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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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얼마 전까지의 모든 것이 무슨 까닭인가, 엄청난 속도로 내 앞을 질주하여 지나가고 말았다. 뎅그마니 혼자 남겨진 나는 느릿느릿 대응하기가 고작이다.
절대로 인정하고 싶지 않아 말하는데, 질주한 것은 내가 아니다. 절대로 아니다. 난 그 모든 것이 진정 슬픈걸.
깨끗하게 치워진 내방을 비추는 햇살, 거기서 이전에 살았던 집 냄새가 났다.
부엌 창. 친구의 얼굴, 소타로의 옆 얼굴 너머로 보였던 대학 교정의 싱그러운 녹음, 밤늦게 거는 전화 저편에서 들리던 할머니의 목소리, 추운 날 아침의 이불, 복도로 울리는 할머니의 슬리퍼 소리,커튼의 색......다다미......벽시계.
그 모든 것. 이제 거기에 있을 수 없어진 모든 것.-45쪽

나는 한밤의 부엌에서 끔찍한 소리를 내며 만들어지는 두 사람 분의 주스 소리를 들으며 라면을 끓였다.
굉장한 일인 것 같기도 하고, 별 일 아닌 것 같기도 하였다. 기적 같기도 하고, 당연한 일인 것 같기도 하였다.
아무튼 나는 말로 표현하자면 사라져버리는 담담한 감동을 가슴에 간직한다. 시간은 많다. 끝없이 되풀이되는 밤과 아침,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이런 때가 꿈이 될지도 모르니까.-57쪽

자신이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을 잊지 않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 있다는 기분이 안든다. 그래서, 이런 인생이 되었다-80쪽

정말 좋은 추억은 언제든 살아 빛난다. 시간이 지날수록 애처롭게 숨쉰다.-1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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