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학교에 가야 하나요? 즐거운 지식 (비룡소 청소년) 6
하르트무트 폰 헨티히 지음, 강혜경 옮김 / 비룡소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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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학교엘 가기 싫어한다면 참 골치아플 것이다. 나도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유치원을 보낼 때, 아내가 불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직장이어서 유치원에 가는 날이나 빠지는 날이 절반씩 될 정도였다. 아이가 유치원에 안 가고 집에서 뒹구는 날엔 너무 좋아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심 걱정도 되었다. "학교엘 가기 싫어하면 어떡하나?"

그런데, 막상 여덟 살이 되어 학교엘 보내고, 야단 칠 때도 "그럴 거면 학교 같은 거 다니지 마!"하고 혼내키기라도 하면, 그날은 안 자려고 한다. 이유는 다음 날 혼자 일어나지 못하면 학교를 못 가니깐, 밤을 새고 학교를 가야 하기 때문이란다. 이럴 때, 휴~~하면서 안심이 되기도 한다. 어쨌든 학교엘 안 가면 죽음인 줄 아니깐.

제깐에도 학교라는 제도에서 낙오하는 일은 큰일날 일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과연, 학교는 다녀야 하는 곳일까? 왜 학교엘 가야 하는 것일까?

교육학자가 학교에 다녀야 할 이유를 조카에게 주는 편지 형식으로 짧고 명확하게 적으려고 한 글이다.

그런데, 난 이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은 의문 부호를 붙이며 읽었다. 정말 학교에서 이런 것들을 배우러 가야 하는 것인지 말이다.

근대적 인간. 즉, 남의 밑에서 공장 노동자가 되어 노예처럼 사는 사람들을 위해서, 학교는 엄격한 규율을 제시했다. 그 시대에도 물론, 그와는 다르게 귀족 학교에서는 상당한 수준에서 엄격한 규율이 적용되었다.

현대에 이르러, 근대적 인간상을 기를 필요가 없어진 지금, 학교는 창의적인 아이들을 기르는 곳이 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선진국으로 갈수록 학교는 아이들에게 줄 것이 없고, 오히려 부정적인 일들을 겪게 되는 사회화 기관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요즘 초등학교는 개근상을 주지 않는다. 각종 체험학습을 다니는 것이 훨씬 유익하다고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평범한 가정의 보통 아이들은 체험학습(소위 어학 연수 등으로 해외로 나가 놀다 오는 일) 같은 것을 체험할 기회가 별로 없다. 없는 집 아이들은 아직도 근대적 인간상을 기르는 데 학교의 목적이 제시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이 책의 저자가 내세우는 이유들에 대해서 나는 수긍할 수 없다. 이 책에 나온 것들은 그야말로 근대적 노동자를 기르는 하류 계층민들의 학교에 대한 것들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

학교에서 지식을 주입하던 시대는 이제 끝나간다.
지식은 인터넷 속에서도 넘쳐나고 충분할 정도다.
학교에서 인성을 지도하기에도 환경이 좋지 않다.
사회가 갈수록 다변화 되면서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된다. 소위 계층 차이가 벌어지는 것이다.
양극화가 심화되는 사회에서 아이들에게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특수목적고나 자립형사립고는 이미 가진자들의 아이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
일반계 고교 아이들도 먹고 사는 데 별로 지장이 없다.
실업계 아이들은 그야말로 실업 상태의 부모들을 둔 어둠의 자식들인 경우가 많다.
실업계란 이름이 지랄같다고 해서 내년부텀은 이름을 바꾼단다. 전문 고등학교니, 특성화 고등학교니 하고.
그런다고 아이들의 가슴에 지워진 멍에는 풀릴 수 없는 것은 자명하고 확고한 일이다.
아이들은 이미 자신을 학교 이름으로 획정해 버린다.

아직도 두발 단속 규정이 있고, 교복에 알맞는 양말 색과 구두 색과 가방 색깔이 있다.
등교 시간에는 학생 부장이 교문에 서 있고, 사소한 규정 위반이 쌓이면 벌점이 초과되어 징계를 받는다.

학교가 바뀌어야하는 이유는 너무도 명백한데도, 각종 소프트웨어는 그대로다.
아이들은 송두리째 바뀌어 있는데도...

그래도 학교를 가야 하는지... 하르트무트가 2001년데 쓴 책의 내용에 대해서 심각한 재고의 여지가 없는지 묻고 싶다. 난 이런 책을 써 보고 싶다.


학교엘 안 가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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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연필 2006-07-31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아들도 학교 안 가고 싶다고...노래를 부르는 통에 읽은 책이에요.
공감가는 내용도 있지만 역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