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사무총장 당선이라는 외교적 개가는 그동안 국민이 흘린 피와 땀과 눈물의 소산이다. 그 영광은 모든 국민에게 돌려야 마땅하다.”반 장관은 이날 저녁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주한 대사 부부 120여 명이 모인 외교사절 환송 만찬에 참석해 “유엔이 맞고 있는 전통, 비전통적 도전들은 몇몇 힘 있는 나라만으로는 넘어설 수 없으며 책임 있는 모든 나라가 함께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나는 반 장관이 유엔으로 들어가는 것이 못내 찜찜하다.
그에 대해서 추호도 아는 바가 없으며, 전혀 관심도 없지만, 그의 저 한 마디 한 마디는 내 뼛골을 쑤신다.
나는 그 영광을 받기 싫다. 제발 나에게 <국민>이란 이름을 걸고 영광을 보내지 말기 바란다.
하얏트 호텔에 모인 주한 대사 부부들은 전쟁이 나면 지들 나라로 튈 준비가 되어있겠지만,
(<미국>이 주인인) 유엔이
(맨날 온갖 전쟁을 벌이는 군산 복합 국가인 탓에) 맞고 있는
(그래서 아랍 국가들은 미국을 공공연한 주적으로 삼는) 전통,
(9.11테러나 북한의 핵 실험같은) 비전통적 도전들은,
몇몇 힘 있는 나라(즉,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그리고 전쟁에 왕관심이며 그 이름도 음란하고 욕정적인 자위대를 강화하려 생지랄을 떨고 있는 네오파시즘국가 일본)만으로는 넘어설 수 없으며,
책임 있는 나라(예를 들면 한국 같은) 모든 나라가 함께해야 한다.
로 들리는 그의 고별사는 나를 잠 못 들게 한다.
이승복은 신고 정신이 투철한 탓에 아가리가 찢어져 죽었다고 백윤식이 씨부렸건,
이승복을 만든 신문이 애초에 있지도 않은 일을 날조한 것이건,
반 장관이 투철한 애국애족 정신으로 어려서부터 영어 신동이었건,
이 땅에 다시 피비린내 진동하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그리고 제발 한국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젊은이들을 전쟁터에 보내지 않기를...
아, 정말 애국이라는 말로, 국민이라는 말로 사고를 고정시키지 않는 민주주의 국가가 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