나온다...
옆의 외국인, 여자라고 배려해주는지 나한테 그걸 내밀며 말을 건다...
흡~ 너무 놀라 먹던 빵을 씹지도 않고 그냥 삼켰다...(목이 메인다...우어어어...)
됐다는데 자꾸 내민다...(자슥 고집도 쎄다... ㅡ,ㅡ)
어쩔 수 없이 덥석 받았다...그래도 고맙다곤 해야겠지?
메인 목에 쌩뚱맞게 트로트 버젼으로 튀어나온 땡큐~(나도 처음 듣는 꺽임이다...우워~)
아 또 손이 말을 안듣는다...처참한 음식난도질...(니가 무슨 처키냐...진정해라 워워~~)
속으론 마구 되뇌인다.

'말시키지 마라, 말시키지 마라, 말시키지 마라....'
 
형체를 알수 없는 설탕봉지,  접시에 쌓인 갈갈이 찟긴 빵...(워워~~) 
 
이상하다 내주변엔 언어를 잘하는 인간이 왜 이다지도 많은 거냐??
가만 생각해본다...아 갠 결혼했고,
갠 XX랑 같이 가면 되고...
...................................
긴 머리굴림 끝에 보니...이런 뻘쭘 난감 시츄에이션은 다시는 없을듯 싶다...
아...안도의 포근함이 쬐끔 밀려든다... 휴우우우우~~
 
근데...나 진짜로 떨고 있냐?  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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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6-09-15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일에 결혼한게 젤 멋지네요..
그리고 말시키지 마라....라는 ..주문이 너무 길지 않나요??
아까 이거 보고 정말 식은 땀났겠다 싶었답니다..
친구라도 옆에 있었으면 안 그러셨을텐데..
절 데리고 가시지..친구라고..하면서..ㅠ,ㅠ
님의 글을 읽을수록 마법에 빠져가고..
너무 귀여워요..ㅋㅋ

치유 2006-09-15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개 남겨두고 낼 야금 야금 즐겨야지..**^^

카페인중독 2006-09-15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몰라요...흑흑...아까 얼마나 긴장했던지...ㅡ.ㅜ

건우와 연우 2006-09-15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이렇게 흥미진진하고 적나라하게 상황을 전해주시는데, 어째 국어성적이 안좋았을까요...^^
우리나라 국어성적 평가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카페인중독 2006-09-15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수정에 수정을 거듭한 것입니다요...
그 느낌에 딱 맞는 말이 그때그때 생각나지 않아요...
우워어어...제 머릿속엔 몇마리의 보캐불러리가 사는 걸까요?? ㅡ.ㅜ
 

어느날 아침 일어나 보니
남편이 퀭한 눈을 하고 다크포스를 마구 뿜어대고 있었다
 
'먼일이래?"
"자기가 말이야...휴...밤에 자다 말고 눈을 뜨더니 갑자기 엄마~! 하고 부르잖어"
"그래서??"
"내 눈엔 안보이는데...자기 눈에만 보이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나의 엄마는 남편을 만나기 전에 돌아가셨다, 그래서 남편은 엄마를 실제로 본 적이 없다)
컴퓨터를 하러 갔는데...옆에서 지그시 지켜보시는 것 같잖어...아...몰러..."
"무서웠냐?"
 
남편 열심히 고개를 끄덕인다
 
"모가 무서워, 장모님인데...바부팅~ 메롱~"
 
어쩐지 옆으로 누워 한참 헤롱헤롱 자다 잠시 깼는데 (난 이 자세가 가장 편하다)
남편이 아가처럼 내 등에 꼬옥 붙어 있는 것이였다...
자는 줄 알았는데 퀭한 눈을 보니 그러고 뜬 눈으로 밤을 새웠나 보다
어쨌건 겨우 내 잠꼬대에 밤새 떨었을 등치는 산만한 남편을 생각하니 정말 웃긴다...
 
그래도 장모님인데...그렇게나 무서워 하다니...치~
 
'너...머 나한테 속이는 거 있냐?'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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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우와 연우 2006-09-14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마지막말씀, 진짜로 하셨나요?
저흰 어제 애아빠가 몸이 쪼금 불편하다고 병원갔다 오며 술이랑 안주를 사왔길래, <사실대로 말해. 의사가 중병이래? >했다지요...^^

카페인중독 2006-09-15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말은 저 혼자서만 생각 한 거였더랬지요...^^;;;
병원서 오시믄서 술이라니...ㅎㅎㅎㅎㅎ

치유 2006-09-15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 연우님의 댓글에..소주요??ㅋㅋ
아..인생이어라..*^^*
 

가끔은 계속 살아가야 하는 생명체라는 것이
부담스러울때가 있다...
시작하면 끝이 보일때까지 끊임없이
앞으로 가는 것만 있고
다 가고나면 끝이라는게...
 
가끔 무의미하게 하루종일 틀어놓은 티비같아
콘센트에서 코드를 뽑고 열기를 식히고 싶을때가 있다...
그리하여 꼬옥 필요할때만 켜고
대신 그 시간을 아낌없이 즐기고 싶다...
 
모 드라마에서 허허로이 내뱉은 대사처럼...
하루는 더딘데 인생은 너무도 빠르다
 
그렇게 잠시 내 전원을 꺼둘 수 있다면...
그럼 어떻게 될까?
휴대폰의 메시지처럼
지금은 전원이 꺼져 같이 지내실수 없으니
다음에 찾아 주시기 바란다며 자동 메시지가 송출되고
다시 켤때 부재중 메시지가 그렇게 뜰까?
 
'음성메시지 3통
연결하시려면 버튼를 누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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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14 15: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페인중독 2006-09-14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아이가 생기면 생각이 크게 변하겠죠?

치유 2006-09-15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나도...모든 전워 꺼버릴까요??
가끔 정말 온전히 혼자이고 싶을 때가ㅡ있어요..
그런데 왜 세월은 이리 달음질을 하는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