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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G 핑 - 열망하고, 움켜잡고, 유영하라!
스튜어트 에이버리 골드 지음, 유영만 옮김 / 웅진윙스 / 2006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좀 성의 없는 책이다. 형편없다기 보다는 20%쯤 부족하달까...
자기 계발서가 나에게 심금을 찡~~하고 울리려면, 저자가 절실하게 겪고 깨달은 것을, 저자에게 체화된 이야기를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성경이나 불경을 읽으면 깊은 울림이 온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공허한 낱말들을 줄줄이 적어 둔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감동을 받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아마도 자기 계발서나 종교적 경전을 별로 접해보지 않은 이에게는 이런 책도 충분히 찡할 수 있을 것이다. 쉽게 보이려고 개구리까지 끼워 넣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 개구리는 별로 감동적이지 않다.
메말라 가는 연못같은 세상에서 개구리는 <변화를 선택>하고 <열망>한다.
멘토를 만나고, 장막을 극복하여 기회로 만드는 <비전>을 배우며, 실행의 중요함을 깨닫는다.
신념을 가지고 도전하며, 좌절을 이기며 항해하는 와중에 행복에 닿는 <황제>의 경지에 도달한다.
너무 직선적인 이야기 아닐까? 메말라 가는 그래서 물이 졸아붙는 연못에서 그놈의 개구리는 뛰어나갈 생각을 하는데, 나머지 놈들은 그게 좋은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 이 부분은 그럴 듯 하다. 그런데 개구리가 뛰쳐 나가는 이유가 좀 허망하다. 인간은 그 개구리보다 더 절실한데도 불난 집에서 사탕을 빨고 있는 형국 아닌가.
열망하고, 움켜잡고, 유영하는 피라미드의 정점같은 삶과, 모든 것을 놓아버리는 물같은 삶을 저자는 짬뽕시키고 있다. 동양적 선禪 사상에 기울어져 있다가, 노자의 자연에 도취하지만, 결국 승리하기 위한 열망이 승리하는 이야기. 짬뽕은 푹 끓여야 깊은 맛이 난다. 오징어가 제 국물을 다 버릴 때, 다시마와 고추기름과 표고 버섯이 자기를 버리고 짬뽕 국물을 위하여 장렬히 전사하고 난 뒤라야 짬뽕 국물은 시원한 맛을 낸다. 이 책은 시원한 맛을 내지 못하고 있다. 푹 끓이지 못한 탓이다.
이 책에서 제일 공감하는 말. 에필로그에서 <책을 많이 읽는 편이지만 불행히도 마음껏 읽지는 못하는 편>이라는 말. 나도 책을 많이 읽는 편이라고 할 수 있지만, 마음껏 읽을 수 없어서 늘 불만이다. 이 불만은 해소되기 어려울 듯.ㅎㅎ
행복이란 목적지가 아니다. 행복은 과정이다.
훗날 네가 실행했던 일들보다 실행하지 않았던 일들때문에 더 많이 후회하게 될 것이란 점을 명심해라.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행동하는 상태.
이 세상에서 가장 의미있는 여행은 나 자신의 내면을 향한 여행.
말들은 그럴 듯한데, 역시 푹 고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수업 시간에 어떤 아이가 읽고 있어서 빌려 보았는데, 고 녀석이 이 책의 어설픈 맛 중, 어떤 맛에 혹했는지 한 번 더 읽겠다고 하니 기특하기도 하다. 청소년기에 이런 책을 읽는 것도 무의미하진 않겠지만, 너무 추상적이지 않을까 싶다. 청소년들은 추상적인 용어를 쓸 수는 있지만, 구체적인 생활에 아직 접어들지 않았기에 말이다.
추천인의 글에서 인생은 '숙제'가 아닌 '축제'라는 말이 있다.
싸이의 챔피언 첫 구절이 이것이다. <모두의 축제, 서로 편가르지 않는 것이 숙제> (내가 각운 수업할 때 제일 들기 쉬운 예이다. <소리 질러, 찔러, 우리는 제도권 킬러>)
축제를 즐기다 보면 늘 한 구석에서 옭죄는 <숙제>로 작용하고,
숙제에 집착하다 보면 또 항상 가슴에서 뜨겁게 타오르는 <축제>의 열망이 바로 삶의 야누스적인 측면일 것도 같다.
곧 기말 고사를 앞둔 아이들과 수능의 템포를 조절해야 할 고3들이 월드컵이란 축제 마당에서 열을 올리며 신을 냈었는데, 이제 축제가 싸늘하게 식은 아침, 다시 숙제로 돌아갈 시간이다.
축제가 되기엔 월드컵의 불씨는 너무도 허무했다.
다이나믹 코리아와 월드컵을 연결시키기엔 공명정대한 '스포츠 정신'에 앞서 지나친 정치판, 장사판을 보는 것 같아 열광하는 축제의 무대에 선뜻 뛰어들기가 머뭇거려지는 행사였다.
국민이 존경하는 지도자와, 국익과 국민을 생각하는 정치가들과, 양심적인 장사꾼들(경제인이라면 좋아하려나?)과 함께 하는 월드컵, 뜨거운 축제의 마당을 다음 번에 기대하는 것도 무리겠지?