꾿빠이, 이상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 김연수는 작가 이상에 대해서 경의의 염을 떨칠 수 없었나 보다.

불어에 오마쥬(hommage)란 말이 있다. 존경과 경의를 표하려 칭찬하면서 본떠가며 표현하는 방식이란다. 풍자의 목적으로 쓰인 경우에 패러디란 말이 쓰이는 것과 비슷하면서 대조적인 용어다.

김연수가 이상에 대한 오마쥬적 상상력을 동원한 소설로 보인다. 이상이란 작가는 워낙 오컬트(Occult, 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신비적 초자연적 현상, 또는 그런 현상을 일으키는 기술)적인 언어를 구사한 작가였기때문에 그의 텍스트를 해석하는 방식은 해석자의 수만큼이나 많았다. 그렇지만, 그의 작품을 소설로 녹여내는 데는 존경과 경의의 염이 없이는 섣불리 손대기 힘든 것이 있다.

27세로 삶을 마감한 이상의 데드마스크로 시작해서 오감도의 16번째 작품 <실화 失花>까지... 이상을 좇아가는 길은 마치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를 보는 느낌이었다.

김해경이란 본명을 버리고, 이상한 이름, 이상적인 이름, 이상이란 이름으로 누구도 알아먹지 못할 글을 써댄 모더니스트 이상에게 바치는 찬사로 이런 작품 이상이 나오기는 힘들지 않을까? 이상을 너무도 동경한 나머지 이상을 모작하고, 이상처럼 일본으로 가서 목숨을 마치는 이야기... 다소 몽환적이지만, 이야기는 너무도 적실하게 진행된다.

전기라는 형식이 100개의 퍼즐로 1000개의 퍼즐판을 완성하려는 무모한 일처럼 느껴진다고 작가는 이야기하지만, 그래서 나머지 900개 이상의 퍼즐 조각은 작가가 의도하는 바대로 상상 속에서 이끌려 갈 수도 있음을 파악하여, 인생의 운명과 우연 사이를 항해하는 교묘한 퍼즐 맞추기 놀이가 바로 이 소설이다.

'이상'은 '그'이면서 '그'가 아니기도 했던 것처럼, 우리의 정체성은 늘 '나' 이면서 '나' 아니기도 한, 긍정과 부정의 변증법적 통합체임을 작가는 이야기한다.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얐다는 한용운의 역설과도 같이, 이상은 갔지만, 김연수는 이상을 보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제목은 Good-bye 이상, 이면서도 그저 헤어지는 형식적 인사말인 굿바이가 아닌, 꾿빠이가 되어야 했던 것이리라.

얽둑얽둑 얽은 사람을 나타내는 얽둑빼기란 말도 재미있고, 얼굴 턱선이 뾰족한 사람을 일컫는 하관이 빨다.는 표현도 오랜만이다. 김연수, 그는 주목해야할 작가라 생각한다.

이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하는 '진짜'냐 '가짜'냐는 의문은 무한의 앞에서는 애매해질 따름이라고... 무한한 것 앞에서는 존재 그 자체가 중요하다는 발견은 그의 소설을 말장난에서 벗어나게 하는 힘이 있는 통찰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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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10-26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참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