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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 김용택 극장에 가다
김용택 / 자음과모음(이룸) / 2000년 2월
평점 :
품절
그래도 팔 이름이 있어 좋겠다. 헐~
김용택이란 이름 석자는 노란 표지의 시집, 섬진강과 함께 내게로 왔다. 농토와 농민의 삶은 80년대 곧 운동이었고, 쉼없는 투쟁이었다. 이제 농촌이 고사당하는 IMF 와 FTA 체제에서 김용택은 극장엘 간다.
그가 좋아하는 영화가 어떤 것이든 상관 없지만, (이건 개인적인 부분이니까) 이 책은 영화에 대한 평론을 기대한 나를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어디 잡문을 쓰다가 그걸 묶어 내도 유분수지... 이건 좀 아니다. 뒷부분에서 전원일기와 혜교 사랑에 대한 부분은 아예 읽을 염을 못내게 한다.
이 책을 통하여 박하사탕, 8월의 크리스마스, 미술관옆 동물원, 아름다운 시절, 씬 레드라인 같은 영화를 반추할 수 있게 한 것은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철학, 영화를 캐스팅하다>의 철학적 접근 - 줄거리 - 영화평과 다시 일상과 철학 속으로... 들어간 체계적 분석에 비하여, 이 책은 자유분방하게 영화와 극장과 김용택의 사생활에 대하여 쓰고 있다. 그 자유분방함이 편안하기도 하지만, 비싼 책을 만들어 우리에게 희생한 나무들에겐 몹시 미안한 일이다. 내가 이렇게 미안한데, 근들 미안하지 않겠는가. 김용택처럼 섬세한 이가... 이 책을 몽땅 수거해 가고 싶을는지도 모를 일이다.
별로 감동적이지 않았던 쉬리의 추억.
여고 괴담에 쏠렸던 학생들의 관심. 아, 세상에. 그 영화가 나온 지 7년이 지난 지금도 학교는 삭막하다.
영화를 통하여 세상을 읽고, 영화를 통하여 추억을 나누는 일은 어쨌든 즐거운 일이다.
그가 그토록 칭찬하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와 <올리브 나무 사이로>가 어떤 영환지 보고 싶다. 근데, 요즘 비디오 가게엔 이런 프로는 아예 없으니... 파일구리에 가면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